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인] 알바 청년, ‘칸’을 거머쥐다

입력 2013.06.07 (23:01) 수정 2013.06.0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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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인들의 잔치, 칸 영화제.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예술성을 가장 중시한다는 이 영화제에서, 한국 청년의 이름이 울려 퍼졌습니다.

"문.병.곤"

한국 영화 사상 첫 황금 종려상 수상이었습니다.

문병곤 감독은 13분짜리 단편 영화로 최고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국내 영화계도 한 껏 들뜬 모습입니다.

<인터뷰> 유진룡(문화부 장관) : "문 감독님 같은 훌륭한 분이 상을 받게 됐다는 것은 제가 로또를 맞은 거고"

<인터뷰> 안성기(배우/신영균문화예술재단 이사장) : "이왕이면 장편 황금종려상 어렵긴 하지만 한번 도전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축하합니다."

문 감독은 시상식 전날까지 턱시도를 살까 말까 고민했다며 이제야 부모님께 조금은 당당하다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인터뷰> 문병곤(감독) : "굉장히 기분이 좋고, 무엇보다 부모님이 굉장히 좋아하시고 이제 제가 뭘 하든 별로 태클을 안 거셔서 굉장히 자유롭습니다. 굉장히 행복합니다. "

천진한 표정의 젊은 감독이지만, 그가 칸에 가지고 간 것은 소외된 사람들, 그리고 모순된 사회구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주목받기 시작한 서른 살 청년 감독이 그리려고 했던, 그리고 앞으로 보여주고픈 이야기는 무엇인지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문병곤입니다"

주인공 민지는 사행성 게임장의 칩을 불법으로 현금화 해주는 환전소 아르바이트 여대생입니다.

<녹취> "불법이긴 한데 위험하지는 않아요"

한 평 짜리 좁은 공간.

가불금을 갚기 전에는 이곳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여주인공은 환전하는 돈에까지 손을 대며 발버둥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점점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작은 공간으로 밀려 들어가게 됩니다.

영화 <세이프>의 황금 종려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감독과 배우들이 다시 촬영 현장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문병곤 : "이정도? 한평? 환전소 전체가 한 평정도 됐어요"

<인터뷰> 이민지(출연배우) : "제가 있는 칸이,..요 정도 됐나. 여기 안에 카메라랑, 저가 같이 들어가서, 앉아서"

800만 원의 예산.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시간은 나흘, 배우가 쓰러져도 촬영은 계속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문병곤 : "가장 힘들었던 건 사실 여기,공기에요. 너무 탁해서,여기 오래 있을 수가 없어요"

<인터뷰> 문병곤 : "현규형이 다쳤을때 일단 구급차를 불렀는데...일단 접어야 되나 생각을 했는데, 형이 누운 상태로 찍으라고 무슨 전쟁에서 나를 두고 가라는 그런 컨셉 있잖아요..."

<인터뷰> 김현규 :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찍는 건 빨리 찍어야 되는데"

처음 이 영화를 착안하게 된 계기는 2008년 금융위기였습니다.

노동 없이 수수료 만으로 큰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이 있는 모순적인 사회 상황, 그리고 그것이 몰고오는 파국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겁니다.

<인터뷰> 문병곤 : "실제 영화이야기에서도 여대생이 고객이 느끼지 못할 정도의 작은 액수의 돈을 계속 훔치는데, 제가 설정하기로는 커미션(수수료)에 대한 은유였어요."

현재 상황을 벗어나보려 하지만 결국 여주인공처럼 제자리로 내몰려지는 사회구조의 모순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입니다.

<인터뷰> 이민지 : "왠지 지금도 어디선가는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여기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되고 결국에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는 상황들, 이런 좁고 답답한 통로를 통해서 표현을 했었습니다"

영화 속에는 문 감독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사가 꽤 등장합니다.

