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청춘’ 임영보 감독, 日 여자농구 사령탑

입력 2013.05.3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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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국내 여자농구에서 '호랑이 사령탑'으로 유명했던 임영보 감독의 올해 나이는 80세다.

1933년생이라 한국 나이로 따지면 81세다. 그런 그가 최근 일본여자농구(WJBL) 야마나시 퀸비스 감독에 선임돼 화제다.

81세면 웬만한 노인들은 가만히 서 있기도 쉽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임 감독은 코트에서 손녀뻘 선수들과 함께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1980년대 국민은행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임 감독은 1997년 일본항공(JAL) 여자 농구팀을 맡아 당시 3부리그에 있던 팀을 2005년 일본 종합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려놓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2009년까지 JAL 사령탑을 지낸 임 감독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일본 니가타현 농구협회 순회 코치로 지역 지도자 및 선수들을 가르쳐왔다.

4월 초 임 감독이 부임한 야마나시라는 팀은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지난 시즌 WJBL 12개 팀 가운데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22전 전패를 당했다.

22패 가운데 10점 차 미만으로 진 경기가 손에 꼽을 만큼 거의 매 경기 일방적인 완패를 당했다.

임 감독은 2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도저히 안 되는 팀이라는 판단 아래 처음에는 해산을 검토했다고 들었다"고 전하며 "지인의 소개로 인연이 닿았는데 '다음 시즌에는 1승만 하게 해달라'고 하더라"고 웃었다.

3부리그 팀을 일본에서 권위 있는 대회인 올 재팬(All Japan) 우승까지 이끌었던 임 감독에게 긴급 구원 요청을 해온 셈이다.

임 감독은 "처음에 팀에 딱 와 보니 선수가 7명뿐이었다"며 "지난 시즌 워낙 성적이 안 좋아 선수들이 다 그만두겠다며 팀을 떠난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당장 선수가 부족해 시즌을 정상적으로 준비할 수 없게 되자 임 감독은 팀을 이탈한 선수들을 일일이 만나 복귀를 설득했다고 한다.

임 감독은 "그래서 한 명이 돌아왔고 지금은 8명으로 팀을 꾸리고 있다"며 껄껄 웃었다.

그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패배 의식부터 떨쳐 내는 것으로 판단해서 면담도 자주 하고 선수들의 정신 교육에 힘을 썼다"며 "그래도 한 달 정도 지나고 나니 선수들의 눈빛이나 동작에서 달라진 기운을 느낀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또 JAL에서 임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선배들이 직접 체육관을 찾아 선수들을 독려하며 팀 분위기도 한층 새로워졌다는 것이다.

임 감독은 "이달 중순 대학 리그에서 상위권 팀과 연습 경기를 했는데 완승을 거뒀다"고 소개하며 "팀 관계자들이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8명의 선수는 다른 팀에 가면 주전으로 뛰기 쉽지 않은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임 감독은 "지금 드라이브인이나 슛 동작부터 가르치고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2005년 JAL의 올 재팬 우승 스토리는 일본에서 영화와 소설로도 만들어질 만큼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80 청춘' 임 감독은 이번에 지휘봉을 잡은 야마나시를 통해 다시 한 번 멋진 도전을 하게 된 셈이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을 가르치는데 체력적인 문제가 없는지 물어봤다.

"아무 지장 없습니다."

혹시 젊은 코치를 기용하고 임 감독은 의자에 앉아서 말로만 지도하는 것은 아닌지도 확인했다.

"아니 고작 8명 가르치는데 무슨 코치를 따로 씁니까? 코치 없이 나 혼자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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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세 청춘’ 임영보 감독, 日 여자농구 사령탑
    • 입력 2013-05-30 07:34:09
    연합뉴스
1980년대 국내 여자농구에서 '호랑이 사령탑'으로 유명했던 임영보 감독의 올해 나이는 80세다. 1933년생이라 한국 나이로 따지면 81세다. 그런 그가 최근 일본여자농구(WJBL) 야마나시 퀸비스 감독에 선임돼 화제다. 81세면 웬만한 노인들은 가만히 서 있기도 쉽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임 감독은 코트에서 손녀뻘 선수들과 함께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1980년대 국민은행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임 감독은 1997년 일본항공(JAL) 여자 농구팀을 맡아 당시 3부리그에 있던 팀을 2005년 일본 종합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려놓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2009년까지 JAL 사령탑을 지낸 임 감독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일본 니가타현 농구협회 순회 코치로 지역 지도자 및 선수들을 가르쳐왔다. 4월 초 임 감독이 부임한 야마나시라는 팀은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지난 시즌 WJBL 12개 팀 가운데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22전 전패를 당했다. 22패 가운데 10점 차 미만으로 진 경기가 손에 꼽을 만큼 거의 매 경기 일방적인 완패를 당했다. 임 감독은 2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도저히 안 되는 팀이라는 판단 아래 처음에는 해산을 검토했다고 들었다"고 전하며 "지인의 소개로 인연이 닿았는데 '다음 시즌에는 1승만 하게 해달라'고 하더라"고 웃었다. 3부리그 팀을 일본에서 권위 있는 대회인 올 재팬(All Japan) 우승까지 이끌었던 임 감독에게 긴급 구원 요청을 해온 셈이다. 임 감독은 "처음에 팀에 딱 와 보니 선수가 7명뿐이었다"며 "지난 시즌 워낙 성적이 안 좋아 선수들이 다 그만두겠다며 팀을 떠난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당장 선수가 부족해 시즌을 정상적으로 준비할 수 없게 되자 임 감독은 팀을 이탈한 선수들을 일일이 만나 복귀를 설득했다고 한다. 임 감독은 "그래서 한 명이 돌아왔고 지금은 8명으로 팀을 꾸리고 있다"며 껄껄 웃었다. 그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패배 의식부터 떨쳐 내는 것으로 판단해서 면담도 자주 하고 선수들의 정신 교육에 힘을 썼다"며 "그래도 한 달 정도 지나고 나니 선수들의 눈빛이나 동작에서 달라진 기운을 느낀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또 JAL에서 임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선배들이 직접 체육관을 찾아 선수들을 독려하며 팀 분위기도 한층 새로워졌다는 것이다. 임 감독은 "이달 중순 대학 리그에서 상위권 팀과 연습 경기를 했는데 완승을 거뒀다"고 소개하며 "팀 관계자들이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8명의 선수는 다른 팀에 가면 주전으로 뛰기 쉽지 않은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임 감독은 "지금 드라이브인이나 슛 동작부터 가르치고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2005년 JAL의 올 재팬 우승 스토리는 일본에서 영화와 소설로도 만들어질 만큼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80 청춘' 임 감독은 이번에 지휘봉을 잡은 야마나시를 통해 다시 한 번 멋진 도전을 하게 된 셈이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을 가르치는데 체력적인 문제가 없는지 물어봤다. "아무 지장 없습니다." 혹시 젊은 코치를 기용하고 임 감독은 의자에 앉아서 말로만 지도하는 것은 아닌지도 확인했다. "아니 고작 8명 가르치는데 무슨 코치를 따로 씁니까? 코치 없이 나 혼자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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