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선정성·폭로’ 경쟁

입력 2013.03.29 (23:39) 수정 2013.03.3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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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건설업자의 별장 접대 의혹이 수많은 뒷얘기를 양산하면서 언론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달구고 있습니다.

일부 사회 지도층 인사가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게 됐고, 결국 언론 보도를 계기로 법무부 차관이 사퇴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 사건의 보도과정에서 언론의 기본 상식을 벗어난 선정적인 보도가 쏟아지고 있어 언론 역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홍희정 기자와 이 별장 접대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홍기자, 이번 사건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부터 살펴보죠.

법조계에 소문은 이미 파다하게 퍼져있었다면서요?

<리포트>

네 ‘문제의 동영상이 있다더라, 고위 관계자가 협박을 받았다더라’ 라는 소문은 이미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만큼 그냥 묻힐수도 있는 사건이었는데, 언론의 본격적인 의혹 제기로 공론화됐습니다.

지난해 한 여성 사업가가 건설업자 윤 모씨를 성폭행 등의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소하면서 이 사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은 성폭행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 수집에 나섰고, 피고소인 윤 씨가 사회고위층 인사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주장을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 주변과 법조인들 사이에서 이른바 별장 접대에 대한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 일부 종편은 단독 보도라며 의혹을 수면위로 끌어올렸습니다.

<녹취> TV조선(3.14) : "B 여인이 따로 A씨의 승용차에서 다른 여성이 등장하는 성관계 동영상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동영상 중 일부가 유출됐습니다.

이때부터 마치 물꼬가 터지듯 관련 뉴스가 전 언론에서 쏟아지기 시작했고, 조선일보는 익명으로 거론되던 관련자의 실명을 거론하기에 이릅니다.

<녹취> 조선일보 : "김학의 법무차관, 고위층 별장 성접대 연루 경찰, 여성2명 진술 확보 김 차관은 전면 부인 결국 김학의 법무차관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임명된 지 8일 만에 사임했습니다. "

<녹취> SBS(3.21) :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지만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막중한 소임을 수행할 수 없어 사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언론들은 더 나아가,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쏟아냈습니다.

<녹취> 중앙 3.22 34면 :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 근본적 수술해야 성접대 의혹으로 법무차관 물러났지만 사전 검증 소홀히 한 청와대 책임 더 커 일부 언론들은 이른바 사회지도층의 타락상을 공개해 수사까지 이끌어냈다며 언론의 감시 기능을 자평하는 기사도 내놨습니다. "

<녹취> 동아 3.22 03면 : "경찰과 청와대가 은밀하기 이를 데 없고 은폐해도 무방할 듯 한 이 사건의 내사 및 탐문에 나선것은 동아일보 취재팀이 올 초부터 첩보를 입수해 확인 취재에 나선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질문2> 이번 사안을 수면위로 끌어 올린 데에는 언론의 역할이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보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이었다는 비난도 일고 있죠?

<답변2>

그렇습니다.

언론의 주된 관심은 별장의 내부 구조와 성접대를 어떻게 했는지 등에 쏠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이, 관련 동영상을 뉴스 시간에 재연하면서 황색 저널리즘의 절정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건설업자가 고위관리 등을 상대로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취재진은 일제히 유력한 장소로 지목된 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별장 주변의 경치라든가, 도심과의 인접성 등, 사건의 본질과 동떨어진 리포트가 쏟아집니다.

<녹취> SBS 앵커 :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별장의 내부모습을 SBS가 입수했습니다 "

<녹취> 기자 : "당구대가 놓여있는 방도 있고, 대형 벽걸이 모니터가 있는 영화감상실도 있습니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언론보도는 동영상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 심각성이 더해졌습니다.

동영상 자체가 사건의 증거라고는 해도 지상파 방송뉴스에서 성접대 정황을 그림으로 자세히 묘사하는 가하면,

<녹취> SBS(3.21) : "화면에는 속옷차림의 중년 남성과 긴 생머리에 검은색 짧은 원피스를 입은 30대 여성이 등장합니다."

