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비극…잦은 누출 사고
입력 2013.05.24 (22:51)
수정 2013.05.2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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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구미 불산 누출 CCTV 작업자들이 불화수소를 옮기려고 호스를 연결하려는 순간.
불산 가스가 솟구쳐 오릅니다.
작업자 5명이 숨지고 주민 등 18명이 다쳤습니다.
인근 마을은 죽음의 땅으로 변했습니다.
벼는 힘없이 뽑혀 버리고... 고춧잎은 누렇게 말라버렸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 : "나무가 잎이 새파랗게 있었는데 어제는. 오늘 아침에는 또 자꾸 죽어나갑니다."
넉달 뒤 이번엔 충북 청주의 LCD 가공 공장에서 불산 용액 2천5백 리터가 누출됐습니다.
작업자 한 명이 용액에 노출되면서 다쳤습니다.
10여일 뒤 경기도 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밸브 교체 작업 과정에서 불산이 누출됐습니다.
작업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습니다.
그리고 이달.
지난 번 사고로 사용 중지 명령이 내려진 삼성전자 화성공장 설비에서 다시 불산이 새어나오면서 3명이 또 다쳤습니다.
<녹취> 해당 설비 하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A형 사다리니까 밑에 붙잡은 사람이 두 명 있었고 배관 자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작업해도 된다고 그래서 작업하는 도중에..."
<앵커 멘트>
최근 잇따르고 있는 유해 화학물질 누출 사고.
사고에 숨지거나 다친 이들은 대부분 하청업체 직원들이었습니다.
위험물질을 전문으로 다루는 이들인데도 왜 사고를 막지 못해 희생되거나 다치는 걸까, 취재 결과 그 이유를 원청업체, 그리고 복잡하기만 할 뿐 미비한 우리 법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오산에 사는 용접공 이 모씨.
<녹취> "(집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씨는 최근 4년 가까이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배관 용접일을 해왔습니다.
그는 삼성의 불산 누출 사고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단언합니다.
<녹취> 이00(前 하청업체 직원) : "화학약품 관이나 불산 관이나 배관이나 다 똑같은 관인데 노후화가 됐어요. 노후화된 거 10년, 20년 된 거 이거는 딱봐도 이거 사고나겠다... 그리고 얼마 안 있으면 그게 사고가 터져요."
실제로, 사고 발생 뒤 사고 원인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보면 배관 밸브의 이음새 부분 노후화와 볼트 부식을 불산 누출 1차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볼트를 불완전하게 조이는 등의 작업자 과실 이전에 배관 설비 노후화를 그대로 방치한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불산 누출 사고 뒤 고용노동부도 삼성전자 화성공장에 대해 특별 감독 조사를 벌였습니다.
이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무려 천9백여 건이나 드러났습니다.
배기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다, 근로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보호장구를 지급했다, 안전보건 회의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 법적 의무 사항인 유해, 위험방지 계획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등입니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안전 부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하지만, 하청업체들은 이같은 안전사항 미비에도 불구하고 원청업체에 불만조차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
계약을 끊기지 않으려면 원청업체 심기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00(전 하청업체 직원) : "삼성 측이 큰 회사다 보니까 하청에다 떠넘기면은 더 편하거든요. 니네 우리공사 안할거야? 이런 식이거든요. 하청 사장들은 어쩔 수 없이 자기가 맡아야죠."
<녹취> "현대제철 산재사고 대표이사 처벌하라!"
지난 10일 새벽,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 작업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5명이 숨졌습니다.
아르곤 가스 누출 사고였습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현대제철 경영진을 고발했습니다.
<녹취> 박혜영(노동건강연대 팀장) : "우리 모두가 이러한 죽음을 '일하다가 죽을 수 있지' 이렇게 죽음을 용인하는 순간 우리는 계속 죽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이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표이사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사고 당시 현장을 직접 목격한 동료 직원.
<녹취> 하청업체 동료 직원(음성변조) : "처음에 동료들이 그냥 엎드려서 아래쪽 살펴보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뭐 확인하려고 하나 왜 그러나 이렇게 보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죽지 않고 살아 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좀 안타까운 부분이 참 많죠."
원청업체인 현대제철이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 작업장인 전로의 보수 공사 기간을 줄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도 했습니다.
무리한 일정 단축을 하느라 안전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는 겁니다.
