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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경 “‘살인의 추억’ 답답함 10년만에 풀었죠”
입력 2013.05.10 (07:59) 수정 2013.05.10 (08:03) 연합뉴스
영화 '몽타주'로 10년 만에 형사 연기

"'살인의 추억'에서 범인을 못 잡고 끝나서 답답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게 다 풀렸어요. 되게 편안해진 느낌이에요."

한국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화 '살인의 추억'(2003)에서 형사로 강한 인상을 남긴 김상경이 10년 만에 다시 형사로 돌아왔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몽타주'에서 완전 범죄를 꾸민 아동 유괴범을 잡으려고 몸부림치는 형사 '오청호'를 연기했다.

극중 담배를 피우며 쓰라린 울분을 삼키는 얼굴은 '살인의 추억'의 그 얼굴과 오버랩된다.

9일 회현동에서 만난 김상경은 이번 영화로 '살인의 추억'의 한(恨)풀이를 제대로 했다며 웃었다.

비슷한 스릴러 장르에 형사 역할을 또 하기가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10년을 안 했잖아요. '살인의 추억' 끝나고 나서 1년 사이에 형사 역할을 주는 시나리오가 40개는 들어왔어요. 그런데 배우 입장에서 방금 형사를 한 사람이 곧바로 할 수 있겠어요? 또 '살인의 추억'이 스릴러의 교본이라고 할 정도로 워낙 명작이었기 때문에 다시 하려면 시나리오가 진짜 좋아야 돼요. 그런데 그만큼 완성도 있는 게 별로 없었죠. 그리고 이제 10년이 지났잖아요. 지금쯤 되면 좋게 반추하게 되죠. 그래서 하겠다고 한 거고 다행히 시나리오도 좋았고요."

그는 이번 영화가 '살인의 추억'의 연장선에 있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취조실 장면이 굉장히 유명하잖아요. 이번에도 취조실 장면이 좋더라고요. 그땐 해결이 안 됐는데, 이번엔 취조실에서 마무리 지으니까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어요."

약을 올리듯 수사망을 빠져나가는 범인을 잡지 못해 울분에 싸인 형사 연기는 그에게 익숙해 보인다.

"'살인의 추억' 찍으며 만났던 형사들을 보면 정말 열심히 하다 보니 약이 올라서 괴로워하더라고요. 지금도 범인을 따라다니는 분들이 있어요. 그렇게 실제로 집착하고 있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오청호의 마음이 충분히 공감이 됐어요. 자기 가족이 당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죠. 그리고 결말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이 사건에 그가 큰 죄책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개연성이 더 강하게 느껴졌고 시나리오 단계부터 그 부분이 좋았어요."

그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이 영화의 미덕을 얘기했다.

"공소시효에 대한 얘기를 건드린 것 같아요. 1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고 용서받을 수 있는가. 영화적인 재미도 있지만, 공소시효 15년을 용인해 줘야 하는 건지, 그게 누구를 기준으로 만든 건지 생각해 보게 하죠. 피해 당사자들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데. 우리 애가 그런 일을 당하면 절대 용서 못 할 것 같아요. 그래서 공소시효는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회적인 문제도 던져줘서 좋은 영화인 것 같아요."

영화를 찍고 난 뒤 느끼는 만족도는 기존의 어느 작품 못지않다고 자신했다.

"400-500% 만족했어요. 늘 언론시사 때 처음으로 완성본을 보는데, 이번에 보고 진짜 행복했어요. 참 영화답잖아요. '이런 게 영화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구조적인 배열이 잘 짜여 있고 주연배우 엄정화·송영창 선배 연기나 조연들 연기가 좋고 감독님 연출과 음악까지 다 좋았어요. 기뻐서 눈물이 날 정도였죠. 나조차도 잊고 있던 영화의 모습이더라고요. 감독님이 너무 예뻐 보였어요."

그는 특히 유괴된 아이 엄마 역으로 출연한 배우 엄정화의 연기를 극찬했다.

