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만 감싸나?

입력 2013.03.29 (23:57) 수정 2013.03.3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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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건데요.

하지만 국제 기준에 비춰볼 때 한국기업은 사회적 책임 의식이 부족해서 현지 사회에서 논란을 빚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할 국내 언론의 목소리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해외진출 기업에 관한 보도에서 드러난 국내 언론의 한계를 구경하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포스코는 인권침해를 멈춰라."

낯선 외국인의 목소리가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울려 퍼집니다.

포스코 주주총회에 맞춰 인도에서 온 인권운동가들입니다.

포스코의 인도 제철소 건설사업으로 주민 2만여 명이 강제이주되고 환경도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인터뷰> 찬드라나트 다니(인도 인권운동가) : "한국인들은 포스코를 한국에서 윤리경영을 하는 최고의 기업 중 하나로 존경합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포스코가 어떻게 사업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알리러 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한국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시민단체가 기자 300여 명에게 기자회견 소식을 미리 알렸지만 한 손에 꼽을 정도의 기자만 참석했습니다.

이들의 활동 소식은 다음날 신문 두 곳에만 실렸습니다.

<녹취> 경향신문 : “제철소 건설 현지 주민 반발 인도 인권 활동가들 연대 호소”

포스코의 오디샤 제철소 사업은 인도에선 7년 넘게 뜨거운 현안입니다.

우리 돈으로 12조 원이 투자되는 인도 사상 최대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사업인데,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고 주 정부의 인허가 과정에도 문제가 제기되면서 사업 추진이 지연되어 왔습니다.

결국 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포스코와 주 정부가 맺은 양해각서의 기한이 끝났습니다.

찬반 주민 사이에 여러 차례 폭력사태가 빚어졌고 이달 초에는 사제 폭발물까지 터져 반대 측 주민 3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인도 언론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해왔습니다.

구글로 검색해보니 제목에 포스코 인도 사업을 넣은 인도 언론의 영어기사만 1300여 건.

사업이 시작된 2005년 6월부터 인도 언론은 포스코 사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쉼없이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언론은 이 사안을 거의 다루지 않았습니다.

국내 언론의 이런 무관심은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원주민의 권리와 환경, 인권 등을 기준으로 이 논란을 다뤄온 것과도 대조됩니다.

<인터뷰> 남영숙(교수/이화여대 글로벌 사회적 책임 센터) : “지켜야 될 국제 규범의 수준은 상당히 높고요. 그에 비해 기업들의 인식이 아주 굉장히 낮기 때문에 현지 사회에 가보면 문제를 제기하는 집단들이 굉장히 많고,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 기업의 낮은 CSR (사회책임경영) 행태에 대해서 문제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언론들이 보도를 안하고 있어요.”

국내 언론들은 관련기사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반영하기보다는 포스코의 입장을 전하는데 그쳤습니다.

<녹취> 서울경제 : "17일 포스코에 따르면 인도를 방문 중인 정준양 회장은 현지에서 "의료ㆍ교육ㆍ직업훈련 등의 사업을 추진할 대규모 공익재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녹취> 매일경제 : “포스코의 야심찬 해외 제철소 건립 프로젝트가 타격을 받고 있다.”

현지 취재를 통해 갈등 원인과 쟁점을 심층 분석한 국내 기사는 언론사가 아니라 시민단체 활동으로 나왔습니다.

<녹취> 오마이뉴스 : “포스코가 아무리 많은 보상을 해준다 할지라도 자신들의 땅을 결코 떠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인터뷰> 황필규(해외한국기업감시) : "현지조사를 가려고 해도 시민사회에선 그 돈을 마련하는데도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기업들은 오히려 언론들을 불러서 홍보성 기사를 쓰게 하고, 심각한 사태가 벌어져도 현지에서 직접 보고 증거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진실게임으로 가져가는 양상입니다."

국경을 넘어 경영활동을 하는 다국적 기업이 등장하면서, 외국의 언론들은 일찍부터 이들 기업이 현지에서 자국과 같은 기준으로 경영활동을 하는지 주목해왔습니다.

미국 라이프 지는 1996년 파키스탄 소년이 나이키 축구공을 만드는 사진을 통해 저개발국에서 이뤄지는 다국적 기업의 아동노동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BBC 등 다른 언론의 후속 보도와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이어졌고 결국 나이키는 문제 해결을 약속했습니다.