<녹취> 동료 직원(음성 변조) : "처음에는 보름 정도 공사기간이 있었고요. 근데 이제 계속 공사기간이 반나절씩, 반나절씩 할 때마다 줄어들다 보니 한 6일에서 7일 정도 그 정도까지 줄어들었거든요."
사고 원인이 된 아르곤 가스를 누가 주입했는지, 또 누가 그 지시를 내렸는지 주입 경위는 현재 수사 중입니다.
현대제철은 수사중이란 이유로 주입 경위나 안전관리 문제에 대해 말을 하지않고 있습니다.
이곳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9개월 동안 하청업체 노동자 13명이 각종 사고로 숨졌습니다.
현대제철이 하청업체들에게 3고로의 공사 기간을 줄이라고 지시한 뒤부터입니다.
<인터뷰> 유희종(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 사무처장) : "정몽구 회장이 현대제철 3고로 현장에 내려와서 내년 9월 공사기간까지 어쨌든 공사를 마쳐서 진행을 해라라고 지시를 하고 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관리자들은 어쨌든 내년 9월까지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해야되는 게 그 사람들의 입장일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제철이라는 대기업에서의 사고.
누출된 화학 물질과 일차적인 사고 원인은 다르지만, 사고 배경에 놓인 원청, 하청의, 이른바 '갑 을' 관계는 닮았습니다.
두 회사 모두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인터뷰 대신, 취재파일팀이 보낸 질의서에 서면으로 답을 보내왔습니다.
삼성은 불산이 처음 누출된 1월 27일 낮부터 24시간, 만 하루가 지나 사망자가 발생한 뒤에야 당국에 최초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28일 새벽 4시까지는 불산 누출이 있기는 했지만 통상적인 유지보수 작업으로 위험이 통제되는 상황이었다며 늑장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또, 송풍기를 통한 외부 유출 의혹에 대해서는 배기시설로 불산을 정화한 뒤 송풍기를 가동했기에 불산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11라인에는 배기시설이 없어 송풍기를 통해 외부로 유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조사 결과와는 다른 답변입니다.
삼성전자에서 누출 사고가 반복되자 국회의원들이 사업장을 찾아갔습니다.
<녹취> 권오현(삼성전자 부회장) : "대단히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저희들이 혼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녹취> 김상민(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 : "언제부터 협력업체를 그렇게 배려하셨어요? 같은 장소에서 두번이나 사고가 나서 배려해가지고 협력업체가 마음대로 편하게 그렇게 위험한 물질 다루십시오라고 방치한 겁니까. 그게 배려예요?"
삼성전자는 이 자리에서 유해 화학물질의 관리를 단계적으로 직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비소, 염화비닐 등 유해 물질 13종에 대한 작업에서는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잇따랐던 불산 등은 빠져 있습니다.
게다가 유해 물질 관리에 대한 관련 법안만 해도 10가지가 넘습니다.
불산의 경우 고압가스 상태이면 산업통상자원부, 액체 상태면 환경부, 노동자의 작업과 관련이 있으면 고용노동부가 소관 부처가 되는 겁니다.
유해물질 사고가 날 때마다 소관 부처가 어디인지부터 따져야 할 노릇입니다.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작업자 교육도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인터뷰> 장동빈(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그쪽에서 일하셨던 분들(하청업체 직원) 제보를 종합해서 판단을 해보면 제대로 유해 화학물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누출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본인 스스로가 즉각적으로 판단을 못했다..."
공장 인근 지역 주민들도 공장에 어떤 유해물질이 있는지,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알 필요가 있지만 그런 정보는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이 지역 주민대표는 삼성전자와의 협의체인 소통협의회에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민석(지역 주민)불산이나 화학 물질 관리에 대한 부분은 가급적이면 피해 가려고 하는... 지역에 봉사 활동하는 그런 부분들 위주로 이야기하면서 다른 부분으로 포커스를 옮기려는 어떤 의도가 보였기 때문에 신뢰성에 의구심을 가졌던 거죠."
<앵커 멘트>
최근 이슈가 된 이른바 '갑 을' 논란.
공장 현장에서의 원, 하청 특수관계도 우리 사회의 오래된 갑을 관계의 단면입니다.
하청가 깎아내리기, 무리한 공사일정 단축 요구, 이른바 '갑의 횡포'로 불리는 일들이 어디선가 큰 재앙을 몰고올 독성 화학물질 누출 사고를 또다시 부를 수도 있습니다.
