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형제까지 대역…‘역할 대행’ 사기 속출

<앵커 멘트>

결혼식에 부족한 하객을 동원해준다는 역할대행업체 들어보셨죠.

요즘엔 이 업체에서 가짜 부모 형제 역할까지 해줘 사기결혼에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박효인 기자입니다.

<리포트>

10여 년 전 부모를 따라 귀화한 채 모 씨.

지난해 결혼을 약속했던 남성 쪽 부모와 상견례를 했습니다.

남성 쪽 부모가 용돈까지 챙겨줘 가족으로 철썩 깥이 믿었습니다.

<녹취> 채00(피해자) : "되게 자연스럽게 보이더라고요. 서로가 '아들, 엄마'하고 친한 척하면서 저도 편했어요.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남성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주고 난 뒤에서야 남성 쪽이 역할대행업체에서 가짜 부모를 동원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난 달 총각 행세를 하다 사기결혼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된 30대 유부남.

부모 형제와 조카까지 모두 역할 대행을 세워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녹취> 아버지 대행 : "결혼해서 애를 안고 가서 설득하겠다고 하는데 내가 거짓말로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주로 결혼식 하객을 동원해주던 역할대행업체들이 요즘은 부모와 형제 역할까지 해주면서 사기 결혼 등에 악용되고 있는 겁니다.

<녹취> 업체 관계자 : "첫 번째 저희들이 약속할 수 있는 것은 100% 비밀이 가능하다."

사기피해가 늘어나면서 역할 대행 업체에 대한 규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적절하게 관리하고 규제할 수 있는 제도들이 없기 때문에 시장에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인터넷에서 성업중인 역할대행 사이트는 백여 개.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지만 감독기관은 한 곳도 없습니다.

KBS 뉴스 박효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