뉴욕타임스도 지난해 애플의 중국 하청공장에서 일어난 장시간 노동실태를 심층 보도했습니다.

한국 언론들도 애플에 대해서는 외국 언론과 한목소리로 비판했습니다.

애플의 중국 하청공장에서 노동자의 자살이 잇따르자 자살 신드롬, 피투성이 애플 등 자극적인 단어까지 동원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2009.7.29) : “애플은 세계 최고 IT기업이지만 뒤편에서는 착취당하는 중국 근로자들이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서울경제 2012.10.17 “오죽하면 애플판 노예계약서라는 말이 나올까 싶다”

그러나 비슷한 문제가 한국 기업인 삼성에서 제기되자 국내 언론의 태도는 달라졌습니다.

미국의 인권단체가 삼성전자의 중국 협력업체에서 불법 아동노동이 이뤄졌다고 발표하자, 정작 문제가 된 의혹은 보도하지 않고 삼성전자의 해명과 대응을 중심으로 한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 "삼성전자는 9일 중국 협력회사인 HEG일렉트로닉스가 16세 미만 아동을 고용했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단을 파견했다"

<녹취> 조선비즈 : “삼성전자 중국 협력사 아동공 의혹에 사실무근”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지 현지 취재를 통해 확인하려 한 언론은 한겨레가 유일했습니다.

<녹취> 한겨레 : "중국노동감시 쪽의 주장은 <한겨레>가 만난 톈진시의 삼성 노동자들로부터도 확인됐다. 지난 8월23~24일 만난 노동자들은 16살 미만의 아동이 일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세계 IT 시장의 경쟁자인 애플과 삼성전자의 사안이 등장할 때마다 국내 언론은 한국기업인 삼성전자의 입장에 서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녹취> 관훈클럽(2012.12.12/매경 기자) : “삼성과의 특허소송 이후 애플행보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에 보도 빈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내심으로 한국 대표기업 삼성을 괴롭히는 애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국내 언론이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자동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09년 도요타 자동차의 대량 리콜 사태가 일어나자, 국내 언론들은 관련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차체 결함에 대한 분석부터 도요타의 후속 대응까지 6개월간 비판 기사가 이어졌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 :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도요타가 미국에서 무려 380만 대를 리콜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녹취> SBS 뉴스8 :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이라던 도요타 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지금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도요타와 사안의 심각성과 파급효과가 다르긴 하지만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연비를 과장해 미국 언론에 사과광고까지 내게 되자 국내 언론의 입장은 또 달라졌습니다.

<녹취> 한국경제 : “도요타는 안전상의 문제 ‘표기오류’ 현대차와 달라 ”

<녹취> 매일경제 : "신속한 보상이 신뢰 오히려 높일 것"

전문가들은 국내 언론이 유독 한국기업에 관대한 보도태도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해외진출 한국기업이 대부분 대기업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인터뷰> 이봉현(박사/한겨레경제연구소) : "대부분의 언론들이 광고, 협찬 등과 관련해서 기업들과 긴밀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이 잘한 일은 충분히 보도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일들을 보도하기 위해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기업을 감싸는 국내 언론의 보도태도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포스코에 연기금을 투자한 네덜란드 정부는, 포스코가 인도에서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는지를 공동조사하자고 한국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유엔책임투자원칙을 따르는 해외 투자자 일부가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남영숙(교수/이화여대 글로벌 사회적 책임 센터) : “현지 이해관계자와 공생경영을 추구하지 않을 경우 실제로 기업의 중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또 그것이 국가적인 경쟁력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심층적인 보도가 지속적으로 되는 것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언론이 해줄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사 역시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인 경영기반을 마련하려면 독자들을 위한 기업 감시 보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이봉현(박사/한겨레경제연구소) : "경제적인 압박으로부터 독립해서 바르고 공정한 보도를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독자의 신뢰를 얻어서 언론사의 경영과 장기적인 유지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될 것입니다."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벌이는 한국기업이 경영 과정에서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의 기준은 한국에서나 외국에서나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이 국제수준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언론이 건강한 감시와 비판 기능을 수행할 때, 기업도, 언론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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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기업만 감싸나?
    • 입력 2013-03-30 12:56:07
    • 수정2013-03-30 13: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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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건데요.

