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새로 100년 위한 100년 경매

입력 2013.04.20 (08:35) 수정 2013.04.2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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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궁전 같은 이곳이 어딘지 궁금하시죠?

네! 255년 역사를 가진 건축물.

100년 동안 파리의 대표적인 호텔 내부라고 합니다.

지금 보신 크리옹 호텔의 스위트 룸은 하루 밤 요금이 천4백 만원까지 한다는군요!

이 크리옹 호텔이 2년 동안 문을 닫고 새로운 몸단장에 들어갑니다.

5성 호텔 보다 윗 등급인 궁전급 호텔 선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은 뒤 내린 결정이랍니다.

문제는 천 백억원으로 예상되는 엄청난 경비입니다.

그래서 역사와 추억의 장소에 있던 호텔 물품을 모두 경매해서 경비를 장만하겠답니다.

많은 얘기 거리를 갖고 있는 호텔이니 경매장 분위기도 정말 궁금합니다.

파리 박상용 특파원이 찾아봤습니다.

<리포트>

파리 콩코드 광장을 바라보는 유서깊은 건물 앞에 긴 줄이 이어졌습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아닌 한 호텔에 들어가기 위한 줄입니다.

리모델링 공사를 앞둔 호텔이 문을 닫기 전 일반에 개방한 겁니다.

특히 호텔에 있던 많은 가구와 집기를 경매한다는 소식이 이렇게 사람들을 불러모았습니다.

호텔에 추억이 있는 지긋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유달리 많습니다.

<인터뷰> 드빌(파리 시민) : "크리옹 호텔은 신화같은,마술같은 호텔이죠. 미국에서 온 가족들도 여기에서 자주 묵어요. 그래서 저한테는 의미가 큽니다."

호텔 안으로 들어가자 경매에 나올 물건마다 번호표가 붙었습니다.

침대와 탁자, 소파 같은 가구는 물론, 갖은 집기류가 경매에 나옵니다.

화려함의 극치, 숙박비 하룻 밤에 9천6백 유로, 우리 돈 천4백만 원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의 스위트룸.

좀처럼 안을 들여다보기 어려웠던 스위트룸은 인기 만점입니다.

유명 영화배우가 묶었다는 유명세까지 더해지면서 이 방의 각종 소품들에서 눈길을 떼지 못합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은 번호를 기억하고 사진을 찍어둡니다.

<인터뷰> 기욤 (파리 시민) : "바로 옆에 있는 해양부 건물과 이 호텔은 서로 마주보는 쌍둥이건물이에요. 공사가 시작되기 전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경매에 나온 물품은 3천 5백여 개.

경매 시작 가격은 소품류는 15만 원 정도인 백 유로 부터, 가구류는 5백에서 천 유로,

고가구나 고급 가구는 경매 시작 가격이 만 유로, 천 5백 만원 넘는 것도 있습니다.

<인터뷰> 오베르(경매회사 책임자) : "루이 15세, 루이 16세 스타일의 가구류나 은제품들, 식기류들이 이번 경매를 통해 팔릴 겁니다. 판매 닷새동안 적어도 한 사람한테 한 개씩은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호텔 로비에 있는 경매 접수창구.

현장 경매에 참여하기 위한 등록을 마치고 큰 번호표를 받아 갑니다.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일반 시민들 뿐아니라 전문적인 골동품상까지 다양할 걸로 호텔측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경매에 나온 물건을 확인하기위해 호텔을 찾는 관람객이 하루 5천여 명에 이릅니다.

파리 사람들에게 이 호텔은 호텔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입니다.

호텔 주변으로 시민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 호텔에 묶고있는 세계적인 영화 배우 찰리 채플린을 보기 위한 인파입니다.

이렇게 크리옹 호텔은 파리를 찾는 유명인사들이 묶는 호텔로 또 파리의 상징물로 자리잡았습니다.

호텔 역사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루이 15세가 프랑스로 출장오는 외교 사절이 묶을 수 있는 훌륭한 건물을 짓도록 지시해 1758년 완공됐습니다.

이후 크리옹 백작의 개인 손님을 받는 호텔이 되면서 지금의 이름을 얻게됩니다.

20세기 초인 1909년 현대적 의미의 호텔과 가장 가까운 고급 호텔로 문을 열면서 비로소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됩니다.

외국 유명인사들이 찾았고, 프랑스의 주요한 국가 행사들도 이 호텔에서 열렸습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5성급 고급 호텔.

3년 전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왕족에게 2억 5천만 유로, 3천7백억 원에 팔리면서 명성에 걸맞는 거액으로도 화제를 뿌렸습니다.

그러나 이 명성도 세월 앞에선 힘없이 무너졌습니다.

3년 전. 별 다섯 개보다 위 등급인 펠리스 레벨, 궁전급 호텔 선정에서 크리옹이 탈락한 겁니다.

현재 파리에서 궁전급으로 인증받은 호텔은 5곳.

크리옹 호텔은 결국 까다로운 궁전급 호텔 기준인 최소한의 객실 크기와 고급 레스토랑, 수영장과 스파 같은 기준을 맞추기위해 리모델링을 결정했습니다.

