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가계부채 대책’ 행복기금 효과와 한계

입력 2013.03.25 (17:11) 수정 2013.03.2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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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채무자 양산 우려"…"국가 발전에 도움" 반론도
원금 50% 감면하되 기초수급자 등은 70%까지 탕감

우리 경제의 최대 악재인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민행복기금'이 모습을 드러냈다.

2011년 범정부 차원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가계대출의 양적 증가세는 잡았지만, 금융권이 자금줄을 죄는 바람에 저소득층의 빚 부담은 되레 늘어난 점을 개선하려는 특단의 조치다.

국민행복기금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신용회복기금과 성격은 비슷하지만, 협약 금융회사가 18배에 달하고 채무조정 조건도 대폭 완화돼 가계부채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나 단기연체자·성실상환자 역차별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지원이 일시·한시적 차원이며 장기 연체자를 구제하는 것이 장기적인 국가 발전에도 득이 된다며 `퍼주기' 지적을 일축했다.



◇가장 강력한 가계부채 대책…33만명 빚 일괄조정

정부가 25일 내놓은 국민행복기금은 여러 금융회사에 분산된 장기 연체채무를 일괄적으로 사들여 장기 연체자와 다중채무자에게 실질적인 재활의 기회를 터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동안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으로 저소득층의 `자금 숨통'을 틔워 줬지만, 저리 자금 공급은 부채의 연장에 그쳐 근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국민행복기금은 과거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 중 가장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의 가계부채 대책이 저신용층에게 저리로 돈을 빌려주거나 채무자의 과도한 빚 부담을 줄여주는 수준이었다면 국민행복기금은 빚을 절반 가까이 탕감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금리 전환대출과 취업·창업 지원까지 동시에 진행돼 채무자가 빚을 털고 일어나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데까지 정부가 동행한다.

국민행복기금의 대상은 1억원 이하 신용대출자 중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빚을 못 갚은 장기 연체자다. 보증·담보부채권이나 기존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들어간 채권은 제외된다.

채무조정 방식은 사전신청 후 채무조정과 매입 후 신청동의에 따른 채무조정으로 나뉜다. 혜택은 비슷하나 신청자는 상환의지가 강한 것으로 판단해 감면율이 더 높다.

금융위는 금융회사·대부업체에 연체채무가 있는 134만명 중 15.7%에 해당하는 약 21만명이 신청할 것으로 추산했다. 공적 자산관리회사 연체 채무자(211만명) 중에서는 11만4천명이 신청할 전망이다.

전환대출은 6개월 이상 빚을 성실하게 갚아온 채무자의 대출을 10%대의 저금리로 바꿔주는 것이다. 캠코 `바꿔드림론'의 연장 선상으로 보면 된다.

오는 2017년까지 고금리 대출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 34만명이 이자감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채무조정 대상자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취업·창업지원도 병행한다.

별도의 소득요건 확인 절차 없이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창업 희망자는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 창업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성실 상환자에게는 1천만원 이하의 소액대출도 제공한다.

◇기존 프로그램 한계 극복…금융회사 94% 참여

국민행복기금은 캠코의 신용회복기금(채무조정)이나 바꿔드림론(저금리 전환대출)의 내용을 상당 부분 가져왔지만,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기존 프로그램의 한계점을 대폭 극복했다.

우선, 국민행복기금에 참여한 금융회사·대부업체는 3천894개로, 신용회복기금에 참여한 221개의 18배에 달한다. 이는 전체 대상 기관(4천123개)의 94%에 달한다.

업권별로 보면 수협과 산림조합, 생명보험, 새마을금고는 모든 회사가 참여했다. 다른 금융기관의 협약 가입비율은 저축은행 99%, 신협 96%, 농협·손해보험 94%, 여신전문금융사 87%, 은행 67%, 대부업 34%다.

기초수급자 등에 한해 원금의 최대 30%를 감면해주던 지원 폭도 일반 채무자는 50%, 기초수급자 등은 70%까지 탕감하기로 대폭 완화했다.

신용회복기금은 상시 채무조정 프로그램이었다면, 국민행복기금은 한시적·일시적 지원이라는 것이 차이다.

저금리 전환대출은 지원대상을 크게 늘렸다.

소득기준은 2천600만원에서 4천만원(영세 자영업자 4천500만원), 전환대출 한도는 3천만원에서 4천만원으로 확대된다.

그렇다고 국민행복기금이 전무후무한 대책은 아니다. 외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까지 아우르는 좀 더 강력한 대책을 시행하는 나라도 있다.

미국은 일명 `오바마 모기지플랜'(HARP)로 주택담보대출 채무재조정을 지원하고 있다. 담보인정비율(LTV)이 115% 이상이면 원금을 삭감해주는 프로그램(PRA·Principal Reduction Alternative)도 있다.

