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4 이슈] 프랑스, 문화 산업 보호에 안간힘

입력 2013.05.24 (00:12) 수정 2013.05.2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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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 프랑스에선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칸영화제는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로, 프랑스의 자존심이기도 한데요.

그런데 이번 칸영화제를 바라보는 프랑스 영화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끄는 심사위원단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빛낸 개막식까지 할리우드 일색이기 때문이죠.

경쟁부문에 진출한 20편의 작품 중 9편이 프랑스 영화로, 편수는 가장 많지만 수상 전망도 밝지는 않습니다.

프랑스 영화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연간 관객 수가 2억 1천만 명을 넘으며 4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요.

프랑스 영화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40%를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관객 수가 천만 명 넘게 줄어들었고, 시장 점유율 역시 소폭 하락했습니다.

이렇게 탄탄했던 문화산업이 흔들리자, 프랑스는 세금을 확보해 자국문화를 지키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 ‘문화세’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부과할 방침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파리 박상용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봅니다.

스마트폰에 부과하겠다는 세금인 ‘문화세’, 그 용어부터 생소한데요. 어떤 말인가요?

<기자 멘트>

문화세, 말 그대로 문화상품을 사용한 것에 대한 세금을 말합니다.

최근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제출된 디지털시대 문화정책에 관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입니다.

스마트폰이나 랩톱, 태블릿 pc 같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기기에 대해 문화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인터넷 기반 기기를 통해서 문화콘텐츠를 다운받아서 읽는 데 대한 세금을 말합니다.

이 세금이 특히 삼성과 애플 같은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초대형기업들과 관련돼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프랑스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이 같은 기기 제조업체들이 판매수익 일부를 자국의 문화 콘텐츠개발자들을 위해 내놓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프랑스 문화부장관의 태도 역시 강경합니다. 들어보시죠.

<녹취>필리페티(프랑스 문화부장관) : “외국의 부품들로 스마트폰 등을 제작하는 회사들이 프랑스 문화산업의 부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질문> 이렇게 문화세를 부과하는 목적은 뭔가요?

<답변> 프랑스는 문화세를 걷어서 음악과 영화 같은 자국의 문화산업을 보호하는데 쓰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번에 스마트폰 등에 부과하는 문화세는 해당 기기 가격의 최대 4%까지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언론들은 판매가격의 1% 선에서 문화세가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1년 세수가 8천6백만 유로, 우리 돈 천2백억 원입니다.

이 돈을 문화산업 지원 기금으로 쓰겠다는 겁니다.

<질문> 문화세 부과 움직임이 프랑스가 ‘문화적 예외’조항을 적용하려는 본격적인 시도라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문화적 예외’가 뭡니까?

<답변> 문화적 예외라는 건 말 그대로 문화상품은 예외로 하자, 그러니까 나라간 무역관계 협상에서 문화상품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프랑스가 자국의 문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논리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문화세를 부과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도 넓게 보면 자국의 문화콘텐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겁니다.

프랑스 문화부장관이 국회 출석해서 한 이번 답변을 들어보면 프랑스가 문화적 예외에 대해 가진 확고한 입장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들어보시죠.

<녹취>필리페티(프랑스 문화부장관) : “(문화적 예외 조항은) 문화상품이 일반상품처럼 경쟁을 통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왜냐하면 문화적인 상품(영상물 등)은 다른 상품들처럼 단순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질문> ‘문화적 예외’ 개념은 언제부터 나온 건가요?

<답변> 문화적 예외 조항은 현재의 세계무역체제인 WTO 전에 있던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GATT 체제 당시인 지난 1993년 프랑스를 중심으로 제기된 개념입니다.

세계 각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 문화상품은 협정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겁니다.

프랑스는 이후 지금까지 이 문화적 예외 조항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국가 상징성과 고유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영화나 음악에 쿼터제를 도입하고 TV편성에 있어서도 자국 프로그램을 어느 비율 이상을 하도록 하는 게 모두 문화적 예외를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통계조사를 보면 프랑스 문화상품 규모는 대략 80억 유로, 11조 원이 조금 넘는데, 여기에 포함된 문화상품 종류는 비디오게임, 비디오영상, 음악, 책 크게 나눠서 4종류입니다.

<질문> EU가 미국과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앞두고 있는데, 프랑스는 여기에서도 '문화적 예외'를 주장하고 있죠?

<답변> 프랑스 정부는 조만간 시작될 이번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협상 초기단계부터 시청각 서비스 부문을 협상 항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또 디지털 미디어 분야도 예외 조항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문화산업이 개방되면 미국의 강력한 영화산업이 유럽의 영화산업, 나아가 문화산업 전체를 고사시킬 거라면서 EU 회원국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EU 간 FTA는 WTO 체제에서 가장 큰 규모의 FTA로 경제적 효과만 매년 2천억 유로가 넘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서 미-EU FTA에서 문화적 예외가 어떻게 적용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최근 이 문화적 예외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던데요?

<답변> 프랑스 정부 안에서 나온 얘깁니다.

프랑스 언론들은 문화적 예외 조항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과의 FTA를 앞두고 EU 회원국들 사이에서 문화적 예외 조항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EU집행위원회의 전체적인 지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영국 같은 곳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문화적 예외 조항이 국가의 일방적인 보호와 제약으로 반기업 정서를 촉발시킨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제도를 통해 자국문화를 보호하고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느냐, 세계적인 자유 무역의 흐름을 따르느냐, 프랑스는 지금 기로에 서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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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4 이슈] 프랑스, 문화 산업 보호에 안간힘
    • 입력 2013-05-24 08:24:08
    • 수정2013-05-24 09: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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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 프랑스에선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칸영화제는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로, 프랑스의 자존심이기도 한데요.

