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엔저에 발목 잡히나

입력 2013.05.10 (11:39) 수정 2013.05.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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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날개' 수출에 타격…성장률에 마이너스

엔화가 2009년 4월 이후 4년여만에 달러 당 100엔을 돌파하면서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한쪽 날개인 내수는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날개인 수출마저 꺾인다면 저성장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경제의 체력 저하를 우려하며 경기 부양을 추진해온 현 정부로서는 '엔저'라는 악재는 큰 부담이다. 장기간의 저성장은 성장 잠재력 자체를 끌어내릴 수 있다.

수출기업과 금융시장도 엔저의 악영향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엔저는 일본산 제품과 경쟁하는 한국산 제품에 치명타를 주기 때문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엔저 타격 불가피

9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 당 100엔대를 상향 돌파했다.

100엔대 돌파는 2009년 4월 14일 이후 4년 여만이다. 양적완화로 상징되는 '아베노믹스'의 영향이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작년 9월 엔·달러 환율이 77엔 선이었던 만큼 7개월 여만에 22% 가량 절하된 것이다.

엔저는 수출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산 제품에는 큰 타격이다.

일본산 물건의 값이 20%가량 싸진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 두 나라 사이의 교역 실적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내 기업의 올해 1분기 대일 수출은 91억3천931만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9.5% 감소했다.

3월 한 달 간의 대일 수출은 27억2천240만 달러로 1년전에 비해 무려 18.2% 줄었다.

이에 비해 작년 한해 6.8%의 감소세를 보인 대 한국 수출은 올해 1분기 5.0% 증가했다.

앞으로도 엔저로 인해 수출 시장에서 받게 될 한국산 제품의 타격은 불문가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엔·달러 환율이 100엔(원·달러는 1,000원)에 달하면 수출 증가율이 2.0% 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지난 3월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달러 당 100엔에 이르면 한국 총 수출이 3.4%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철강산업은 4.8%, 석유화학은 4.1%, 기계는 3.4% 수출이 줄 것으로 내다봤다.

◇회복 노리는 한국 경제의 성장에 대형 악재

엔저는 한국산 제품의 수출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준다.

지난해 2.0% 증가한 국내총생산(GDP) 성장에서 내수의 기여도는 0.8%에 불과했고 수출은 1.3%였다.

내수 부진을 그나마 수출이 보완해줘 2%대의 성장이 가능했던 셈이다.

올해도 2%대의 저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현 정부가 지난 3월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는 고작 2.3%였다.

우려스러운 것은 저성장이 고착화되면 잠재 성장률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투자활성화 대책, 4ㆍ1부동산 대책 등을 연일 쏟아냈다.

지난 9일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까지 인하하는 데에 성공해 재정정책과 물가정책의 공조 체제도 완성했다.

한은은 금리 인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면 애초 전망(2.6%)보다 성장률이 0.2%포인트 높아지고 내년에는 4%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는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100엔대를 넘어 한층 더 심화하면 수출 감소→성장률 저하로 인해 애초 정부가 노린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아직은 엔저의 속도와 깊이를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행이라면 엔화 약세의 충격이 시간 차를 두고 발생한다는 점이다.

엔저로 인한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는 엔화 약세 발생 7개월 후에 가장 큰 것으로 한은은 분석하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벌써부터 수출시장에서는 엔저의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면서 "엔저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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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경제, 엔저에 발목 잡히나
    • 입력 2013-05-10 11:39:11
    • 수정2013-05-10 11:39:27
    연합뉴스
'한쪽 날개' 수출에 타격…성장률에 마이너스 엔화가 2009년 4월 이후 4년여만에 달러 당 100엔을 돌파하면서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한쪽 날개인 내수는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날개인 수출마저 꺾인다면 저성장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경제의 체력 저하를 우려하며 경기 부양을 추진해온 현 정부로서는 '엔저'라는 악재는 큰 부담이다. 장기간의 저성장은 성장 잠재력 자체를 끌어내릴 수 있다. 수출기업과 금융시장도 엔저의 악영향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엔저는 일본산 제품과 경쟁하는 한국산 제품에 치명타를 주기 때문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엔저 타격 불가피 9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 당 100엔대를 상향 돌파했다. 100엔대 돌파는 2009년 4월 14일 이후 4년 여만이다. 양적완화로 상징되는 '아베노믹스'의 영향이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작년 9월 엔·달러 환율이 77엔 선이었던 만큼 7개월 여만에 22% 가량 절하된 것이다. 엔저는 수출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산 제품에는 큰 타격이다. 일본산 물건의 값이 20%가량 싸진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 두 나라 사이의 교역 실적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내 기업의 올해 1분기 대일 수출은 91억3천931만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9.5% 감소했다. 3월 한 달 간의 대일 수출은 27억2천240만 달러로 1년전에 비해 무려 18.2% 줄었다. 이에 비해 작년 한해 6.8%의 감소세를 보인 대 한국 수출은 올해 1분기 5.0% 증가했다. 앞으로도 엔저로 인해 수출 시장에서 받게 될 한국산 제품의 타격은 불문가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엔·달러 환율이 100엔(원·달러는 1,000원)에 달하면 수출 증가율이 2.0% 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지난 3월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달러 당 100엔에 이르면 한국 총 수출이 3.4%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철강산업은 4.8%, 석유화학은 4.1%, 기계는 3.4% 수출이 줄 것으로 내다봤다. ◇회복 노리는 한국 경제의 성장에 대형 악재 엔저는 한국산 제품의 수출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준다. 지난해 2.0% 증가한 국내총생산(GDP) 성장에서 내수의 기여도는 0.8%에 불과했고 수출은 1.3%였다. 내수 부진을 그나마 수출이 보완해줘 2%대의 성장이 가능했던 셈이다. 올해도 2%대의 저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현 정부가 지난 3월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는 고작 2.3%였다. 우려스러운 것은 저성장이 고착화되면 잠재 성장률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투자활성화 대책, 4ㆍ1부동산 대책 등을 연일 쏟아냈다. 지난 9일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까지 인하하는 데에 성공해 재정정책과 물가정책의 공조 체제도 완성했다. 한은은 금리 인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면 애초 전망(2.6%)보다 성장률이 0.2%포인트 높아지고 내년에는 4%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는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100엔대를 넘어 한층 더 심화하면 수출 감소→성장률 저하로 인해 애초 정부가 노린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아직은 엔저의 속도와 깊이를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행이라면 엔화 약세의 충격이 시간 차를 두고 발생한다는 점이다. 엔저로 인한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는 엔화 약세 발생 7개월 후에 가장 큰 것으로 한은은 분석하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벌써부터 수출시장에서는 엔저의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면서 "엔저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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