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금고 털고 성형수술했지만…

입력 2013.05.17 (08:35) 수정 2013.05.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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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낮에 강남 고급아파트에 침입해 대형 금고를 통째로 훔쳐간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범행 8개월 전부터 현장 답사하는 등 치밀하게 사전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도주 과정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 범행 전과정을 재구성 했다고요?

<기자멘트>

네 그렇습니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해기 위해 강남의 한 유명성형외과에서 얼굴에 손까지 댔는데요.

이들이 처음 범행을 모의한 건 지난해 8월이었습니다.

한 카지노 사장의 집에 금고가 있는데 이 금고에는 현금 20억 원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 겁니다.

그리고 그 집의 현관 비밀 번호까지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곧바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습니다.

8개월 동안 수 차례 사전답사를 통해 현장 주변의 CCTV 위치와 경비원 동선까지 파악했고 범행 한 달 전에는 집 안으로 들어가 금고의 크기까지 체크했는데요.

하지만, 완전범죄를 꿈꿨던 이들은 어이없이 잡히고 말았습니다.

어떤 이유였을까요.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

입주민이 아니면 들어가기도 쉽지 않을 만큼 경비가 삼엄한 것으로 알려진 곳인데요.

<인터뷰> 아파트 관리자 (음성변조): “택배라고 해도 우리는 안 열어줘요. 방문증이 없으면 외부차량은 무조건 견인시켜요. 저희 규정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관리하는 이곳에서 지난 3월 말, 영화 같은 절도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오후 4시 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들어선 양복 차림의 40대 남성이 손수레를 끌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갑니다.

입주민인 듯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요.

얼마 뒤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온 남자는 손수레에 실은 상자를 승합차에 옮기고는 부리나케 주차장을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경찰서엔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천종하 (경위/ 강남경찰서 형사6팀):“집에 있는 금고를 도난당했다. 그게 이제 112 신고내용이었고요. 현장에 가서 바로 확인을 해 보니까 너무 당당하게 싣고 나가서 저희들도 처음에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대낮에 금고를 통째로 들고 사라진 간 큰 절도범! 범행 40일 만에 붙잡힌 금고털이범 일당은 CCTV 화면 속 남성 외에도 세 명이나 더 있었습니다.

<인터뷰> 피의자 (음성변조):“(집에 많은 돈이 있다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죄송합니다”

이들이 훔친 금고 속에는 현금 1억 5천만 원과 수표 1억 3800만 원, 5000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와 위안화 등 모두 3억 3900만 원 어치의 금품이 들어있었는데요.

주범인 45살 배 모 씨는 피해 집주인이 다니는 회사의 운전기사였던 이 모 씨를 통해 금고의 존재를 안 뒤 후배와 동거녀를 동원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천종하 (경위/ 강남경찰서 형사6팀):“피해자 회사의 직원이면서 운전도 해서 (피해자의) 집에 돈을 운반하는 심부름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주거지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고 그게 주범한테 알려지므로서 일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이들이 범행을 모의한 건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0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 씨와 만난 배 씨는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금 20억 원이 보관된 금고가 있는 집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거였는데요.

그 돈이면 인생역전을 할 수 있겠다고 마음먹은 배 씨는 동거녀 신 씨와 후배 정 모 씨를 끌어들여 금고털이를 계획했습니다.

<녹취> 이병국 (형사과장/ 강남경찰서 형사과):“사전에 8개월에 걸쳐서 현장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피해자 집까지 들어가서 확인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고….”

집주인의 일거수일투족까지 감시하며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한 배 씨 일당.

아파트 답사는 물론 집안의 금고 위치까지 확인한 뒤에야 범행 일자를 잡았는데요.

금고를 훔치는 일은 혼자 하는 편이 여러모로 안전하다고 판단해 배 씨의 후배인 정 씨가 맡았습니다.

말끔하게 잘 차려입은 정 씨를 수상히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는데요.

<인터뷰> 아파트 관리자 (음성변조):“직원분이라고 해서 문 열어줬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하지만 무게가 120kg에 달하는 금고를 혼자 차에 싣기가 어려웠던 정 씨는 대리운전기사까지 불러 현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리고 일당은 충북 청주의 한 카센터로 내려가 금고를 절단한 뒤 3억 원어치의 금품을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범행 과정은 고스란히 CCTV에 찍혔지만 정작 이들을 검거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범행에 이용한 차량은 렌터카인데다 차량 번호판은 추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천종하 (경위/ 강남경찰서 형사6팀):“숫자를 번호판에 갖다 붙여버린 거예요. 일단 cctv만 가리면 된다는 식이죠. 사람 시야로 사실 보면 ‘이상하네?’하지만 cctv는 나타난 숫자만 딱 찍어버리니까.”

