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잇단 사건에 미확인 루머 무차별 확산

입력 2013.05.2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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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증권가 정보' 형태로 유포..당사자에 제2의 상처
"가십은 가십일뿐..악플·신상털기 자제해야"

여자친구가 자살한 뒤 본인도 목숨을 끊으려 한 가수 손호영(33) 사건을 계기로 또다시 연예인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넘쳐나고 있다.

주로 '증권가 정보'란 옷을 걸친 이런 이야기는 손호영의 과거 사생활이나 여자관계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기정사실화해 SNS나 메신저 등으로 무차별적으로 확대·재생산된다.

특히 올해는 박시후 성폭행 혐의 피소 사건, 여배우 프로포폴 투약 사건 등 연예계 사건·사고가 꼬리를 물면서 '루머 홍수'는 그냥 소문에 그치지 않고 2차 피해를 만들어 낸다.

◇ "소문의 진앙지 증권가 정보" = 이 같은 정보의 출처로 주로 지목되는 곳은 증권가다.

돈의 흐름에 민감한 증권가와 연예인 이미지가 생명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 때문에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은밀한' 연예 루머가 시중을 떠도는 것.

'배우 A양이 톱스타 B와 동거 중', 'A와 B의 숨겨 놓은 자식은 배우 C'처럼 이런 류의 '정보'는 기초적인 사실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SNS를 통해 삽시간에 확산된다.

과거 연예계 루머가 입에서 입을 거쳐 느리게 전파된 것과 비교하면 통신 기술의 발달이 '날개'를 달아 준 셈이다.

상당수가 허무맹랑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증권가 정보 가운데 놀랄 만큼 들어맞는 사례가 종종 등장하면서 이를 맹신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생겨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16살의 나이 차를 뛰어넘은 결혼을 발표한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은성의 이야기. 둘이 교제 중이라는 설은 전부터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간간이 흘러나왔지만 이를 믿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교제 사실조차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서태지가 결혼 사실을 깜짝 발표하면서, 증권가 정보지와 함께 예전에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관련 글이 새삼 화제가 됐다.

◇ 당사자들 정신적 고통 호소 = 사건·사고의 당사자들은 이 같은 루머에 또 한번 상처를 받는다.

손호영의 자살 시도 소식이 24일 알려지면서 그의 극단적 선택에는 미확인 루머와 악성 댓글도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연예계의 굵직한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실명을 포함한 허위 정보가 돌았고, 이는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여성의 사진이 인터넷을 떠도는 등 무차별한 '신상 털기'로 이어졌다.

박시후 성폭행 혐의 고소 사건이 일어나자 인터넷에서는 한동안 그를 고소한 A양이라는 사진과 영상이 주목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가수 장윤정이 억 대의 빚을 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예 활동과는 무관한 부모의 이혼, 남동생의 사업 실패 등에 대한 이야기가 여과 없이 나돌았다.

증권가 정보에 등장한 한 배우의 매니저는 "광고 촬영 현장에서 광고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그런 소문이 있는지 알았다"며 "황당했지만 근거가 없는 일이니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한 한류스타 매니저도 "정보지를 볼 때마다 실소가 나온다. 이런 이야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남들보다 많은 내용을 안다며 우쭐대는 기분으로 계속 유통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9년 재혼을 두고 각종 루머에 시달렸던 설경구는 지난 4월 SBS TV 토크쇼 '힐링캠프'에 출연해 "'이래서 죽는구나' 싶었다. 거기 빠져들다 보면 그게 다인 것처럼 생각된다"며 ""(논란이)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안 지나가더라"고 하소연했다.

