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옆이라 부럽다고요? 요즘 괴롭습니다”

입력 2013.05.15 (07:45) 수정 2013.05.1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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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남구 선암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이모(42·여)씨는 며칠 전 당혹스런 경험을 했다.

아파트 인근 공원에서 저녁에 트로트 공연이 열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3시간 넘게 쿵쾅거리는 노랫소리를 참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집과는 300여m 거리가 있었지만, 바로 옆에서 음악을 튼 것처럼 시끄러웠다. 창문을 닫아도 TV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밤 10시 50분께, 노래가 잦아들어 이제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퍼펑' 하고 굉음이 터졌다.

폭죽이었다. 폭죽쇼는 5분 이상 계속됐다.

아파트 인근에 주차된 차량의 도난방지 경고음이 울릴 정도로 폭죽의 파열음은 굉장했다.

이씨는 "집집이 창문을 열어 무슨 일인지 확인하거나, 놀라 잠에서 깨 우는 아이를 달래는 등 소란이 심했다"면서 "폭죽을 터트릴 때는 인근 주민에게 미리 알려야 하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봄철 각종 행사가 잦은 울산지역 공원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소음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공원 내 축구장은 4∼6월 석달간 주말과 휴일에 주민들이 이용하기 어렵다. 기업체나 단체의 행사 일정이 꽉 찼기 때문이다.

행사마다 무대공연이나 게임 진행 등을 위한 확성기 사용이 빠지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은 '소음 노이로제'를 호소할 정도다.

이런 현상은 대형 행사가 주로 열리는 남구 태화강 둔치나 중구 종합운동장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울산의 대표 휴식공간으로 거듭난 태화강 둔치에서 행사가 열릴 때면, 강북의 중구와 강남의 남구에서 동시에 민원이 빗발친다.

15일 남구의 태화강 둔치 사용 승인내역을 보면, 올해 첫 행사가 시작된 3월 1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총 58일 가운데 모두 9개 행사에 34일이 사용됐다. 이 기간 주말은 물론이고 주중에도 행사가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자치단체는 각종 축제나 대회 등 행사 역시 시민을 위한 공공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무작정 규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까봐 소음 민원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

남구의 한 관계자는 "태화강 둔치는 공익성을 띤 행사만 허가하는데도 봄과 가을에는 수요가 많아 일대 주민들의 민원이 잦다"면서 "주최 측에 확성기 소리크기를 적정 수준으로 해 달라고 당부하지만 대체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최 측으로서는 일년에 한번 있는 축제인데 소음 측정을 하거나 조용히 하라고 얼굴을 붉히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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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원 옆이라 부럽다고요? 요즘 괴롭습니다”
    • 입력 2013-05-15 07:45:23
    • 수정2013-05-15 16:50:30
    연합뉴스
울산시 남구 선암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이모(42·여)씨는 며칠 전 당혹스런 경험을 했다.

아파트 인근 공원에서 저녁에 트로트 공연이 열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3시간 넘게 쿵쾅거리는 노랫소리를 참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집과는 300여m 거리가 있었지만, 바로 옆에서 음악을 튼 것처럼 시끄러웠다. 창문을 닫아도 TV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밤 10시 50분께, 노래가 잦아들어 이제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퍼펑' 하고 굉음이 터졌다.

폭죽이었다. 폭죽쇼는 5분 이상 계속됐다.

아파트 인근에 주차된 차량의 도난방지 경고음이 울릴 정도로 폭죽의 파열음은 굉장했다.

이씨는 "집집이 창문을 열어 무슨 일인지 확인하거나, 놀라 잠에서 깨 우는 아이를 달래는 등 소란이 심했다"면서 "폭죽을 터트릴 때는 인근 주민에게 미리 알려야 하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봄철 각종 행사가 잦은 울산지역 공원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소음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공원 내 축구장은 4∼6월 석달간 주말과 휴일에 주민들이 이용하기 어렵다. 기업체나 단체의 행사 일정이 꽉 찼기 때문이다.

행사마다 무대공연이나 게임 진행 등을 위한 확성기 사용이 빠지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은 '소음 노이로제'를 호소할 정도다.

이런 현상은 대형 행사가 주로 열리는 남구 태화강 둔치나 중구 종합운동장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울산의 대표 휴식공간으로 거듭난 태화강 둔치에서 행사가 열릴 때면, 강북의 중구와 강남의 남구에서 동시에 민원이 빗발친다.

15일 남구의 태화강 둔치 사용 승인내역을 보면, 올해 첫 행사가 시작된 3월 1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총 58일 가운데 모두 9개 행사에 34일이 사용됐다. 이 기간 주말은 물론이고 주중에도 행사가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자치단체는 각종 축제나 대회 등 행사 역시 시민을 위한 공공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무작정 규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까봐 소음 민원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

남구의 한 관계자는 "태화강 둔치는 공익성을 띤 행사만 허가하는데도 봄과 가을에는 수요가 많아 일대 주민들의 민원이 잦다"면서 "주최 측에 확성기 소리크기를 적정 수준으로 해 달라고 당부하지만 대체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최 측으로서는 일년에 한번 있는 축제인데 소음 측정을 하거나 조용히 하라고 얼굴을 붉히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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