공사 기간 2년.

공사비 8천만 유로, 천백억 원.

엄청난 공사 비용 마련이 숙제입니다.

호텔의 침대와 소파 같은 가구와 식기, 조명 기구 등 돈이 되는 물건은 모두 경매에 내놓기로 결정했습니다.

드디어 경매가 시작됐습니다.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경매장은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현장에 올 수 없는 사람들은 전화로 경매에 참여합니다.

눈여겨 봐뒀던 물건이 나올때마다 눈빛이 달라집니다.

반드시 사겠다고 마음먹은 물건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습니다.

백유로 2백유로씩 오르다 순식간에 천,2천 단위로 넘어갑니다.

<녹취> 세실리아씨 : "전화로 2천8백 유로 들어왔습니다. 2천8백유로...더 높은 가격 없습니까? 2천8백 유로 낙찰입니다! "

경매 열기가 더해지면서 시작가격의 10배정도까지 낙찰가격이 치솟기도 했습니다.

이 커튼은 8천5백 유로, 천2백여 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스위트룸에 있던 벽난로 장식도 7천2백유로, 천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점찍워뒀던 물건이 값이 너무 오르는바람에 사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움속에 다음 기회를 기약합니다.

<인터뷰> 프레티네(경매 참가자) : "여기 호텔에 대표적인 열쇠보관함을 사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에 팔리게 돼 사지 못했습니다. 오후에 다시 와서 참가할겁니다."

경매도 경매지만 이제 내부 공사에 들어가면 다시는 같은 모습으로는 보지 못할 곳이기 때문에 호텔을 찾았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인터뷰> 토르쉬만(파리 시민) :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멋진 장소에서 특별한 경매가 있어서 찾았습니다. 여기있는 물건들은 더 이상 볼 수 없기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기회가 생겨 기쁩니다.'

일부 장삿속이라는 비판도 있는 가운데 경매 자체가 호텔의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만큼 축제 분위기 속에서 경매가 이뤄집니다.

경매는 다음주 월요일인 22일까지 닷새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경매를 통한 수익은 모두 호텔 공사비에 투입됩니다.

18세기에 등장해 세계 최고 자리를 유지해오던 호텔이 2년 뒤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 할지?

또 다시 21세기 최고 호텔에 오를 수 있을지?

그리고 역사와 추억은 수집광들에게 과연 얼마에 팔릴 지?

색다른 관심과 흥분이 지금 낭만의 도시 파리를 흔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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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새로 100년 위한 100년 경매
    • 입력 2013-04-20 09:57:49
    • 수정2013-04-20 10:32:3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궁전 같은 이곳이 어딘지 궁금하시죠?

네! 255년 역사를 가진 건축물.

100년 동안 파리의 대표적인 호텔 내부라고 합니다.

지금 보신 크리옹 호텔의 스위트 룸은 하루 밤 요금이 천4백 만원까지 한다는군요!

이 크리옹 호텔이 2년 동안 문을 닫고 새로운 몸단장에 들어갑니다.

5성 호텔 보다 윗 등급인 궁전급 호텔 선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은 뒤 내린 결정이랍니다.

문제는 천 백억원으로 예상되는 엄청난 경비입니다.

그래서 역사와 추억의 장소에 있던 호텔 물품을 모두 경매해서 경비를 장만하겠답니다.

많은 얘기 거리를 갖고 있는 호텔이니 경매장 분위기도 정말 궁금합니다.

파리 박상용 특파원이 찾아봤습니다.

<리포트>

파리 콩코드 광장을 바라보는 유서깊은 건물 앞에 긴 줄이 이어졌습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아닌 한 호텔에 들어가기 위한 줄입니다.

리모델링 공사를 앞둔 호텔이 문을 닫기 전 일반에 개방한 겁니다.

특히 호텔에 있던 많은 가구와 집기를 경매한다는 소식이 이렇게 사람들을 불러모았습니다.

호텔에 추억이 있는 지긋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유달리 많습니다.

<인터뷰> 드빌(파리 시민) : "크리옹 호텔은 신화같은,마술같은 호텔이죠. 미국에서 온 가족들도 여기에서 자주 묵어요. 그래서 저한테는 의미가 큽니다."

호텔 안으로 들어가자 경매에 나올 물건마다 번호표가 붙었습니다.

침대와 탁자, 소파 같은 가구는 물론, 갖은 집기류가 경매에 나옵니다.

화려함의 극치, 숙박비 하룻 밤에 9천6백 유로, 우리 돈 천4백만 원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의 스위트룸.

좀처럼 안을 들여다보기 어려웠던 스위트룸은 인기 만점입니다.

유명 영화배우가 묶었다는 유명세까지 더해지면서 이 방의 각종 소품들에서 눈길을 떼지 못합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은 번호를 기억하고 사진을 찍어둡니다.

<인터뷰> 기욤 (파리 시민) : "바로 옆에 있는 해양부 건물과 이 호텔은 서로 마주보는 쌍둥이건물이에요. 공사가 시작되기 전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경매에 나온 물품은 3천 5백여 개.