구미 불산 누출 CCTV 작업자들이 불화수소를 옮기려고 호스를 연결하려는 순간.
불산 가스가 솟구쳐 오릅니다.
작업자 5명이 숨지고 주민 등 18명이 다쳤습니다.
인근 마을은 죽음의 땅으로 변했습니다.
벼는 힘없이 뽑혀 버리고... 고춧잎은 누렇게 말라버렸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 : "나무가 잎이 새파랗게 있었는데 어제는. 오늘 아침에는 또 자꾸 죽어나갑니다."
넉달 뒤 이번엔 충북 청주의 LCD 가공 공장에서 불산 용액 2천5백 리터가 누출됐습니다.
작업자 한 명이 용액에 노출되면서 다쳤습니다.
10여일 뒤 경기도 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밸브 교체 작업 과정에서 불산이 누출됐습니다.
작업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습니다.
그리고 이달.
지난 번 사고로 사용 중지 명령이 내려진 삼성전자 화성공장 설비에서 다시 불산이 새어나오면서 3명이 또 다쳤습니다.
<녹취> 해당 설비 하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A형 사다리니까 밑에 붙잡은 사람이 두 명 있었고 배관 자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작업해도 된다고 그래서 작업하는 도중에..."
<앵커 멘트>
최근 잇따르고 있는 유해 화학물질 누출 사고.
사고에 숨지거나 다친 이들은 대부분 하청업체 직원들이었습니다.
위험물질을 전문으로 다루는 이들인데도 왜 사고를 막지 못해 희생되거나 다치는 걸까, 취재 결과 그 이유를 원청업체, 그리고 복잡하기만 할 뿐 미비한 우리 법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오산에 사는 용접공 이 모씨.
<녹취> "(집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씨는 최근 4년 가까이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배관 용접일을 해왔습니다.
그는 삼성의 불산 누출 사고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단언합니다.
<녹취> 이00(前 하청업체 직원) : "화학약품 관이나 불산 관이나 배관이나 다 똑같은 관인데 노후화가 됐어요. 노후화된 거 10년, 20년 된 거 이거는 딱봐도 이거 사고나겠다... 그리고 얼마 안 있으면 그게 사고가 터져요."
실제로, 사고 발생 뒤 사고 원인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보면 배관 밸브의 이음새 부분 노후화와 볼트 부식을 불산 누출 1차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볼트를 불완전하게 조이는 등의 작업자 과실 이전에 배관 설비 노후화를 그대로 방치한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불산 누출 사고 뒤 고용노동부도 삼성전자 화성공장에 대해 특별 감독 조사를 벌였습니다.
이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무려 천9백여 건이나 드러났습니다.
배기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다, 근로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보호장구를 지급했다, 안전보건 회의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 법적 의무 사항인 유해, 위험방지 계획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등입니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안전 부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하지만, 하청업체들은 이같은 안전사항 미비에도 불구하고 원청업체에 불만조차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
계약을 끊기지 않으려면 원청업체 심기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00(전 하청업체 직원) : "삼성 측이 큰 회사다 보니까 하청에다 떠넘기면은 더 편하거든요. 니네 우리공사 안할거야? 이런 식이거든요. 하청 사장들은 어쩔 수 없이 자기가 맡아야죠."
<녹취> "현대제철 산재사고 대표이사 처벌하라!"
지난 10일 새벽,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 작업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5명이 숨졌습니다.
아르곤 가스 누출 사고였습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현대제철 경영진을 고발했습니다.
<녹취> 박혜영(노동건강연대 팀장) : "우리 모두가 이러한 죽음을 '일하다가 죽을 수 있지' 이렇게 죽음을 용인하는 순간 우리는 계속 죽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이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표이사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사고 당시 현장을 직접 목격한 동료 직원.
<녹취> 하청업체 동료 직원(음성변조) : "처음에 동료들이 그냥 엎드려서 아래쪽 살펴보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뭐 확인하려고 하나 왜 그러나 이렇게 보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죽지 않고 살아 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좀 안타까운 부분이 참 많죠."
원청업체인 현대제철이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 작업장인 전로의 보수 공사 기간을 줄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도 했습니다.
무리한 일정 단축을 하느라 안전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는 겁니다.
