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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입출식 예금계좌 260조원, 은행 ‘쌈짓돈’ 됐나
입력 2013.05.05 (08:37) 수정 2013.05.05 (09:20) 연합뉴스
"천편일률적 금리구간 책정, 담합의혹 있다" 주장도
은행들 "지급준비금에 인건비 빼면 남는 게 없다" 반박


1억5천만개 수시입출식 계좌에 예치된 260조원을 은행들이 '쌈짓돈'처럼 쓰면서 이자를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논란을 검증할 방침이다. 여러 계좌에 소액이 흩어져 그동안 당국이나 소비자의 감시를 비교적 덜 받았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선 은행들의 천편일률적인 금액대별 금리 책정 체계를 놓고 담합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거액 계좌에만 금리를 후하게 쳐주는 것도 시빗거리다.

은행들은 그러나 지급준비금,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수시입출식 예금에 이자를 주는 건 '남는 게 없는 장사'라며 맞섰다.

◇'사각지대'에 있던 1억5천만계좌 260조원

은행의 예금상품은 크게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과 '입·출금이 자유롭지 않은 예금'으로 나뉜다.

흔히 수시입출식 예금으로 불리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에는 보통예금, 당좌예금, (자유)저축예금, 시장금리부 수시입출예금(MMDA) 등이 있다.

입출금이 자유롭지 않은 예금은 납입 방식에 따라 거치식예금(정기예금)과 적립식예금(정기적금)으로 구분된다.

이들 예금상품의 금리는 대부분 은행이 시중금리에 연동해 책정한다. 어음 발행에 쓰이는 당좌예금은 이자를 주지 않는다.

정기 예·적금의 경우 전통적인 재테크 상품으로서 금융당국과 소비자의 비교·감시를 당한 반면, 수시입출식 예금은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었다.

금융당국도 이런 점을 인정한다. 대출금리 부당 인상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상대적으로 예금금리, 특히 수시입출식 예금에 관심을 덜 뒀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운용수익에 견줘 예금이자를 지나치게 조금 주거나 안 주는지 예금거래기본약관은 물론 이자 지급 방식과 관행 등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수시입출식 예금 계좌는 1억5천만개, 잔액은 262조원이다. 계좌당 잔액은 수백만원 수준이지만 은행들은 금리를 0.1%포인트만 낮춰도 연간 2천억~3천억원을 번다.

◇"수시입출 예금금리도 담합 아니냐" 주장

은행들은 수시입출식 예금의 금리를 거의 비슷한 체계에 따라 책정한다. 금액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고, 5천만원을 넘으면 금리가 크게 뛰는 구조다.

국민·하나·농협·외환·기업 등 4개 은행은 6단계, 신한·우리은행은 5단계로 금액대를 구분해 이자를 다르게 준다.

개인 MMDA의 경우 기업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이 500만원 이하 잔액에는 아예 이자를 주지 않고, 500만~5천만원도 1%에 한참 못 미치는 매우 적은 이자를 준다.

그러나 잔액이 5천만원을 넘으면 대부분 1% 넘게 이자를 쳐주고, 1억원을 넘으면 은행에 따라 2% 가까운 이자를 주는 곳도 있다.

은행들은 "잔액이 많을수록 운용수익을 더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모든 은행이 500만원, 1천만원, 3천만원, 5천만원, 1억원을 금액 구간 기준으로 삼고 너나없이 적은 이자를 줘 일종의 담합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안덕수(새누리당) 의원은 "수시입출식 예금을 콜거래나 환매조건부어음 등에 투자하면 1%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시입출식 예금을 그냥 묻어두는 게 아닌데도 사실상 '무수익 자금'이라며 예금금리를 하나같이 0%대로 주는 건 뭔가 석연치 않다고 안 의원은 주장했다.

◇은행들 "속사정 알고보면 남는게 없다" 반박

수시입출식 예금 금리가 일반인이 보기에 턱없이 낮은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고 은행들은 항변한다.

일단 입·출금이 자유로워 잔액이 고르지 않다. 그만큼 자금 운용을 장기로 하기 어려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은행마다 수시입출식 예금의 40% 정도는 인출 요구에 대비해 남겨놓고 나머지 60%가량을 단기자금에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든지 빼서 줘야 하는 만큼 한국은행에 예금 일부를 맡겨두는 지급준비율도 정기예금(2%)보다 높은 7%가 적용된다.

