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인호 “LP 세대의 추억·낭만 담았죠”

입력 2013.04.0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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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과 24년 만에 '신촌블루스' LP 녹음

"1980년대에 주로 활동한 저희에겐 CD보다 LP가 친숙해요. 마지막 LP 세대인 셈이죠. 요즘 음악에는 없는 그 시절만의 '무드'를 담고 싶었습니다."

1980년대를 풍미한 그룹 신촌블루스의 엄인호(61), 이정선(63)이 24년 만에 함께 새 음반을 낸다.

신촌블루스의 노래를 새롭게 편곡하고, 신곡도 추가해 오는 6월 LP를 출시하는 것.

'신촌블루스 포에버'라는 가제를 붙인 이 음반(2 LP)에는 '골목길', '환상' 등 모두 20곡이 담길 예정이다. 신곡도 1-2곡 가량 포함된다.

엄인호는 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정선 씨나 저나 앞으로 녹음할 기회가 얼마나 되겠나"라면서 "'마지막 LP 세대'의 추억이 담긴 앨범을 만들어 간직하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음반(LP) 생각을 한 지는 한 3-4년 됐어요. 하지만 음반 시장이 워낙 불황이라 엄두를 못냈죠. 그러다 우연히 후배한테 마장동 벨포닉스 스튜디오 얘기를 들었어요. LP 커팅하는 기계가 아직도 있다고 하더라고. 스튜디오에 가서 실제로 그 기계를 보는 순간 결심했어요. 정말 (녹음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벨포닉스 스튜디오에서 음반 제작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일은 술술 풀렸다. 엄인호는 부랴부랴 이정선에게 연락을 했고 기타리스트 장재환, 베이시스트 이경남, 드러머 신석철 등 실력파 연주자들을 세션으로 섭외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달 21일 첫 녹음이 이뤄졌다.

"목요일마다 모여서 한 번 맞춰보고, 녹음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다들 바빠서 자주 모이긴 어렵고. 아날로그 스타일로 한 번에 녹음하고 있어요."

신촌블루스는 한영애, 이광조를 필두로 고(故) 김현식, 이은미, 정경화 등 뛰어난 보컬리스트를 배출한 그룹으로 유명하다.

이번 음반에는 역대 보컬 중 정경화가 목소리를 보탰다. 가수 박완규, 정선연도 보컬로 참여한다.

"김현식 같은 친구가 다시 돌아올 수는 없는 거니까…. 박완규 씨처럼 간간이 연락하고 지내던 후배들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저랑 이정선 씨도 노래를 할 겁니다. 제가 한 3-4곡 정도는 하지 않을까 싶네요."

엄인호·이정선은 1978년 이광조와 함께 기타 트리오 '풍선'을 결성해 활동하다 1986년부터 '신촌블루스'란 이름을 썼다.

두 사람은 1989년 발표한 2집 '황혼'을 끝으로 함께 음반을 만들지 못했다. 이정선은 동덕여대 공연예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솔로 활동을 병행했고, 엄인호는 객원 멤버들과 '신촌블루스' 활동을 했다. 물론 솔로 활동도 했다.

"간간이 공연을 같이 하기도 했지만 음반 작업을 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2집 이후로는 처음이니까."