<녹취> 동료 직원(음성 변조) : "처음에는 보름 정도 공사기간이 있었고요. 근데 이제 계속 공사기간이 반나절씩, 반나절씩 할 때마다 줄어들다 보니 한 6일에서 7일 정도 그 정도까지 줄어들었거든요."
사고 원인이 된 아르곤 가스를 누가 주입했는지, 또 누가 그 지시를 내렸는지 주입 경위는 현재 수사 중입니다.
현대제철은 수사중이란 이유로 주입 경위나 안전관리 문제에 대해 말을 하지않고 있습니다.
이곳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9개월 동안 하청업체 노동자 13명이 각종 사고로 숨졌습니다.
현대제철이 하청업체들에게 3고로의 공사 기간을 줄이라고 지시한 뒤부터입니다.
<인터뷰> 유희종(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 사무처장) : "정몽구 회장이 현대제철 3고로 현장에 내려와서 내년 9월 공사기간까지 어쨌든 공사를 마쳐서 진행을 해라라고 지시를 하고 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관리자들은 어쨌든 내년 9월까지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해야되는 게 그 사람들의 입장일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제철이라는 대기업에서의 사고.
누출된 화학 물질과 일차적인 사고 원인은 다르지만, 사고 배경에 놓인 원청, 하청의, 이른바 '갑 을' 관계는 닮았습니다.
두 회사 모두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인터뷰 대신, 취재파일팀이 보낸 질의서에 서면으로 답을 보내왔습니다.
삼성은 불산이 처음 누출된 1월 27일 낮부터 24시간, 만 하루가 지나 사망자가 발생한 뒤에야 당국에 최초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28일 새벽 4시까지는 불산 누출이 있기는 했지만 통상적인 유지보수 작업으로 위험이 통제되는 상황이었다며 늑장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또, 송풍기를 통한 외부 유출 의혹에 대해서는 배기시설로 불산을 정화한 뒤 송풍기를 가동했기에 불산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11라인에는 배기시설이 없어 송풍기를 통해 외부로 유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조사 결과와는 다른 답변입니다.
삼성전자에서 누출 사고가 반복되자 국회의원들이 사업장을 찾아갔습니다.
<녹취> 권오현(삼성전자 부회장) : "대단히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저희들이 혼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녹취> 김상민(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 : "언제부터 협력업체를 그렇게 배려하셨어요? 같은 장소에서 두번이나 사고가 나서 배려해가지고 협력업체가 마음대로 편하게 그렇게 위험한 물질 다루십시오라고 방치한 겁니까. 그게 배려예요?"
삼성전자는 이 자리에서 유해 화학물질의 관리를 단계적으로 직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비소, 염화비닐 등 유해 물질 13종에 대한 작업에서는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잇따랐던 불산 등은 빠져 있습니다.
게다가 유해 물질 관리에 대한 관련 법안만 해도 10가지가 넘습니다.
불산의 경우 고압가스 상태이면 산업통상자원부, 액체 상태면 환경부, 노동자의 작업과 관련이 있으면 고용노동부가 소관 부처가 되는 겁니다.
유해물질 사고가 날 때마다 소관 부처가 어디인지부터 따져야 할 노릇입니다.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작업자 교육도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인터뷰> 장동빈(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그쪽에서 일하셨던 분들(하청업체 직원) 제보를 종합해서 판단을 해보면 제대로 유해 화학물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누출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본인 스스로가 즉각적으로 판단을 못했다..."
공장 인근 지역 주민들도 공장에 어떤 유해물질이 있는지,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알 필요가 있지만 그런 정보는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이 지역 주민대표는 삼성전자와의 협의체인 소통협의회에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민석(지역 주민)불산이나 화학 물질 관리에 대한 부분은 가급적이면 피해 가려고 하는... 지역에 봉사 활동하는 그런 부분들 위주로 이야기하면서 다른 부분으로 포커스를 옮기려는 어떤 의도가 보였기 때문에 신뢰성에 의구심을 가졌던 거죠."
<앵커 멘트>
최근 이슈가 된 이른바 '갑 을' 논란.
공장 현장에서의 원, 하청 특수관계도 우리 사회의 오래된 갑을 관계의 단면입니다.
하청가 깎아내리기, 무리한 공사일정 단축 요구, 이른바 '갑의 횡포'로 불리는 일들이 어디선가 큰 재앙을 몰고올 독성 화학물질 누출 사고를 또다시 부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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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된 비극…잦은 누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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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05-24 22:53:21
- 수정2013-05-24 23:35:24

<리포트>
구미 불산 누출 CCTV 작업자들이 불화수소를 옮기려고 호스를 연결하려는 순간.
