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들 판치는 한라산

입력 2001.11.25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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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학 입시철을 맞아서 한라산은 이른바 합격을 빌어준다는 무속인들로 넘쳐서 요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임승창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한라산 해발 400m 부근 계곡입니다.
안에 들어서자 요란한 징소리가 귀청을 때립니다.
빽빽한 숲 사이로 굿판을 벌이고 있는 무당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런 굿판이 요즘 한라산 계곡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기자: 한달에 몇 번 정도 굿을 하나요?
⊙인근 주민: 열 번 정도…
수험생들 위해 빌고, 집에 우환 있어서 오는 사람도 있고, 여러 사람들이 옵니다.
⊙기자: 인근 계곡쪽에는 무속인들이 지어놓은 가건물이 10여 채나 됩니다.
일부 가건물들은 시멘트로 기초까지 닦아놨습니다.
하지만 이 일대는 문화재보호구역이자 절대 보존지역이어서 어떠한 건물도 지을 수 없습니다.
인적이 뜸한 계곡 여기저기 돌탑 안에는 촛불이 켜져 있고 불을 피운 탓에 바위마다 까맣게 그을렸습니다.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요즈음 큰 산불이 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굿판이 벌어지는 곳에서 여남은 걸음 가 봤습니다.
이처럼 계곡 곳곳에 놓여 있는 널판지를 드러내면 구덩이 안에서 온갖 쓰레기들이 썩어가며 악취를 풍기고 있습니다.
푸닥거리에 쓰인 온갖 음식물과 쓰레기가 그대로 묻혀 있고 술병도 무더기로 발견됩니다.
사정이 이런 데도 관할시청은 인력이 부족하다며 단속에 뒷전입니다.
⊙서귀포 시청 관계자: 매일 밤 10시 되어 가지고 거기가서 지키기도 그렇고 낮에는 전혀 사람이 없고 하다 보니까...
⊙기자: 일부 무속인들이 벌이는 굿판과 행정 당국의 외면으로 민족의 영산 한라산이 지금도 신음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임승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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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속인들 판치는 한라산
    • 입력 2001-11-25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대학 입시철을 맞아서 한라산은 이른바 합격을 빌어준다는 무속인들로 넘쳐서 요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임승창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한라산 해발 400m 부근 계곡입니다. 안에 들어서자 요란한 징소리가 귀청을 때립니다. 빽빽한 숲 사이로 굿판을 벌이고 있는 무당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런 굿판이 요즘 한라산 계곡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기자: 한달에 몇 번 정도 굿을 하나요? ⊙인근 주민: 열 번 정도… 수험생들 위해 빌고, 집에 우환 있어서 오는 사람도 있고, 여러 사람들이 옵니다. ⊙기자: 인근 계곡쪽에는 무속인들이 지어놓은 가건물이 10여 채나 됩니다. 일부 가건물들은 시멘트로 기초까지 닦아놨습니다. 하지만 이 일대는 문화재보호구역이자 절대 보존지역이어서 어떠한 건물도 지을 수 없습니다. 인적이 뜸한 계곡 여기저기 돌탑 안에는 촛불이 켜져 있고 불을 피운 탓에 바위마다 까맣게 그을렸습니다.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요즈음 큰 산불이 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굿판이 벌어지는 곳에서 여남은 걸음 가 봤습니다. 이처럼 계곡 곳곳에 놓여 있는 널판지를 드러내면 구덩이 안에서 온갖 쓰레기들이 썩어가며 악취를 풍기고 있습니다. 푸닥거리에 쓰인 온갖 음식물과 쓰레기가 그대로 묻혀 있고 술병도 무더기로 발견됩니다. 사정이 이런 데도 관할시청은 인력이 부족하다며 단속에 뒷전입니다. ⊙서귀포 시청 관계자: 매일 밤 10시 되어 가지고 거기가서 지키기도 그렇고 낮에는 전혀 사람이 없고 하다 보니까... ⊙기자: 일부 무속인들이 벌이는 굿판과 행정 당국의 외면으로 민족의 영산 한라산이 지금도 신음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임승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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