경매 시작 가격은 소품류는 15만 원 정도인 백 유로 부터, 가구류는 5백에서 천 유로,

고가구나 고급 가구는 경매 시작 가격이 만 유로, 천 5백 만원 넘는 것도 있습니다.

<인터뷰> 오베르(경매회사 책임자) : "루이 15세, 루이 16세 스타일의 가구류나 은제품들, 식기류들이 이번 경매를 통해 팔릴 겁니다. 판매 닷새동안 적어도 한 사람한테 한 개씩은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호텔 로비에 있는 경매 접수창구.

현장 경매에 참여하기 위한 등록을 마치고 큰 번호표를 받아 갑니다.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일반 시민들 뿐아니라 전문적인 골동품상까지 다양할 걸로 호텔측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경매에 나온 물건을 확인하기위해 호텔을 찾는 관람객이 하루 5천여 명에 이릅니다.

파리 사람들에게 이 호텔은 호텔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입니다.

호텔 주변으로 시민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 호텔에 묶고있는 세계적인 영화 배우 찰리 채플린을 보기 위한 인파입니다.

이렇게 크리옹 호텔은 파리를 찾는 유명인사들이 묶는 호텔로 또 파리의 상징물로 자리잡았습니다.

호텔 역사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루이 15세가 프랑스로 출장오는 외교 사절이 묶을 수 있는 훌륭한 건물을 짓도록 지시해 1758년 완공됐습니다.

이후 크리옹 백작의 개인 손님을 받는 호텔이 되면서 지금의 이름을 얻게됩니다.

20세기 초인 1909년 현대적 의미의 호텔과 가장 가까운 고급 호텔로 문을 열면서 비로소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됩니다.

외국 유명인사들이 찾았고, 프랑스의 주요한 국가 행사들도 이 호텔에서 열렸습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5성급 고급 호텔.

3년 전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왕족에게 2억 5천만 유로, 3천7백억 원에 팔리면서 명성에 걸맞는 거액으로도 화제를 뿌렸습니다.

그러나 이 명성도 세월 앞에선 힘없이 무너졌습니다.

3년 전. 별 다섯 개보다 위 등급인 펠리스 레벨, 궁전급 호텔 선정에서 크리옹이 탈락한 겁니다.

현재 파리에서 궁전급으로 인증받은 호텔은 5곳.

크리옹 호텔은 결국 까다로운 궁전급 호텔 기준인 최소한의 객실 크기와 고급 레스토랑, 수영장과 스파 같은 기준을 맞추기위해 리모델링을 결정했습니다.

공사 기간 2년.

공사비 8천만 유로, 천백억 원.

엄청난 공사 비용 마련이 숙제입니다.

호텔의 침대와 소파 같은 가구와 식기, 조명 기구 등 돈이 되는 물건은 모두 경매에 내놓기로 결정했습니다.

드디어 경매가 시작됐습니다.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경매장은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현장에 올 수 없는 사람들은 전화로 경매에 참여합니다.

눈여겨 봐뒀던 물건이 나올때마다 눈빛이 달라집니다.

반드시 사겠다고 마음먹은 물건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습니다.

백유로 2백유로씩 오르다 순식간에 천,2천 단위로 넘어갑니다.

<녹취> 세실리아씨 : "전화로 2천8백 유로 들어왔습니다. 2천8백유로...더 높은 가격 없습니까? 2천8백 유로 낙찰입니다! "

경매 열기가 더해지면서 시작가격의 10배정도까지 낙찰가격이 치솟기도 했습니다.

이 커튼은 8천5백 유로, 천2백여 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스위트룸에 있던 벽난로 장식도 7천2백유로, 천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점찍워뒀던 물건이 값이 너무 오르는바람에 사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움속에 다음 기회를 기약합니다.

<인터뷰> 프레티네(경매 참가자) : "여기 호텔에 대표적인 열쇠보관함을 사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에 팔리게 돼 사지 못했습니다. 오후에 다시 와서 참가할겁니다."

경매도 경매지만 이제 내부 공사에 들어가면 다시는 같은 모습으로는 보지 못할 곳이기 때문에 호텔을 찾았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인터뷰> 토르쉬만(파리 시민) :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멋진 장소에서 특별한 경매가 있어서 찾았습니다. 여기있는 물건들은 더 이상 볼 수 없기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기회가 생겨 기쁩니다.'

일부 장삿속이라는 비판도 있는 가운데 경매 자체가 호텔의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만큼 축제 분위기 속에서 경매가 이뤄집니다.

경매는 다음주 월요일인 22일까지 닷새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경매를 통한 수익은 모두 호텔 공사비에 투입됩니다.

18세기에 등장해 세계 최고 자리를 유지해오던 호텔이 2년 뒤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 할지?

또 다시 21세기 최고 호텔에 오를 수 있을지?

그리고 역사와 추억은 수집광들에게 과연 얼마에 팔릴 지?

색다른 관심과 흥분이 지금 낭만의 도시 파리를 흔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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