하지만 국제 기준에 비춰볼 때 한국기업은 사회적 책임 의식이 부족해서 현지 사회에서 논란을 빚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할 국내 언론의 목소리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해외진출 기업에 관한 보도에서 드러난 국내 언론의 한계를 구경하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포스코는 인권침해를 멈춰라."

낯선 외국인의 목소리가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울려 퍼집니다.

포스코 주주총회에 맞춰 인도에서 온 인권운동가들입니다.

포스코의 인도 제철소 건설사업으로 주민 2만여 명이 강제이주되고 환경도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인터뷰> 찬드라나트 다니(인도 인권운동가) : "한국인들은 포스코를 한국에서 윤리경영을 하는 최고의 기업 중 하나로 존경합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포스코가 어떻게 사업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알리러 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한국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시민단체가 기자 300여 명에게 기자회견 소식을 미리 알렸지만 한 손에 꼽을 정도의 기자만 참석했습니다.

이들의 활동 소식은 다음날 신문 두 곳에만 실렸습니다.

<녹취> 경향신문 : “제철소 건설 현지 주민 반발 인도 인권 활동가들 연대 호소”

포스코의 오디샤 제철소 사업은 인도에선 7년 넘게 뜨거운 현안입니다.

우리 돈으로 12조 원이 투자되는 인도 사상 최대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사업인데,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고 주 정부의 인허가 과정에도 문제가 제기되면서 사업 추진이 지연되어 왔습니다.

결국 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포스코와 주 정부가 맺은 양해각서의 기한이 끝났습니다.

찬반 주민 사이에 여러 차례 폭력사태가 빚어졌고 이달 초에는 사제 폭발물까지 터져 반대 측 주민 3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인도 언론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해왔습니다.

구글로 검색해보니 제목에 포스코 인도 사업을 넣은 인도 언론의 영어기사만 1300여 건.

사업이 시작된 2005년 6월부터 인도 언론은 포스코 사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쉼없이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언론은 이 사안을 거의 다루지 않았습니다.

국내 언론의 이런 무관심은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원주민의 권리와 환경, 인권 등을 기준으로 이 논란을 다뤄온 것과도 대조됩니다.

<인터뷰> 남영숙(교수/이화여대 글로벌 사회적 책임 센터) : “지켜야 될 국제 규범의 수준은 상당히 높고요. 그에 비해 기업들의 인식이 아주 굉장히 낮기 때문에 현지 사회에 가보면 문제를 제기하는 집단들이 굉장히 많고,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 기업의 낮은 CSR (사회책임경영) 행태에 대해서 문제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언론들이 보도를 안하고 있어요.”

국내 언론들은 관련기사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반영하기보다는 포스코의 입장을 전하는데 그쳤습니다.

<녹취> 서울경제 : "17일 포스코에 따르면 인도를 방문 중인 정준양 회장은 현지에서 "의료ㆍ교육ㆍ직업훈련 등의 사업을 추진할 대규모 공익재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녹취> 매일경제 : “포스코의 야심찬 해외 제철소 건립 프로젝트가 타격을 받고 있다.”

현지 취재를 통해 갈등 원인과 쟁점을 심층 분석한 국내 기사는 언론사가 아니라 시민단체 활동으로 나왔습니다.

<녹취> 오마이뉴스 : “포스코가 아무리 많은 보상을 해준다 할지라도 자신들의 땅을 결코 떠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인터뷰> 황필규(해외한국기업감시) : "현지조사를 가려고 해도 시민사회에선 그 돈을 마련하는데도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기업들은 오히려 언론들을 불러서 홍보성 기사를 쓰게 하고, 심각한 사태가 벌어져도 현지에서 직접 보고 증거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진실게임으로 가져가는 양상입니다."

국경을 넘어 경영활동을 하는 다국적 기업이 등장하면서, 외국의 언론들은 일찍부터 이들 기업이 현지에서 자국과 같은 기준으로 경영활동을 하는지 주목해왔습니다.

미국 라이프 지는 1996년 파키스탄 소년이 나이키 축구공을 만드는 사진을 통해 저개발국에서 이뤄지는 다국적 기업의 아동노동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BBC 등 다른 언론의 후속 보도와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이어졌고 결국 나이키는 문제 해결을 약속했습니다.

