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 돌파…증시에 ‘찬물’·채권시장은 강세 요인

입력 2013.05.10 (09:42) 수정 2013.05.1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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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수출 경합도 높은 자동차와 IT 피해 클 듯


달러·엔 환율이 10일 달러당 100엔을 돌파하면서 한국 주식과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는 엔화 약세가 코스피 지수 2,000 돌파를 앞둔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세계 경기 회복 여부 등이 코스피와 더욱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채권시장에는 엔화 약세로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생기면서 채권 금리 인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주식시장에 부정적이지만 영향은 제한적"

전문가들은 가파른 엔화 약세로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자동차, 정보통신(IT) 업종 등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엔화 약세·원화 강세를 동시에 보였던 작년 말이나 올해 초와 달리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며 원화 강세 현상이 다소 완화됐기 때문에 그 영향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현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와 IT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일본에 장비 수입 의존도가 높은 IT는 수입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라도 있지만, 자동차는 이런 것도 없어 더 피해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 수석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세계 시장에서 한국 수출품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계속 떨어진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요타 등 일본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는 급등한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작년 연말보다 4∼10%가량 내렸다.

하지만,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다행스럽게도 원화와 엔화가 예전처럼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아니다"면서 "원화도 달러 대비 약세를 보여 극도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1일 1,054.70원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달러당 1,100원대까지 상승했다.

주식시장의 외국인 유동성 측면에서 살펴봐도 양적 완화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일본에 외국인 자금이 흘러들어 가면서 상대적으로 한국 증시가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김승현 부장은 "양적 완화로 일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본으로 돈이 쏠리고 있고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인 한국 시장에는 외국인 자금이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스피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달러·엔 환율이라기보다는 세계 경기 회복 여부라고 보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9년 엔저 국면 때 원·엔 환율이 20%가량 내렸지만, 우리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다"면서 "세계 수입 수요가 워낙 강력하게 늘어 엔저를 모두 상쇄하고도 남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 경제 회복이 가시화하면 코스피가 디커플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지만 회복이 더디면 코스피가 1년 내내 박스권에 갇힐 수 있다"고 말했다.

◇ 100엔 돌파는 채권시장 금리 인하 요인

달러당 100엔 돌파는 채권 시장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것이 채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출과 국내 경기 불안 요인이 가중되면서 환율 방어와 경기 불안에 대응할 목적으로 이달에 이어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하반기에 수출이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엔화 약세는 이에 대한 기대를 낮춰 채권 시장 금리에 하락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이미 이달에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수출과 설비투자가 제대로 안 되고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 한국은행이 다시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엔저를 유도하기 위한 양적 완화로 일본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일본 자금인 엔캐리 자금이 한국 채권 시장에 들어올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권한욱 교보증권 연구원은 "엔화를 풀면서 일본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고 있다"면서 "그만큼 엔캐리 자금이 국내 채권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매수 기반이 강해진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엔화 약세는 기준금리와 추가경정예산 등과 비교해서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나정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등이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인 것과 비교해 엔저는 간접적인 변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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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3-05-10 09: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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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수출 경합도 높은 자동차와 IT 피해 클 듯 달러·엔 환율이 10일 달러당 100엔을 돌파하면서 한국 주식과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는 엔화 약세가 코스피 지수 2,000 돌파를 앞둔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세계 경기 회복 여부 등이 코스피와 더욱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채권시장에는 엔화 약세로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생기면서 채권 금리 인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주식시장에 부정적이지만 영향은 제한적" 전문가들은 가파른 엔화 약세로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자동차, 정보통신(IT) 업종 등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엔화 약세·원화 강세를 동시에 보였던 작년 말이나 올해 초와 달리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며 원화 강세 현상이 다소 완화됐기 때문에 그 영향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현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와 IT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일본에 장비 수입 의존도가 높은 IT는 수입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라도 있지만, 자동차는 이런 것도 없어 더 피해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 수석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세계 시장에서 한국 수출품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계속 떨어진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요타 등 일본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는 급등한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작년 연말보다 4∼10%가량 내렸다. 하지만,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다행스럽게도 원화와 엔화가 예전처럼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아니다"면서 "원화도 달러 대비 약세를 보여 극도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1일 1,054.70원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달러당 1,100원대까지 상승했다. 주식시장의 외국인 유동성 측면에서 살펴봐도 양적 완화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일본에 외국인 자금이 흘러들어 가면서 상대적으로 한국 증시가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김승현 부장은 "양적 완화로 일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본으로 돈이 쏠리고 있고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인 한국 시장에는 외국인 자금이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스피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달러·엔 환율이라기보다는 세계 경기 회복 여부라고 보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9년 엔저 국면 때 원·엔 환율이 20%가량 내렸지만, 우리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다"면서 "세계 수입 수요가 워낙 강력하게 늘어 엔저를 모두 상쇄하고도 남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 경제 회복이 가시화하면 코스피가 디커플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지만 회복이 더디면 코스피가 1년 내내 박스권에 갇힐 수 있다"고 말했다. ◇ 100엔 돌파는 채권시장 금리 인하 요인 달러당 100엔 돌파는 채권 시장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것이 채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출과 국내 경기 불안 요인이 가중되면서 환율 방어와 경기 불안에 대응할 목적으로 이달에 이어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하반기에 수출이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엔화 약세는 이에 대한 기대를 낮춰 채권 시장 금리에 하락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이미 이달에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수출과 설비투자가 제대로 안 되고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 한국은행이 다시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엔저를 유도하기 위한 양적 완화로 일본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일본 자금인 엔캐리 자금이 한국 채권 시장에 들어올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권한욱 교보증권 연구원은 "엔화를 풀면서 일본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고 있다"면서 "그만큼 엔캐리 자금이 국내 채권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매수 기반이 강해진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엔화 약세는 기준금리와 추가경정예산 등과 비교해서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나정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등이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인 것과 비교해 엔저는 간접적인 변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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