<녹취> 영화 대사 : "호구들 돈은 잘 삥 뜯는 주제에"

아르바이트를 할 때 부당함을 겪었지만 한마디도 못했던 자신의 처지를 '돈 뜯기는 자'로 표현한 것입니다.

<인터뷰> "편의점 경력이 없다고 시급이 500원 적더라고요. 너무 억울하잖아요. 그래서 음료수를 막 먹었어요. 뒤에 있는 음료수를 먹었는데,,,거기서 로스가 생기면 알바생들끼리 1/n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 1/n 하는 거 알고 깜짝 놀래 가지고 제 돈을 다시 거기다 넣어 놓았어요."

<인터뷰> 조태현(주방장) : "어 문 감독,이제 감독이네 진짜"

칸에서 귀국한 며칠 뒤 아르바이트를 했던, 빵집을 찾았습니다.

<녹취> "신문 기사 보고 깜짝 놀랬네.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인데..."

문 감독은 여기서 새벽 5시부터 2시간 씩 빵 포장을 했습니다.

<인터뷰> "그때는 그냥 조용조용하고 묵묵하게 일만 열심히 하는 친구, 한번 씩 허허 웃기만 하고"

<인터뷰> "단순작업만 하면 말이 없어져요. 어느새 두 세시간 가 있고"

<인터뷰> 문병곤 "아침 시작을 여기서 했었는데, 주방장님이 빵 남으면 많이 주시고 그거 먹고 보낸 것도 많았고"

이곳에서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며 각색한 시나리오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세이프'입니다.

<인터뷰> 문병곤 "나는 왜 일을 하고 있지 않지? 일을 해야 하는데? 이런 기분이 항상 있었는데, 아침에 되게 바쁘거든요. 일을 하고 나면 일을 많이 했으니 이제는 내 시간에 집중하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대학을 들어오면서부터 생활비를 직접 벌어 썼고, 또 영화 제작비를 만들기 위해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문병곤(감독) : "2002년부터해서 11년인데, 처음에는 냉장고 배달 ~~~ 신문배달도 했었고요."

상을 받은 영화 '세이프'를 찍기 위한 종잣돈 300만 원도 일을 해 스스로 마련한 것입니다.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원한 단편영화 지원 사업 응시서에는 일을 하면서도 꿈을 놓지 않는 청년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녹취> "24만원. 현재 월 수입입니다. 비록 현재 생활이 풍족하지는 않지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녹취> "20만원. 스스로 책정한 연출료입니다. 제작 지원을 받게 된다면 당분간 새벽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영화준비에 모든 열정을 불태울 것입니다"

<인터뷰> 유성희(신영균문화예술재단 팀장) : "문병곤 감독은 본인을 적절하게 드러내면서 영화에 대한 열정이나 생각, 본인의 현재 위치,이런 것들을 간략하게..."

일을 하거나, 도서관, 영화관에 가는 시간 외에는 집에서 시나리오 집필에 몰두했습니다.

한번 앉으면 5~6시간 씩 나오지 않고 매달렸고, 늘 자신이 쓰는 이야기가 남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이야기를 왜 영화로 만들어야 하는 지를 고민했습니다.

<인터뷰> "제 자신한테도 제가 이 이야기를 꼭 해야만 하나라는 당위성이 필요하더라고요. 당위성을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그런 치열함을 거쳐 탄생한 작품들은 하나같이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문병곤 감독의 첫 영화입니다.

일상조차 버거운 워킹맘을 그렸습니다.

<녹취> "엄마 도시락 (니가 알아서 해)"

2011년 대학 졸업작품으로 만든 '불멸의 사나이'는 독거노인을 그린 영화입니다.

그의 삶을 반영하듯, 영화 내내 대사 한마디 없이 진행됩니다.

그해 불멸의 사나이도,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받았습니다.

