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중국으로 가는 北 노동자들
입력 2013.05.17 (22:51) 수정 2013.05.17 (23:39) 취재파일K
자동재생
동영상영역 시작
동영상영역 끝
<프롤로그>

<녹취> 조선중앙방송 보도 : "우리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한다. 공업지구 사업을 잠정 중단하며, 그 존폐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

<녹취> 류길재(통일부 장관) : "북한측이 제기하기를 원하는 사안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바란다."

<녹취> 조선중앙TV : "우리에게 감히 최후통첩식 중대조치라는 것을 운운해 댄다면 그것은 최후 파멸만을 촉진케 될 것이다.

<녹취> 정을연(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 : "안 나오려고 숨었다가 잡힌 사람도 있는데. (왜 그랬대요?) 안 나오려고, 거기서 목숨 걸려고..."

<녹취>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 "이제 완전 폐쇄는 시간 문제로 되고 있다. 덕도 모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들에게 은총을 계속 베풀어줄 생각이 없다."

<앵커 멘트>

지난 10년 동안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이 가동을 멈춘지 한달이 지났습니다.

남북한 모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북을 잇는 통신선이 모두 끊기고 대화마저 단절된 상태라 결국 남북관계의 최후 보루인 개성공단마저 영구폐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사태의 원인과 전망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북한과 맞닿은 중국의 접경 지역,

가슴에 김일성 뱃지를 단 북한 사람들이 줄지어 중국으로 넘어옵니다.

친인척 방문 등의 명목으로 한달 짜리 단기 비자를 받아 이른바 '외화벌이'에 나서는 인력들입니다.

<녹취> 북한 파견인력 : "다 됐으면 나오시죠. 나오십시오. 우리 갑시다."

이같은 불법 취업은 중국 동북지방을 중심으로 다양한 업종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선양 인근의 이 소규모 공장에는 백여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20대 여성인 이들은 북한 감독자의 지시 아래 점심 시간 30분을 제외하고 하루에 꼬박 12시간씩 옷을 만듭니다.

<녹취> 북한 작업자 : "(하루에 얼마나 합니까?) 하루에 200개까지 할 수 있습니다. 작은 거는 속도가 좀 빠르고. 200개는 된다 말입니다."

중국인 근로자들보다 임금이 싼데다 숙련도가 높고 휴일도 거의 없어 중국 고용주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인터뷰> 북한인력 중개업자 : "숙소, 목욕, 식당, 이런 거는 기본 조건이죠. (단체 생활을 한다고 봐야겠구나. 혼자 마음대로 못다니고.) 그렇죠. 총지배인이 있어요."

파견 인력들이 벌어들인 임금은 고스란히 북한에 있는 회사로 송금됩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에 파견된 인력은 수만 명으로 추산되며, 한 달 임금도 250달러 수준으로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두 배에 이릅니다.

북한의 한 인력 송출 회사가 지난달 중국의 사업자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개성공단에서는 근로자들을 철수시키면서도 중국 업체들을 상대로 한 인력 송출엔 열을 올리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선 숙소 문제만 해결되면 매력적인 시장인 셈입니다.

<인터뷰> 북한 인력송출업체 관계자 : "개성공단 노임이 얼마 안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중국에 사람 내보내는게 돈을 더 많이 준대요. 중국은 보통 2백불 이상이지만 개성공단은 150불이 안 돼요. 그러니까 무슨 얘기냐 하면 거기에 너무 안 매여도 된다..."

<인터뷰> 김영희(한국정책금융공사 북한경제팀장) : "어쨌든 외화수입이 감축됐기 때문에 다른 대안은 나와야 되겠죠. 북한이 지금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인력 송출이죠."

광물 등 자원 수출도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막힌 외화벌이를 만회할 수 있는 창구입니다.

북한과 인접한 한 항구.

야적장 한 켠엔 검은 무연탄이, 건너편엔 붉은색 철가루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모두 북한에서 수출한 자원들입니다.

방금 도착한 북한 선박에서는 무쇠 덩어리들이 내려져 트럭에 실립니다.

<인터뷰> 북한(화물선 선장) : "(남포항에서 나왔어요?)네. 남포에서 왔어요. (몇천톤 짜리예요?) 2천 톤."

북한은 지난 2010년 우리 정부가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교역을 중단하는 5.24 조치를 취하자 중국으로의 자원 수출을 급격히 늘렸습니다.

남쪽과의 경제협력이 막히면 중국에서 활로를 찾는 방식으로 경제를 지탱해온 셈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임시 방편은 결국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북한 경제의 자생력을 떨어뜨렸습니다.

<인터뷰> 이수석(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사) : "그동안 남북경협이 소강상태에 빠지면서 중국은 그 기회를 활용해서 대북 경제적인 영향력을 확대해왔습니다. 아마 향후에도 중국은 이런 경제적인 차원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계기로 삼지 않겠는가...."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개성 공단에서 여성 의류를 제작하는 한 업체 사무실.

