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양적완화 향방이 관건

입력 2013.05.10 (11:06) 수정 2013.05.1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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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환율이 달러당 100엔을 돌파한 것은 일본 입장에서 볼 때는 오랫동안 국내 경제를 짓눌려왔던 `엔고의 족쇄'가 풀린 것을 의미한다.

엔화가치는 아베 내각 출범 직전인 작년 11월 중순 이후 무려 달러당 20엔이나 급락했다.

엔화는 2009년 4월 달러당 100엔 붕괴를 시작으로 엔고가 계속돼 2011년 10월에는 달러당 75.32엔으로 전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후에도 80엔대를 유지했던 엔화는 '아베노믹스'의 첫번째 디플레 처방책인 대규모 금융완화를 계기로 엔저가 급속히 진행됐다.

엔화는 특히 '구로다 체제'의 일본은행이 내놓은 과감한 금융완화조치가 지난 달 중순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별다른 견제없이 사실상의 '추인'을 받을 것을 계기로 100엔 돌파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져 왔다.

일본은행의 금융완화는 2년내 2%의 물가상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본원통화 공급 및 국채,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매입 확대를 통해 자금 공급량을 2년내 2배로 늘린다는 게 골자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4일 이러한 내용의 금융완화책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질적ㆍ양적 금융완화'라고 자평했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일본은행의 대담한 금융완화를 둘러싸고는 인위적인 '엔저 유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않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지나쳤던 엔고가 자연스럽게 시정되는 과정이며 장기간의 디플레에서 탈출하기 위해 필요한 금융완화 조치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엔화가 100엔대를 돌파함으로써 '엔고 시정' 단계는 이제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생상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엔화의 100엔 돌파를 미국 경제의 회복 조짐이 뚜렷해진 데 따른 결과라는 인식을 표명했다. 아마리 경제재생상은 아베 정권 발족 직후 엔화가 달러당 100엔을 넘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었다.

일본의 시장 관계자들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그동안의 양적완화에 대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저가 진행되고 있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경제 회복으로 FRB가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 미국 금리가 상승할 경우 미일 간 금리차이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FRB와는 반대로 이제 막 양적완화에 나선 일본의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게 돼 엔저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본으로서도 엔저가 계속 진행되는 것을 마냥 반길 수 없는 상황이다. 엔저로 기업실적이 개선되고 소비가 확대돼 디플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좋지만, 동시에 수입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물가가 올라 가계를 압박할 경우 오히려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100엔대까지 엔저가 진행됨으로써 해외로부터 '엔저 유도'의 비판이 재연되고 세계 통화전쟁이 촉발될 소지도 한층 높아졌다. 이런 점에서 10일부터 영국에서 개최되는 G7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참가국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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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일 양적완화 향방이 관건
    • 입력 2013-05-10 11:06:05
    • 수정2013-05-10 11:06:19
    연합뉴스
엔화 환율이 달러당 100엔을 돌파한 것은 일본 입장에서 볼 때는 오랫동안 국내 경제를 짓눌려왔던 `엔고의 족쇄'가 풀린 것을 의미한다. 엔화가치는 아베 내각 출범 직전인 작년 11월 중순 이후 무려 달러당 20엔이나 급락했다. 엔화는 2009년 4월 달러당 100엔 붕괴를 시작으로 엔고가 계속돼 2011년 10월에는 달러당 75.32엔으로 전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후에도 80엔대를 유지했던 엔화는 '아베노믹스'의 첫번째 디플레 처방책인 대규모 금융완화를 계기로 엔저가 급속히 진행됐다. 엔화는 특히 '구로다 체제'의 일본은행이 내놓은 과감한 금융완화조치가 지난 달 중순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별다른 견제없이 사실상의 '추인'을 받을 것을 계기로 100엔 돌파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져 왔다. 일본은행의 금융완화는 2년내 2%의 물가상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본원통화 공급 및 국채,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매입 확대를 통해 자금 공급량을 2년내 2배로 늘린다는 게 골자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4일 이러한 내용의 금융완화책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질적ㆍ양적 금융완화'라고 자평했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일본은행의 대담한 금융완화를 둘러싸고는 인위적인 '엔저 유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않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지나쳤던 엔고가 자연스럽게 시정되는 과정이며 장기간의 디플레에서 탈출하기 위해 필요한 금융완화 조치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엔화가 100엔대를 돌파함으로써 '엔고 시정' 단계는 이제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생상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엔화의 100엔 돌파를 미국 경제의 회복 조짐이 뚜렷해진 데 따른 결과라는 인식을 표명했다. 아마리 경제재생상은 아베 정권 발족 직후 엔화가 달러당 100엔을 넘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었다. 일본의 시장 관계자들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그동안의 양적완화에 대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저가 진행되고 있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경제 회복으로 FRB가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 미국 금리가 상승할 경우 미일 간 금리차이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FRB와는 반대로 이제 막 양적완화에 나선 일본의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게 돼 엔저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본으로서도 엔저가 계속 진행되는 것을 마냥 반길 수 없는 상황이다. 엔저로 기업실적이 개선되고 소비가 확대돼 디플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좋지만, 동시에 수입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물가가 올라 가계를 압박할 경우 오히려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100엔대까지 엔저가 진행됨으로써 해외로부터 '엔저 유도'의 비판이 재연되고 세계 통화전쟁이 촉발될 소지도 한층 높아졌다. 이런 점에서 10일부터 영국에서 개최되는 G7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참가국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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