불산 가스가 솟구쳐 오릅니다.
작업자 5명이 숨지고 주민 등 18명이 다쳤습니다.
인근 마을은 죽음의 땅으로 변했습니다.
벼는 힘없이 뽑혀 버리고... 고춧잎은 누렇게 말라버렸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 : "나무가 잎이 새파랗게 있었는데 어제는. 오늘 아침에는 또 자꾸 죽어나갑니다."
넉달 뒤 이번엔 충북 청주의 LCD 가공 공장에서 불산 용액 2천5백 리터가 누출됐습니다.
작업자 한 명이 용액에 노출되면서 다쳤습니다.
10여일 뒤 경기도 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밸브 교체 작업 과정에서 불산이 누출됐습니다.
작업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습니다.
그리고 이달.
지난 번 사고로 사용 중지 명령이 내려진 삼성전자 화성공장 설비에서 다시 불산이 새어나오면서 3명이 또 다쳤습니다.
<녹취> 해당 설비 하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A형 사다리니까 밑에 붙잡은 사람이 두 명 있었고 배관 자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작업해도 된다고 그래서 작업하는 도중에..."
<앵커 멘트>
최근 잇따르고 있는 유해 화학물질 누출 사고.
사고에 숨지거나 다친 이들은 대부분 하청업체 직원들이었습니다.
위험물질을 전문으로 다루는 이들인데도 왜 사고를 막지 못해 희생되거나 다치는 걸까, 취재 결과 그 이유를 원청업체, 그리고 복잡하기만 할 뿐 미비한 우리 법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오산에 사는 용접공 이 모씨.
<녹취> "(집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씨는 최근 4년 가까이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배관 용접일을 해왔습니다.
그는 삼성의 불산 누출 사고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단언합니다.
<녹취> 이00(前 하청업체 직원) : "화학약품 관이나 불산 관이나 배관이나 다 똑같은 관인데 노후화가 됐어요. 노후화된 거 10년, 20년 된 거 이거는 딱봐도 이거 사고나겠다... 그리고 얼마 안 있으면 그게 사고가 터져요."
실제로, 사고 발생 뒤 사고 원인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보면 배관 밸브의 이음새 부분 노후화와 볼트 부식을 불산 누출 1차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볼트를 불완전하게 조이는 등의 작업자 과실 이전에 배관 설비 노후화를 그대로 방치한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불산 누출 사고 뒤 고용노동부도 삼성전자 화성공장에 대해 특별 감독 조사를 벌였습니다.
이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무려 천9백여 건이나 드러났습니다.
배기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다, 근로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보호장구를 지급했다, 안전보건 회의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 법적 의무 사항인 유해, 위험방지 계획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등입니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안전 부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하지만, 하청업체들은 이같은 안전사항 미비에도 불구하고 원청업체에 불만조차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
계약을 끊기지 않으려면 원청업체 심기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00(전 하청업체 직원) : "삼성 측이 큰 회사다 보니까 하청에다 떠넘기면은 더 편하거든요. 니네 우리공사 안할거야? 이런 식이거든요. 하청 사장들은 어쩔 수 없이 자기가 맡아야죠."
<녹취> "현대제철 산재사고 대표이사 처벌하라!"
지난 10일 새벽,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 작업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5명이 숨졌습니다.
아르곤 가스 누출 사고였습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현대제철 경영진을 고발했습니다.
<녹취> 박혜영(노동건강연대 팀장) : "우리 모두가 이러한 죽음을 '일하다가 죽을 수 있지' 이렇게 죽음을 용인하는 순간 우리는 계속 죽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이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표이사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사고 당시 현장을 직접 목격한 동료 직원.
<녹취> 하청업체 동료 직원(음성변조) : "처음에 동료들이 그냥 엎드려서 아래쪽 살펴보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뭐 확인하려고 하나 왜 그러나 이렇게 보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죽지 않고 살아 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좀 안타까운 부분이 참 많죠."
원청업체인 현대제철이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 작업장인 전로의 보수 공사 기간을 줄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도 했습니다.
무리한 일정 단축을 하느라 안전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는 겁니다.