또, 한 종합편성채널은 당시 성접대 상황을 재연하기까지 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녹취> 앵커(JTBC 뉴스9/3.22) : "이 영상을 직접 본 사람들의 묘사를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연해봤습니다."

<녹취> 기자 : "남성이 이 여성에게 가까이 가 노래를 계속 부르다가..."

이제 미디어의 관심은 이 사건과 별개로, 연예인 등 성접대 제의를 받았다는 여성으로 쏠렸고, 폭로성 발언이 이어지면서 선정성은 점점 더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같은 보도에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는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졌습니다.

<인터뷰> 유지현(시민) : "솔직히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선정적인 화면들이 지나치게 보였기 때문에 낯 뜨거운 장면들도 많았고."

<인터뷰> 김명선(시민) : "너무 많이 떠들어대니까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그런 거 자꾸 듣다보면 서로 불신, 믿음이 깨지고 신뢰감이 깨지는 상황에서... "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관련자들의 실명을 공개한 데 대해 언론에 곧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종민(한국언론학회 이사) : "외국의 사례 같은 경우도 실제적으로 검증 없이 언론이 개인적인 사생활을 침해한다든지 이런 경우에는 그 언론사가 그 문제로 법적 소송에 휘말려서 문을 닫는다든지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질문3> 차관 사퇴에서 국과수 감정까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언론사간에 속보경쟁도 치열했었죠.

언론사마다 단독이다, 특종이다 라고 보도하다보니 문제도 많았다고요?

<답변3>

네 언론들이 속보 경쟁을 벌이면서 오보나, 설익은 기사들이 속출했습니다.

또, 서로 반대되는 내용의 기사들이 나오기도 하면서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MBC와 SBS는 별장 접대에 관련된 여성들의 머리카락에서 마약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녹취> 앵커(MBC/3.22) : "별장모임에 참석했던 한 여성에게서 마약성분이 검출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녹취> SBS(3.22) : "건설업자의 별장에서 성접대에 동원됐다고 진술한 여성이 필로폰도 투약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별장 접대를 했다는 여성들의 머리카락에서 마약이 검출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KBS(3.23) : "별장 접대를 했다는 여성들의 모발에서 약물 성분이 검출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문제의 동영상에 대해서도 성접대 동영상이다, 음악 CD일 뿐이다라는 엇갈린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취재원으로 둔 상반된 기사들이 나오면서 혼란을 가중시킨 겁니다.

<녹취> SBS(3.21) : "윤 씨가 타고다니던 벤츠 차량 안에 유력인사들의 성관계 동영상이 저장된 CD가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KBS(3.22) : "차안에서 6장의 CD가 발견됐지만 모두 재즈와 클래식 CD였고 이 사실을 고소인여성에게도 알려줬다는 겁니다."

이외에도 같은 날 동시 다발로 쏟아지는 기사에도 단독이나 특종이란 제목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경찰 기자실 내부에서는 이런 보도들에 대한 자제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녹취> 경찰청 출입기자 간사 : "당일 통신 등 타매체에서 뻔히 나온 내용을 ‘단독’달아서 자랑스럽게 올리시는 분 있는데 큰 일 발생할수록 스스로 양심 져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기자들 스스로도 지금 언론 보도는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며 우려하는 겁니다.

<인터뷰> 박종률(기자협회장) : "벨류를 따져 볼 때 너무 지나치게 또 불필요한 데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나 보고요. 나름 일선 기자들의 노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데스크들이 좀 더 책임 있는 관점에서 이번 사안을 다뤘으면 하는 안타까움도 있고 우려스러움도 없지 않습니다."

<질문4> 성 스캔들 사건, 이렇게 낯 뜨거운 수준으로 보도되는 게 처음은 아닐텐데요.

문제는 계속 제기되는데 자꾸 반복되는 이유가 있습니까?

