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쓰레기 승합차 안에 7개월 된 아기

입력 2013.05.06 (08:36) 수정 2013.05.0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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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주, 아직 돌도 안 된 여자 아기가 쓰레기로 가득 찬 차 안에서 발견됐습니다.

이 차 안에서는 개 여섯 마리도 함께 발견됐는데요.

발견 당시 이 개들이 하도 짖어서 소동이 일어날 정도였습니다.

김기흥 기자, 저도 이 보도 잠깐 봤었는데, 이게 아이가 버려진 게 아니었군요.

<기자 멘트>

저도 처음에는 아기가 유기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알고 보니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찬 승합차가 아기의 집이었습니다.

아기를 돌보고 있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아기의 외할머니이었는데요.

그렇다면 아기의 엄마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을까요?

그리고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됐을까요?

쓰레기차에서 아기가 개 6마리와 함께 살게 된 기막힌 사연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서울의 한 견인차량 보관소입니다.

자정이 다 된 늦은 시간이지만 이곳엔 때 아닌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견인된 차량 때문이었는데요.

차에서 쏟아진 쓰레기들.

하지만, 차 안엔 쓰레기들이 여전히 가득했습니다.

악취까지 심하게 나는 등 위생 상태가 매우 불량했습니다.

<인터뷰> 견인차량보관소 직원(음성변조): “섬뜩하죠. 이거 안 받으려고 그랬어요. 개가 네 마리인가, 다섯 마리인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차를) 가져다 놓으라고 해서 (경찰 입회 하에) 어쩔 수 없이 가져다 놓은 거예요.“

차 안에는 유기견 6마리가 있었는데요.

그리고 그 중엔 피부병과 기생충으로 치료가 필요한 개도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동물자유연대 직원(음성변조): “저희도 엊그제 연락을 받았어요. (개에 있는 옴이) 벌레인데 그게 사람 몸에도 옮으면 피를 빨아먹으니까 가렵죠.“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개 6마리가 구조되기 12시간 전에 이 차 안에는 갓 난 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동물자유연대 직원(음성변조): “저기서 (사람이) 같이 생활했다면 (옴 진드기가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죠.“

개들조차 숨쉬기 힘들었을 쓰레기차에서 아기가 어떻게 살 수 있었던 걸까요?

문제의 차량은 보관소에서 4킬로미터 떨어진 인근 주택가에 있었다고 합니다.

개 짖는 소음 등으로 주민들의 항의가 들어오면서, 차를 확인하러 왔던 사회복지사 에 의해 실체가 들어 났습니다.

<인터뷰> 해당 주민센터 사회복지사(음성변조): “(차) 유리창으로 보이는 거는 쓰레기 같은 게 많았고, 개가 세 마리 정도 있다고 인식될 정도였어요. 저쪽에서 이쪽으로 밥 먹으러 가다가 할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걸 봐서 신고하게 됐어요.“

주민들은 개가 마구 짖어대는 통에 평소 차량 근처는 접근조차 못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아기까지 살고 있었다니, 놀람과 충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주민 : “(차가) 이상하다 싶어 한번 안을 보니까 그냥 쓰레기가 꽉 찼어요. 집 사람이 그러는데 그 안에 아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어제 구조하는 거 봤는데 정말 큰 일 날 뻔 했죠.“

<인터뷰> 주민 : “남자(차주 허씨)를 (경찰에서) 체포할 때 칼을 휘둘러서 이 여자(김 여인)도 또 난동을 폈어요. 그래서 그 형사들이 (아기를) 꺼냈어요. 그러니까 차에 머리를 치면서 자해하더라고요.“

아기를 구조하러 온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오물까지 던지는 난동을 벌인 차주 하 모씨와 하 씨와 차에서 함께 산 56살 김모 여인은 아동학대에, 공무집행 방해혐의까지 추가돼 현장에서 검거했는데요.