<녹취> 동료 직원(음성 변조) : "처음에는 보름 정도 공사기간이 있었고요. 근데 이제 계속 공사기간이 반나절씩, 반나절씩 할 때마다 줄어들다 보니 한 6일에서 7일 정도 그 정도까지 줄어들었거든요."
사고 원인이 된 아르곤 가스를 누가 주입했는지, 또 누가 그 지시를 내렸는지 주입 경위는 현재 수사 중입니다.
현대제철은 수사중이란 이유로 주입 경위나 안전관리 문제에 대해 말을 하지않고 있습니다.
이곳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9개월 동안 하청업체 노동자 13명이 각종 사고로 숨졌습니다.
현대제철이 하청업체들에게 3고로의 공사 기간을 줄이라고 지시한 뒤부터입니다.
<인터뷰> 유희종(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 사무처장) : "정몽구 회장이 현대제철 3고로 현장에 내려와서 내년 9월 공사기간까지 어쨌든 공사를 마쳐서 진행을 해라라고 지시를 하고 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관리자들은 어쨌든 내년 9월까지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해야되는 게 그 사람들의 입장일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제철이라는 대기업에서의 사고.
누출된 화학 물질과 일차적인 사고 원인은 다르지만, 사고 배경에 놓인 원청, 하청의, 이른바 '갑 을' 관계는 닮았습니다.
두 회사 모두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인터뷰 대신, 취재파일팀이 보낸 질의서에 서면으로 답을 보내왔습니다.
삼성은 불산이 처음 누출된 1월 27일 낮부터 24시간, 만 하루가 지나 사망자가 발생한 뒤에야 당국에 최초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28일 새벽 4시까지는 불산 누출이 있기는 했지만 통상적인 유지보수 작업으로 위험이 통제되는 상황이었다며 늑장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또, 송풍기를 통한 외부 유출 의혹에 대해서는 배기시설로 불산을 정화한 뒤 송풍기를 가동했기에 불산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11라인에는 배기시설이 없어 송풍기를 통해 외부로 유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조사 결과와는 다른 답변입니다.
삼성전자에서 누출 사고가 반복되자 국회의원들이 사업장을 찾아갔습니다.
<녹취> 권오현(삼성전자 부회장) : "대단히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저희들이 혼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녹취> 김상민(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 : "언제부터 협력업체를 그렇게 배려하셨어요? 같은 장소에서 두번이나 사고가 나서 배려해가지고 협력업체가 마음대로 편하게 그렇게 위험한 물질 다루십시오라고 방치한 겁니까. 그게 배려예요?"
삼성전자는 이 자리에서 유해 화학물질의 관리를 단계적으로 직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비소, 염화비닐 등 유해 물질 13종에 대한 작업에서는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잇따랐던 불산 등은 빠져 있습니다.
게다가 유해 물질 관리에 대한 관련 법안만 해도 10가지가 넘습니다.
불산의 경우 고압가스 상태이면 산업통상자원부, 액체 상태면 환경부, 노동자의 작업과 관련이 있으면 고용노동부가 소관 부처가 되는 겁니다.
유해물질 사고가 날 때마다 소관 부처가 어디인지부터 따져야 할 노릇입니다.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작업자 교육도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인터뷰> 장동빈(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그쪽에서 일하셨던 분들(하청업체 직원) 제보를 종합해서 판단을 해보면 제대로 유해 화학물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누출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본인 스스로가 즉각적으로 판단을 못했다..."
공장 인근 지역 주민들도 공장에 어떤 유해물질이 있는지,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알 필요가 있지만 그런 정보는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이 지역 주민대표는 삼성전자와의 협의체인 소통협의회에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민석(지역 주민)불산이나 화학 물질 관리에 대한 부분은 가급적이면 피해 가려고 하는... 지역에 봉사 활동하는 그런 부분들 위주로 이야기하면서 다른 부분으로 포커스를 옮기려는 어떤 의도가 보였기 때문에 신뢰성에 의구심을 가졌던 거죠."
<앵커 멘트>
최근 이슈가 된 이른바 '갑 을' 논란.
공장 현장에서의 원, 하청 특수관계도 우리 사회의 오래된 갑을 관계의 단면입니다.
하청가 깎아내리기, 무리한 공사일정 단축 요구, 이른바 '갑의 횡포'로 불리는 일들이 어디선가 큰 재앙을 몰고올 독성 화학물질 누출 사고를 또다시 부를 수도 있습니다.
