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레이저·살벌한 정세 ‘레바논전 3중고’

입력 2013.06.02 (08:48) 수정 2013.06.0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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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과의 일전에 나선 한국 축구 대표팀이 열악한 환경, 살벌한 분위기와도 한판대결을 벌인다.

5일(한국시간) 한국과 레바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이 펼쳐지는 레바논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은 그라운드가 아니라 '밭'으로 묘사되고 있다.

잔디 상태가 고르지 않은 데다가 그라운드 곳곳이 패여 선수가 제대로 뛰거나 볼을 제어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토끼풀, 잔디, 이름 모를 잡초가 뒤섞여 미리 적응하지 않은 선수들은 스텝에 어색함을 느끼고 패스 실수도 걱정해야 한다.

고른 잔디 위에서 감각을 연마한 골키퍼는 울퉁불퉁한 그라운드 때문에 결정적 실책을 저지를 위험에 놓인다.

한국은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년 11월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에서 레바논에 1-2로 졌다.

당시에도 열악한 그라운드 사정이 충격패의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최강희 한국 대표팀 감독은 "경기장이 좋지 않으면 기술이 나은 팀, 축구를 잘하는 쪽에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라운드 못지않게 한국 선수단을 긴장하게 하는 것은 관중이 터뜨리는 폭죽이나 선수들의 눈을 겨냥해 쏘는 레이저 포인터다.

폭죽 소음이나 연기, 레이저 포인터의 불빛은 선수들의 짜증을 유발하고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비신사적인 응원전이다.

한국 선수들은 레바논과의 3차 예선 원정경기가 끝난 뒤 레이저 포인터에 심각하게 시달렸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레바논 관중은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 홈경기에서 시도때도없이 폭죽을 터뜨려 수차례 경기를 중단시켰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에도 관중석에 레이저 포인터가 등장하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은 요르단과의 최종예선 원정경기에서 지자 관중이 선수들에게 레이저를 쏜 책임을 물어 요르단축구협회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소했다.

심각한 물리적 충돌이나 전투를 부르는 레바논의 정세도 선수들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일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 대표팀의 훈련에는 장갑차 수십대와 중화기로 무장한 레바논 정규군 300여명이 동원돼 살벌함을 자아냈다.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안전을 강화해달라는 FIFA의 요청에 따른 조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장에서 200∼300m 떨어진 곳에서는 지난달 30일 정파 갈등으로 기관총이 난사되고 수류탄이 투척되는 등 총격전이 빚어졌다.

레바논 정세가 악화해 대표팀을 응원하려던 '붉은 악마'는 레바논에 건너오지 못하게 됐다.

스타디움을 가득 메울 4만여 관중에 맞서 교민 응원단 40여명이 태극전사들에게 얼마나 힘을 불어넣기로 했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 외적인 문제는 경기 외적인 문제이고 경기를 하는 데만 신경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강국은 어떤 곳에서라도 그 불리함을 극복하는 능력이 있다"며 "경기 외적인 환경이 경기력을 저해할 수 있지만 핑계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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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디·레이저·살벌한 정세 ‘레바논전 3중고’
    • 입력 2013-06-02 08:48:55
    • 수정2013-06-02 22:16:36
    연합뉴스
레바논과의 일전에 나선 한국 축구 대표팀이 열악한 환경, 살벌한 분위기와도 한판대결을 벌인다.

5일(한국시간) 한국과 레바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이 펼쳐지는 레바논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은 그라운드가 아니라 '밭'으로 묘사되고 있다.

잔디 상태가 고르지 않은 데다가 그라운드 곳곳이 패여 선수가 제대로 뛰거나 볼을 제어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토끼풀, 잔디, 이름 모를 잡초가 뒤섞여 미리 적응하지 않은 선수들은 스텝에 어색함을 느끼고 패스 실수도 걱정해야 한다.

고른 잔디 위에서 감각을 연마한 골키퍼는 울퉁불퉁한 그라운드 때문에 결정적 실책을 저지를 위험에 놓인다.

한국은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년 11월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에서 레바논에 1-2로 졌다.

당시에도 열악한 그라운드 사정이 충격패의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최강희 한국 대표팀 감독은 "경기장이 좋지 않으면 기술이 나은 팀, 축구를 잘하는 쪽에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라운드 못지않게 한국 선수단을 긴장하게 하는 것은 관중이 터뜨리는 폭죽이나 선수들의 눈을 겨냥해 쏘는 레이저 포인터다.

폭죽 소음이나 연기, 레이저 포인터의 불빛은 선수들의 짜증을 유발하고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비신사적인 응원전이다.

한국 선수들은 레바논과의 3차 예선 원정경기가 끝난 뒤 레이저 포인터에 심각하게 시달렸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레바논 관중은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 홈경기에서 시도때도없이 폭죽을 터뜨려 수차례 경기를 중단시켰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에도 관중석에 레이저 포인터가 등장하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은 요르단과의 최종예선 원정경기에서 지자 관중이 선수들에게 레이저를 쏜 책임을 물어 요르단축구협회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소했다.

심각한 물리적 충돌이나 전투를 부르는 레바논의 정세도 선수들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일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 대표팀의 훈련에는 장갑차 수십대와 중화기로 무장한 레바논 정규군 300여명이 동원돼 살벌함을 자아냈다.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안전을 강화해달라는 FIFA의 요청에 따른 조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장에서 200∼300m 떨어진 곳에서는 지난달 30일 정파 갈등으로 기관총이 난사되고 수류탄이 투척되는 등 총격전이 빚어졌다.

레바논 정세가 악화해 대표팀을 응원하려던 '붉은 악마'는 레바논에 건너오지 못하게 됐다.

스타디움을 가득 메울 4만여 관중에 맞서 교민 응원단 40여명이 태극전사들에게 얼마나 힘을 불어넣기로 했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 외적인 문제는 경기 외적인 문제이고 경기를 하는 데만 신경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강국은 어떤 곳에서라도 그 불리함을 극복하는 능력이 있다"며 "경기 외적인 환경이 경기력을 저해할 수 있지만 핑계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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