경찰조사결과, 구조된 아기는 태어난 지 일곱 달이 된 여자 아이로, 김 여인의 손녀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해당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아기는) 아동보호센터에서 잠시 보호하고 있는 거예요. (아기의 건강상태는 어때요?) (병원에서) 아동학대 증후군이라고 그랬어요. 건강상태는 영양이 조금 부족하지 (큰 문제는 없습니다.)“

아기의 외할머니인, 김 여인은 한 달 전부터 이 차량에서 개 6마리와 함께 살았던 건데요.

차에 가까이 다가 가자, 목줄을 늘어뜨린 개들이 사납게 짓어 댑니다.

차 앞뒤 유리창엔 주의 문구가 쓰여 있는가 하면, 테이프 등으로 안을 볼 수 없도록 가려놨는데요.

창틈 사이로, 언뜻 보이는 차 안의 위생 상태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인터뷰> 해당 주민센터 직원: “(차를) 쳐다보고 똑똑했더니, 문을 열고 나오더라고요. 그날 따라 여자(김 여인)가 나오는데 개털이 확, 진짜 아닌 게 아니라 한 박스씩 날리면서 그 냄새 때문에 구역이 나더라고요. 그러면서 아기를 데리고 나오고 (개털을) 털고 막 그랬어요. 근데 중요한 것은 애를 본 순간, 우리 입장에서는 애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겹겹이 쌓인 온갖 생활쓰레기에, 개의 배설물까지 말라붙어 심한 악취까지 진동합니다.

도저히 사람이 살았으리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 안의 위생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차 안 곳곳에선 아기가 먹던 것으로 보이는 분유통이며, 기저귀들이 눈에 띕니다.

도대체 김 여인은 어쩌다 손녀를 이곳에서 키우게 된 걸까요?

<인터뷰> 주민 : “(아기를) 인근 보육원에 버렸다가 아기 엄마가 다시 찾아와서 친정엄마(김 여인)한테 맡긴 거예요. (김 여인은) 자기 핏줄이니까 뭐 어떻게 버릴 수도 없잖아요.”

아기는 한 달 전, 한 보육원에도 버려졌었다고 하는데요.

23살 된 김 여인의 딸이 동거남 사이에서 낳은 아기를 유기했다 이마저도 쉽지 않자, 아기를 자신의 엄마인 김 여인에게 맡기게 된 건데요.

사찰에서 인연을 맺은 김 여인과 하 씨는 이곳 저곳을 다니며, 시주를 받아 차에서 숙식을 해결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인터뷰> 주민 : “매일 아침이면 목탁 치는 소리가 났어요.”

<인터뷰> 주민 : “(김 여인은) 이 남자(허 씨)분하고 (사찰에서) 보살로 있으면서 같이 나와서 자기네 수행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수행이요?) 네. 수행을 밖에 나와서 하고 있는 거라고 그러는 거예요. 근데 차에 쓰레기를….“

하지만 평소 김 여인이 아기를 끔찍이 아꼈다고 주민들은 기억했습니다.

<인터뷰> 해당 주민센터 사회복지사(음성변조) : “분식집에서 봤을 때 할머니(김 여인)가 아기를 아예 꼭 감싸고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모성애는 있으신 분이예요.“

<인터뷰> 주민 : “할머니는 (개를) 별로 키우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딸은 자주 왔었는지) 내가 볼 때는 세, 네 번 봤어요. 한 네 번 정도? 그냥 엄마한테 애만 안겨주고 그냥 가고 그러더라고요.“

아기는 태어난 지 일곱 달이 지나도록 출생신고조차 안 돼 있었습니다.

어렵게 아기의 엄마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 모씨(피해자 어머니, 23살/ 음성변조): “(남자친구가) 생활이 어렵고 당장 못살아도 (남자친구의) 아버지에게 맡기려 했는데 말을 바꿔서 (친정 엄마에게 맡겼다) (아기는) 나중에 제가 키울 수 있으면 키워야죠.“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하씨와 아기의 외할머니 김 여인을 구속하고, 아기를 맡긴 어머니 김 씨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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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5-06 08:38:06
    • 수정2013-05-06 09: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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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아직 돌도 안 된 여자 아기가 쓰레기로 가득 찬 차 안에서 발견됐습니다.