그런데 이번 칸영화제를 바라보는 프랑스 영화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끄는 심사위원단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빛낸 개막식까지 할리우드 일색이기 때문이죠.

경쟁부문에 진출한 20편의 작품 중 9편이 프랑스 영화로, 편수는 가장 많지만 수상 전망도 밝지는 않습니다.

프랑스 영화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연간 관객 수가 2억 1천만 명을 넘으며 4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요.

프랑스 영화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40%를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관객 수가 천만 명 넘게 줄어들었고, 시장 점유율 역시 소폭 하락했습니다.

이렇게 탄탄했던 문화산업이 흔들리자, 프랑스는 세금을 확보해 자국문화를 지키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 ‘문화세’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부과할 방침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파리 박상용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봅니다.

스마트폰에 부과하겠다는 세금인 ‘문화세’, 그 용어부터 생소한데요. 어떤 말인가요?

<기자 멘트>

문화세, 말 그대로 문화상품을 사용한 것에 대한 세금을 말합니다.

최근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제출된 디지털시대 문화정책에 관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입니다.

스마트폰이나 랩톱, 태블릿 pc 같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기기에 대해 문화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인터넷 기반 기기를 통해서 문화콘텐츠를 다운받아서 읽는 데 대한 세금을 말합니다.

이 세금이 특히 삼성과 애플 같은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초대형기업들과 관련돼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프랑스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이 같은 기기 제조업체들이 판매수익 일부를 자국의 문화 콘텐츠개발자들을 위해 내놓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프랑스 문화부장관의 태도 역시 강경합니다. 들어보시죠.

<녹취>필리페티(프랑스 문화부장관) : “외국의 부품들로 스마트폰 등을 제작하는 회사들이 프랑스 문화산업의 부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질문> 이렇게 문화세를 부과하는 목적은 뭔가요?

<답변> 프랑스는 문화세를 걷어서 음악과 영화 같은 자국의 문화산업을 보호하는데 쓰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번에 스마트폰 등에 부과하는 문화세는 해당 기기 가격의 최대 4%까지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언론들은 판매가격의 1% 선에서 문화세가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1년 세수가 8천6백만 유로, 우리 돈 천2백억 원입니다.

이 돈을 문화산업 지원 기금으로 쓰겠다는 겁니다.

<질문> 문화세 부과 움직임이 프랑스가 ‘문화적 예외’조항을 적용하려는 본격적인 시도라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문화적 예외’가 뭡니까?

<답변> 문화적 예외라는 건 말 그대로 문화상품은 예외로 하자, 그러니까 나라간 무역관계 협상에서 문화상품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프랑스가 자국의 문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논리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문화세를 부과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도 넓게 보면 자국의 문화콘텐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겁니다.

프랑스 문화부장관이 국회 출석해서 한 이번 답변을 들어보면 프랑스가 문화적 예외에 대해 가진 확고한 입장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들어보시죠.

<녹취>필리페티(프랑스 문화부장관) : “(문화적 예외 조항은) 문화상품이 일반상품처럼 경쟁을 통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왜냐하면 문화적인 상품(영상물 등)은 다른 상품들처럼 단순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질문> ‘문화적 예외’ 개념은 언제부터 나온 건가요?

<답변> 문화적 예외 조항은 현재의 세계무역체제인 WTO 전에 있던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GATT 체제 당시인 지난 1993년 프랑스를 중심으로 제기된 개념입니다.

세계 각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 문화상품은 협정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겁니다.

프랑스는 이후 지금까지 이 문화적 예외 조항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국가 상징성과 고유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영화나 음악에 쿼터제를 도입하고 TV편성에 있어서도 자국 프로그램을 어느 비율 이상을 하도록 하는 게 모두 문화적 예외를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통계조사를 보면 프랑스 문화상품 규모는 대략 80억 유로, 11조 원이 조금 넘는데, 여기에 포함된 문화상품 종류는 비디오게임, 비디오영상, 음악, 책 크게 나눠서 4종류입니다.

<질문> EU가 미국과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앞두고 있는데, 프랑스는 여기에서도 '문화적 예외'를 주장하고 있죠?

<답변> 프랑스 정부는 조만간 시작될 이번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협상 초기단계부터 시청각 서비스 부문을 협상 항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또 디지털 미디어 분야도 예외 조항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문화산업이 개방되면 미국의 강력한 영화산업이 유럽의 영화산업, 나아가 문화산업 전체를 고사시킬 거라면서 EU 회원국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EU 간 FTA는 WTO 체제에서 가장 큰 규모의 FTA로 경제적 효과만 매년 2천억 유로가 넘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서 미-EU FTA에서 문화적 예외가 어떻게 적용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최근 이 문화적 예외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던데요?

<답변> 프랑스 정부 안에서 나온 얘깁니다.

프랑스 언론들은 문화적 예외 조항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과의 FTA를 앞두고 EU 회원국들 사이에서 문화적 예외 조항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EU집행위원회의 전체적인 지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영국 같은 곳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문화적 예외 조항이 국가의 일방적인 보호와 제약으로 반기업 정서를 촉발시킨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제도를 통해 자국문화를 보호하고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느냐, 세계적인 자유 무역의 흐름을 따르느냐, 프랑스는 지금 기로에 서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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