가동 중단 이후 본사 직원 28명 가운데 12명은 일괄 권고 사직서를 냈고, 8명은 무급 휴가에 들어갔습니다.

회사가 월급을 제때 지급할 수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입니다.

<인터뷰> 강창범(오오엔육육닷컴 사장) : "본인들이 회사 상황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회사에 할일 없이 있고자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 하더라도 회사 입장에서도 같이 정들고 고생을 같이 해 왔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바로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업체가 개성공단에 진출한 건 지난 2009년.

북한 직원 9백여 명에게 봉제 기술을 가르치다 겨우 올해부터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는데 날벼락 같은 조업 중단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낸 손실만 130억 여 원.

<인터뷰> 강창범 사장 : "계량화시킬 수 없는 손해액들이 훨씬 더 크죠. 평생을 바쳐온 것들이기 때문에 사업 기반 자체를 잃어버린다는 건 비용으로도 도저히 환산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한데 모인 입주 기업 대표들.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총회 자리는 대표들의 절박한 목소리와 낮은 이자로 3천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정부 방안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합니다.

<녹취> 최동남(디엠에프 대표) : "가장 시급한 것은 하루 빨리 통일부나 그런데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상화시켜 줘야지, 늦으면 늦을수록 피해액은 눈덩이 같이 커진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둬야 합니다."

개성공단이 완전 폐쇄될 경우 1조 원대에 이르는 공단 기반 조성 비용과 입주업체 123곳의 직접 투자액은 물론 협력업체들의 피해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측의 손실도 큽니다.

당장 북한 근로자 5만3천여 명이 연간 벌어들이는 임금 천억 원 가량을 받을 수 없을 뿐더러, 남측이 개성지역에 공급해온 전기와 수도도 끊기게 됩니다.

게다가 국제 시장에서의 신뢰 상실로 외국 자본 유치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이 이런 손실을 무릅쓰고 '개성공단 폐쇄'라는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개성공단 사태는 북한이 정전협정 60주년을 맞는 올해 핵실험 등 일련의 긴장 국면 조성을 통해 체제 안전과 경제적인 지원을 얻어내겠다는 전략에서 불거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핵과 경제의 병진정책' 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 "지금 북한 사회는 군부가 주도하는 정치 군사적인 문제가 경제 문제를 훨씬 압도하는, 한마디로 미국과의 대결 또는 남한과의 대결을 통해서 대북 적대시 정책을 한번 바꿔보겠다..."

하지만 한미 두 나라가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며 '잘못된 행동에 보상은 없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이같은 전략은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인터뷰> 박근혜 대통령 : "북한이 핵무기와 경제건설을 병행시켜 나가겠다는 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 오바마 대통령 : "북한이 위기를 만들고 보상을 받던 시기는 이제 끝났습니다."

북한 체제의 안정을 우선하며 대북제재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중국의 태도도 최근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중국 다롄에서 니어재단 주최로 열린 한중 안보전략대화에 참석한 쉬부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 부대표 등 중국측 참석자들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안정 유지에서 비핵화로 옮겨가고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녹취> 쉬 부(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 부대표) : "우리는 변해야 합니다.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아버지, 할아버지와 다릅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중국에도 대단히 중요한 목표입니다. 중국은 현재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실질적인 대북 제재 조치도 시작했습니다.

중국 단둥에 있는 한 주상복합건물, 간판도 없이 문이 굳게 닫힌 이곳은 북한에 물건을 넘긴 대북 무역업자들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조선광선은행입니다.

북한의 통치자금을 운용한다고 알려져 미국 국무부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이 은행은 최근 중국 정부의 단속으로 활동이 크게 위축돼 있습니다.

<인터뷰> 조선 광선은행 관계자 : "(돈을) 보내든지 받든지 그 사람(거래자)이 해야지 우리가 어떻게 합니까? 중국은행에 가야 해요. 그리고 회사가 있어야 돼요. 회사에서 우리 은행에다 송금해야 합니다."

중국 정부는 또 국영은행인 중국은행에 있는 북한의 조선무역은행 계좌를 폐쇄하는 등 3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 금융제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류 차오(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 :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나 대량 생화학 무기 무역이 제재를 받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경제 무역은 제재를 받지 않지만 북측과 같은 무역은 제재를 받게 됩니다."

중국까지 동참하는 전례없는 국제 제재에 직면한 북한, 이 사태에 출구가 있긴 합니다.

<인터뷰>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 "개성공단의 가치를 다시 한번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한이 모두가 이익을 얻는 그런 모델을 보여줘 왔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앞으로 남북한의 입장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노력은 멈춰서는 안된다..."

