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신내림 침, 피부 괴사에 뇌출혈까지…

입력 2013.04.11 (08:36) 수정 2013.04.1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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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위조된 가짜 자격증으로 주택가에서 침술 치료를 하던 승려가 붙잡혔다는 소식 어제 전해 드렸는데요.

불법 의료 행위가 좀처럼 근절 되지 않네요.

네,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렇겠죠.

그런데 환자들이 현혹될 만도 합니다.

승려인데다가 신내림까지 받았다고 광고했다면서요?

김기흥 기자, 다른 데선 안 나았는데 이 사람한테 치료를 받고 나았다고 입소문이 났었다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멘트>

사람이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근거 없는 얘기라도 믿게 마련인데요.

특히 신내림 자체를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몸의 작은 변화마저도 확대 해석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승려라는 신분이 주는 이른바 '후광 효과'도 한몫을 한 것 같은데요.

승려이기 때문에 더 믿었다는 얘깁니다.

6년 동안 5백 명 넘는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인 이 신내림 침의 정체를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주택가.

이곳에는 여느 주택과 별 반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외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집이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어떤 손님들이 차도에다 차 놓고 들어갔다 나왔다 하더라고요.”

<녹취> 이웃주민(이웃주민) : “많이 왔다 갔다 하는 건 항상 봤어요. 아주머니들 누가 계속 찾아와가지고요. 그래서 전 점집인줄 알았어요.”

바로 이웃에 사는 주민들조차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잘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저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점집’이 아닐까 했다는데요.

그런데 지난 1월 초쯤.

이 집에 왔던 40대 여성이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녹취> 환자 지인(음성변조) : “사람이 침을 맞다가 그냥 뭐 기운을 못 차리더라고요. (변 씨가) 따뜻한 팩 그런 걸 배에 대고 찜질을 하고, 그래도 안 되니까 급체했다고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또 막 토하는 것 같더라고요.”

병원으로 옮겨진 여성은 뇌출혈 증상까지 나타나 두 달 넘게 병원신세를 져야 했는데요.

<녹취> 정채기(팀장/서울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피해자 같은 경우에도 본인 진술로만 70여 회 이상 그 침을 맞았거든요. 본인도 뭐 허리하고 어깨하고 아파서 갔다는데...”

이 집의 정체는 바로 무허가 침술원이었습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난 3일, 이 집에 경찰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무허가 침술현장을 급습한 건데요.

<녹취> 무자격 침술업자(음성변조) : “왜 그러세요. 왜 그러시냐고요. 체포영장 가지고 오세요. (체포영장 여기 있잖아요.)”

하지만 오히려 당당합니다.

집주인과 현장에 있던 환자들이 경찰을 막는 바람에 팽팽한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녹취> 진은성(경사/서울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환자) 그 사람들이 왜 우리 스님 잡아가느냐고 (했어요.) 내가 이렇게 침을 맞아가지고 효과를 보고 있고, 호전되고 있는데, 우리 스님 실력은 내가 보장한다고 (했어요.)”

방 안에는 침술 치료와 환자용 매트, 그리고 배게 등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직전까지 치료가 이루어진 건데요.

경찰에 붙잡힌 52살 변모 씨.

조사결과 변 씨는 지난 2008년부터 무자격 침술 치료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 번에 3만원에서 5만 원을 받고, 5백 여 명의 환자들로부터 2억 원 넘는 돈을 챙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는데요.

<녹취> 정채기(팀장/서울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피의자 체포과정에서 휴대전화를 압수해서 (침술치료) 동영상을 보니까 2008년 8월에 찍은 동영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침술 과정이 문제였습니다.

엎드려 누워있는 남성의 목 바로 아래 시커멓게 괴사된 피부가 눈에 띄는데요.

변 씨가 바로 침을 놓기 시작합니다.

<녹취> 변 씨의 침술치료 경험자(음성변조) : “다른 사람들 (치료하는 거) 들어가 봤는데 등에다가 목 있는 데가 막 시커멓게 변해있고, 볼록 튀어나와있고 그렇더라고요. 왜 그랬냐고 그러니까 아 이게 호전되는 반응이라고, 낫는 거라고 했어요. 침을 막 고슴도치처럼 꽂고, 그렇게 맞더라고요.”

상처 부위에 마치 고슴도치 바늘처럼 수십 개의 침을 놓은 것도 모자라, 손으로 침들을 이리저리 훑기까지 합니다.

이른바, ‘신(神)침’을 놓는다고 소문 난 변 씨의 침술 치료 동영상인데요.

한의사는 이 침술 치료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동영상을 본 한의사는 점점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녹취> 맹원모 한의사 : “(시술 (동영상) 보시니까 어떠세요?) 충격적이죠. 충격적이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네요.”

침술 치료를 할 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세균감염’부터 무시한 치료라고 합니다.

