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드기의 습격

입력 2013.05.24 (23:15) 수정 2013.05.2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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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21일 9시 이충헌 : "사망 사례 한 건이 바이러스가 분리되었고 확진사례가 되겠습니다."

<녹취>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진행을 해서 폐혈증으로 사망하신 걸로"

<녹취> "치사율을 약 10% 정도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녹취> 24일 뉴스광장 범기영 : "살인 진드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두번째 사망자가 확인됐습니다"

<오프닝>

진드기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망자를 낼 만큼 무서운 바이러스지만,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는데요.

이처럼 치명적 증상과 함께 속속 등장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각종 바이러스들...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상암동 난지도 공원.

평소 같으면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지만, 눈에 띄게 사람이 줄었습니다.

공원을 찾은 사람들도, 긴 소매, 긴 바지 차림이 많습니다.

<인터뷰> 김명옥(경기 남양주) : "좀 두렵죠. 이렇게 나올 때는 긴팔 긴바지 입고 나오게 되더라고요 "

바이러스를 옮기는 진드기에 대한 무서움 때문인 듯 잔디밭을 피해 앉아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인터뷰> 김택순(경기 수원) : "살인 진드기가 치명적이라 그래서 신경이 많이 쓰여서 지금 원두막에 올라와서 자리 폈어요"

작은소참진드기.

성충의 크기는 2mm 안팎으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피를 빨게 되면 10배에서 최고 50배까지 커집니다.

100원짜리 동전과 비교해보면 그 크기 변화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봄에서 여름을 거쳐 가을까지 흡혈 활동을 하는데, 특히 6월부터 7월 사이 성충의 수가 가장 늘어나고 흡혈 활동도 활발해 주의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녹취> "성충일 때는 3에서 4주간씩 많이 빨고 자세히 보면 발 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번 달라 붙으면 떨어지지 않습니다.

동물로부터 피를 빨기 위한 것입니다.

<녹취> "여기요. 여기가 이빨이에요?(양쪽에 이걸 벌리고 꽂아서 피를 먹는 겁니다.)"

흔히 살인 진드기로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는 보통 풀 끝에 매달려 있다 지나가는 동물에 옮겨 붙습니다.

<인터뷰> 박미연(과장) : "사람의 채취, 땅의 진동 이런 걸 느끼면서 약충에서 성충이 될 때 반드시 흡혈을 하려고 달라 붙습니다"

작은소참진드기가 피를 빠는 과정에서 퍼트리는 것이 문제의 SFTS 바이러스, 즉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 바이러스입니다.

<녹취> "화살표 된 이 부분이 SFTS 바이러스입니다."

천마리 가운데, 5마리 정도가 문제의 바이러스를 갖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하면 고열과 함께 구토, 설사 증세를 보이며, 증상이 심할 경우 혈소판이 감소하면서 장기에 출혈증상이 일어나 생명을 위협합니다.

2009년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발견돼 129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올해 일본에서도 8명이 숨지면서 문제가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희생자가 나온 것입니다.

<인터뷰> 오명돈(서울대 감염내과 교수) : "최근에는 중국 질병 관리 본부에서 치사율을 약 10% 정도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약이나 예방백신은 개발되지 않은 상탭니다.

그만큼 아직 많은 부분이 베일에 쌓여 있는 바이러스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최근 인류에게 치명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질병 중 상당수는 동물에서 옮겨온 바이러스에 의한 것들입니다.

조류에서 옮겨온 신종 AI, 중국 130명 발병, 31명 사망

박쥐에서 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중동 유럽 41명 발병, 20명 사망

진드기를 매개로 한 SFTS 바이러스까지.

바이러스 질환의 발병 과정에는 자신을 증식시킬 동물 즉 숙주를 찾아 옮겨다니며 계속 바뀌어 가는 무서움이 숨어 있습니다.

한 대학 연구실...

이 대학 연구진은 최근 돼지 폐에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를 발견했습니다.

학계에서 치사율이 높다는 이유로 이른바 '킬러 바이러스'라는 별명을 얻은 H1N2 변종 바이러스를 발견한 것입니다.

<인터뷰> 최영기(충북대 의대 교수) : "H 유전자하고 N 유전자가 유독 하나씩 바뀌는 것을 찾아냈고, 그런 변이에 의해서 생겨난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가 가능한 바이러스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거죠"

독성 실험은 바이러스 반응에서 사람과 가장 유사하다는 애완용 족제비를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3마리에는 호흡기를 통해 직접 바이러스를 넣었고, 나머지 3마리는 바이러스가 투입된 족제비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간접 노출 시키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직접 바이러스가 투입된 3마리에 이어, 간접 노출된 3마리 중 2마리가 숨졌고, 나머지 한 마리도 신체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결국 안락사시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녹취> "이번에 발견한 H1N2 바이러스는(이거요?) 네 굉장히 병원성이 높았고"

치사율이 100%에 가깝고 전염성 또한 상당히 높은 변종 바이러스의 존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2009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신종플루 공포.