멈춰선 개성공단의 기계들이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한 달여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 중국으로 가는 北 노동자들
    • 입력 2013-05-17 22:57:59
    • 수정2013-05-17 23:39:46
    취재파일K
<프롤로그>

<녹취> 조선중앙방송 보도 : "우리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한다. 공업지구 사업을 잠정 중단하며, 그 존폐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

<녹취> 류길재(통일부 장관) : "북한측이 제기하기를 원하는 사안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바란다."

<녹취> 조선중앙TV : "우리에게 감히 최후통첩식 중대조치라는 것을 운운해 댄다면 그것은 최후 파멸만을 촉진케 될 것이다.

<녹취> 정을연(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 : "안 나오려고 숨었다가 잡힌 사람도 있는데. (왜 그랬대요?) 안 나오려고, 거기서 목숨 걸려고..."

<녹취>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 "이제 완전 폐쇄는 시간 문제로 되고 있다. 덕도 모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들에게 은총을 계속 베풀어줄 생각이 없다."

<앵커 멘트>

지난 10년 동안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이 가동을 멈춘지 한달이 지났습니다.

남북한 모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북을 잇는 통신선이 모두 끊기고 대화마저 단절된 상태라 결국 남북관계의 최후 보루인 개성공단마저 영구폐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사태의 원인과 전망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북한과 맞닿은 중국의 접경 지역,

가슴에 김일성 뱃지를 단 북한 사람들이 줄지어 중국으로 넘어옵니다.

친인척 방문 등의 명목으로 한달 짜리 단기 비자를 받아 이른바 '외화벌이'에 나서는 인력들입니다.

<녹취> 북한 파견인력 : "다 됐으면 나오시죠. 나오십시오. 우리 갑시다."

이같은 불법 취업은 중국 동북지방을 중심으로 다양한 업종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선양 인근의 이 소규모 공장에는 백여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20대 여성인 이들은 북한 감독자의 지시 아래 점심 시간 30분을 제외하고 하루에 꼬박 12시간씩 옷을 만듭니다.

<녹취> 북한 작업자 : "(하루에 얼마나 합니까?) 하루에 200개까지 할 수 있습니다. 작은 거는 속도가 좀 빠르고. 200개는 된다 말입니다."

중국인 근로자들보다 임금이 싼데다 숙련도가 높고 휴일도 거의 없어 중국 고용주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인터뷰> 북한인력 중개업자 : "숙소, 목욕, 식당, 이런 거는 기본 조건이죠. (단체 생활을 한다고 봐야겠구나. 혼자 마음대로 못다니고.) 그렇죠. 총지배인이 있어요."

파견 인력들이 벌어들인 임금은 고스란히 북한에 있는 회사로 송금됩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에 파견된 인력은 수만 명으로 추산되며, 한 달 임금도 250달러 수준으로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두 배에 이릅니다.

북한의 한 인력 송출 회사가 지난달 중국의 사업자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개성공단에서는 근로자들을 철수시키면서도 중국 업체들을 상대로 한 인력 송출엔 열을 올리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선 숙소 문제만 해결되면 매력적인 시장인 셈입니다.

<인터뷰> 북한 인력송출업체 관계자 : "개성공단 노임이 얼마 안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중국에 사람 내보내는게 돈을 더 많이 준대요. 중국은 보통 2백불 이상이지만 개성공단은 150불이 안 돼요. 그러니까 무슨 얘기냐 하면 거기에 너무 안 매여도 된다..."

<인터뷰> 김영희(한국정책금융공사 북한경제팀장) : "어쨌든 외화수입이 감축됐기 때문에 다른 대안은 나와야 되겠죠. 북한이 지금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인력 송출이죠."

광물 등 자원 수출도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막힌 외화벌이를 만회할 수 있는 창구입니다.

북한과 인접한 한 항구.

야적장 한 켠엔 검은 무연탄이, 건너편엔 붉은색 철가루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모두 북한에서 수출한 자원들입니다.

방금 도착한 북한 선박에서는 무쇠 덩어리들이 내려져 트럭에 실립니다.

<인터뷰> 북한(화물선 선장) : "(남포항에서 나왔어요?)네. 남포에서 왔어요. (몇천톤 짜리예요?) 2천 톤."

북한은 지난 2010년 우리 정부가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교역을 중단하는 5.24 조치를 취하자 중국으로의 자원 수출을 급격히 늘렸습니다.

남쪽과의 경제협력이 막히면 중국에서 활로를 찾는 방식으로 경제를 지탱해온 셈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임시 방편은 결국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북한 경제의 자생력을 떨어뜨렸습니다.

<인터뷰> 이수석(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사) : "그동안 남북경협이 소강상태에 빠지면서 중국은 그 기회를 활용해서 대북 경제적인 영향력을 확대해왔습니다. 아마 향후에도 중국은 이런 경제적인 차원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계기로 삼지 않겠는가...."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개성 공단에서 여성 의류를 제작하는 한 업체 사무실.