구미 불산 누출 CCTV 작업자들이 불화수소를 옮기려고 호스를 연결하려는 순간.
불산 가스가 솟구쳐 오릅니다.
작업자 5명이 숨지고 주민 등 18명이 다쳤습니다.
인근 마을은 죽음의 땅으로 변했습니다.
벼는 힘없이 뽑혀 버리고... 고춧잎은 누렇게 말라버렸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 : "나무가 잎이 새파랗게 있었는데 어제는. 오늘 아침에는 또 자꾸 죽어나갑니다."
넉달 뒤 이번엔 충북 청주의 LCD 가공 공장에서 불산 용액 2천5백 리터가 누출됐습니다.
작업자 한 명이 용액에 노출되면서 다쳤습니다.
10여일 뒤 경기도 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밸브 교체 작업 과정에서 불산이 누출됐습니다.
작업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습니다.
그리고 이달.
지난 번 사고로 사용 중지 명령이 내려진 삼성전자 화성공장 설비에서 다시 불산이 새어나오면서 3명이 또 다쳤습니다.
<녹취> 해당 설비 하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A형 사다리니까 밑에 붙잡은 사람이 두 명 있었고 배관 자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작업해도 된다고 그래서 작업하는 도중에..."
<앵커 멘트>
최근 잇따르고 있는 유해 화학물질 누출 사고.
사고에 숨지거나 다친 이들은 대부분 하청업체 직원들이었습니다.
위험물질을 전문으로 다루는 이들인데도 왜 사고를 막지 못해 희생되거나 다치는 걸까, 취재 결과 그 이유를 원청업체, 그리고 복잡하기만 할 뿐 미비한 우리 법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오산에 사는 용접공 이 모씨.
<녹취> "(집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씨는 최근 4년 가까이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배관 용접일을 해왔습니다.
그는 삼성의 불산 누출 사고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단언합니다.
<녹취> 이00(前 하청업체 직원) : "화학약품 관이나 불산 관이나 배관이나 다 똑같은 관인데 노후화가 됐어요. 노후화된 거 10년, 20년 된 거 이거는 딱봐도 이거 사고나겠다... 그리고 얼마 안 있으면 그게 사고가 터져요."
실제로, 사고 발생 뒤 사고 원인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보면 배관 밸브의 이음새 부분 노후화와 볼트 부식을 불산 누출 1차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볼트를 불완전하게 조이는 등의 작업자 과실 이전에 배관 설비 노후화를 그대로 방치한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불산 누출 사고 뒤 고용노동부도 삼성전자 화성공장에 대해 특별 감독 조사를 벌였습니다.
이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무려 천9백여 건이나 드러났습니다.
배기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다, 근로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보호장구를 지급했다, 안전보건 회의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 법적 의무 사항인 유해, 위험방지 계획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등입니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안전 부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하지만, 하청업체들은 이같은 안전사항 미비에도 불구하고 원청업체에 불만조차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
계약을 끊기지 않으려면 원청업체 심기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00(전 하청업체 직원) : "삼성 측이 큰 회사다 보니까 하청에다 떠넘기면은 더 편하거든요. 니네 우리공사 안할거야? 이런 식이거든요. 하청 사장들은 어쩔 수 없이 자기가 맡아야죠."
<녹취> "현대제철 산재사고 대표이사 처벌하라!"
지난 10일 새벽,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 작업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5명이 숨졌습니다.
아르곤 가스 누출 사고였습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현대제철 경영진을 고발했습니다.
<녹취> 박혜영(노동건강연대 팀장) : "우리 모두가 이러한 죽음을 '일하다가 죽을 수 있지' 이렇게 죽음을 용인하는 순간 우리는 계속 죽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이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표이사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사고 당시 현장을 직접 목격한 동료 직원.
<녹취> 하청업체 동료 직원(음성변조) : "처음에 동료들이 그냥 엎드려서 아래쪽 살펴보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뭐 확인하려고 하나 왜 그러나 이렇게 보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죽지 않고 살아 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좀 안타까운 부분이 참 많죠."
원청업체인 현대제철이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 작업장인 전로의 보수 공사 기간을 줄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도 했습니다.
무리한 일정 단축을 하느라 안전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는 겁니다.