당시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플루의 원인 바이러스는 H1N1 바이러스로, 원래는 돼지에게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사람으로 옮겨와 육개 월 정도 만에 전 세계에 퍼져, 우리나라에서만 270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돼지에서 발견된 고병원성 변종 바이러스가 신종 플루처럼 퍼져나갔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역시 돼지에서 시작된 H3N2 변종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300명 넘게 발병했고, 사망자도 1명 나온 상황.

<인터뷰> 김우주(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 "돼지 축제 피그페어에 가서 감염이 돼서 한명이 사망했죠. 대부분 애들이 걸렸는데."

문제의 H3N2 변종 바이러스가 국내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달 초 논문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11년과 2012년 돼지에 의한 신종플루 감시 사업을 진행하던 중 경기와 충남, 전남에서 문제의 바이러스가 3건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다행히 국내에서 인체 감염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쉽게 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변종 바이러스는 동물이나 사람이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들이 서로 유전 정보를 교환하면서 생겨납니다.

바이러스가 살아남기 위해 변신을 꾀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독성을 가진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오게 됩니다.

<인터뷰> 박재학(서울대 수의대 교수) : "변이가 일어난다는 의미는 먼저 생겼던 바이러스에 대해서 사람이 항체도 만들고 방어 능력도 갖고 있었는데, 이게 변이가 일어나면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또 다른 침입 경로로 들어올 수 있는 그런 바이러스로 변한 거죠"

최근 문제를 일으키는 변종 바이러스들은, 동물에 있을 때는 발병하지 않다가, 사람에게 건너와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닭 16만 마리를 기르고 있는 양계장입니다.

무작위로 닭을 골라 AI 감염 여부 검사를 합니다.

<녹취> "검사를 위해서 채혈을 할 거고요"

올해 초 중국에서 발생해, 다수의 사망자를 낸 신종 AI 감염 여부가 집중 점검 대상입니다.

특히 이 농장 주변에는 신종 AI가 발생한 남중국 등으로부터 날아오는 여름 철새 서식지가 있어, 방역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윤경 검사관 : "(AI) 의심이 되는 경우 바로 현장에서 소독조치나 이동 제한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 결과 다행히 신종 AI 감염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희생자를 낸 AI는 모두 조류 폐사가 이뤄지는 고병원성으로 발생 후 신속한 대응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새로 나타난 H7N9형 신종 AI는 감염돼도 닭 등이 죽지 않는 저병원성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신종 AI가 발생한 뒤에도 환자를 확인하기까지 한달 이상 시간이 걸리는 등 초기 대처에 취약한 실정입니다.

올들어 국내에서 발견된 81건의 저병원성 AI바이러스 가운데 중국에서 문제가 된 H7 계열의 바이러스도 3건이 포함돼 있어 우리 보건 당국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를 취급할 연구 시설과 신속한 백신 개발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고위험군 바이러스를 취급하는 질병관리본부 특수연구실험동.

공기마저도 밖으로 새나가지 못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녹취> "안쪽에서는 바깥쪽으로 아무것도 나올 수 없게끔 시설을 유지하는 겁니다."

내부는 모두 폐쇄회로 TV를 통해 모니터하며 관리합니다.

<녹취> "경고발생 경고 발생, 자동 제어 시스템에 경고가 발생했습니다."

온도와 습도가 조금만 설정치를 벗어나도 경보가 발생합니다.

국제적으로 이러한 시설은 4단계의 생물안전 등급에 따라 취급 바이러스가 제한받게 되는데, 국내 최고인 이 시설도 3단계 시설이어서 최고 위험도의 바이러스는 다룰 수 없습니다.

당연히 관련 연구도 진행할 수 없고,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우주(고려대 감염내과 교수) : "공중 방역체계라는 체계를 가지고 싸우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거든요. 앞일을 예측 못하는 겁니다 "

진드기 바이러스, 신종 플루 변종 바이러스, 그리고 변이를 통해 다시 모습을 드러낸 AI와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인간을 노리는 변종 바이러스의 위협은 실제적이고 아주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막기 위해 우리는 완벽한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아직 부족하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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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드기의 습격
    • 입력 2013-05-24 23:26:40
    • 수정2013-05-24 23:35:25
    취재파일K
<녹취> 21일 9시 이충헌 : "사망 사례 한 건이 바이러스가 분리되었고 확진사례가 되겠습니다."

