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교도소의 연극 ‘시저는 죽어야 한다’

입력 2013.04.2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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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거장 타비아니 형제가 연출한 영화 '시저는 죽어야 한다'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연극 공연의 오묘한 경계에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실제로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들이 연극을 연습하고 공연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이 연극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극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타비아니 형제는 이 영화를 찍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20여 명의 수감자가 단테의 '신곡' 지옥 편을 읊으며,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율리시스와 우골리노 백작의 고통과 번뇌를 토해내고 있었다. 교도소라는 그들만의 지옥 속에서. 사투리가 묻어나는 말투지만 때로 아주 진솔하게 표현하는 스토리에는 그들의 삶이 겹쳐 보였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실제 문화와는 거리가 먼, 소외된 이곳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이 아름다운 퍼포먼스를 알려야만 했다. 그래서 수감자들과 실제로 함께 작업하는 연출자 파비오 카발리에게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 공연 과정을 영화로 제작하자고 제안했다."

영화는 재소자인 배우들이 무대에서 '줄리어스 시저'의 마지막 부분을 공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공연이 끝나고 박수갈채를 받은 뒤 재소자들은 각자의 감방으로 돌아간다. 굳게 닫힌 철문은 이들이 놓인 현실을 말해준다.

이어 6개월 전으로 돌아가 이들이 처음 배우 오디션을 보는 모습부터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을 끝까지 보여준다.

오디션 장면은 특히 재미있다. 각기 다른 배경과 다른 성격, 다른 말투를 지닌 이들이 똑같은 상황을 조금씩 다르게 연기하는 모습은 이들이 다양한 감정을 지닌 평범한 인간이면서 동시에 배우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재능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더 놀라운 것은 시간이 갈수록 이들이 전문 배우 못지않은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특히 주인공인 브루투스 역과 카시우스 역을 맡은 두 배우는 연극의 대사인지 현실의 말인지 잘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연극 속 인물에 '빙의'된 모습을 보여준다.

브루투스 역의 살바토레 스트리아노는 시저 암살을 모의하는 연기를 하면서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실제 범죄를 떠올리며 괴로움에 휩싸인다.

종신형을 비롯해 장기 징역을 선고받은 이들이 연극 속에 토해내는 고통과 번뇌는 그렇게 묵직하게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카시우스 역의 배우 코시모 레가가 자신의 방에 돌아와 내뱉는 탄식의 말은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전해준다.

"예술을 알고 나니 이 작은 방이 감옥이 되었구나!"

이 영화는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았다.

5월 2일 개봉. 상영시간 77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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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교도소의 연극 ‘시저는 죽어야 한다’
    • 입력 2013-04-20 10:46:21
    연합뉴스
이탈리아의 거장 타비아니 형제가 연출한 영화 '시저는 죽어야 한다'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연극 공연의 오묘한 경계에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실제로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들이 연극을 연습하고 공연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이 연극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극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타비아니 형제는 이 영화를 찍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20여 명의 수감자가 단테의 '신곡' 지옥 편을 읊으며,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율리시스와 우골리노 백작의 고통과 번뇌를 토해내고 있었다. 교도소라는 그들만의 지옥 속에서. 사투리가 묻어나는 말투지만 때로 아주 진솔하게 표현하는 스토리에는 그들의 삶이 겹쳐 보였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실제 문화와는 거리가 먼, 소외된 이곳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이 아름다운 퍼포먼스를 알려야만 했다. 그래서 수감자들과 실제로 함께 작업하는 연출자 파비오 카발리에게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 공연 과정을 영화로 제작하자고 제안했다." 영화는 재소자인 배우들이 무대에서 '줄리어스 시저'의 마지막 부분을 공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공연이 끝나고 박수갈채를 받은 뒤 재소자들은 각자의 감방으로 돌아간다. 굳게 닫힌 철문은 이들이 놓인 현실을 말해준다. 이어 6개월 전으로 돌아가 이들이 처음 배우 오디션을 보는 모습부터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을 끝까지 보여준다. 오디션 장면은 특히 재미있다. 각기 다른 배경과 다른 성격, 다른 말투를 지닌 이들이 똑같은 상황을 조금씩 다르게 연기하는 모습은 이들이 다양한 감정을 지닌 평범한 인간이면서 동시에 배우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재능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더 놀라운 것은 시간이 갈수록 이들이 전문 배우 못지않은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특히 주인공인 브루투스 역과 카시우스 역을 맡은 두 배우는 연극의 대사인지 현실의 말인지 잘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연극 속 인물에 '빙의'된 모습을 보여준다. 브루투스 역의 살바토레 스트리아노는 시저 암살을 모의하는 연기를 하면서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실제 범죄를 떠올리며 괴로움에 휩싸인다. 종신형을 비롯해 장기 징역을 선고받은 이들이 연극 속에 토해내는 고통과 번뇌는 그렇게 묵직하게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카시우스 역의 배우 코시모 레가가 자신의 방에 돌아와 내뱉는 탄식의 말은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전해준다. "예술을 알고 나니 이 작은 방이 감옥이 되었구나!" 이 영화는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았다. 5월 2일 개봉. 상영시간 77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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