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명예 전당’ 하태권 “지도자로 金”

입력 2013.05.22 (15:33) 수정 2013.05.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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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못 받을 줄 알았는데…시상식장 한가운데에 앉으니 실감이 나면서 떨리더군요."

배드민턴 남자복식 국가대표를 지도하는 하태권(38 / 사진 오른쪽) 코치는 제13회 세계 혼합단체 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 앞서 지난 1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시상식에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월 말 헌액이 결정된 데 이어 직접 '가입증서'를 손에 넣은 것이다.

22일 현지에서 만난 하 코치는 "영어로 수상 소감까지 준비했었다"며 여전히 가시지 않은 기쁨을 표현했다.

하 코치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남자복식을 대표하는 스타로 활약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김동문 원광대 교수와 함께 남자복식 금메달을 따는 등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는 8번째로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다.

하 코치는 "제가 한국에서는 4∼5인자 정도지만, 배드민턴 종목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명예의 전당까지 올랐으니 최고의 영예를 맛본 셈"이라며 웃었다.

그는 "이 모든 게 파트너 김동문을 잘 만난 덕분"이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심지어 실업팀까지 함께 거친 하 코치와 김동문 교수는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춰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당시 김동문 교수가 혼합복식도 병행하면서 하 코치는 남모를 고민도 많이 했다고.

"혼합복식은 대부분 결승에 진출하는데 남자복식은 1∼2회전에서 떨어지면 마음이 상했죠. (김)동문이가 혼합복식에서 치던 습관 때문에 경기가 안 풀린다고 느낄 때도 많았어요."

하 코치는 "상대를 바꾸는 대신 제가 변화하는 쪽을 택해 승리의 공식을 찾았다"면서 "선수들에게도 자신이 바꿀 수 있는 부분을 판단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가 아니었다면 올림픽 금메달은 딸 수 없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도 제가 밥을 주로 산다"는 농담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선수로서는 동료에 대한 '배려'를 통해 정상에 올랐으나, 하 코치는 최근까지도 자신이 '독선적인 지도자'였다고 털어놨다.

"선수들이 상황을 이해 못 하거나 노력이 부족하다고 느껴 잔소리를 많이 했죠. 저처럼 하기만을 바랐던 것 같아요."

2009년 대표팀을 떠났다가 지난해 다시 합류, 올해 3월 전영오픈 슈퍼시리즈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남자복식 주전조를 맡은 그는 소통으로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이용대(삼성전기)-고성현(김천시청), 김사랑-김기정(삼성전기)에게 경기 중 원하는 지도방식을 적어 달라고 제안했다.

공통적인 답변은 "코치님이 말씀을 너무 많이 하신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상대의 패턴 등 중요한 부분을 간단히 짚어줬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 코치는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선수들은 조별리그에서 이틀 연속 완승으로 보답했다.

현재 세계랭킹 2위인 이용대-고성현, 5위인 김사랑-김기정이 이끄는 남자복식은 한국 배드민턴에서 가장 세계 정상에 가까운 종목이다.

하 코치는 이들을 비롯한 후배이자 제자들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키워내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그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다시 대표팀에 들어온 건 다시 남자복식에서 올림픽 금메달이 나오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면서 "지도자로서도 금메달을 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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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드민턴 명예 전당’ 하태권 “지도자로 金”
    • 입력 2013-05-22 15:33:38
    • 수정2013-05-22 15:36:42
    연합뉴스
"끝까지 못 받을 줄 알았는데…시상식장 한가운데에 앉으니 실감이 나면서 떨리더군요."

배드민턴 남자복식 국가대표를 지도하는 하태권(38 / 사진 오른쪽) 코치는 제13회 세계 혼합단체 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 앞서 지난 1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시상식에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월 말 헌액이 결정된 데 이어 직접 '가입증서'를 손에 넣은 것이다.

22일 현지에서 만난 하 코치는 "영어로 수상 소감까지 준비했었다"며 여전히 가시지 않은 기쁨을 표현했다.

하 코치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남자복식을 대표하는 스타로 활약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김동문 원광대 교수와 함께 남자복식 금메달을 따는 등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는 8번째로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다.

하 코치는 "제가 한국에서는 4∼5인자 정도지만, 배드민턴 종목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명예의 전당까지 올랐으니 최고의 영예를 맛본 셈"이라며 웃었다.

그는 "이 모든 게 파트너 김동문을 잘 만난 덕분"이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심지어 실업팀까지 함께 거친 하 코치와 김동문 교수는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춰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당시 김동문 교수가 혼합복식도 병행하면서 하 코치는 남모를 고민도 많이 했다고.

"혼합복식은 대부분 결승에 진출하는데 남자복식은 1∼2회전에서 떨어지면 마음이 상했죠. (김)동문이가 혼합복식에서 치던 습관 때문에 경기가 안 풀린다고 느낄 때도 많았어요."

하 코치는 "상대를 바꾸는 대신 제가 변화하는 쪽을 택해 승리의 공식을 찾았다"면서 "선수들에게도 자신이 바꿀 수 있는 부분을 판단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가 아니었다면 올림픽 금메달은 딸 수 없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도 제가 밥을 주로 산다"는 농담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선수로서는 동료에 대한 '배려'를 통해 정상에 올랐으나, 하 코치는 최근까지도 자신이 '독선적인 지도자'였다고 털어놨다.

"선수들이 상황을 이해 못 하거나 노력이 부족하다고 느껴 잔소리를 많이 했죠. 저처럼 하기만을 바랐던 것 같아요."

2009년 대표팀을 떠났다가 지난해 다시 합류, 올해 3월 전영오픈 슈퍼시리즈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남자복식 주전조를 맡은 그는 소통으로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이용대(삼성전기)-고성현(김천시청), 김사랑-김기정(삼성전기)에게 경기 중 원하는 지도방식을 적어 달라고 제안했다.

공통적인 답변은 "코치님이 말씀을 너무 많이 하신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상대의 패턴 등 중요한 부분을 간단히 짚어줬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 코치는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선수들은 조별리그에서 이틀 연속 완승으로 보답했다.

현재 세계랭킹 2위인 이용대-고성현, 5위인 김사랑-김기정이 이끄는 남자복식은 한국 배드민턴에서 가장 세계 정상에 가까운 종목이다.

하 코치는 이들을 비롯한 후배이자 제자들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키워내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그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다시 대표팀에 들어온 건 다시 남자복식에서 올림픽 금메달이 나오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면서 "지도자로서도 금메달을 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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