<녹취>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진행을 해서 폐혈증으로 사망하신 걸로"

<녹취> "치사율을 약 10% 정도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녹취> 24일 뉴스광장 범기영 : "살인 진드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두번째 사망자가 확인됐습니다"

<오프닝>

진드기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망자를 낼 만큼 무서운 바이러스지만,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는데요.

이처럼 치명적 증상과 함께 속속 등장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각종 바이러스들...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상암동 난지도 공원.

평소 같으면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지만, 눈에 띄게 사람이 줄었습니다.

공원을 찾은 사람들도, 긴 소매, 긴 바지 차림이 많습니다.

<인터뷰> 김명옥(경기 남양주) : "좀 두렵죠. 이렇게 나올 때는 긴팔 긴바지 입고 나오게 되더라고요 "

바이러스를 옮기는 진드기에 대한 무서움 때문인 듯 잔디밭을 피해 앉아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인터뷰> 김택순(경기 수원) : "살인 진드기가 치명적이라 그래서 신경이 많이 쓰여서 지금 원두막에 올라와서 자리 폈어요"

작은소참진드기.

성충의 크기는 2mm 안팎으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피를 빨게 되면 10배에서 최고 50배까지 커집니다.

100원짜리 동전과 비교해보면 그 크기 변화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봄에서 여름을 거쳐 가을까지 흡혈 활동을 하는데, 특히 6월부터 7월 사이 성충의 수가 가장 늘어나고 흡혈 활동도 활발해 주의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녹취> "성충일 때는 3에서 4주간씩 많이 빨고 자세히 보면 발 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번 달라 붙으면 떨어지지 않습니다.

동물로부터 피를 빨기 위한 것입니다.

<녹취> "여기요. 여기가 이빨이에요?(양쪽에 이걸 벌리고 꽂아서 피를 먹는 겁니다.)"

흔히 살인 진드기로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는 보통 풀 끝에 매달려 있다 지나가는 동물에 옮겨 붙습니다.

<인터뷰> 박미연(과장) : "사람의 채취, 땅의 진동 이런 걸 느끼면서 약충에서 성충이 될 때 반드시 흡혈을 하려고 달라 붙습니다"

작은소참진드기가 피를 빠는 과정에서 퍼트리는 것이 문제의 SFTS 바이러스, 즉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 바이러스입니다.

<녹취> "화살표 된 이 부분이 SFTS 바이러스입니다."

천마리 가운데, 5마리 정도가 문제의 바이러스를 갖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하면 고열과 함께 구토, 설사 증세를 보이며, 증상이 심할 경우 혈소판이 감소하면서 장기에 출혈증상이 일어나 생명을 위협합니다.

2009년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발견돼 129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올해 일본에서도 8명이 숨지면서 문제가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희생자가 나온 것입니다.

<인터뷰> 오명돈(서울대 감염내과 교수) : "최근에는 중국 질병 관리 본부에서 치사율을 약 10% 정도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약이나 예방백신은 개발되지 않은 상탭니다.

그만큼 아직 많은 부분이 베일에 쌓여 있는 바이러스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최근 인류에게 치명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질병 중 상당수는 동물에서 옮겨온 바이러스에 의한 것들입니다.

조류에서 옮겨온 신종 AI, 중국 130명 발병, 31명 사망

박쥐에서 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중동 유럽 41명 발병, 20명 사망

진드기를 매개로 한 SFTS 바이러스까지.

바이러스 질환의 발병 과정에는 자신을 증식시킬 동물 즉 숙주를 찾아 옮겨다니며 계속 바뀌어 가는 무서움이 숨어 있습니다.

한 대학 연구실...

이 대학 연구진은 최근 돼지 폐에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를 발견했습니다.

학계에서 치사율이 높다는 이유로 이른바 '킬러 바이러스'라는 별명을 얻은 H1N2 변종 바이러스를 발견한 것입니다.