<답변4>

언론이 선정적이고 흥미위주 식 보도관행을 버리지 못하는 건 그동안 성추문 관련 보도가 방송뉴스에선 시청률을, 인터넷신문에선 페이지 조회 수를 크게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언론이 보여준 선정성은 과거의 신정아 씨 관련 보도나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 관련 뉴스가 보도될 당시, 언론이 보여준 황색 저널리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 언론은 사건의 핵심인, 불법행위 여부, 공직기강의 해이와 기밀유출 등을 파헤치기 보단 남녀 간의 치정과 애정관계에 무게를 두고 흥미 위주의 사진을 크게 게재하면서 선정적인 보도에 집중했고, 결론은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녹취> 문화일보(2007.10.18.) : "알권리 최우선 고려했던 신정아 관련 보도 선정성, 인권침해 논란 야기한데 사과합니다."

<녹취> MBC(3.26) : "이달 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에 대한 정부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정부는 스파이 사건이 아니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선정적인 보도가 반복될 뿐 아니라 점점 확대되기까지 하는 것일까?

선정적인 보도는 실제로 방송사의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인터넷 신문의 경우엔 조회수가 올라가 광고료 산정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인터뷰> 추혜선(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 "동영상에 누가누가 나왔다는 정보들이 흘러다니고 있는데요, 그런 정보들에 기대서 그걸 재상산하는 보도들이 굉장히 난무하더라구요. 이게 실시간 검색어에 연결되면서 조회수를 늘리게하는 부분들이 광고랑 연결되기 때문에 굉장히 심각하죠. "

특히, 신생 언론이 많아지면서 시청자와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같은 보도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종편채널인 JTBC 사측에서는 주요 뉴스프로그램의 시청률을 기자들의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이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녹취> 중앙일보 노보(2013.2.14) : "방영되는 기사마다 시청률과 기여도를 기록해 연중 2회 실시되는 업무 평가에 30%를 반영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언론사간 경쟁 속에 저널리즘이 실종되는 부끄러운 자화상이 드러났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양승찬(교수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 "시청률 경쟁 , 광고 경쟁, 부수경쟁, 클릭 수 경쟁 속에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황색 저널리즘이 팽배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보호하고 언론의 품격을 유지한다는 저널리즘의 가치가 실종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질문5> 요즘 신문, 방송 보도를 보면 가족과 함께 볼 수 없을 정도로 선정적인 기사가 비일비재 한데요.

그렇다고 해서 고위층 성추문 의혹 보도를 안 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어떤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답변5>

선정성에서 논란이 된 보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사로 권고나 제재조치를 받고 있긴 합니다.

문제는 사후조치란 면에서 이미 늦고, 또 심사결과가 언론사에 심각한 불이익을 주지 않아 이같은 선정성 경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한 종편 채널에서 유명 연예인의 성행위 동영상을 뉴스에 등장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황색 저널리즘이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방송심의 결과는 권고에 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사의 선정성에 비해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언론사들의 반성을 이끌지 못한다고 우려합니다.

<인터뷰> 추혜선(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한 보도의 상식적인 틀들을 조금씩 깨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부분들에 대해서 방심위가 규제기구의 역할을 못 하고 있고 그대로 흘러가는 대로 방치가 되는 이런 상황인데"

또한 이번 별장 접대 사건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평소 지역 언론 등의 역할이 아쉬웠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방소도시의 경우 권력과 돈 많은 업자와의 친분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이 되기 쉬운 만큼 지역 언론의 감시 기능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또, 선정적인 사건에 휩싸여 정작 중요한 이슈를 놓치거나, 사건의 핵심이나 구조적인 문제 대신 몇몇 인물을 초점으로 가십거리를 쫓아가는 듯한 보도 태도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박종률(기자협회장) : "이번에 성접대 논란 성접대 동영상 이런 부분들도 사실은 바로 선정성에 근거한 부작용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사제에 우리 언론인들이 과연 언론이 어떠해야 될까 라는 언론의 품격 품위 문제에 대한 언론인들의 반성 또는 성찰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언론이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는 것 자체는 당연하고도 장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는 언론의 민낯도 이번 별장 접대 관련 보도에서 여과 없이 드러났습니다.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인 이번 사건에서 이미 떨어진 저널리즘의 품격을 회복하는 방안도 함께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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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 넘은 ‘선정성·폭로’ 경쟁
    • 입력 2013-03-30 12:12:14
    • 수정2013-03-30 13: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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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건설업자의 별장 접대 의혹이 수많은 뒷얘기를 양산하면서 언론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달구고 있습니다.