<인터뷰> "비켜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잘 반영된 느낌인데... 사실 이야기 되어야 할 사람이 있는데, 너무 소외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치열함이 보이는데 되게 억눌려 있는 그런 사람들인 것 같아요. 생존을 위해 돌파구를 찾는 이런 행위들이 되게 값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출구가 없다는게 문제지만, 그런 거에 중점을 두고 싶었어요"

<녹취> "축하해... 대단하다. 한국 최초래 니가. 그만해"

<인터뷰> "(수상 소감은 뭐라고 했어?) 했어야 되는데, 내가 너무 당황해서...뒤로 가야하는데, 앞으로 나간거야. 뒤로 나갔으면 짧게나마 했을 수도 있는데..."

영화 이야기를 할 때의 진지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친구들을 만나자, 마냥 추억에 젖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해보고픈 게 많았다는' 친구 문병곤,

<인터뷰> 김익중(문병곤 감독 친구) : "부산에서 자전거 타고 서울로 올라오겠다고 하는 거라든지. 굳이 고생을 사서하려고 하는거. 어렸을 때 좀 많이 이럴 때 느껴야 된다며"

그리고 그 친구는 10여 년 뒤 칸에 당당히 섰습니다.

<인터뷰> "평생 영광이기도 한데, 앞으로 어떻게 이런 상을 탈까 싶기도 하고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밖에는"

<인터뷰> "돈을 벌어서 밥을 먹고 살아야하니까 저의 생계 유지의 즐거운 도구이고, 열심히 하고 싶은 것"

<인터뷰> "힘든 일이고 보수도 작고 억울한 것도 있었지만 현실을 깨닫게 해 준 좋은 도구였던 것 같습니다. 계기였고요."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는 이 순간.

문 감독은 다시 돌아갈 제자리를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 달 뒤에 관심이 모두 꺼지면 저는 무직 시나리오 작가가 될 것 같은데요. 그것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많은 용기를 얻었고,,, 다음 작품에 결과가 어떻게 됐든 저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저를 채찍질 하고... "

청년 감독 문병곤, 그가 또 어떤 작품을 갖고 우리 곁으로 돌아올 지 자못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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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6-07 23:03:43
    • 수정2013-06-07 23:22:04
    취재파일K
세계 영화인들의 잔치, 칸 영화제.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예술성을 가장 중시한다는 이 영화제에서, 한국 청년의 이름이 울려 퍼졌습니다.

"문.병.곤"

한국 영화 사상 첫 황금 종려상 수상이었습니다.

문병곤 감독은 13분짜리 단편 영화로 최고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국내 영화계도 한 껏 들뜬 모습입니다.

<인터뷰> 유진룡(문화부 장관) : "문 감독님 같은 훌륭한 분이 상을 받게 됐다는 것은 제가 로또를 맞은 거고"

<인터뷰> 안성기(배우/신영균문화예술재단 이사장) : "이왕이면 장편 황금종려상 어렵긴 하지만 한번 도전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축하합니다."

문 감독은 시상식 전날까지 턱시도를 살까 말까 고민했다며 이제야 부모님께 조금은 당당하다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인터뷰> 문병곤(감독) : "굉장히 기분이 좋고, 무엇보다 부모님이 굉장히 좋아하시고 이제 제가 뭘 하든 별로 태클을 안 거셔서 굉장히 자유롭습니다. 굉장히 행복합니다. "

천진한 표정의 젊은 감독이지만, 그가 칸에 가지고 간 것은 소외된 사람들, 그리고 모순된 사회구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주목받기 시작한 서른 살 청년 감독이 그리려고 했던, 그리고 앞으로 보여주고픈 이야기는 무엇인지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문병곤입니다"

주인공 민지는 사행성 게임장의 칩을 불법으로 현금화 해주는 환전소 아르바이트 여대생입니다.

<녹취> "불법이긴 한데 위험하지는 않아요"

한 평 짜리 좁은 공간.

가불금을 갚기 전에는 이곳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여주인공은 환전하는 돈에까지 손을 대며 발버둥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점점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작은 공간으로 밀려 들어가게 됩니다.