<인터뷰> 최영기(충북대 의대 교수) : "H 유전자하고 N 유전자가 유독 하나씩 바뀌는 것을 찾아냈고, 그런 변이에 의해서 생겨난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가 가능한 바이러스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거죠"

독성 실험은 바이러스 반응에서 사람과 가장 유사하다는 애완용 족제비를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3마리에는 호흡기를 통해 직접 바이러스를 넣었고, 나머지 3마리는 바이러스가 투입된 족제비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간접 노출 시키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직접 바이러스가 투입된 3마리에 이어, 간접 노출된 3마리 중 2마리가 숨졌고, 나머지 한 마리도 신체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결국 안락사시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녹취> "이번에 발견한 H1N2 바이러스는(이거요?) 네 굉장히 병원성이 높았고"

치사율이 100%에 가깝고 전염성 또한 상당히 높은 변종 바이러스의 존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2009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신종플루 공포.

당시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플루의 원인 바이러스는 H1N1 바이러스로, 원래는 돼지에게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사람으로 옮겨와 육개 월 정도 만에 전 세계에 퍼져, 우리나라에서만 270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돼지에서 발견된 고병원성 변종 바이러스가 신종 플루처럼 퍼져나갔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역시 돼지에서 시작된 H3N2 변종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300명 넘게 발병했고, 사망자도 1명 나온 상황.

<인터뷰> 김우주(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 "돼지 축제 피그페어에 가서 감염이 돼서 한명이 사망했죠. 대부분 애들이 걸렸는데."

문제의 H3N2 변종 바이러스가 국내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달 초 논문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11년과 2012년 돼지에 의한 신종플루 감시 사업을 진행하던 중 경기와 충남, 전남에서 문제의 바이러스가 3건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다행히 국내에서 인체 감염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쉽게 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변종 바이러스는 동물이나 사람이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들이 서로 유전 정보를 교환하면서 생겨납니다.

바이러스가 살아남기 위해 변신을 꾀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독성을 가진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오게 됩니다.

<인터뷰> 박재학(서울대 수의대 교수) : "변이가 일어난다는 의미는 먼저 생겼던 바이러스에 대해서 사람이 항체도 만들고 방어 능력도 갖고 있었는데, 이게 변이가 일어나면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또 다른 침입 경로로 들어올 수 있는 그런 바이러스로 변한 거죠"

최근 문제를 일으키는 변종 바이러스들은, 동물에 있을 때는 발병하지 않다가, 사람에게 건너와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닭 16만 마리를 기르고 있는 양계장입니다.

무작위로 닭을 골라 AI 감염 여부 검사를 합니다.

<녹취> "검사를 위해서 채혈을 할 거고요"

올해 초 중국에서 발생해, 다수의 사망자를 낸 신종 AI 감염 여부가 집중 점검 대상입니다.

특히 이 농장 주변에는 신종 AI가 발생한 남중국 등으로부터 날아오는 여름 철새 서식지가 있어, 방역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윤경 검사관 : "(AI) 의심이 되는 경우 바로 현장에서 소독조치나 이동 제한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 결과 다행히 신종 AI 감염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희생자를 낸 AI는 모두 조류 폐사가 이뤄지는 고병원성으로 발생 후 신속한 대응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새로 나타난 H7N9형 신종 AI는 감염돼도 닭 등이 죽지 않는 저병원성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신종 AI가 발생한 뒤에도 환자를 확인하기까지 한달 이상 시간이 걸리는 등 초기 대처에 취약한 실정입니다.

올들어 국내에서 발견된 81건의 저병원성 AI바이러스 가운데 중국에서 문제가 된 H7 계열의 바이러스도 3건이 포함돼 있어 우리 보건 당국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를 취급할 연구 시설과 신속한 백신 개발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고위험군 바이러스를 취급하는 질병관리본부 특수연구실험동.

공기마저도 밖으로 새나가지 못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녹취> "안쪽에서는 바깥쪽으로 아무것도 나올 수 없게끔 시설을 유지하는 겁니다."

내부는 모두 폐쇄회로 TV를 통해 모니터하며 관리합니다.

<녹취> "경고발생 경고 발생, 자동 제어 시스템에 경고가 발생했습니다."

온도와 습도가 조금만 설정치를 벗어나도 경보가 발생합니다.

국제적으로 이러한 시설은 4단계의 생물안전 등급에 따라 취급 바이러스가 제한받게 되는데, 국내 최고인 이 시설도 3단계 시설이어서 최고 위험도의 바이러스는 다룰 수 없습니다.

당연히 관련 연구도 진행할 수 없고,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우주(고려대 감염내과 교수) : "공중 방역체계라는 체계를 가지고 싸우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거든요. 앞일을 예측 못하는 겁니다 "

진드기 바이러스, 신종 플루 변종 바이러스, 그리고 변이를 통해 다시 모습을 드러낸 AI와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인간을 노리는 변종 바이러스의 위협은 실제적이고 아주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막기 위해 우리는 완벽한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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