일부 사회 지도층 인사가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게 됐고, 결국 언론 보도를 계기로 법무부 차관이 사퇴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 사건의 보도과정에서 언론의 기본 상식을 벗어난 선정적인 보도가 쏟아지고 있어 언론 역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홍희정 기자와 이 별장 접대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홍기자, 이번 사건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부터 살펴보죠.

법조계에 소문은 이미 파다하게 퍼져있었다면서요?

<리포트>

네 ‘문제의 동영상이 있다더라, 고위 관계자가 협박을 받았다더라’ 라는 소문은 이미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만큼 그냥 묻힐수도 있는 사건이었는데, 언론의 본격적인 의혹 제기로 공론화됐습니다.

지난해 한 여성 사업가가 건설업자 윤 모씨를 성폭행 등의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소하면서 이 사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은 성폭행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 수집에 나섰고, 피고소인 윤 씨가 사회고위층 인사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주장을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 주변과 법조인들 사이에서 이른바 별장 접대에 대한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 일부 종편은 단독 보도라며 의혹을 수면위로 끌어올렸습니다.

<녹취> TV조선(3.14) : "B 여인이 따로 A씨의 승용차에서 다른 여성이 등장하는 성관계 동영상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동영상 중 일부가 유출됐습니다.

이때부터 마치 물꼬가 터지듯 관련 뉴스가 전 언론에서 쏟아지기 시작했고, 조선일보는 익명으로 거론되던 관련자의 실명을 거론하기에 이릅니다.

<녹취> 조선일보 : "김학의 법무차관, 고위층 별장 성접대 연루 경찰, 여성2명 진술 확보 김 차관은 전면 부인 결국 김학의 법무차관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임명된 지 8일 만에 사임했습니다. "

<녹취> SBS(3.21) :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지만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막중한 소임을 수행할 수 없어 사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언론들은 더 나아가,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쏟아냈습니다.

<녹취> 중앙 3.22 34면 :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 근본적 수술해야 성접대 의혹으로 법무차관 물러났지만 사전 검증 소홀히 한 청와대 책임 더 커 일부 언론들은 이른바 사회지도층의 타락상을 공개해 수사까지 이끌어냈다며 언론의 감시 기능을 자평하는 기사도 내놨습니다. "

<녹취> 동아 3.22 03면 : "경찰과 청와대가 은밀하기 이를 데 없고 은폐해도 무방할 듯 한 이 사건의 내사 및 탐문에 나선것은 동아일보 취재팀이 올 초부터 첩보를 입수해 확인 취재에 나선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질문2> 이번 사안을 수면위로 끌어 올린 데에는 언론의 역할이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보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이었다는 비난도 일고 있죠?

<답변2>

그렇습니다.

언론의 주된 관심은 별장의 내부 구조와 성접대를 어떻게 했는지 등에 쏠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이, 관련 동영상을 뉴스 시간에 재연하면서 황색 저널리즘의 절정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건설업자가 고위관리 등을 상대로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취재진은 일제히 유력한 장소로 지목된 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별장 주변의 경치라든가, 도심과의 인접성 등, 사건의 본질과 동떨어진 리포트가 쏟아집니다.

<녹취> SBS 앵커 :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별장의 내부모습을 SBS가 입수했습니다 "

<녹취> 기자 : "당구대가 놓여있는 방도 있고, 대형 벽걸이 모니터가 있는 영화감상실도 있습니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언론보도는 동영상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 심각성이 더해졌습니다.

동영상 자체가 사건의 증거라고는 해도 지상파 방송뉴스에서 성접대 정황을 그림으로 자세히 묘사하는 가하면,

<녹취> SBS(3.21) : "화면에는 속옷차림의 중년 남성과 긴 생머리에 검은색 짧은 원피스를 입은 30대 여성이 등장합니다."