<녹취> 맹원모 한의사 : “(침에서) 침체는 실제로 사람 몸속으로 들어가는 부분이고요. 그런데 (동영상) 시술하는 장면을 보면 (침체를 잡고) 이런 식으로 하거든요. 이미 만졌죠? 손에 묻어있던 균이 살 속으로 파고 들어가고 있다고요.”

소독도 물티슈 한 장으로 끝낸 이런 사람을 믿고, 함부로 치료를 맡긴 환자들을 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맹원모 한의사 : “사실 더 놀라운 건 저런 말도 안 되는 치료, 시술을 자기 몸에 하도록 허락을 하는 환자분들이 실은 더 이해가 안돼요. (무자격자에게) 침을 맞았다가 신경이 잘못 된다든지 조직이 망가진다든지 이렇게 될 수 있는 확률이 아주 높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 씨의 침술 치료에 사람들이 몰렸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녹취> 변 씨의 침술치료 경험자(음성변조) : “(변 씨가) 저한테 그런 얘기를 했어요. 약사여래 (신내림) 계시를 받아서 자기가 침을 놓는다고요. 쉽게 얘기하면 뭐 ‘신(神)침’이다... ”

불교에서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부처를 뜻하는 ‘약사여래’의 신내림을 받아 신(神)침을 놓는다고 홍보한 변 씨.

‘신내림을 받은 승려가 놓는 침’이라는 입소문에. 소위 못 고치는 병이 없다는 소문까지 퍼졌는데요.

<녹취> 변 씨의 침술 치료 경험자(음성변조) : “(사람들이) 다른 데는 아무리 다녀도 안 낫는데, 여기 와서 치료를 받아서 나았다, (변 씨) 그 분은 암도 고치고 아토피도 고친다고 (모든 병을) 다 고친다고 그랬어요.”

심지어 변 씨는 자신이 중국 유명대학교 침구학과를 나오고, 국제침술자격증까지 땄다며, 버젓이 관련 증서를 보여주곤 했습니다.

사람들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지만, 모두 가짜였습니다.

경찰조사결과 변 씨는 국내 관련 기관에서 3주 동안 침술을 배운 게 유일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 정채기(팀장/서울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피의자가) 중국에 간 것은 저희가 확인해 보니까 4일 밖에 없었거든요. 우리나라에 있는 침구학회에서 수료를 했다 (하는데,) 본인도 뭐 그 3주 (교육) 받은 게 전부였다...”

신내림 등 초자연적인 힘을 믿는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불법 의료행위를 벌인 변 씨.

전문가들은 환자 스스로도 불법 의료행위의 위험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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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신내림 침, 피부 괴사에 뇌출혈까지…
    • 입력 2013-04-11 08:37:26
    • 수정2013-04-11 09: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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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위조된 가짜 자격증으로 주택가에서 침술 치료를 하던 승려가 붙잡혔다는 소식 어제 전해 드렸는데요.

불법 의료 행위가 좀처럼 근절 되지 않네요.

네,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렇겠죠.

그런데 환자들이 현혹될 만도 합니다.

승려인데다가 신내림까지 받았다고 광고했다면서요?

김기흥 기자, 다른 데선 안 나았는데 이 사람한테 치료를 받고 나았다고 입소문이 났었다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멘트>

사람이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근거 없는 얘기라도 믿게 마련인데요.

특히 신내림 자체를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몸의 작은 변화마저도 확대 해석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승려라는 신분이 주는 이른바 '후광 효과'도 한몫을 한 것 같은데요.

승려이기 때문에 더 믿었다는 얘깁니다.

6년 동안 5백 명 넘는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인 이 신내림 침의 정체를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주택가.

이곳에는 여느 주택과 별 반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외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집이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어떤 손님들이 차도에다 차 놓고 들어갔다 나왔다 하더라고요.”

<녹취> 이웃주민(이웃주민) : “많이 왔다 갔다 하는 건 항상 봤어요. 아주머니들 누가 계속 찾아와가지고요. 그래서 전 점집인줄 알았어요.”

바로 이웃에 사는 주민들조차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잘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저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점집’이 아닐까 했다는데요.

그런데 지난 1월 초쯤.

이 집에 왔던 40대 여성이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녹취> 환자 지인(음성변조) : “사람이 침을 맞다가 그냥 뭐 기운을 못 차리더라고요. (변 씨가) 따뜻한 팩 그런 걸 배에 대고 찜질을 하고, 그래도 안 되니까 급체했다고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또 막 토하는 것 같더라고요.”

병원으로 옮겨진 여성은 뇌출혈 증상까지 나타나 두 달 넘게 병원신세를 져야 했는데요.

<녹취> 정채기(팀장/서울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피해자 같은 경우에도 본인 진술로만 70여 회 이상 그 침을 맞았거든요. 본인도 뭐 허리하고 어깨하고 아파서 갔다는데...”

이 집의 정체는 바로 무허가 침술원이었습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난 3일, 이 집에 경찰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무허가 침술현장을 급습한 건데요.