아이슬란드도 가계가 채권자와 원금 삭감을 할 수 있는 채무감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장기연체가구 빚 부담 `반토막' 기대…역차별 논란 여전

국민행복기금은 금융회사 대부분을 포괄하는 대대적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만큼 장기 연체자의 빚 부담을 효과적으로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는 1년 내 연체경험이 있는 저소득가구의 월 가처분소득이 73만8천으로 같다고 볼 때 원리금상환액은 78만2천원에서 39만1천원으로 떨어지겠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은 106%에서 53% 이하로 하락한다. 연체채무 보유 가구의 빚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저금리 전환대출의 효과는 더욱 분명하다.

1년 내 연체경험이 없는 저소득가구(월 가처분소득이 72만3천원)의 월 원리금상환액은 71만8천원에서 4분의 1 수준인 15만3천원으로 급감했다. DSR은 99.3%에서 21.1%로 떨어졌다.

금융위 정은보 사무처장은 "국민행복기금은 전 금융업권이 참여해 `수인의 딜레마'(동시에 채무 조정하는 것이 이익임을 알면서도 아무도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을 극복하는 동시에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높여 소비를 늘리고 경기회복을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책인 만큼 논란의 여지도 있다.

채무자의 빚 갚을 의무를 정부가 대신해줌으로써 `배째라'식 악성 채무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도덕적 해이 가능성은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

재산이 있을 때에는 재산가치를 넘어서는 채무만 감면해준다.

공공정보를 활용해 은닉재산 여부를 확인하고, 숨긴 재산이 발견되면 채무조정 약정을 무효로 하고 해당 재산을 압류해 빚을 갚는 데 먼저 쓰도록 한다.

지원은 1회에 한한다. 채무조정 약정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채무조정이 무효가 돼 채무자는 원금 전액과 연체이자, 기타 법적 비용 등을 상환해야 한다.

다만, 갑작스러운 실직·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6개월 범위에서 상환을 미를 수 있다.