이 차 안에서는 개 여섯 마리도 함께 발견됐는데요.

발견 당시 이 개들이 하도 짖어서 소동이 일어날 정도였습니다.

김기흥 기자, 저도 이 보도 잠깐 봤었는데, 이게 아이가 버려진 게 아니었군요.

<기자 멘트>

저도 처음에는 아기가 유기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알고 보니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찬 승합차가 아기의 집이었습니다.

아기를 돌보고 있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아기의 외할머니이었는데요.

그렇다면 아기의 엄마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을까요?

그리고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됐을까요?

쓰레기차에서 아기가 개 6마리와 함께 살게 된 기막힌 사연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서울의 한 견인차량 보관소입니다.

자정이 다 된 늦은 시간이지만 이곳엔 때 아닌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견인된 차량 때문이었는데요.

차에서 쏟아진 쓰레기들.

하지만, 차 안엔 쓰레기들이 여전히 가득했습니다.

악취까지 심하게 나는 등 위생 상태가 매우 불량했습니다.

<인터뷰> 견인차량보관소 직원(음성변조): “섬뜩하죠. 이거 안 받으려고 그랬어요. 개가 네 마리인가, 다섯 마리인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차를) 가져다 놓으라고 해서 (경찰 입회 하에) 어쩔 수 없이 가져다 놓은 거예요.“

차 안에는 유기견 6마리가 있었는데요.

그리고 그 중엔 피부병과 기생충으로 치료가 필요한 개도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동물자유연대 직원(음성변조): “저희도 엊그제 연락을 받았어요. (개에 있는 옴이) 벌레인데 그게 사람 몸에도 옮으면 피를 빨아먹으니까 가렵죠.“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개 6마리가 구조되기 12시간 전에 이 차 안에는 갓 난 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동물자유연대 직원(음성변조): “저기서 (사람이) 같이 생활했다면 (옴 진드기가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죠.“

개들조차 숨쉬기 힘들었을 쓰레기차에서 아기가 어떻게 살 수 있었던 걸까요?

문제의 차량은 보관소에서 4킬로미터 떨어진 인근 주택가에 있었다고 합니다.

개 짖는 소음 등으로 주민들의 항의가 들어오면서, 차를 확인하러 왔던 사회복지사 에 의해 실체가 들어 났습니다.

<인터뷰> 해당 주민센터 사회복지사(음성변조): “(차) 유리창으로 보이는 거는 쓰레기 같은 게 많았고, 개가 세 마리 정도 있다고 인식될 정도였어요. 저쪽에서 이쪽으로 밥 먹으러 가다가 할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걸 봐서 신고하게 됐어요.“

주민들은 개가 마구 짖어대는 통에 평소 차량 근처는 접근조차 못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아기까지 살고 있었다니, 놀람과 충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주민 : “(차가) 이상하다 싶어 한번 안을 보니까 그냥 쓰레기가 꽉 찼어요. 집 사람이 그러는데 그 안에 아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어제 구조하는 거 봤는데 정말 큰 일 날 뻔 했죠.“

<인터뷰> 주민 : “남자(차주 허씨)를 (경찰에서) 체포할 때 칼을 휘둘러서 이 여자(김 여인)도 또 난동을 폈어요. 그래서 그 형사들이 (아기를) 꺼냈어요. 그러니까 차에 머리를 치면서 자해하더라고요.“

아기를 구조하러 온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오물까지 던지는 난동을 벌인 차주 하 모씨와 하 씨와 차에서 함께 산 56살 김모 여인은 아동학대에, 공무집행 방해혐의까지 추가돼 현장에서 검거했는데요.