게다가 이들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을 구입해 사용했고 서울 모처에 오피스텔까지 빌려 훔친 돈을 숨겼습니다.

<인터뷰> 천종하 (경위/ 강남경찰서 형사6팀):“변기 통 안에 숨겨놓은 걸 저희들이 찾았고요. 나머지 8천만 원은 숨기 위해서 오피스텔을 구했고 그 다음에 성형수술 하는 비용도 썼고 해서...”

완전범죄를 위해 성형수술까지 불사한 이들! 성형수술에 쓴 돈만 1500만 원에 달합니다.

<인터뷰> 천종하 (경위/ 강남경찰서 형사6팀):“동거녀가 휴대전화에 변형된 사진을 찍어놔서 우리가 알았기 때문에 ‘어, 저 사람 같은데?’라고 검문을 시작하게 된 것이지, 진짜 그 사진 아니었으면 지나가도 몰랐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배 씨는 물론 범행에 가담한 그의 동거녀 신 씨는 양악수술에 쌍꺼풀 수술 그리고 턱을 깎고 귓불을 늘리는 수술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꿈꾼 완전범죄는 예상치 못한 데서 꼬리가 잡히고 말았습니다.

<녹취> 이병국 (형사과장/ 강남경찰서 형사과):“(CCTV를) 여러 차례 확인해 보니까 뒷번호판이 다른 거예요. 그러니까 처음에 위조해서 붙인 번호판이 나중에 떨어진 겁니다. 뒷번호판이.”

도주 중 가짜 번호판이 떨어지면서 진짜 번호판이 노출되는 바람에 들통 난 이들의 범행.

경찰은 주범 배씨와 금고를 훔친 정씨를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비밀번호를 알려준 운전기사 이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인터뷰> 피의자 (음성변조):“할 말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경찰은 이 같은 절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출입문 비밀번호가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주기적으로 번호를 바꿀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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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금고 털고 성형수술했지만…
    • 입력 2013-05-17 08:37:56
    • 수정2013-05-17 09: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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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강남 고급아파트에 침입해 대형 금고를 통째로 훔쳐간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범행 8개월 전부터 현장 답사하는 등 치밀하게 사전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도주 과정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 범행 전과정을 재구성 했다고요?

<기자멘트>

네 그렇습니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해기 위해 강남의 한 유명성형외과에서 얼굴에 손까지 댔는데요.

이들이 처음 범행을 모의한 건 지난해 8월이었습니다.

한 카지노 사장의 집에 금고가 있는데 이 금고에는 현금 20억 원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 겁니다.

그리고 그 집의 현관 비밀 번호까지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곧바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습니다.

8개월 동안 수 차례 사전답사를 통해 현장 주변의 CCTV 위치와 경비원 동선까지 파악했고 범행 한 달 전에는 집 안으로 들어가 금고의 크기까지 체크했는데요.

하지만, 완전범죄를 꿈꿨던 이들은 어이없이 잡히고 말았습니다.

어떤 이유였을까요.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

입주민이 아니면 들어가기도 쉽지 않을 만큼 경비가 삼엄한 것으로 알려진 곳인데요.

<인터뷰> 아파트 관리자 (음성변조): “택배라고 해도 우리는 안 열어줘요. 방문증이 없으면 외부차량은 무조건 견인시켜요. 저희 규정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관리하는 이곳에서 지난 3월 말, 영화 같은 절도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오후 4시 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들어선 양복 차림의 40대 남성이 손수레를 끌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갑니다.

입주민인 듯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요.

얼마 뒤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온 남자는 손수레에 실은 상자를 승합차에 옮기고는 부리나케 주차장을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경찰서엔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천종하 (경위/ 강남경찰서 형사6팀):“집에 있는 금고를 도난당했다. 그게 이제 112 신고내용이었고요. 현장에 가서 바로 확인을 해 보니까 너무 당당하게 싣고 나가서 저희들도 처음에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대낮에 금고를 통째로 들고 사라진 간 큰 절도범! 범행 40일 만에 붙잡힌 금고털이범 일당은 CCTV 화면 속 남성 외에도 세 명이나 더 있었습니다.

