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친자확인 검사

입력 2001.11.24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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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유전자 검사 업체가 난립하면서 엉터리 검사 때문에 가정파괴는 물론 사람의 운명까지 뒤바뀌는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기동취재부 이주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김 모 씨는 평소 딸이 자신을 닮지 않았다고 생각해 오다가 지난 4월 친자검사를 해 준다는 한 유전자 검사 회사를 찾았습니다.
며칠 뒤 결과를 받아보고 김 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과 딸의 머리카락에서 나온 유전자 9개 가운데 3개가 일치하지 않아 친자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김 모씨: 아이들이 병원에서 바뀌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엄마는 맞다는 거예요.
⊙기자: 그때부터 가정불화가 끊이질 않았고 별거까지 했습니다.
⊙김 모씨: 애들한테 손찌검하는데 아이 엄마한테 어떻게 했겠어요.
짐승 취급을 했다 할까...
⊙기자: 결국 부인의 주장에 이끌려 최근 한 대학에 재검을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뜻밖에도 친자가 맞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검사 결과와는 정반대로 자신과 딸의 혈액 유전자 17개는 정확하게 일치했습니다.
처음 친자검사를 한 회사를 찾아가 양쪽의 검사 결과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양쪽이 모두 검사했던 아버지의 9개 유전자형 가운데 한 유전자형이 서로 다릅니다.
⊙유전자 검사회사 대표: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겁니다.
⊙기자: 어머니 유전자형 두 개에서도 결정적인 오류가 나옵니다.
아예 어머니의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와 뒤바뀌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분석보고서를 확인해 봤습니다.
검사과정조차 기록해 두지 않아 어디가 잘못됐는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기자: 이렇게 돼 있으면 오류가 어디서 일어났는지 찾아낼 수 있습니까?
⊙유전자 검사회사 직원: 찾아낼 수가 없죠.
⊙기자: 심지어 아무런 규제가 없어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유전자 검사회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회사 대표: 현재 아무런 법규라든가 어떤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그냥 임의로 회사를 설립을 하고 우리가 유전자 감식을 한다.
⊙기자: 다섯 살 된 지혜 역시 서로 다른 유전자 검사 결과 때문에 운명이 뒤바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양쪽의 검사과정이 전혀 공개되지 않아 어느 쪽이 틀렸는지 확인하지 못한 채 애만 태우고 있습니다.
⊙노 모씨(지혜(가명) 어머니): 처음부터 했던 걸 양쪽에 비교를 해서 어떤 게 오류가 됐는지를 저는 그거만 지금 알고 싶어요.
⊙기자: 미국의 경우 FBI와 혈액은행이 유전자 검사업체의 숙련도와 검사방법 등에 대한 인증제도를 도입해 엉터리 친자검사를 막고 있습니다.
⊙황적준(박사/고려대 법의학교실): 국가가 인증하는 기관에 한해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인증제도가 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전국의 친자검사 업체는 모두 20여 곳으로 한 해 1000건이 넘는 유전자 검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주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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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 믿을 친자확인 검사
    • 입력 2001-11-24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최근 유전자 검사 업체가 난립하면서 엉터리 검사 때문에 가정파괴는 물론 사람의 운명까지 뒤바뀌는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기동취재부 이주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김 모 씨는 평소 딸이 자신을 닮지 않았다고 생각해 오다가 지난 4월 친자검사를 해 준다는 한 유전자 검사 회사를 찾았습니다. 며칠 뒤 결과를 받아보고 김 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과 딸의 머리카락에서 나온 유전자 9개 가운데 3개가 일치하지 않아 친자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김 모씨: 아이들이 병원에서 바뀌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엄마는 맞다는 거예요. ⊙기자: 그때부터 가정불화가 끊이질 않았고 별거까지 했습니다. ⊙김 모씨: 애들한테 손찌검하는데 아이 엄마한테 어떻게 했겠어요. 짐승 취급을 했다 할까... ⊙기자: 결국 부인의 주장에 이끌려 최근 한 대학에 재검을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뜻밖에도 친자가 맞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검사 결과와는 정반대로 자신과 딸의 혈액 유전자 17개는 정확하게 일치했습니다. 처음 친자검사를 한 회사를 찾아가 양쪽의 검사 결과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양쪽이 모두 검사했던 아버지의 9개 유전자형 가운데 한 유전자형이 서로 다릅니다. ⊙유전자 검사회사 대표: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겁니다. ⊙기자: 어머니 유전자형 두 개에서도 결정적인 오류가 나옵니다. 아예 어머니의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와 뒤바뀌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분석보고서를 확인해 봤습니다. 검사과정조차 기록해 두지 않아 어디가 잘못됐는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기자: 이렇게 돼 있으면 오류가 어디서 일어났는지 찾아낼 수 있습니까? ⊙유전자 검사회사 직원: 찾아낼 수가 없죠. ⊙기자: 심지어 아무런 규제가 없어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유전자 검사회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회사 대표: 현재 아무런 법규라든가 어떤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그냥 임의로 회사를 설립을 하고 우리가 유전자 감식을 한다. ⊙기자: 다섯 살 된 지혜 역시 서로 다른 유전자 검사 결과 때문에 운명이 뒤바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양쪽의 검사과정이 전혀 공개되지 않아 어느 쪽이 틀렸는지 확인하지 못한 채 애만 태우고 있습니다. ⊙노 모씨(지혜(가명) 어머니): 처음부터 했던 걸 양쪽에 비교를 해서 어떤 게 오류가 됐는지를 저는 그거만 지금 알고 싶어요. ⊙기자: 미국의 경우 FBI와 혈액은행이 유전자 검사업체의 숙련도와 검사방법 등에 대한 인증제도를 도입해 엉터리 친자검사를 막고 있습니다. ⊙황적준(박사/고려대 법의학교실): 국가가 인증하는 기관에 한해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인증제도가 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전국의 친자검사 업체는 모두 20여 곳으로 한 해 1000건이 넘는 유전자 검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주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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