경찰조사결과, 구조된 아기는 태어난 지 일곱 달이 된 여자 아이로, 김 여인의 손녀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해당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아기는) 아동보호센터에서 잠시 보호하고 있는 거예요. (아기의 건강상태는 어때요?) (병원에서) 아동학대 증후군이라고 그랬어요. 건강상태는 영양이 조금 부족하지 (큰 문제는 없습니다.)“

아기의 외할머니인, 김 여인은 한 달 전부터 이 차량에서 개 6마리와 함께 살았던 건데요.

차에 가까이 다가 가자, 목줄을 늘어뜨린 개들이 사납게 짓어 댑니다.

차 앞뒤 유리창엔 주의 문구가 쓰여 있는가 하면, 테이프 등으로 안을 볼 수 없도록 가려놨는데요.

창틈 사이로, 언뜻 보이는 차 안의 위생 상태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인터뷰> 해당 주민센터 직원: “(차를) 쳐다보고 똑똑했더니, 문을 열고 나오더라고요. 그날 따라 여자(김 여인)가 나오는데 개털이 확, 진짜 아닌 게 아니라 한 박스씩 날리면서 그 냄새 때문에 구역이 나더라고요. 그러면서 아기를 데리고 나오고 (개털을) 털고 막 그랬어요. 근데 중요한 것은 애를 본 순간, 우리 입장에서는 애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겹겹이 쌓인 온갖 생활쓰레기에, 개의 배설물까지 말라붙어 심한 악취까지 진동합니다.

도저히 사람이 살았으리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 안의 위생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차 안 곳곳에선 아기가 먹던 것으로 보이는 분유통이며, 기저귀들이 눈에 띕니다.

도대체 김 여인은 어쩌다 손녀를 이곳에서 키우게 된 걸까요?

<인터뷰> 주민 : “(아기를) 인근 보육원에 버렸다가 아기 엄마가 다시 찾아와서 친정엄마(김 여인)한테 맡긴 거예요. (김 여인은) 자기 핏줄이니까 뭐 어떻게 버릴 수도 없잖아요.”

아기는 한 달 전, 한 보육원에도 버려졌었다고 하는데요.

23살 된 김 여인의 딸이 동거남 사이에서 낳은 아기를 유기했다 이마저도 쉽지 않자, 아기를 자신의 엄마인 김 여인에게 맡기게 된 건데요.

사찰에서 인연을 맺은 김 여인과 하 씨는 이곳 저곳을 다니며, 시주를 받아 차에서 숙식을 해결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인터뷰> 주민 : “매일 아침이면 목탁 치는 소리가 났어요.”

<인터뷰> 주민 : “(김 여인은) 이 남자(허 씨)분하고 (사찰에서) 보살로 있으면서 같이 나와서 자기네 수행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수행이요?) 네. 수행을 밖에 나와서 하고 있는 거라고 그러는 거예요. 근데 차에 쓰레기를….“

하지만 평소 김 여인이 아기를 끔찍이 아꼈다고 주민들은 기억했습니다.

<인터뷰> 해당 주민센터 사회복지사(음성변조) : “분식집에서 봤을 때 할머니(김 여인)가 아기를 아예 꼭 감싸고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모성애는 있으신 분이예요.“

<인터뷰> 주민 : “할머니는 (개를) 별로 키우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딸은 자주 왔었는지) 내가 볼 때는 세, 네 번 봤어요. 한 네 번 정도? 그냥 엄마한테 애만 안겨주고 그냥 가고 그러더라고요.“

아기는 태어난 지 일곱 달이 지나도록 출생신고조차 안 돼 있었습니다.

어렵게 아기의 엄마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 모씨(피해자 어머니, 23살/ 음성변조): “(남자친구가) 생활이 어렵고 당장 못살아도 (남자친구의) 아버지에게 맡기려 했는데 말을 바꿔서 (친정 엄마에게 맡겼다) (아기는) 나중에 제가 키울 수 있으면 키워야죠.“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하씨와 아기의 외할머니 김 여인을 구속하고, 아기를 맡긴 어머니 김 씨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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