고객이 수시로 돈을 넣고 빼는 탓에 인건비, 시설 운영비, 전산 관리비 등 계좌유지에 드는 비용이 많은 점도 금리가 낮은 이유라고 은행들은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은 수시입출식 예금 금리가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높지만, 계좌유지비도 고객이 부담한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금리가 낮은 대신 각종 수수료를 감면해주고 다른 상품에 가입할 때 우대금리를 주는 등 나름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설명에도 일리가 있는 만큼 무조건 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며 "합리적인 개선책을 모색해 보겠다"고 말했다.
  • 수시입출식 예금계좌 260조원, 은행 ‘쌈짓돈’ 됐나
    • 입력 2013-05-05 08:37:22
    • 수정2013-05-05 09:20:13
    연합뉴스
"천편일률적 금리구간 책정, 담합의혹 있다" 주장도
은행들 "지급준비금에 인건비 빼면 남는 게 없다" 반박


1억5천만개 수시입출식 계좌에 예치된 260조원을 은행들이 '쌈짓돈'처럼 쓰면서 이자를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논란을 검증할 방침이다. 여러 계좌에 소액이 흩어져 그동안 당국이나 소비자의 감시를 비교적 덜 받았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선 은행들의 천편일률적인 금액대별 금리 책정 체계를 놓고 담합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거액 계좌에만 금리를 후하게 쳐주는 것도 시빗거리다.

은행들은 그러나 지급준비금,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수시입출식 예금에 이자를 주는 건 '남는 게 없는 장사'라며 맞섰다.

◇'사각지대'에 있던 1억5천만계좌 260조원

은행의 예금상품은 크게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과 '입·출금이 자유롭지 않은 예금'으로 나뉜다.

흔히 수시입출식 예금으로 불리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에는 보통예금, 당좌예금, (자유)저축예금, 시장금리부 수시입출예금(MMDA) 등이 있다.

입출금이 자유롭지 않은 예금은 납입 방식에 따라 거치식예금(정기예금)과 적립식예금(정기적금)으로 구분된다.

이들 예금상품의 금리는 대부분 은행이 시중금리에 연동해 책정한다. 어음 발행에 쓰이는 당좌예금은 이자를 주지 않는다.

정기 예·적금의 경우 전통적인 재테크 상품으로서 금융당국과 소비자의 비교·감시를 당한 반면, 수시입출식 예금은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었다.

금융당국도 이런 점을 인정한다. 대출금리 부당 인상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상대적으로 예금금리, 특히 수시입출식 예금에 관심을 덜 뒀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운용수익에 견줘 예금이자를 지나치게 조금 주거나 안 주는지 예금거래기본약관은 물론 이자 지급 방식과 관행 등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수시입출식 예금 계좌는 1억5천만개, 잔액은 262조원이다. 계좌당 잔액은 수백만원 수준이지만 은행들은 금리를 0.1%포인트만 낮춰도 연간 2천억~3천억원을 번다.

◇"수시입출 예금금리도 담합 아니냐" 주장

은행들은 수시입출식 예금의 금리를 거의 비슷한 체계에 따라 책정한다. 금액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고, 5천만원을 넘으면 금리가 크게 뛰는 구조다.

국민·하나·농협·외환·기업 등 4개 은행은 6단계, 신한·우리은행은 5단계로 금액대를 구분해 이자를 다르게 준다.

개인 MMDA의 경우 기업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이 500만원 이하 잔액에는 아예 이자를 주지 않고, 500만~5천만원도 1%에 한참 못 미치는 매우 적은 이자를 준다.

그러나 잔액이 5천만원을 넘으면 대부분 1% 넘게 이자를 쳐주고, 1억원을 넘으면 은행에 따라 2% 가까운 이자를 주는 곳도 있다.

은행들은 "잔액이 많을수록 운용수익을 더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모든 은행이 500만원, 1천만원, 3천만원, 5천만원, 1억원을 금액 구간 기준으로 삼고 너나없이 적은 이자를 줘 일종의 담합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안덕수(새누리당) 의원은 "수시입출식 예금을 콜거래나 환매조건부어음 등에 투자하면 1%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시입출식 예금을 그냥 묻어두는 게 아닌데도 사실상 '무수익 자금'이라며 예금금리를 하나같이 0%대로 주는 건 뭔가 석연치 않다고 안 의원은 주장했다.

◇은행들 "속사정 알고보면 남는게 없다" 반박

수시입출식 예금 금리가 일반인이 보기에 턱없이 낮은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고 은행들은 항변한다.

일단 입·출금이 자유로워 잔액이 고르지 않다. 그만큼 자금 운용을 장기로 하기 어려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은행마다 수시입출식 예금의 40% 정도는 인출 요구에 대비해 남겨놓고 나머지 60%가량을 단기자금에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든지 빼서 줘야 하는 만큼 한국은행에 예금 일부를 맡겨두는 지급준비율도 정기예금(2%)보다 높은 7%가 적용된다.

고객이 수시로 돈을 넣고 빼는 탓에 인건비, 시설 운영비, 전산 관리비 등 계좌유지에 드는 비용이 많은 점도 금리가 낮은 이유라고 은행들은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은 수시입출식 예금 금리가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높지만, 계좌유지비도 고객이 부담한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금리가 낮은 대신 각종 수수료를 감면해주고 다른 상품에 가입할 때 우대금리를 주는 등 나름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설명에도 일리가 있는 만큼 무조건 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며 "합리적인 개선책을 모색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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