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 속 미·중 ‘미사일 방어’ 신경전

입력 2013.04.04 (10:59) 수정 2013.04.0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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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북억지' 명분 아래 아태지역 MD 강화
중국 "對中 견제·봉쇄용" 불쾌…반발 가능성

한반도 긴장국면의 한복판에서 동북아 역내질서를 할거하는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단초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이다. 미국이 북한의 잇따른 도발위협을 '억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MD 시스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이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는 형국이다.

미국이 대북 억지를 핑계 삼아 중국을 견제·봉쇄하고, 나아가 동북아 역내의 군사적 패권을 장악하려는 포석이라는 의구심이 짙게 깔렸다. 한동안 잠잠하던 MD 이슈가 한반도 위기를 고리로 G2(미·중)간 역내 주도권 다툼으로 비화할 수 있는 휘발성 높은 '뇌관'이 되는 흐름이다.

미국 국방부는 3일(현지시간) 최첨단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인 고고도방어체계(THAAD)를 수주일 내에 괌 기지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라는 게 국방부의 공식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북한의 도발위협을 바라보는 오바마 행정부의 인식은 전례없이 비상(非常)해 보인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 공식 발표 전 워싱턴DC 국방대학 강연에서 북한의 위협을 "실질적이고 명백한 위험"(real and clear danger)이라고 규정했다.

헤이글 장관의 이런 표현은 과거 전쟁의 선구자 역할을 해온 미국에 있어 특별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헤이글 장관은 특히 "북한은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의 영토인 괌과 하와이, 그리고 서부해안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위기감을 표출했다.

특히 이번에 배치된 고고도방어체계(사거리 200㎞, 요격고도 150㎞)는 하층 방어체계인 패트리엇 PAC-3(사거리 15∼45㎞, 요격고도 10∼15㎞)의 요격범위를 훨씬 뛰어넘어 북한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을 요격할 수 있는 최첨단 시스템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괌기지 MD 배치는 미국의 대외전략 변화라는 큰 틀에서 이미 '예고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0년부터 추진해온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전략과 직결된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라크·아프간전 등 중동에 쏠렸던 대외전략의 초점을 아시아로 다시 옮기는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을 의미한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MD 체제의 강화를 천명한 데 이어 지난달 18일 서부 해안의 MD 전력을 50% 늘리는 안을 승인했다.

특히 이란 미사일에 대비한 유럽 MD 계획 일부를 축소하면서 서부해안 MD를 강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중동의 '이란 위협' 방어에 투입될 예산을 동북아의 '북한 위협' 방어로 돌린 것이다.

이처럼 갈수록 구체화하는 미국의 MD 강화 움직임에 중국으로서는 긴장하는 표정이 뚜렷하다. 미국의 MD 시스템을 바로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일종의 군사적 '포위망'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MD를 고리로 삼아 한-미-일 3각 동맹체제를 가일층 공고화할 것이라는 베이징의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미국의 MD 시스템이 표면상으로는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할 수도 있다는 게 중국 측의 강한 의구심이다.

MD 체제의 강화는 중국이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무기인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 요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달 18일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미국의 대북 방어용 MD 구축을 서두르는 데 대해 "MD 배치 강화는 대립만 가중시킬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전 세계 및 지역의 전략적 균형 및 안정에 관련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이 유럽지역 MD 시스템을 강화하는데 우려를 표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번 괌 기지 MD 배치에 대해 중국은 어떤 형태로든 불쾌감을 표출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MD 구축 강화가 중국에 대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지 못하면 미국이 역내에서의 군사력을 증강하겠다는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MD를 둘러싼 미·중의 신경전이 한반도 위기상황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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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위기 속 미·중 ‘미사일 방어’ 신경전
    • 입력 2013-04-04 10:59:40
    • 수정2013-04-04 11:04:28
    연합뉴스
미국 '대북억지' 명분 아래 아태지역 MD 강화 중국 "對中 견제·봉쇄용" 불쾌…반발 가능성 한반도 긴장국면의 한복판에서 동북아 역내질서를 할거하는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단초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이다. 미국이 북한의 잇따른 도발위협을 '억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MD 시스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이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는 형국이다. 미국이 대북 억지를 핑계 삼아 중국을 견제·봉쇄하고, 나아가 동북아 역내의 군사적 패권을 장악하려는 포석이라는 의구심이 짙게 깔렸다. 한동안 잠잠하던 MD 이슈가 한반도 위기를 고리로 G2(미·중)간 역내 주도권 다툼으로 비화할 수 있는 휘발성 높은 '뇌관'이 되는 흐름이다. 미국 국방부는 3일(현지시간) 최첨단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인 고고도방어체계(THAAD)를 수주일 내에 괌 기지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라는 게 국방부의 공식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북한의 도발위협을 바라보는 오바마 행정부의 인식은 전례없이 비상(非常)해 보인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 공식 발표 전 워싱턴DC 국방대학 강연에서 북한의 위협을 "실질적이고 명백한 위험"(real and clear danger)이라고 규정했다. 헤이글 장관의 이런 표현은 과거 전쟁의 선구자 역할을 해온 미국에 있어 특별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헤이글 장관은 특히 "북한은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의 영토인 괌과 하와이, 그리고 서부해안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위기감을 표출했다. 특히 이번에 배치된 고고도방어체계(사거리 200㎞, 요격고도 150㎞)는 하층 방어체계인 패트리엇 PAC-3(사거리 15∼45㎞, 요격고도 10∼15㎞)의 요격범위를 훨씬 뛰어넘어 북한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을 요격할 수 있는 최첨단 시스템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괌기지 MD 배치는 미국의 대외전략 변화라는 큰 틀에서 이미 '예고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0년부터 추진해온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전략과 직결된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라크·아프간전 등 중동에 쏠렸던 대외전략의 초점을 아시아로 다시 옮기는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을 의미한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MD 체제의 강화를 천명한 데 이어 지난달 18일 서부 해안의 MD 전력을 50% 늘리는 안을 승인했다. 특히 이란 미사일에 대비한 유럽 MD 계획 일부를 축소하면서 서부해안 MD를 강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중동의 '이란 위협' 방어에 투입될 예산을 동북아의 '북한 위협' 방어로 돌린 것이다. 이처럼 갈수록 구체화하는 미국의 MD 강화 움직임에 중국으로서는 긴장하는 표정이 뚜렷하다. 미국의 MD 시스템을 바로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일종의 군사적 '포위망'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MD를 고리로 삼아 한-미-일 3각 동맹체제를 가일층 공고화할 것이라는 베이징의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미국의 MD 시스템이 표면상으로는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할 수도 있다는 게 중국 측의 강한 의구심이다. MD 체제의 강화는 중국이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무기인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 요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달 18일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미국의 대북 방어용 MD 구축을 서두르는 데 대해 "MD 배치 강화는 대립만 가중시킬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전 세계 및 지역의 전략적 균형 및 안정에 관련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이 유럽지역 MD 시스템을 강화하는데 우려를 표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번 괌 기지 MD 배치에 대해 중국은 어떤 형태로든 불쾌감을 표출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MD 구축 강화가 중국에 대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지 못하면 미국이 역내에서의 군사력을 증강하겠다는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MD를 둘러싼 미·중의 신경전이 한반도 위기상황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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