이런 폐해를 막으려면 '익명의 벽' 뒤에 꽁꽁 숨은 네티즌들의 자제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가십은 사람들의 본능이다. 출처가 불확실할수록 '숨겨진 비밀'이라 생각해 더욱 신뢰하는 게 집단심리학의 원칙"이라며 "한 번 읽고 그쳐야지, 악플과 신상털기 등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 자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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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계 잇단 사건에 미확인 루머 무차별 확산
    • 입력 2013-05-24 14:17:23
    연합뉴스
주로 '증권가 정보' 형태로 유포..당사자에 제2의 상처 "가십은 가십일뿐..악플·신상털기 자제해야" 여자친구가 자살한 뒤 본인도 목숨을 끊으려 한 가수 손호영(33) 사건을 계기로 또다시 연예인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넘쳐나고 있다. 주로 '증권가 정보'란 옷을 걸친 이런 이야기는 손호영의 과거 사생활이나 여자관계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기정사실화해 SNS나 메신저 등으로 무차별적으로 확대·재생산된다. 특히 올해는 박시후 성폭행 혐의 피소 사건, 여배우 프로포폴 투약 사건 등 연예계 사건·사고가 꼬리를 물면서 '루머 홍수'는 그냥 소문에 그치지 않고 2차 피해를 만들어 낸다. ◇ "소문의 진앙지 증권가 정보" = 이 같은 정보의 출처로 주로 지목되는 곳은 증권가다. 돈의 흐름에 민감한 증권가와 연예인 이미지가 생명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 때문에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은밀한' 연예 루머가 시중을 떠도는 것. '배우 A양이 톱스타 B와 동거 중', 'A와 B의 숨겨 놓은 자식은 배우 C'처럼 이런 류의 '정보'는 기초적인 사실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SNS를 통해 삽시간에 확산된다. 과거 연예계 루머가 입에서 입을 거쳐 느리게 전파된 것과 비교하면 통신 기술의 발달이 '날개'를 달아 준 셈이다. 상당수가 허무맹랑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증권가 정보 가운데 놀랄 만큼 들어맞는 사례가 종종 등장하면서 이를 맹신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생겨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16살의 나이 차를 뛰어넘은 결혼을 발표한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은성의 이야기. 둘이 교제 중이라는 설은 전부터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간간이 흘러나왔지만 이를 믿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교제 사실조차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서태지가 결혼 사실을 깜짝 발표하면서, 증권가 정보지와 함께 예전에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관련 글이 새삼 화제가 됐다. ◇ 당사자들 정신적 고통 호소 = 사건·사고의 당사자들은 이 같은 루머에 또 한번 상처를 받는다. 손호영의 자살 시도 소식이 24일 알려지면서 그의 극단적 선택에는 미확인 루머와 악성 댓글도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연예계의 굵직한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실명을 포함한 허위 정보가 돌았고, 이는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여성의 사진이 인터넷을 떠도는 등 무차별한 '신상 털기'로 이어졌다. 박시후 성폭행 혐의 고소 사건이 일어나자 인터넷에서는 한동안 그를 고소한 A양이라는 사진과 영상이 주목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가수 장윤정이 억 대의 빚을 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예 활동과는 무관한 부모의 이혼, 남동생의 사업 실패 등에 대한 이야기가 여과 없이 나돌았다. 증권가 정보에 등장한 한 배우의 매니저는 "광고 촬영 현장에서 광고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그런 소문이 있는지 알았다"며 "황당했지만 근거가 없는 일이니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한 한류스타 매니저도 "정보지를 볼 때마다 실소가 나온다. 이런 이야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남들보다 많은 내용을 안다며 우쭐대는 기분으로 계속 유통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9년 재혼을 두고 각종 루머에 시달렸던 설경구는 지난 4월 SBS TV 토크쇼 '힐링캠프'에 출연해 "'이래서 죽는구나' 싶었다. 거기 빠져들다 보면 그게 다인 것처럼 생각된다"며 ""(논란이)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안 지나가더라"고 하소연했다. 이런 폐해를 막으려면 '익명의 벽' 뒤에 꽁꽁 숨은 네티즌들의 자제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가십은 사람들의 본능이다. 출처가 불확실할수록 '숨겨진 비밀'이라 생각해 더욱 신뢰하는 게 집단심리학의 원칙"이라며 "한 번 읽고 그쳐야지, 악플과 신상털기 등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 자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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