또, 한 종합편성채널은 당시 성접대 상황을 재연하기까지 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녹취> 앵커(JTBC 뉴스9/3.22) : "이 영상을 직접 본 사람들의 묘사를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연해봤습니다."

<녹취> 기자 : "남성이 이 여성에게 가까이 가 노래를 계속 부르다가..."

이제 미디어의 관심은 이 사건과 별개로, 연예인 등 성접대 제의를 받았다는 여성으로 쏠렸고, 폭로성 발언이 이어지면서 선정성은 점점 더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같은 보도에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는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졌습니다.

<인터뷰> 유지현(시민) : "솔직히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선정적인 화면들이 지나치게 보였기 때문에 낯 뜨거운 장면들도 많았고."

<인터뷰> 김명선(시민) : "너무 많이 떠들어대니까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그런 거 자꾸 듣다보면 서로 불신, 믿음이 깨지고 신뢰감이 깨지는 상황에서... "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관련자들의 실명을 공개한 데 대해 언론에 곧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종민(한국언론학회 이사) : "외국의 사례 같은 경우도 실제적으로 검증 없이 언론이 개인적인 사생활을 침해한다든지 이런 경우에는 그 언론사가 그 문제로 법적 소송에 휘말려서 문을 닫는다든지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질문3> 차관 사퇴에서 국과수 감정까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언론사간에 속보경쟁도 치열했었죠.

언론사마다 단독이다, 특종이다 라고 보도하다보니 문제도 많았다고요?

<답변3>

네 언론들이 속보 경쟁을 벌이면서 오보나, 설익은 기사들이 속출했습니다.

또, 서로 반대되는 내용의 기사들이 나오기도 하면서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MBC와 SBS는 별장 접대에 관련된 여성들의 머리카락에서 마약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녹취> 앵커(MBC/3.22) : "별장모임에 참석했던 한 여성에게서 마약성분이 검출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녹취> SBS(3.22) : "건설업자의 별장에서 성접대에 동원됐다고 진술한 여성이 필로폰도 투약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별장 접대를 했다는 여성들의 머리카락에서 마약이 검출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KBS(3.23) : "별장 접대를 했다는 여성들의 모발에서 약물 성분이 검출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문제의 동영상에 대해서도 성접대 동영상이다, 음악 CD일 뿐이다라는 엇갈린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취재원으로 둔 상반된 기사들이 나오면서 혼란을 가중시킨 겁니다.

<녹취> SBS(3.21) : "윤 씨가 타고다니던 벤츠 차량 안에 유력인사들의 성관계 동영상이 저장된 CD가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KBS(3.22) : "차안에서 6장의 CD가 발견됐지만 모두 재즈와 클래식 CD였고 이 사실을 고소인여성에게도 알려줬다는 겁니다."

이외에도 같은 날 동시 다발로 쏟아지는 기사에도 단독이나 특종이란 제목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경찰 기자실 내부에서는 이런 보도들에 대한 자제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녹취> 경찰청 출입기자 간사 : "당일 통신 등 타매체에서 뻔히 나온 내용을 ‘단독’달아서 자랑스럽게 올리시는 분 있는데 큰 일 발생할수록 스스로 양심 져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기자들 스스로도 지금 언론 보도는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며 우려하는 겁니다.

<인터뷰> 박종률(기자협회장) : "벨류를 따져 볼 때 너무 지나치게 또 불필요한 데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나 보고요. 나름 일선 기자들의 노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데스크들이 좀 더 책임 있는 관점에서 이번 사안을 다뤘으면 하는 안타까움도 있고 우려스러움도 없지 않습니다."

<질문4> 성 스캔들 사건, 이렇게 낯 뜨거운 수준으로 보도되는 게 처음은 아닐텐데요.

문제는 계속 제기되는데 자꾸 반복되는 이유가 있습니까?