뉴욕타임스도 지난해 애플의 중국 하청공장에서 일어난 장시간 노동실태를 심층 보도했습니다.

한국 언론들도 애플에 대해서는 외국 언론과 한목소리로 비판했습니다.

애플의 중국 하청공장에서 노동자의 자살이 잇따르자 자살 신드롬, 피투성이 애플 등 자극적인 단어까지 동원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2009.7.29) : “애플은 세계 최고 IT기업이지만 뒤편에서는 착취당하는 중국 근로자들이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서울경제 2012.10.17 “오죽하면 애플판 노예계약서라는 말이 나올까 싶다”

그러나 비슷한 문제가 한국 기업인 삼성에서 제기되자 국내 언론의 태도는 달라졌습니다.

미국의 인권단체가 삼성전자의 중국 협력업체에서 불법 아동노동이 이뤄졌다고 발표하자, 정작 문제가 된 의혹은 보도하지 않고 삼성전자의 해명과 대응을 중심으로 한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 "삼성전자는 9일 중국 협력회사인 HEG일렉트로닉스가 16세 미만 아동을 고용했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단을 파견했다"

<녹취> 조선비즈 : “삼성전자 중국 협력사 아동공 의혹에 사실무근”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지 현지 취재를 통해 확인하려 한 언론은 한겨레가 유일했습니다.

<녹취> 한겨레 : "중국노동감시 쪽의 주장은 <한겨레>가 만난 톈진시의 삼성 노동자들로부터도 확인됐다. 지난 8월23~24일 만난 노동자들은 16살 미만의 아동이 일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세계 IT 시장의 경쟁자인 애플과 삼성전자의 사안이 등장할 때마다 국내 언론은 한국기업인 삼성전자의 입장에 서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녹취> 관훈클럽(2012.12.12/매경 기자) : “삼성과의 특허소송 이후 애플행보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에 보도 빈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내심으로 한국 대표기업 삼성을 괴롭히는 애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국내 언론이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자동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09년 도요타 자동차의 대량 리콜 사태가 일어나자, 국내 언론들은 관련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차체 결함에 대한 분석부터 도요타의 후속 대응까지 6개월간 비판 기사가 이어졌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 :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도요타가 미국에서 무려 380만 대를 리콜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녹취> SBS 뉴스8 :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이라던 도요타 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지금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도요타와 사안의 심각성과 파급효과가 다르긴 하지만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연비를 과장해 미국 언론에 사과광고까지 내게 되자 국내 언론의 입장은 또 달라졌습니다.

<녹취> 한국경제 : “도요타는 안전상의 문제 ‘표기오류’ 현대차와 달라 ”

<녹취> 매일경제 : "신속한 보상이 신뢰 오히려 높일 것"

전문가들은 국내 언론이 유독 한국기업에 관대한 보도태도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해외진출 한국기업이 대부분 대기업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인터뷰> 이봉현(박사/한겨레경제연구소) : "대부분의 언론들이 광고, 협찬 등과 관련해서 기업들과 긴밀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이 잘한 일은 충분히 보도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일들을 보도하기 위해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기업을 감싸는 국내 언론의 보도태도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포스코에 연기금을 투자한 네덜란드 정부는, 포스코가 인도에서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는지를 공동조사하자고 한국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유엔책임투자원칙을 따르는 해외 투자자 일부가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남영숙(교수/이화여대 글로벌 사회적 책임 센터) : “현지 이해관계자와 공생경영을 추구하지 않을 경우 실제로 기업의 중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또 그것이 국가적인 경쟁력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심층적인 보도가 지속적으로 되는 것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언론이 해줄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사 역시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인 경영기반을 마련하려면 독자들을 위한 기업 감시 보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이봉현(박사/한겨레경제연구소) : "경제적인 압박으로부터 독립해서 바르고 공정한 보도를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독자의 신뢰를 얻어서 언론사의 경영과 장기적인 유지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될 것입니다."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벌이는 한국기업이 경영 과정에서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의 기준은 한국에서나 외국에서나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이 국제수준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언론이 건강한 감시와 비판 기능을 수행할 때, 기업도, 언론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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