<녹취> 동료 직원(음성 변조) : "처음에는 보름 정도 공사기간이 있었고요. 근데 이제 계속 공사기간이 반나절씩, 반나절씩 할 때마다 줄어들다 보니 한 6일에서 7일 정도 그 정도까지 줄어들었거든요."
사고 원인이 된 아르곤 가스를 누가 주입했는지, 또 누가 그 지시를 내렸는지 주입 경위는 현재 수사 중입니다.
현대제철은 수사중이란 이유로 주입 경위나 안전관리 문제에 대해 말을 하지않고 있습니다.
이곳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9개월 동안 하청업체 노동자 13명이 각종 사고로 숨졌습니다.
현대제철이 하청업체들에게 3고로의 공사 기간을 줄이라고 지시한 뒤부터입니다.
<인터뷰> 유희종(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 사무처장) : "정몽구 회장이 현대제철 3고로 현장에 내려와서 내년 9월 공사기간까지 어쨌든 공사를 마쳐서 진행을 해라라고 지시를 하고 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관리자들은 어쨌든 내년 9월까지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해야되는 게 그 사람들의 입장일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제철이라는 대기업에서의 사고.
누출된 화학 물질과 일차적인 사고 원인은 다르지만, 사고 배경에 놓인 원청, 하청의, 이른바 '갑 을' 관계는 닮았습니다.
두 회사 모두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인터뷰 대신, 취재파일팀이 보낸 질의서에 서면으로 답을 보내왔습니다.
삼성은 불산이 처음 누출된 1월 27일 낮부터 24시간, 만 하루가 지나 사망자가 발생한 뒤에야 당국에 최초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28일 새벽 4시까지는 불산 누출이 있기는 했지만 통상적인 유지보수 작업으로 위험이 통제되는 상황이었다며 늑장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또, 송풍기를 통한 외부 유출 의혹에 대해서는 배기시설로 불산을 정화한 뒤 송풍기를 가동했기에 불산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11라인에는 배기시설이 없어 송풍기를 통해 외부로 유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조사 결과와는 다른 답변입니다.
삼성전자에서 누출 사고가 반복되자 국회의원들이 사업장을 찾아갔습니다.
<녹취> 권오현(삼성전자 부회장) : "대단히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저희들이 혼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녹취> 김상민(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 : "언제부터 협력업체를 그렇게 배려하셨어요? 같은 장소에서 두번이나 사고가 나서 배려해가지고 협력업체가 마음대로 편하게 그렇게 위험한 물질 다루십시오라고 방치한 겁니까. 그게 배려예요?"
삼성전자는 이 자리에서 유해 화학물질의 관리를 단계적으로 직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비소, 염화비닐 등 유해 물질 13종에 대한 작업에서는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잇따랐던 불산 등은 빠져 있습니다.
게다가 유해 물질 관리에 대한 관련 법안만 해도 10가지가 넘습니다.
불산의 경우 고압가스 상태이면 산업통상자원부, 액체 상태면 환경부, 노동자의 작업과 관련이 있으면 고용노동부가 소관 부처가 되는 겁니다.
유해물질 사고가 날 때마다 소관 부처가 어디인지부터 따져야 할 노릇입니다.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작업자 교육도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인터뷰> 장동빈(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그쪽에서 일하셨던 분들(하청업체 직원) 제보를 종합해서 판단을 해보면 제대로 유해 화학물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누출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본인 스스로가 즉각적으로 판단을 못했다..."
공장 인근 지역 주민들도 공장에 어떤 유해물질이 있는지,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알 필요가 있지만 그런 정보는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이 지역 주민대표는 삼성전자와의 협의체인 소통협의회에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민석(지역 주민)불산이나 화학 물질 관리에 대한 부분은 가급적이면 피해 가려고 하는... 지역에 봉사 활동하는 그런 부분들 위주로 이야기하면서 다른 부분으로 포커스를 옮기려는 어떤 의도가 보였기 때문에 신뢰성에 의구심을 가졌던 거죠."
<앵커 멘트>
최근 이슈가 된 이른바 '갑 을' 논란.
공장 현장에서의 원, 하청 특수관계도 우리 사회의 오래된 갑을 관계의 단면입니다.
하청가 깎아내리기, 무리한 공사일정 단축 요구, 이른바 '갑의 횡포'로 불리는 일들이 어디선가 큰 재앙을 몰고올 독성 화학물질 누출 사고를 또다시 부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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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연 기자 hanspon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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