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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휴가’로 본 한·미·일 프로야구 문화
입력 2013.06.07 (15:44) 연합뉴스
정규리그 중간에 발생하는 가정사로 감독, 코치, 선수가 잠시 팀을 비우는 일이 늘면서 이를 바라보는 한국, 미국, 일본프로야구 문화적인 시각 차이가 관심을 끌고 있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로빈 벤투라 감독과 마크 페런트 벤치코치(수석코치)는 각각 딸과 아들의 학교 졸업식에 참석하느라 벤치를 비운다.

벤투라 감독은 7∼8일(이하 한국시간) 이틀간 잠시 지휘봉을 내려놓고, 벤투라 감독을 대신해 7일 임시 감독 대행을 맡은 페런트 코치는 8일 지휘봉을 돈 쿠퍼 투수코치에게 넘긴다.

감독과 벤치의 2인자인 벤치코치가 동시에 자리를 비우기는 아주 드문 일임에도 메이저리그 각 구단은 가족과 관련한 일은 너그러이 '휴가'를 용인한다.

졸업, 출산 등 가족을 축하하기 위한 일은 물론 가족 중 누군가가 세상을 떴을 때도 흔쾌히 휴가를 준다.

4월 말 갑자기 아버지를 여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조사자 명단(bereavement list)에 올라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뒤 팀에 합류했다.

메이저리그 각 구단은 조사자명단 오른 선수에게 3∼7경기 정도 팀을 떠나 가족 일을 보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배려한다.

가족과 관련한 일이라면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팀을 잠시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메이저리그 문화다.

좋은 일에는 팀에서 자율적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가족의 사망과 같은 안타까운 소식이 있을 때에는 '조사자명단'이라는 제도로 선수에게 휴식을 주도록 방침을 정했다.

이에 반해 팀에 대한 희생정신을 강조하는 일본과 한국에서는 시즌 중 선수가 팀을 이탈하는 행위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특히 일본에서는 감독부터 팀의 중심을 잡느라 웬만한 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열혈남아'로 유명한 호시노 센이치 현 라쿠텐 골든 이글스 감독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건너뛴 것은 물론 부인상도 알리지 않는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2003년 9월 한신 타이거스에 18년 만에 센트럴리그 우승컵을 안긴 호시노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뒤에야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외부에 알렸다.

팀의 우승이 먼저라는 생각에 장례식도 불참했다.

그는 주니치 드래곤스 사령탑이던 1997년에도 암으로 타계한 부인의 사망 소식을 숨긴 채 팀을 지휘하기도 했다.

일본의 홈런왕 오 사다하루(王貞治) 전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 역시 1980년대 초반 부친상을 당하고도 장례식장은커녕 운동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일본 언론과 팬들은 이들에게 "남자답다"며 하나같이 찬사를 보냈다.

감독이 이럴진대 선수들은 가족 일과 관련한 휴가를 엄두도 못 냈다.

특히 미국에서 온 용병 선수가 가족 일로 잠시 팀을 떠나겠다면 '전쟁 중에 떠나는 병사가 어디있느냐'는 상투적인 말과 함께 팀은 물론 바깥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일본의 영향을 받은 한국도 이런 문화가 강한 편이다.

자녀의 출산과 돌 잔치, 조모상 등으로 시즌 중 경기를 빠지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선수들은 그래서 돌 잔치 등 경사를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 주로 한다.

다만 구단은 문화 차이를 고려해 팀의 주축인 용병 선수들이 출산, 병문안 등으로 고국에 돌아간다면 적극적으로 이해해주는 편이다.

넥센의 에이스 브랜든 나이트는 4번째 아이의 출산을 지켜보고자 구단의 승낙을 받아 지난달 초 미국에 갔다가 일주일 만에 팀에 복귀했다.
  • ‘가족 휴가’로 본 한·미·일 프로야구 문화
    • 입력 2013-06-07 15:44:50
    연합뉴스
정규리그 중간에 발생하는 가정사로 감독, 코치, 선수가 잠시 팀을 비우는 일이 늘면서 이를 바라보는 한국, 미국, 일본프로야구 문화적인 시각 차이가 관심을 끌고 있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로빈 벤투라 감독과 마크 페런트 벤치코치(수석코치)는 각각 딸과 아들의 학교 졸업식에 참석하느라 벤치를 비운다.

벤투라 감독은 7∼8일(이하 한국시간) 이틀간 잠시 지휘봉을 내려놓고, 벤투라 감독을 대신해 7일 임시 감독 대행을 맡은 페런트 코치는 8일 지휘봉을 돈 쿠퍼 투수코치에게 넘긴다.

감독과 벤치의 2인자인 벤치코치가 동시에 자리를 비우기는 아주 드문 일임에도 메이저리그 각 구단은 가족과 관련한 일은 너그러이 '휴가'를 용인한다.

졸업, 출산 등 가족을 축하하기 위한 일은 물론 가족 중 누군가가 세상을 떴을 때도 흔쾌히 휴가를 준다.

4월 말 갑자기 아버지를 여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조사자 명단(bereavement list)에 올라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뒤 팀에 합류했다.

메이저리그 각 구단은 조사자명단 오른 선수에게 3∼7경기 정도 팀을 떠나 가족 일을 보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배려한다.

가족과 관련한 일이라면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팀을 잠시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메이저리그 문화다.

좋은 일에는 팀에서 자율적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가족의 사망과 같은 안타까운 소식이 있을 때에는 '조사자명단'이라는 제도로 선수에게 휴식을 주도록 방침을 정했다.

이에 반해 팀에 대한 희생정신을 강조하는 일본과 한국에서는 시즌 중 선수가 팀을 이탈하는 행위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특히 일본에서는 감독부터 팀의 중심을 잡느라 웬만한 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열혈남아'로 유명한 호시노 센이치 현 라쿠텐 골든 이글스 감독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건너뛴 것은 물론 부인상도 알리지 않는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2003년 9월 한신 타이거스에 18년 만에 센트럴리그 우승컵을 안긴 호시노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뒤에야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외부에 알렸다.

팀의 우승이 먼저라는 생각에 장례식도 불참했다.

그는 주니치 드래곤스 사령탑이던 1997년에도 암으로 타계한 부인의 사망 소식을 숨긴 채 팀을 지휘하기도 했다.

일본의 홈런왕 오 사다하루(王貞治) 전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 역시 1980년대 초반 부친상을 당하고도 장례식장은커녕 운동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일본 언론과 팬들은 이들에게 "남자답다"며 하나같이 찬사를 보냈다.

감독이 이럴진대 선수들은 가족 일과 관련한 휴가를 엄두도 못 냈다.

특히 미국에서 온 용병 선수가 가족 일로 잠시 팀을 떠나겠다면 '전쟁 중에 떠나는 병사가 어디있느냐'는 상투적인 말과 함께 팀은 물론 바깥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일본의 영향을 받은 한국도 이런 문화가 강한 편이다.

자녀의 출산과 돌 잔치, 조모상 등으로 시즌 중 경기를 빠지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선수들은 그래서 돌 잔치 등 경사를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 주로 한다.

다만 구단은 문화 차이를 고려해 팀의 주축인 용병 선수들이 출산, 병문안 등으로 고국에 돌아간다면 적극적으로 이해해주는 편이다.

넥센의 에이스 브랜든 나이트는 4번째 아이의 출산을 지켜보고자 구단의 승낙을 받아 지난달 초 미국에 갔다가 일주일 만에 팀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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