이상화, 소치 리허설 완벽…과제는 ‘유지’

입력 2013.03.24 (22:09) 수정 2013.03.2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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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가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하면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상화는 24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대회 여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5초34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한국 선수 중 처음으로 종별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것도 기쁜 소식이지만 더욱 즐거운 것은 이 대회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소치 동계올림픽의 '리허설' 성격을 지녔다는 점이다.

대회가 열린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는 내년 소치올림픽에서도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공식 국제경기가 열린 이 경기장에서 이상화는 경쟁자들을 멀찍이 따돌리는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쳐 링크의 첫 우승자로 이름을 남겼다.

새로운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은 물론이고 좋은 기억까지 남김으로써 더욱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년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올 시즌을 거치며 '완성형 단거리 선수'로 거듭난 기량을 유지하는 일이다.

이상화는 철저한 준비와 성숙해진 마음가짐을 무기로 올 시즌 14번의 500m 레이스에서 12차례나 우승하는 등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다.

이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남자 스케이터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얻은 탁월한 힘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식홈페이지의 선수 소개란에도 별명이 영어로 '꿀벅지'라고 적혀 있을 정도로 탄탄한 하체 근력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스피드는 이상화의 트레이드마크나 마찬가지다.

올 시즌에는 한층 더 단거리 레이스에 맞는 체격 조건을 만들어냈다.

체중을 감량하는 대신 하체를 보강하는 훈련에 집중해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도록 변화했다.

이상화 자신은 부인하지만 올림픽 전보다 허벅지 굵기가 3㎝ 이상 늘어났고 종아리 근육도 여자 대표팀 평균치보다 4㎝ 이상 크다는 것이 체육과학연구원의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 올림픽 때까지도 약점으로 꼽힌 초반 레이스 실력도 크게 향상됐다.

우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꾸준히 변화를 준 결과 빙판을 지치는 횟수를 늘렸다.

다른 선수들이 다리를 10번 교차할 때 이상화는 12번가량 교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추진력을 배가했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더 많이 움직여야 하는 만큼 더 큰 힘과 체력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다.

과거와는 다른 스트로크 방식을 선택하면서 겪을 수 있는 혼란은 리듬감을 중점적으로 갈고 닦음으로써 해결했다.

이상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초반 스퍼트 훈련의 거리를 늘렸다.

보통 선수들은 40∼50m를 빠르게 치고 나가는 방식으로 초반 스퍼트 구간을 훈련한다.

그러나 이상화는 '멘토' 이규혁(서울시청)의 조언에 따라 한 번 출발하면 속도를 줄이지 않고 150m가량을 달리는 형태로 바꿨다.

이를 통해 처음의 가속도를 잃지 않고 레이스 중반까지 유지하는 리듬감을 얻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처음에 얼음을 박차고 달려나갔다가 활주하며 가속도를 얻고, 바로 곡선 주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주법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 속도를 잃어버리는 일이 많다.

그러나 전체적인 연결까지 고려한 초반 스퍼트 연습을 하면서 이 지점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을 많이 줄였다.

마지막으로 한층 성숙해진 마음가짐도 이상화가 흔들림 없는 질주를 거듭하는 원동력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부담감과 긴장감에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는 이상화는 이제 "떨리는 느낌이 경기의 묘미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할 만큼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아쉽게 메달을 놓치고 눈물을 흘리던 이상화는 4년 뒤 밴쿠버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는 감격에 겨워 다시 한 번 펑펑 울었다.

이상화는 이제 본인의 표현을 따르면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는 마음으로 1년 뒤 열리는 네 번째 동계올림픽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의 우승으로 한층 탄력을 받으면서 1년 뒤 소치에서는 '빙속 여제'의 눈물 대신 금빛 미소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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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화, 소치 리허설 완벽…과제는 ‘유지’
    • 입력 2013-03-24 22:09:51
    • 수정2013-03-24 22:11:55
    연합뉴스
'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가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하면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상화는 24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대회 여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5초34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한국 선수 중 처음으로 종별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것도 기쁜 소식이지만 더욱 즐거운 것은 이 대회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소치 동계올림픽의 '리허설' 성격을 지녔다는 점이다.

대회가 열린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는 내년 소치올림픽에서도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공식 국제경기가 열린 이 경기장에서 이상화는 경쟁자들을 멀찍이 따돌리는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쳐 링크의 첫 우승자로 이름을 남겼다.

새로운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은 물론이고 좋은 기억까지 남김으로써 더욱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년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올 시즌을 거치며 '완성형 단거리 선수'로 거듭난 기량을 유지하는 일이다.

이상화는 철저한 준비와 성숙해진 마음가짐을 무기로 올 시즌 14번의 500m 레이스에서 12차례나 우승하는 등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다.

이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남자 스케이터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얻은 탁월한 힘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식홈페이지의 선수 소개란에도 별명이 영어로 '꿀벅지'라고 적혀 있을 정도로 탄탄한 하체 근력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스피드는 이상화의 트레이드마크나 마찬가지다.

올 시즌에는 한층 더 단거리 레이스에 맞는 체격 조건을 만들어냈다.

체중을 감량하는 대신 하체를 보강하는 훈련에 집중해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도록 변화했다.

이상화 자신은 부인하지만 올림픽 전보다 허벅지 굵기가 3㎝ 이상 늘어났고 종아리 근육도 여자 대표팀 평균치보다 4㎝ 이상 크다는 것이 체육과학연구원의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 올림픽 때까지도 약점으로 꼽힌 초반 레이스 실력도 크게 향상됐다.

우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꾸준히 변화를 준 결과 빙판을 지치는 횟수를 늘렸다.

다른 선수들이 다리를 10번 교차할 때 이상화는 12번가량 교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추진력을 배가했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더 많이 움직여야 하는 만큼 더 큰 힘과 체력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다.

과거와는 다른 스트로크 방식을 선택하면서 겪을 수 있는 혼란은 리듬감을 중점적으로 갈고 닦음으로써 해결했다.

이상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초반 스퍼트 훈련의 거리를 늘렸다.

보통 선수들은 40∼50m를 빠르게 치고 나가는 방식으로 초반 스퍼트 구간을 훈련한다.

그러나 이상화는 '멘토' 이규혁(서울시청)의 조언에 따라 한 번 출발하면 속도를 줄이지 않고 150m가량을 달리는 형태로 바꿨다.

이를 통해 처음의 가속도를 잃지 않고 레이스 중반까지 유지하는 리듬감을 얻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처음에 얼음을 박차고 달려나갔다가 활주하며 가속도를 얻고, 바로 곡선 주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주법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 속도를 잃어버리는 일이 많다.

그러나 전체적인 연결까지 고려한 초반 스퍼트 연습을 하면서 이 지점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을 많이 줄였다.

마지막으로 한층 성숙해진 마음가짐도 이상화가 흔들림 없는 질주를 거듭하는 원동력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부담감과 긴장감에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는 이상화는 이제 "떨리는 느낌이 경기의 묘미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할 만큼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아쉽게 메달을 놓치고 눈물을 흘리던 이상화는 4년 뒤 밴쿠버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는 감격에 겨워 다시 한 번 펑펑 울었다.

이상화는 이제 본인의 표현을 따르면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는 마음으로 1년 뒤 열리는 네 번째 동계올림픽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의 우승으로 한층 탄력을 받으면서 1년 뒤 소치에서는 '빙속 여제'의 눈물 대신 금빛 미소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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