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 단기전망 ‘쾌청’…중장기 미지수

입력 2013.05.10 (10:32) 수정 2013.05.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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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효과, 고용-투자확대 선순환 유발 여부 관건


10일 4년 1개월만에 달러당 100엔대에 진입한 일본의 엔저 추세는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로 직결되면서 당분간 일본 경제 전반에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4일 향후 2년 간 시중자금 공급량을 2배로 늘리는 획기적인 금융완화를 시행키로 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엔저-주가상승-경기상승의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일본 경제가 하락세를 멈추고 개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고, 같은 달 일본 정부의 월례 경제보고도 "일본 경제는 일부 약한 움직임이 남아 있으나 최근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를 이끌어낸 핵심 요인이 엔저라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일본 다이와증권은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일 때 일본 200대 기업의 2013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세전이익이 전년도 대비 75% 성장한 16조900억엔(약 17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수출기업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도요타자동차는 엔저 효과에 힘입어 2012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에 전년 대비 3.7배 규모인 1조3천208억8천800만엔(약 14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도요타는 엔저 영향으로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 수출이 늘자 4∼9월 국내 생산 대수를 10% 가량 상향 조정키로 했다. 달러당 100엔 대가 유지될 경우 일본 7대 상용차 메이커의 영업이익은 금년도에 합계 4천억엔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들의 해외 공장 이전 계획에도 수정이 가해지고 있다. 닛산은 엔고에 대비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생산 라인을 미국으로 전면 이관하려던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그에 따라 닛산은 국내에서의 생산량을 연간 100만대 이상 수준으로 유지키로 했다.

또 엔저에 힘입은 주가 상승으로 그룹 내 생명보험사의 실적이 좋아진 소니는 주력인 전자부문에서 2012 회계연도에 1천344억엔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그룹 전체는 같은 연도에 순이익 430억3천만 엔(4천748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엔저의 그늘도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식료품 사업은 오히려 엔저로 인해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피해가 예상된다. 식료품 산업은 2013년도에 달러당 100엔 수준으로 환율이 유지될 경우 전년도 대비 4천436억엔의 수익감소가 예상된다.

또 엔저에 따른 연료가격 급등으로 타격을 입은 어민들도 울상이다. 어업계를 대표하는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전국 어선 약 20만척의 일제 휴업까지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2011년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대부분 중단함에 따라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아진 전력업계들이 천연가스 등의 수입 비용 증가를 이유로 전기세 인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생계에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아직 엔저와 주가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수익 증대가 투자 확대,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됐다고 볼 수 없어 일본 경제에 미칠 중·장기적 영향은 지켜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달 주요 기업 122개사를 상대로 내년 봄 고졸 이상 학력자 채용계획을 설문한 결과, '전년도 수준'이라는 응답이 51%(62개사)로 나타난 가운데 '줄이겠다'는 응답(21%, 26개사)과 '늘리겠다'는 응답(20%, 24개사)이 비슷했다. 아직 엔저의 효과가 고용시장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의 세 화살(대대적 금융완화·재정지출 확대·성장전략) 중 하나인 '성장전략'에 담길 규제개혁과 혁신 산업 양성, 자유무역 확대 등에서 성공을 거둠으로써 일본 경제가 체질개선에 성공하느냐가 엔저 효과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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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경제 단기전망 ‘쾌청’…중장기 미지수
    • 입력 2013-05-10 10:32:56
    • 수정2013-05-10 10:35:19
    연합뉴스
엔저효과, 고용-투자확대 선순환 유발 여부 관건 10일 4년 1개월만에 달러당 100엔대에 진입한 일본의 엔저 추세는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로 직결되면서 당분간 일본 경제 전반에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4일 향후 2년 간 시중자금 공급량을 2배로 늘리는 획기적인 금융완화를 시행키로 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엔저-주가상승-경기상승의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일본 경제가 하락세를 멈추고 개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고, 같은 달 일본 정부의 월례 경제보고도 "일본 경제는 일부 약한 움직임이 남아 있으나 최근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를 이끌어낸 핵심 요인이 엔저라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일본 다이와증권은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일 때 일본 200대 기업의 2013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세전이익이 전년도 대비 75% 성장한 16조900억엔(약 17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수출기업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도요타자동차는 엔저 효과에 힘입어 2012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에 전년 대비 3.7배 규모인 1조3천208억8천800만엔(약 14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도요타는 엔저 영향으로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 수출이 늘자 4∼9월 국내 생산 대수를 10% 가량 상향 조정키로 했다. 달러당 100엔 대가 유지될 경우 일본 7대 상용차 메이커의 영업이익은 금년도에 합계 4천억엔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들의 해외 공장 이전 계획에도 수정이 가해지고 있다. 닛산은 엔고에 대비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생산 라인을 미국으로 전면 이관하려던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그에 따라 닛산은 국내에서의 생산량을 연간 100만대 이상 수준으로 유지키로 했다. 또 엔저에 힘입은 주가 상승으로 그룹 내 생명보험사의 실적이 좋아진 소니는 주력인 전자부문에서 2012 회계연도에 1천344억엔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그룹 전체는 같은 연도에 순이익 430억3천만 엔(4천748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엔저의 그늘도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식료품 사업은 오히려 엔저로 인해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피해가 예상된다. 식료품 산업은 2013년도에 달러당 100엔 수준으로 환율이 유지될 경우 전년도 대비 4천436억엔의 수익감소가 예상된다. 또 엔저에 따른 연료가격 급등으로 타격을 입은 어민들도 울상이다. 어업계를 대표하는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전국 어선 약 20만척의 일제 휴업까지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2011년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대부분 중단함에 따라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아진 전력업계들이 천연가스 등의 수입 비용 증가를 이유로 전기세 인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생계에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아직 엔저와 주가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수익 증대가 투자 확대,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됐다고 볼 수 없어 일본 경제에 미칠 중·장기적 영향은 지켜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달 주요 기업 122개사를 상대로 내년 봄 고졸 이상 학력자 채용계획을 설문한 결과, '전년도 수준'이라는 응답이 51%(62개사)로 나타난 가운데 '줄이겠다'는 응답(21%, 26개사)과 '늘리겠다'는 응답(20%, 24개사)이 비슷했다. 아직 엔저의 효과가 고용시장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의 세 화살(대대적 금융완화·재정지출 확대·성장전략) 중 하나인 '성장전략'에 담길 규제개혁과 혁신 산업 양성, 자유무역 확대 등에서 성공을 거둠으로써 일본 경제가 체질개선에 성공하느냐가 엔저 효과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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