영화 <세이프>의 황금 종려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감독과 배우들이 다시 촬영 현장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문병곤 : "이정도? 한평? 환전소 전체가 한 평정도 됐어요"

<인터뷰> 이민지(출연배우) : "제가 있는 칸이,..요 정도 됐나. 여기 안에 카메라랑, 저가 같이 들어가서, 앉아서"

800만 원의 예산.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시간은 나흘, 배우가 쓰러져도 촬영은 계속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문병곤 : "가장 힘들었던 건 사실 여기,공기에요. 너무 탁해서,여기 오래 있을 수가 없어요"

<인터뷰> 문병곤 : "현규형이 다쳤을때 일단 구급차를 불렀는데...일단 접어야 되나 생각을 했는데, 형이 누운 상태로 찍으라고 무슨 전쟁에서 나를 두고 가라는 그런 컨셉 있잖아요..."

<인터뷰> 김현규 :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찍는 건 빨리 찍어야 되는데"

처음 이 영화를 착안하게 된 계기는 2008년 금융위기였습니다.

노동 없이 수수료 만으로 큰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이 있는 모순적인 사회 상황, 그리고 그것이 몰고오는 파국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겁니다.

<인터뷰> 문병곤 : "실제 영화이야기에서도 여대생이 고객이 느끼지 못할 정도의 작은 액수의 돈을 계속 훔치는데, 제가 설정하기로는 커미션(수수료)에 대한 은유였어요."

현재 상황을 벗어나보려 하지만 결국 여주인공처럼 제자리로 내몰려지는 사회구조의 모순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입니다.

<인터뷰> 이민지 : "왠지 지금도 어디선가는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여기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되고 결국에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는 상황들, 이런 좁고 답답한 통로를 통해서 표현을 했었습니다"

영화 속에는 문 감독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사가 꽤 등장합니다.

<녹취> 영화 대사 : "호구들 돈은 잘 삥 뜯는 주제에"

아르바이트를 할 때 부당함을 겪었지만 한마디도 못했던 자신의 처지를 '돈 뜯기는 자'로 표현한 것입니다.

<인터뷰> "편의점 경력이 없다고 시급이 500원 적더라고요. 너무 억울하잖아요. 그래서 음료수를 막 먹었어요. 뒤에 있는 음료수를 먹었는데,,,거기서 로스가 생기면 알바생들끼리 1/n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 1/n 하는 거 알고 깜짝 놀래 가지고 제 돈을 다시 거기다 넣어 놓았어요."

<인터뷰> 조태현(주방장) : "어 문 감독,이제 감독이네 진짜"

칸에서 귀국한 며칠 뒤 아르바이트를 했던, 빵집을 찾았습니다.

<녹취> "신문 기사 보고 깜짝 놀랬네.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인데..."

문 감독은 여기서 새벽 5시부터 2시간 씩 빵 포장을 했습니다.

<인터뷰> "그때는 그냥 조용조용하고 묵묵하게 일만 열심히 하는 친구, 한번 씩 허허 웃기만 하고"

<인터뷰> "단순작업만 하면 말이 없어져요. 어느새 두 세시간 가 있고"

<인터뷰> 문병곤 "아침 시작을 여기서 했었는데, 주방장님이 빵 남으면 많이 주시고 그거 먹고 보낸 것도 많았고"

이곳에서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며 각색한 시나리오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세이프'입니다.

<인터뷰> 문병곤 "나는 왜 일을 하고 있지 않지? 일을 해야 하는데? 이런 기분이 항상 있었는데, 아침에 되게 바쁘거든요. 일을 하고 나면 일을 많이 했으니 이제는 내 시간에 집중하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대학을 들어오면서부터 생활비를 직접 벌어 썼고, 또 영화 제작비를 만들기 위해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문병곤(감독) : "2002년부터해서 11년인데, 처음에는 냉장고 배달 ~~~ 신문배달도 했었고요."

