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가 ‘솔로몬’이 될 수 없는 이유

입력 2013.05.26 (09:55) 수정 2013.05.26 (10:4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학폭위 처분결과 38% 재심서 내용 바뀌어
전문가, "학폭위원 보다 전문적으로 구성돼야"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이를 조사하고 가·피해학생에게 적절한 징계와 보호조치를 내리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지난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그 기능과 역할은 강화됐지만, 재심에 상정된 학폭위 처분결과 중 38%가 바뀌는 등 학내 '솔로몬'으로 자리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폭위원 과반수를 학부모로 제한한 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학폭위 징계 재심서 38% 처분변경

26일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청에 따르면 최근 가·피해학생이 학폭위의 징계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재심을 신청한 건수는 모두 129건이다.

가해학생의 징계수위가 약하다며 이의를 제기한 피해학생의 재심신청은 지난해 7월부터 올 4월까지 총 83건으로 이 가운데 53건이 기각, 28건은 받아들여졌다.

퇴학과 전학처분이 과하다고 주장한 가해학생의 재심신청은 지난해 5월부터 올 2월까지 모두 46건으로 이 가운데 27건이 기각, 19건이 인정됐다.

재심에서 본 처분이 바뀐 비율은 38%로 10건 중 4건 꼴이다.

전문가들은 학폭위 처분에 대한 만족이 낮고 결과가 번복되는 등 불안정한 학폭위 운영 원인으로 위원의 구성을 꼽는다.


◇학폭위원 절반이 학부모…전문성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상 학폭위원은 10명 이하로 하되 과반수를 학부모로 둬야 한다.

예를 들어 10명 규모의 학폭위를 구성하면 최소 6명은 학부모여야 한다. 교사 1∼2명을 더하면 경찰, 전문상담사 등 전문가로 채울 수 있는 인원은 1∼2명에 불과하다.

반면 학폭위 재심을 다루는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 상당수는 변호사, 전문상담사, 교수 등 청소년문제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돼 대비를 이룬다.

수원의 한 중학교 교장은 "학부모나 교사가 재판관도 아니고 비전문가로서 합리적으로 조사하고 징계를 내린다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이런 목소리를 반영해 학폭위 위원의 학부모 구성을 현행 '과반수 이상'에서 '1인 이상'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징계'에서 '관계회복'으로 눈 돌려야…

학폭위원 구성만 바꾸면 운영이 순풍에 돛단 듯 나아질까.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각 학교에 보낸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다.

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징계결정에 앞서 가·피해학생의 관계회복을 위한 '갈등해소모임'을 운영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학교폭력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 교감, 상담교사, 학년부장, 관련학생과 학부모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혼숙려제'와 같이 처벌을 내리기 전 절충점을 찾아보자는 의도다.

강인식 경기도교육청 학교인권지원과 장학사는 "학폭위가 징계를 위해 있는 게 아니다. 학생들이 학폭위를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상생하는 법을 배우는 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학폭위가 ‘솔로몬’이 될 수 없는 이유
    • 입력 2013-05-26 09:55:19
    • 수정2013-05-26 10:43:45
    연합뉴스
학폭위 처분결과 38% 재심서 내용 바뀌어
전문가, "학폭위원 보다 전문적으로 구성돼야"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이를 조사하고 가·피해학생에게 적절한 징계와 보호조치를 내리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지난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그 기능과 역할은 강화됐지만, 재심에 상정된 학폭위 처분결과 중 38%가 바뀌는 등 학내 '솔로몬'으로 자리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폭위원 과반수를 학부모로 제한한 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학폭위 징계 재심서 38% 처분변경

26일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청에 따르면 최근 가·피해학생이 학폭위의 징계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재심을 신청한 건수는 모두 129건이다.

가해학생의 징계수위가 약하다며 이의를 제기한 피해학생의 재심신청은 지난해 7월부터 올 4월까지 총 83건으로 이 가운데 53건이 기각, 28건은 받아들여졌다.

퇴학과 전학처분이 과하다고 주장한 가해학생의 재심신청은 지난해 5월부터 올 2월까지 모두 46건으로 이 가운데 27건이 기각, 19건이 인정됐다.

재심에서 본 처분이 바뀐 비율은 38%로 10건 중 4건 꼴이다.

전문가들은 학폭위 처분에 대한 만족이 낮고 결과가 번복되는 등 불안정한 학폭위 운영 원인으로 위원의 구성을 꼽는다.


◇학폭위원 절반이 학부모…전문성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상 학폭위원은 10명 이하로 하되 과반수를 학부모로 둬야 한다.

예를 들어 10명 규모의 학폭위를 구성하면 최소 6명은 학부모여야 한다. 교사 1∼2명을 더하면 경찰, 전문상담사 등 전문가로 채울 수 있는 인원은 1∼2명에 불과하다.

반면 학폭위 재심을 다루는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 상당수는 변호사, 전문상담사, 교수 등 청소년문제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돼 대비를 이룬다.

수원의 한 중학교 교장은 "학부모나 교사가 재판관도 아니고 비전문가로서 합리적으로 조사하고 징계를 내린다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이런 목소리를 반영해 학폭위 위원의 학부모 구성을 현행 '과반수 이상'에서 '1인 이상'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징계'에서 '관계회복'으로 눈 돌려야…

학폭위원 구성만 바꾸면 운영이 순풍에 돛단 듯 나아질까.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각 학교에 보낸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다.

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징계결정에 앞서 가·피해학생의 관계회복을 위한 '갈등해소모임'을 운영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학교폭력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 교감, 상담교사, 학년부장, 관련학생과 학부모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혼숙려제'와 같이 처벌을 내리기 전 절충점을 찾아보자는 의도다.

강인식 경기도교육청 학교인권지원과 장학사는 "학폭위가 징계를 위해 있는 게 아니다. 학생들이 학폭위를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상생하는 법을 배우는 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