<인터뷰> 피의자 (음성변조):“(집에 많은 돈이 있다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죄송합니다”

이들이 훔친 금고 속에는 현금 1억 5천만 원과 수표 1억 3800만 원, 5000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와 위안화 등 모두 3억 3900만 원 어치의 금품이 들어있었는데요.

주범인 45살 배 모 씨는 피해 집주인이 다니는 회사의 운전기사였던 이 모 씨를 통해 금고의 존재를 안 뒤 후배와 동거녀를 동원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천종하 (경위/ 강남경찰서 형사6팀):“피해자 회사의 직원이면서 운전도 해서 (피해자의) 집에 돈을 운반하는 심부름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주거지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고 그게 주범한테 알려지므로서 일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이들이 범행을 모의한 건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0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 씨와 만난 배 씨는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금 20억 원이 보관된 금고가 있는 집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거였는데요.

그 돈이면 인생역전을 할 수 있겠다고 마음먹은 배 씨는 동거녀 신 씨와 후배 정 모 씨를 끌어들여 금고털이를 계획했습니다.

<녹취> 이병국 (형사과장/ 강남경찰서 형사과):“사전에 8개월에 걸쳐서 현장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피해자 집까지 들어가서 확인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고….”

집주인의 일거수일투족까지 감시하며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한 배 씨 일당.

아파트 답사는 물론 집안의 금고 위치까지 확인한 뒤에야 범행 일자를 잡았는데요.

금고를 훔치는 일은 혼자 하는 편이 여러모로 안전하다고 판단해 배 씨의 후배인 정 씨가 맡았습니다.

말끔하게 잘 차려입은 정 씨를 수상히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는데요.

<인터뷰> 아파트 관리자 (음성변조):“직원분이라고 해서 문 열어줬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하지만 무게가 120kg에 달하는 금고를 혼자 차에 싣기가 어려웠던 정 씨는 대리운전기사까지 불러 현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리고 일당은 충북 청주의 한 카센터로 내려가 금고를 절단한 뒤 3억 원어치의 금품을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범행 과정은 고스란히 CCTV에 찍혔지만 정작 이들을 검거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범행에 이용한 차량은 렌터카인데다 차량 번호판은 추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천종하 (경위/ 강남경찰서 형사6팀):“숫자를 번호판에 갖다 붙여버린 거예요. 일단 cctv만 가리면 된다는 식이죠. 사람 시야로 사실 보면 ‘이상하네?’하지만 cctv는 나타난 숫자만 딱 찍어버리니까.”

게다가 이들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을 구입해 사용했고 서울 모처에 오피스텔까지 빌려 훔친 돈을 숨겼습니다.

<인터뷰> 천종하 (경위/ 강남경찰서 형사6팀):“변기 통 안에 숨겨놓은 걸 저희들이 찾았고요. 나머지 8천만 원은 숨기 위해서 오피스텔을 구했고 그 다음에 성형수술 하는 비용도 썼고 해서...”

완전범죄를 위해 성형수술까지 불사한 이들! 성형수술에 쓴 돈만 1500만 원에 달합니다.

<인터뷰> 천종하 (경위/ 강남경찰서 형사6팀):“동거녀가 휴대전화에 변형된 사진을 찍어놔서 우리가 알았기 때문에 ‘어, 저 사람 같은데?’라고 검문을 시작하게 된 것이지, 진짜 그 사진 아니었으면 지나가도 몰랐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배 씨는 물론 범행에 가담한 그의 동거녀 신 씨는 양악수술에 쌍꺼풀 수술 그리고 턱을 깎고 귓불을 늘리는 수술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꿈꾼 완전범죄는 예상치 못한 데서 꼬리가 잡히고 말았습니다.

<녹취> 이병국 (형사과장/ 강남경찰서 형사과):“(CCTV를) 여러 차례 확인해 보니까 뒷번호판이 다른 거예요. 그러니까 처음에 위조해서 붙인 번호판이 나중에 떨어진 겁니다. 뒷번호판이.”

도주 중 가짜 번호판이 떨어지면서 진짜 번호판이 노출되는 바람에 들통 난 이들의 범행.

경찰은 주범 배씨와 금고를 훔친 정씨를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비밀번호를 알려준 운전기사 이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인터뷰> 피의자 (음성변조):“할 말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경찰은 이 같은 절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출입문 비밀번호가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주기적으로 번호를 바꿀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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