<녹취> 무자격 침술업자(음성변조) : “왜 그러세요. 왜 그러시냐고요. 체포영장 가지고 오세요. (체포영장 여기 있잖아요.)”

하지만 오히려 당당합니다.

집주인과 현장에 있던 환자들이 경찰을 막는 바람에 팽팽한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녹취> 진은성(경사/서울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환자) 그 사람들이 왜 우리 스님 잡아가느냐고 (했어요.) 내가 이렇게 침을 맞아가지고 효과를 보고 있고, 호전되고 있는데, 우리 스님 실력은 내가 보장한다고 (했어요.)”

방 안에는 침술 치료와 환자용 매트, 그리고 배게 등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직전까지 치료가 이루어진 건데요.

경찰에 붙잡힌 52살 변모 씨.

조사결과 변 씨는 지난 2008년부터 무자격 침술 치료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 번에 3만원에서 5만 원을 받고, 5백 여 명의 환자들로부터 2억 원 넘는 돈을 챙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는데요.

<녹취> 정채기(팀장/서울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피의자 체포과정에서 휴대전화를 압수해서 (침술치료) 동영상을 보니까 2008년 8월에 찍은 동영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침술 과정이 문제였습니다.

엎드려 누워있는 남성의 목 바로 아래 시커멓게 괴사된 피부가 눈에 띄는데요.

변 씨가 바로 침을 놓기 시작합니다.

<녹취> 변 씨의 침술치료 경험자(음성변조) : “다른 사람들 (치료하는 거) 들어가 봤는데 등에다가 목 있는 데가 막 시커멓게 변해있고, 볼록 튀어나와있고 그렇더라고요. 왜 그랬냐고 그러니까 아 이게 호전되는 반응이라고, 낫는 거라고 했어요. 침을 막 고슴도치처럼 꽂고, 그렇게 맞더라고요.”

상처 부위에 마치 고슴도치 바늘처럼 수십 개의 침을 놓은 것도 모자라, 손으로 침들을 이리저리 훑기까지 합니다.

이른바, ‘신(神)침’을 놓는다고 소문 난 변 씨의 침술 치료 동영상인데요.

한의사는 이 침술 치료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동영상을 본 한의사는 점점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녹취> 맹원모 한의사 : “(시술 (동영상) 보시니까 어떠세요?) 충격적이죠. 충격적이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네요.”

침술 치료를 할 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세균감염’부터 무시한 치료라고 합니다.

<녹취> 맹원모 한의사 : “(침에서) 침체는 실제로 사람 몸속으로 들어가는 부분이고요. 그런데 (동영상) 시술하는 장면을 보면 (침체를 잡고) 이런 식으로 하거든요. 이미 만졌죠? 손에 묻어있던 균이 살 속으로 파고 들어가고 있다고요.”

소독도 물티슈 한 장으로 끝낸 이런 사람을 믿고, 함부로 치료를 맡긴 환자들을 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맹원모 한의사 : “사실 더 놀라운 건 저런 말도 안 되는 치료, 시술을 자기 몸에 하도록 허락을 하는 환자분들이 실은 더 이해가 안돼요. (무자격자에게) 침을 맞았다가 신경이 잘못 된다든지 조직이 망가진다든지 이렇게 될 수 있는 확률이 아주 높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 씨의 침술 치료에 사람들이 몰렸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녹취> 변 씨의 침술치료 경험자(음성변조) : “(변 씨가) 저한테 그런 얘기를 했어요. 약사여래 (신내림) 계시를 받아서 자기가 침을 놓는다고요. 쉽게 얘기하면 뭐 ‘신(神)침’이다... ”

불교에서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부처를 뜻하는 ‘약사여래’의 신내림을 받아 신(神)침을 놓는다고 홍보한 변 씨.

‘신내림을 받은 승려가 놓는 침’이라는 입소문에. 소위 못 고치는 병이 없다는 소문까지 퍼졌는데요.

<녹취> 변 씨의 침술 치료 경험자(음성변조) : “(사람들이) 다른 데는 아무리 다녀도 안 낫는데, 여기 와서 치료를 받아서 나았다, (변 씨) 그 분은 암도 고치고 아토피도 고친다고 (모든 병을) 다 고친다고 그랬어요.”

심지어 변 씨는 자신이 중국 유명대학교 침구학과를 나오고, 국제침술자격증까지 땄다며, 버젓이 관련 증서를 보여주곤 했습니다.

사람들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지만, 모두 가짜였습니다.

경찰조사결과 변 씨는 국내 관련 기관에서 3주 동안 침술을 배운 게 유일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 정채기(팀장/서울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피의자가) 중국에 간 것은 저희가 확인해 보니까 4일 밖에 없었거든요. 우리나라에 있는 침구학회에서 수료를 했다 (하는데,) 본인도 뭐 그 3주 (교육) 받은 게 전부였다...”

신내림 등 초자연적인 힘을 믿는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불법 의료행위를 벌인 변 씨.

전문가들은 환자 스스로도 불법 의료행위의 위험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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