"사실 (엄)정화 누나의 이전 작품들은 몇 개 보지를 못했는데, 이번엔 진짜 잘했어요. 여배우가 한 장면을 소화하는데 이렇게 눈물 나고 공감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이 엄마가 오열하는 그 연기는 상투적인 느낌이 아니고 진짜 같았어요. 엄마 잃은 아이 심정을 정말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연기상 안 주면 안돼요."

그는 그리 많은 작품을 하지 않았는데도 대중에게 친근한 배우다. 출연한 작품마다 흥행이 잘 되거나 화제를 모았던 덕분이다.

홍상수 감독의 페르소나로 '생활의 발견'(2002)과 '극장전'(2005), '하하하'(2010)로 영화제 레드카펫을 여러 차례 밟았고 '살인의 추억'과 '화려한 휴가'(2007), '타워'(2012)가 각각 500만 이상 관객을 모았다.

"성공률로 보면 9할 대예요. 안 된 영화가 거의 없죠. 홍상수 감독님 영화로 칸에 가고 500만 넘는 영화가 세 개나 되니 참 복 받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워낙 명감독들과 함께하다 보니 자연히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생활의 발견'을 하고 바로 다음에 '살인의 추억'을 찍었는데, 그 다음에 2년 가까이 영화를 안 했어요. 예술의 최고봉인 홍상수 감독님과 상업영화의 최고봉인 봉준호 감독님 작품을 하고 나니 뭐가 눈에 들어왔겠어요. 그때는 지금보다 어렸을 때라 더 예민하고 까칠했거든요. 그래서 쉬는 기간이 길었죠."

'하하하' 이후 최근작 '타워' 사이에도 3년 가까운 공백이 있었다. 김지훈 감독과의 의리로 '타워' 촬영을 기다리느라 그 사이 놓친 아까운 작품들도 있다. 그는 이번 영화 '몽타주'를 기점으로 영화를 더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는 작품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이번 영화 '몽타주'의 느낌이 정말 좋아서 이런 경험을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혼자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운이 좋아야겠지만요."
  • 김상경 “‘살인의 추억’ 답답함 10년만에 풀었죠”
    • 입력 2013-05-10 07:59:52
    • 수정2013-05-10 08:03:51
    연합뉴스
영화 '몽타주'로 10년 만에 형사 연기

"'살인의 추억'에서 범인을 못 잡고 끝나서 답답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게 다 풀렸어요. 되게 편안해진 느낌이에요."

한국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화 '살인의 추억'(2003)에서 형사로 강한 인상을 남긴 김상경이 10년 만에 다시 형사로 돌아왔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몽타주'에서 완전 범죄를 꾸민 아동 유괴범을 잡으려고 몸부림치는 형사 '오청호'를 연기했다.

극중 담배를 피우며 쓰라린 울분을 삼키는 얼굴은 '살인의 추억'의 그 얼굴과 오버랩된다.

9일 회현동에서 만난 김상경은 이번 영화로 '살인의 추억'의 한(恨)풀이를 제대로 했다며 웃었다.

비슷한 스릴러 장르에 형사 역할을 또 하기가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10년을 안 했잖아요. '살인의 추억' 끝나고 나서 1년 사이에 형사 역할을 주는 시나리오가 40개는 들어왔어요. 그런데 배우 입장에서 방금 형사를 한 사람이 곧바로 할 수 있겠어요? 또 '살인의 추억'이 스릴러의 교본이라고 할 정도로 워낙 명작이었기 때문에 다시 하려면 시나리오가 진짜 좋아야 돼요. 그런데 그만큼 완성도 있는 게 별로 없었죠. 그리고 이제 10년이 지났잖아요. 지금쯤 되면 좋게 반추하게 되죠. 그래서 하겠다고 한 거고 다행히 시나리오도 좋았고요."

그는 이번 영화가 '살인의 추억'의 연장선에 있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취조실 장면이 굉장히 유명하잖아요. 이번에도 취조실 장면이 좋더라고요. 그땐 해결이 안 됐는데, 이번엔 취조실에서 마무리 지으니까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어요."

