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 가스 누출 업체는 ‘멀쩡’·옆 공장은 ‘난리’

입력 2013.04.10 (13:39) 수정 2013.04.1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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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새벽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에서 안경렌즈를 생산하는 D사에서 발생한 황 성분 가스 누출 사고의 최대 피해자는 아이러니하게 인근 반도체 공장이다.

정작 가스가 누출된 렌즈공장은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가스 여과 장치를 손봐 오전 6시께부터 정상 가동하고 있다. 직원들도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접한 N 반도체 회사 근로자들은 줄줄이 병원 신세를 지고, 일부 공장은 이날 오전 11시 현재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가스 누출 사고로 N사가 본 피해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얼굴이 갑자기 붉어진 근로자들이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하다가 하나둘씩 구토를 하고, 심지어 바닥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한 직원도 있었다. 현장 근로자들은 "유독 물질에 중독됐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하면서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아연실색한 N사 측은 오전 4시께 D사와 인접한 제2공장의 조업을 전면 중단하고, 일하던 근로자 1천여명을 다른 공장이나 공원으로 긴급 대피시켰다.

구토 증세를 보이는 근로자 100여명은 청주의 자체 지정병원으로 후송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수송 차량이 부족해 '콜밴' 등 영업차량까지 불렀다.

그러나 오창산단관리공단이 긴급 파악한 결과 D사는 물론 인접한 또 다른 업체인 E사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유독 N공장에 피해가 쏠린 이유는 뭘까.

정확한 이유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지금으로서는 반도체 공장의 특수성 때문으로 보인다. 미세 먼지 등을 차단해야 하는 공정 특성상 통풍 장치가 없어 유입된 가스 성분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해 유해 가스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얘기다.

병원으로 옮겨진 이 회사의 한 근로자는 "실내에 통풍 장치가 없어 유입된 가스가 환기되지 않고 머무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 조사를 나온 충북도의 한 관계자도 "N사에 흘러들어간 역겹고 매캐한 가스가 제때 빠지지 않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근로자 가운데 6명은 산소 호흡기까지 착용하는 등 증세가 심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고가 수습되면 N사는 D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N사는 "이전에도 수차례 가스 냄새가 심해 민원을 제기했다"며 "지난해는 D사로부터 2천5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창산단 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D사의 가스 여과장치가 원인 불명의 이유로 작동이 중단돼 역겨운 가스가 제거되지 않은 채 배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오창산단 내 다른 업체의 피해를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도는 D사의 '중합로'가 과열돼 고장나면서 평소보다 많은 가스 성분이 배출된 탓에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업체인 D사는 1985년 대전에서 설립됐으며 2007년 오창공장을 신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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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창 가스 누출 업체는 ‘멀쩡’·옆 공장은 ‘난리’
    • 입력 2013-04-10 13:39:30
    • 수정2013-04-10 13:56:26
    연합뉴스
10일 새벽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에서 안경렌즈를 생산하는 D사에서 발생한 황 성분 가스 누출 사고의 최대 피해자는 아이러니하게 인근 반도체 공장이다.

정작 가스가 누출된 렌즈공장은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가스 여과 장치를 손봐 오전 6시께부터 정상 가동하고 있다. 직원들도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접한 N 반도체 회사 근로자들은 줄줄이 병원 신세를 지고, 일부 공장은 이날 오전 11시 현재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가스 누출 사고로 N사가 본 피해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얼굴이 갑자기 붉어진 근로자들이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하다가 하나둘씩 구토를 하고, 심지어 바닥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한 직원도 있었다. 현장 근로자들은 "유독 물질에 중독됐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하면서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아연실색한 N사 측은 오전 4시께 D사와 인접한 제2공장의 조업을 전면 중단하고, 일하던 근로자 1천여명을 다른 공장이나 공원으로 긴급 대피시켰다.

구토 증세를 보이는 근로자 100여명은 청주의 자체 지정병원으로 후송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수송 차량이 부족해 '콜밴' 등 영업차량까지 불렀다.

그러나 오창산단관리공단이 긴급 파악한 결과 D사는 물론 인접한 또 다른 업체인 E사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유독 N공장에 피해가 쏠린 이유는 뭘까.

정확한 이유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지금으로서는 반도체 공장의 특수성 때문으로 보인다. 미세 먼지 등을 차단해야 하는 공정 특성상 통풍 장치가 없어 유입된 가스 성분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해 유해 가스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얘기다.

병원으로 옮겨진 이 회사의 한 근로자는 "실내에 통풍 장치가 없어 유입된 가스가 환기되지 않고 머무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 조사를 나온 충북도의 한 관계자도 "N사에 흘러들어간 역겹고 매캐한 가스가 제때 빠지지 않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근로자 가운데 6명은 산소 호흡기까지 착용하는 등 증세가 심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고가 수습되면 N사는 D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N사는 "이전에도 수차례 가스 냄새가 심해 민원을 제기했다"며 "지난해는 D사로부터 2천5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창산단 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D사의 가스 여과장치가 원인 불명의 이유로 작동이 중단돼 역겨운 가스가 제거되지 않은 채 배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오창산단 내 다른 업체의 피해를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도는 D사의 '중합로'가 과열돼 고장나면서 평소보다 많은 가스 성분이 배출된 탓에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업체인 D사는 1985년 대전에서 설립됐으며 2007년 오창공장을 신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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