<답변4>

언론이 선정적이고 흥미위주 식 보도관행을 버리지 못하는 건 그동안 성추문 관련 보도가 방송뉴스에선 시청률을, 인터넷신문에선 페이지 조회 수를 크게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언론이 보여준 선정성은 과거의 신정아 씨 관련 보도나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 관련 뉴스가 보도될 당시, 언론이 보여준 황색 저널리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 언론은 사건의 핵심인, 불법행위 여부, 공직기강의 해이와 기밀유출 등을 파헤치기 보단 남녀 간의 치정과 애정관계에 무게를 두고 흥미 위주의 사진을 크게 게재하면서 선정적인 보도에 집중했고, 결론은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녹취> 문화일보(2007.10.18.) : "알권리 최우선 고려했던 신정아 관련 보도 선정성, 인권침해 논란 야기한데 사과합니다."

<녹취> MBC(3.26) : "이달 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에 대한 정부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정부는 스파이 사건이 아니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선정적인 보도가 반복될 뿐 아니라 점점 확대되기까지 하는 것일까?

선정적인 보도는 실제로 방송사의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인터넷 신문의 경우엔 조회수가 올라가 광고료 산정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인터뷰> 추혜선(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 "동영상에 누가누가 나왔다는 정보들이 흘러다니고 있는데요, 그런 정보들에 기대서 그걸 재상산하는 보도들이 굉장히 난무하더라구요. 이게 실시간 검색어에 연결되면서 조회수를 늘리게하는 부분들이 광고랑 연결되기 때문에 굉장히 심각하죠. "

특히, 신생 언론이 많아지면서 시청자와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같은 보도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종편채널인 JTBC 사측에서는 주요 뉴스프로그램의 시청률을 기자들의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이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녹취> 중앙일보 노보(2013.2.14) : "방영되는 기사마다 시청률과 기여도를 기록해 연중 2회 실시되는 업무 평가에 30%를 반영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언론사간 경쟁 속에 저널리즘이 실종되는 부끄러운 자화상이 드러났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양승찬(교수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 "시청률 경쟁 , 광고 경쟁, 부수경쟁, 클릭 수 경쟁 속에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황색 저널리즘이 팽배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보호하고 언론의 품격을 유지한다는 저널리즘의 가치가 실종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질문5> 요즘 신문, 방송 보도를 보면 가족과 함께 볼 수 없을 정도로 선정적인 기사가 비일비재 한데요.

그렇다고 해서 고위층 성추문 의혹 보도를 안 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어떤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답변5>

선정성에서 논란이 된 보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사로 권고나 제재조치를 받고 있긴 합니다.

문제는 사후조치란 면에서 이미 늦고, 또 심사결과가 언론사에 심각한 불이익을 주지 않아 이같은 선정성 경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한 종편 채널에서 유명 연예인의 성행위 동영상을 뉴스에 등장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황색 저널리즘이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방송심의 결과는 권고에 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사의 선정성에 비해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언론사들의 반성을 이끌지 못한다고 우려합니다.

<인터뷰> 추혜선(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한 보도의 상식적인 틀들을 조금씩 깨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부분들에 대해서 방심위가 규제기구의 역할을 못 하고 있고 그대로 흘러가는 대로 방치가 되는 이런 상황인데"

또한 이번 별장 접대 사건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평소 지역 언론 등의 역할이 아쉬웠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방소도시의 경우 권력과 돈 많은 업자와의 친분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이 되기 쉬운 만큼 지역 언론의 감시 기능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또, 선정적인 사건에 휩싸여 정작 중요한 이슈를 놓치거나, 사건의 핵심이나 구조적인 문제 대신 몇몇 인물을 초점으로 가십거리를 쫓아가는 듯한 보도 태도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박종률(기자협회장) : "이번에 성접대 논란 성접대 동영상 이런 부분들도 사실은 바로 선정성에 근거한 부작용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사제에 우리 언론인들이 과연 언론이 어떠해야 될까 라는 언론의 품격 품위 문제에 대한 언론인들의 반성 또는 성찰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언론이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는 것 자체는 당연하고도 장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는 언론의 민낯도 이번 별장 접대 관련 보도에서 여과 없이 드러났습니다.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인 이번 사건에서 이미 떨어진 저널리즘의 품격을 회복하는 방안도 함께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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