상을 받은 영화 '세이프'를 찍기 위한 종잣돈 300만 원도 일을 해 스스로 마련한 것입니다.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원한 단편영화 지원 사업 응시서에는 일을 하면서도 꿈을 놓지 않는 청년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녹취> "24만원. 현재 월 수입입니다. 비록 현재 생활이 풍족하지는 않지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녹취> "20만원. 스스로 책정한 연출료입니다. 제작 지원을 받게 된다면 당분간 새벽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영화준비에 모든 열정을 불태울 것입니다"

<인터뷰> 유성희(신영균문화예술재단 팀장) : "문병곤 감독은 본인을 적절하게 드러내면서 영화에 대한 열정이나 생각, 본인의 현재 위치,이런 것들을 간략하게..."

일을 하거나, 도서관, 영화관에 가는 시간 외에는 집에서 시나리오 집필에 몰두했습니다.

한번 앉으면 5~6시간 씩 나오지 않고 매달렸고, 늘 자신이 쓰는 이야기가 남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이야기를 왜 영화로 만들어야 하는 지를 고민했습니다.

<인터뷰> "제 자신한테도 제가 이 이야기를 꼭 해야만 하나라는 당위성이 필요하더라고요. 당위성을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그런 치열함을 거쳐 탄생한 작품들은 하나같이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문병곤 감독의 첫 영화입니다.

일상조차 버거운 워킹맘을 그렸습니다.

<녹취> "엄마 도시락 (니가 알아서 해)"

2011년 대학 졸업작품으로 만든 '불멸의 사나이'는 독거노인을 그린 영화입니다.

그의 삶을 반영하듯, 영화 내내 대사 한마디 없이 진행됩니다.

그해 불멸의 사나이도,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받았습니다.

<인터뷰> "비켜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잘 반영된 느낌인데... 사실 이야기 되어야 할 사람이 있는데, 너무 소외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치열함이 보이는데 되게 억눌려 있는 그런 사람들인 것 같아요. 생존을 위해 돌파구를 찾는 이런 행위들이 되게 값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출구가 없다는게 문제지만, 그런 거에 중점을 두고 싶었어요"

<녹취> "축하해... 대단하다. 한국 최초래 니가. 그만해"

<인터뷰> "(수상 소감은 뭐라고 했어?) 했어야 되는데, 내가 너무 당황해서...뒤로 가야하는데, 앞으로 나간거야. 뒤로 나갔으면 짧게나마 했을 수도 있는데..."

영화 이야기를 할 때의 진지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친구들을 만나자, 마냥 추억에 젖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해보고픈 게 많았다는' 친구 문병곤,

<인터뷰> 김익중(문병곤 감독 친구) : "부산에서 자전거 타고 서울로 올라오겠다고 하는 거라든지. 굳이 고생을 사서하려고 하는거. 어렸을 때 좀 많이 이럴 때 느껴야 된다며"

그리고 그 친구는 10여 년 뒤 칸에 당당히 섰습니다.

<인터뷰> "평생 영광이기도 한데, 앞으로 어떻게 이런 상을 탈까 싶기도 하고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밖에는"

<인터뷰> "돈을 벌어서 밥을 먹고 살아야하니까 저의 생계 유지의 즐거운 도구이고, 열심히 하고 싶은 것"

<인터뷰> "힘든 일이고 보수도 작고 억울한 것도 있었지만 현실을 깨닫게 해 준 좋은 도구였던 것 같습니다. 계기였고요."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는 이 순간.

문 감독은 다시 돌아갈 제자리를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 달 뒤에 관심이 모두 꺼지면 저는 무직 시나리오 작가가 될 것 같은데요. 그것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많은 용기를 얻었고,,, 다음 작품에 결과가 어떻게 됐든 저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저를 채찍질 하고... "

청년 감독 문병곤, 그가 또 어떤 작품을 갖고 우리 곁으로 돌아올 지 자못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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