엄인호는 "옛날에는 녹음할 때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악보에서 눈을 못 떼곤 했는데 이젠 연륜이 있어서인지 아무래도 여유가 있더라"라면서 "옛날엔 못 느꼈던 희열 같은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이야 디지털 장비로 녹음을 하니까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쉽게 다시 녹음할 수 있지만 옛날엔 그게 안 되잖아요. 단번에 녹음을 해야 하니까. 틀리면 엔지니어한테 엄청 눈치가 보였어요.(웃음)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서 녹음한 거라 그런지 판이 나오면 기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고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는데 요즘엔 그런 무드가 없는 것 같아. 디지털 녹음은 너무 깔끔하게 끝나버려서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엄인호·이정선은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LP를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엄인호는 "저랑 이정선 씨의 솔로 앨범들, 신촌블루스의 앨범에 넣지 못했던 곡들을 편곡해 LP로 내고 싶다. 기회가 되면 재즈 밴드와도 한 번 작업하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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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인호 “LP 세대의 추억·낭만 담았죠”
    • 입력 2013-04-02 15:40:39
    연합뉴스
이정선과 24년 만에 '신촌블루스' LP 녹음 "1980년대에 주로 활동한 저희에겐 CD보다 LP가 친숙해요. 마지막 LP 세대인 셈이죠. 요즘 음악에는 없는 그 시절만의 '무드'를 담고 싶었습니다." 1980년대를 풍미한 그룹 신촌블루스의 엄인호(61), 이정선(63)이 24년 만에 함께 새 음반을 낸다. 신촌블루스의 노래를 새롭게 편곡하고, 신곡도 추가해 오는 6월 LP를 출시하는 것. '신촌블루스 포에버'라는 가제를 붙인 이 음반(2 LP)에는 '골목길', '환상' 등 모두 20곡이 담길 예정이다. 신곡도 1-2곡 가량 포함된다. 엄인호는 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정선 씨나 저나 앞으로 녹음할 기회가 얼마나 되겠나"라면서 "'마지막 LP 세대'의 추억이 담긴 앨범을 만들어 간직하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음반(LP) 생각을 한 지는 한 3-4년 됐어요. 하지만 음반 시장이 워낙 불황이라 엄두를 못냈죠. 그러다 우연히 후배한테 마장동 벨포닉스 스튜디오 얘기를 들었어요. LP 커팅하는 기계가 아직도 있다고 하더라고. 스튜디오에 가서 실제로 그 기계를 보는 순간 결심했어요. 정말 (녹음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벨포닉스 스튜디오에서 음반 제작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일은 술술 풀렸다. 엄인호는 부랴부랴 이정선에게 연락을 했고 기타리스트 장재환, 베이시스트 이경남, 드러머 신석철 등 실력파 연주자들을 세션으로 섭외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달 21일 첫 녹음이 이뤄졌다. "목요일마다 모여서 한 번 맞춰보고, 녹음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다들 바빠서 자주 모이긴 어렵고. 아날로그 스타일로 한 번에 녹음하고 있어요." 신촌블루스는 한영애, 이광조를 필두로 고(故) 김현식, 이은미, 정경화 등 뛰어난 보컬리스트를 배출한 그룹으로 유명하다. 이번 음반에는 역대 보컬 중 정경화가 목소리를 보탰다. 가수 박완규, 정선연도 보컬로 참여한다. "김현식 같은 친구가 다시 돌아올 수는 없는 거니까…. 박완규 씨처럼 간간이 연락하고 지내던 후배들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저랑 이정선 씨도 노래를 할 겁니다. 제가 한 3-4곡 정도는 하지 않을까 싶네요." 엄인호·이정선은 1978년 이광조와 함께 기타 트리오 '풍선'을 결성해 활동하다 1986년부터 '신촌블루스'란 이름을 썼다. 두 사람은 1989년 발표한 2집 '황혼'을 끝으로 함께 음반을 만들지 못했다. 이정선은 동덕여대 공연예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솔로 활동을 병행했고, 엄인호는 객원 멤버들과 '신촌블루스' 활동을 했다. 물론 솔로 활동도 했다. "간간이 공연을 같이 하기도 했지만 음반 작업을 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2집 이후로는 처음이니까." 엄인호는 "옛날에는 녹음할 때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악보에서 눈을 못 떼곤 했는데 이젠 연륜이 있어서인지 아무래도 여유가 있더라"라면서 "옛날엔 못 느꼈던 희열 같은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이야 디지털 장비로 녹음을 하니까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쉽게 다시 녹음할 수 있지만 옛날엔 그게 안 되잖아요. 단번에 녹음을 해야 하니까. 틀리면 엔지니어한테 엄청 눈치가 보였어요.(웃음)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서 녹음한 거라 그런지 판이 나오면 기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고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는데 요즘엔 그런 무드가 없는 것 같아. 디지털 녹음은 너무 깔끔하게 끝나버려서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엄인호·이정선은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LP를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엄인호는 "저랑 이정선 씨의 솔로 앨범들, 신촌블루스의 앨범에 넣지 못했던 곡들을 편곡해 LP로 내고 싶다. 기회가 되면 재즈 밴드와도 한 번 작업하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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