약을 올리듯 수사망을 빠져나가는 범인을 잡지 못해 울분에 싸인 형사 연기는 그에게 익숙해 보인다.

"'살인의 추억' 찍으며 만났던 형사들을 보면 정말 열심히 하다 보니 약이 올라서 괴로워하더라고요. 지금도 범인을 따라다니는 분들이 있어요. 그렇게 실제로 집착하고 있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오청호의 마음이 충분히 공감이 됐어요. 자기 가족이 당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죠. 그리고 결말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이 사건에 그가 큰 죄책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개연성이 더 강하게 느껴졌고 시나리오 단계부터 그 부분이 좋았어요."

그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이 영화의 미덕을 얘기했다.

"공소시효에 대한 얘기를 건드린 것 같아요. 1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고 용서받을 수 있는가. 영화적인 재미도 있지만, 공소시효 15년을 용인해 줘야 하는 건지, 그게 누구를 기준으로 만든 건지 생각해 보게 하죠. 피해 당사자들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데. 우리 애가 그런 일을 당하면 절대 용서 못 할 것 같아요. 그래서 공소시효는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회적인 문제도 던져줘서 좋은 영화인 것 같아요."

영화를 찍고 난 뒤 느끼는 만족도는 기존의 어느 작품 못지않다고 자신했다.

"400-500% 만족했어요. 늘 언론시사 때 처음으로 완성본을 보는데, 이번에 보고 진짜 행복했어요. 참 영화답잖아요. '이런 게 영화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구조적인 배열이 잘 짜여 있고 주연배우 엄정화·송영창 선배 연기나 조연들 연기가 좋고 감독님 연출과 음악까지 다 좋았어요. 기뻐서 눈물이 날 정도였죠. 나조차도 잊고 있던 영화의 모습이더라고요. 감독님이 너무 예뻐 보였어요."

그는 특히 유괴된 아이 엄마 역으로 출연한 배우 엄정화의 연기를 극찬했다.

"사실 (엄)정화 누나의 이전 작품들은 몇 개 보지를 못했는데, 이번엔 진짜 잘했어요. 여배우가 한 장면을 소화하는데 이렇게 눈물 나고 공감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이 엄마가 오열하는 그 연기는 상투적인 느낌이 아니고 진짜 같았어요. 엄마 잃은 아이 심정을 정말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연기상 안 주면 안돼요."

그는 그리 많은 작품을 하지 않았는데도 대중에게 친근한 배우다. 출연한 작품마다 흥행이 잘 되거나 화제를 모았던 덕분이다.

홍상수 감독의 페르소나로 '생활의 발견'(2002)과 '극장전'(2005), '하하하'(2010)로 영화제 레드카펫을 여러 차례 밟았고 '살인의 추억'과 '화려한 휴가'(2007), '타워'(2012)가 각각 500만 이상 관객을 모았다.

"성공률로 보면 9할 대예요. 안 된 영화가 거의 없죠. 홍상수 감독님 영화로 칸에 가고 500만 넘는 영화가 세 개나 되니 참 복 받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워낙 명감독들과 함께하다 보니 자연히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생활의 발견'을 하고 바로 다음에 '살인의 추억'을 찍었는데, 그 다음에 2년 가까이 영화를 안 했어요. 예술의 최고봉인 홍상수 감독님과 상업영화의 최고봉인 봉준호 감독님 작품을 하고 나니 뭐가 눈에 들어왔겠어요. 그때는 지금보다 어렸을 때라 더 예민하고 까칠했거든요. 그래서 쉬는 기간이 길었죠."

'하하하' 이후 최근작 '타워' 사이에도 3년 가까운 공백이 있었다. 김지훈 감독과의 의리로 '타워' 촬영을 기다리느라 그 사이 놓친 아까운 작품들도 있다. 그는 이번 영화 '몽타주'를 기점으로 영화를 더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는 작품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이번 영화 '몽타주'의 느낌이 정말 좋아서 이런 경험을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혼자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운이 좋아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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