가동 중단 이후 본사 직원 28명 가운데 12명은 일괄 권고 사직서를 냈고, 8명은 무급 휴가에 들어갔습니다.

회사가 월급을 제때 지급할 수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입니다.

<인터뷰> 강창범(오오엔육육닷컴 사장) : "본인들이 회사 상황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회사에 할일 없이 있고자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 하더라도 회사 입장에서도 같이 정들고 고생을 같이 해 왔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바로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업체가 개성공단에 진출한 건 지난 2009년.

북한 직원 9백여 명에게 봉제 기술을 가르치다 겨우 올해부터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는데 날벼락 같은 조업 중단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낸 손실만 130억 여 원.

<인터뷰> 강창범 사장 : "계량화시킬 수 없는 손해액들이 훨씬 더 크죠. 평생을 바쳐온 것들이기 때문에 사업 기반 자체를 잃어버린다는 건 비용으로도 도저히 환산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한데 모인 입주 기업 대표들.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총회 자리는 대표들의 절박한 목소리와 낮은 이자로 3천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정부 방안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합니다.

<녹취> 최동남(디엠에프 대표) : "가장 시급한 것은 하루 빨리 통일부나 그런데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상화시켜 줘야지, 늦으면 늦을수록 피해액은 눈덩이 같이 커진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둬야 합니다."

개성공단이 완전 폐쇄될 경우 1조 원대에 이르는 공단 기반 조성 비용과 입주업체 123곳의 직접 투자액은 물론 협력업체들의 피해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측의 손실도 큽니다.

당장 북한 근로자 5만3천여 명이 연간 벌어들이는 임금 천억 원 가량을 받을 수 없을 뿐더러, 남측이 개성지역에 공급해온 전기와 수도도 끊기게 됩니다.

게다가 국제 시장에서의 신뢰 상실로 외국 자본 유치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이 이런 손실을 무릅쓰고 '개성공단 폐쇄'라는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개성공단 사태는 북한이 정전협정 60주년을 맞는 올해 핵실험 등 일련의 긴장 국면 조성을 통해 체제 안전과 경제적인 지원을 얻어내겠다는 전략에서 불거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핵과 경제의 병진정책' 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 "지금 북한 사회는 군부가 주도하는 정치 군사적인 문제가 경제 문제를 훨씬 압도하는, 한마디로 미국과의 대결 또는 남한과의 대결을 통해서 대북 적대시 정책을 한번 바꿔보겠다..."

하지만 한미 두 나라가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며 '잘못된 행동에 보상은 없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이같은 전략은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인터뷰> 박근혜 대통령 : "북한이 핵무기와 경제건설을 병행시켜 나가겠다는 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 오바마 대통령 : "북한이 위기를 만들고 보상을 받던 시기는 이제 끝났습니다."

북한 체제의 안정을 우선하며 대북제재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중국의 태도도 최근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중국 다롄에서 니어재단 주최로 열린 한중 안보전략대화에 참석한 쉬부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 부대표 등 중국측 참석자들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안정 유지에서 비핵화로 옮겨가고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녹취> 쉬 부(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 부대표) : "우리는 변해야 합니다.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아버지, 할아버지와 다릅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중국에도 대단히 중요한 목표입니다. 중국은 현재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실질적인 대북 제재 조치도 시작했습니다.

중국 단둥에 있는 한 주상복합건물, 간판도 없이 문이 굳게 닫힌 이곳은 북한에 물건을 넘긴 대북 무역업자들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조선광선은행입니다.

북한의 통치자금을 운용한다고 알려져 미국 국무부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이 은행은 최근 중국 정부의 단속으로 활동이 크게 위축돼 있습니다.

<인터뷰> 조선 광선은행 관계자 : "(돈을) 보내든지 받든지 그 사람(거래자)이 해야지 우리가 어떻게 합니까? 중국은행에 가야 해요. 그리고 회사가 있어야 돼요. 회사에서 우리 은행에다 송금해야 합니다."

중국 정부는 또 국영은행인 중국은행에 있는 북한의 조선무역은행 계좌를 폐쇄하는 등 3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 금융제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류 차오(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 :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나 대량 생화학 무기 무역이 제재를 받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경제 무역은 제재를 받지 않지만 북측과 같은 무역은 제재를 받게 됩니다."

중국까지 동참하는 전례없는 국제 제재에 직면한 북한, 이 사태에 출구가 있긴 합니다.

<인터뷰>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 "개성공단의 가치를 다시 한번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한이 모두가 이익을 얻는 그런 모델을 보여줘 왔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앞으로 남북한의 입장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노력은 멈춰서는 안된다..."

멈춰선 개성공단의 기계들이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한 달여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취재파일K 전체보기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