단기연체자나 성실상환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연체기간이 6개월 미만이거나 대출금액이 1억원을 넘는 채무자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제도(프리워크아웃·개인워크아웃)를 이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성실상환자는 바꿔드림론으로 금리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정 처장은 "국민행복기금은 상환의지가 있어도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엄격한 도덕적 해이 방지장치 아래 채무조정을 해줘 재기의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며 "이들이 재기하면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 전체에도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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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강도 가계부채 대책’ 행복기금 효과와 한계
    • 입력 2013-03-25 17:11:37
    • 수정2013-03-25 17:13:22
    연합뉴스
"악성 채무자 양산 우려"…"국가 발전에 도움" 반론도 원금 50% 감면하되 기초수급자 등은 70%까지 탕감 우리 경제의 최대 악재인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민행복기금'이 모습을 드러냈다. 2011년 범정부 차원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가계대출의 양적 증가세는 잡았지만, 금융권이 자금줄을 죄는 바람에 저소득층의 빚 부담은 되레 늘어난 점을 개선하려는 특단의 조치다. 국민행복기금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신용회복기금과 성격은 비슷하지만, 협약 금융회사가 18배에 달하고 채무조정 조건도 대폭 완화돼 가계부채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나 단기연체자·성실상환자 역차별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지원이 일시·한시적 차원이며 장기 연체자를 구제하는 것이 장기적인 국가 발전에도 득이 된다며 `퍼주기' 지적을 일축했다. ◇가장 강력한 가계부채 대책…33만명 빚 일괄조정 정부가 25일 내놓은 국민행복기금은 여러 금융회사에 분산된 장기 연체채무를 일괄적으로 사들여 장기 연체자와 다중채무자에게 실질적인 재활의 기회를 터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동안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으로 저소득층의 `자금 숨통'을 틔워 줬지만, 저리 자금 공급은 부채의 연장에 그쳐 근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국민행복기금은 과거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 중 가장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의 가계부채 대책이 저신용층에게 저리로 돈을 빌려주거나 채무자의 과도한 빚 부담을 줄여주는 수준이었다면 국민행복기금은 빚을 절반 가까이 탕감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금리 전환대출과 취업·창업 지원까지 동시에 진행돼 채무자가 빚을 털고 일어나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데까지 정부가 동행한다. 국민행복기금의 대상은 1억원 이하 신용대출자 중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빚을 못 갚은 장기 연체자다. 보증·담보부채권이나 기존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들어간 채권은 제외된다. 채무조정 방식은 사전신청 후 채무조정과 매입 후 신청동의에 따른 채무조정으로 나뉜다. 혜택은 비슷하나 신청자는 상환의지가 강한 것으로 판단해 감면율이 더 높다. 금융위는 금융회사·대부업체에 연체채무가 있는 134만명 중 15.7%에 해당하는 약 21만명이 신청할 것으로 추산했다. 공적 자산관리회사 연체 채무자(211만명) 중에서는 11만4천명이 신청할 전망이다. 전환대출은 6개월 이상 빚을 성실하게 갚아온 채무자의 대출을 10%대의 저금리로 바꿔주는 것이다. 캠코 `바꿔드림론'의 연장 선상으로 보면 된다. 오는 2017년까지 고금리 대출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 34만명이 이자감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채무조정 대상자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취업·창업지원도 병행한다. 별도의 소득요건 확인 절차 없이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창업 희망자는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 창업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성실 상환자에게는 1천만원 이하의 소액대출도 제공한다. ◇기존 프로그램 한계 극복…금융회사 94% 참여 국민행복기금은 캠코의 신용회복기금(채무조정)이나 바꿔드림론(저금리 전환대출)의 내용을 상당 부분 가져왔지만,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기존 프로그램의 한계점을 대폭 극복했다. 우선, 국민행복기금에 참여한 금융회사·대부업체는 3천894개로, 신용회복기금에 참여한 221개의 18배에 달한다. 이는 전체 대상 기관(4천123개)의 94%에 달한다. 업권별로 보면 수협과 산림조합, 생명보험, 새마을금고는 모든 회사가 참여했다. 다른 금융기관의 협약 가입비율은 저축은행 99%, 신협 96%, 농협·손해보험 94%, 여신전문금융사 87%, 은행 67%, 대부업 34%다. 기초수급자 등에 한해 원금의 최대 30%를 감면해주던 지원 폭도 일반 채무자는 50%, 기초수급자 등은 70%까지 탕감하기로 대폭 완화했다. 신용회복기금은 상시 채무조정 프로그램이었다면, 국민행복기금은 한시적·일시적 지원이라는 것이 차이다. 저금리 전환대출은 지원대상을 크게 늘렸다. 소득기준은 2천600만원에서 4천만원(영세 자영업자 4천500만원), 전환대출 한도는 3천만원에서 4천만원으로 확대된다. 그렇다고 국민행복기금이 전무후무한 대책은 아니다. 외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까지 아우르는 좀 더 강력한 대책을 시행하는 나라도 있다. 미국은 일명 `오바마 모기지플랜'(HARP)로 주택담보대출 채무재조정을 지원하고 있다. 담보인정비율(LTV)이 115% 이상이면 원금을 삭감해주는 프로그램(PRA·Principal Reduction Alternative)도 있다. 아이슬란드도 가계가 채권자와 원금 삭감을 할 수 있는 채무감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장기연체가구 빚 부담 `반토막' 기대…역차별 논란 여전 국민행복기금은 금융회사 대부분을 포괄하는 대대적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만큼 장기 연체자의 빚 부담을 효과적으로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는 1년 내 연체경험이 있는 저소득가구의 월 가처분소득이 73만8천으로 같다고 볼 때 원리금상환액은 78만2천원에서 39만1천원으로 떨어지겠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은 106%에서 53% 이하로 하락한다. 연체채무 보유 가구의 빚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저금리 전환대출의 효과는 더욱 분명하다. 1년 내 연체경험이 없는 저소득가구(월 가처분소득이 72만3천원)의 월 원리금상환액은 71만8천원에서 4분의 1 수준인 15만3천원으로 급감했다. DSR은 99.3%에서 21.1%로 떨어졌다. 금융위 정은보 사무처장은 "국민행복기금은 전 금융업권이 참여해 `수인의 딜레마'(동시에 채무 조정하는 것이 이익임을 알면서도 아무도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을 극복하는 동시에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높여 소비를 늘리고 경기회복을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책인 만큼 논란의 여지도 있다. 채무자의 빚 갚을 의무를 정부가 대신해줌으로써 `배째라'식 악성 채무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도덕적 해이 가능성은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 재산이 있을 때에는 재산가치를 넘어서는 채무만 감면해준다. 공공정보를 활용해 은닉재산 여부를 확인하고, 숨긴 재산이 발견되면 채무조정 약정을 무효로 하고 해당 재산을 압류해 빚을 갚는 데 먼저 쓰도록 한다. 지원은 1회에 한한다. 채무조정 약정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채무조정이 무효가 돼 채무자는 원금 전액과 연체이자, 기타 법적 비용 등을 상환해야 한다. 다만, 갑작스러운 실직·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6개월 범위에서 상환을 미를 수 있다. 단기연체자나 성실상환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연체기간이 6개월 미만이거나 대출금액이 1억원을 넘는 채무자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제도(프리워크아웃·개인워크아웃)를 이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성실상환자는 바꿔드림론으로 금리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정 처장은 "국민행복기금은 상환의지가 있어도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엄격한 도덕적 해이 방지장치 아래 채무조정을 해줘 재기의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며 "이들이 재기하면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 전체에도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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