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여대생 납치범 자살…남은 의혹은?

입력 2013.06.12 (08:35) 수정 2013.06.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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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순천여대생납치 사건의 용의자 중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죠.

그런데 숨진 용의자가 남긴 유서에는 억울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의문점들이 많은데요.

김기흥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이 사건의 내막이 궁금한데요.

일단 유서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었습니까?

<기자 멘트>

유족들이 처음으로 저희 취재진에게 유서를 공개했습니다.

쇼핑 백에 깨알 같은 글자로 빼곡히 적은 유서는 모두 3장인데요.

가족과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과 범행 과정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유서에도 불구하고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는지, 그리고 여대생은 왜 납치하게 됐는지, 여전히 의혹은 남아있는데요.

그래서 납치부터 자살까지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그제 오후 2시 반 쯤, 전남 순천시의 한 야산에서 20대 남성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시신이 밑에 누워있는 상태고 형사들 왔었고 그 다음에 부모 내외가 오셨고요.”

발견된 남성은 순천여대생 납치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24살 정 모 씨로 밝혀졌는데요.

여대생을 납치하고 도주한 지 4일 째, 경찰이 공개 수배 한 지 3시간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겁니다.

정 씨가 쇼핑 백에 자필로 빼곡하게 적은 유서에는 부모님과 누나에게 미안하다, 이렇게는 살 수가 없다는 말이 담겨 있습니다.

<녹취> 유가족(음성변조) : “죽어서 지옥에 가서 자기가 지옥에 가서 벌을 받겠다 그렇게 유서를 써 놨더라고요.”

그리고 유서를 통해 자세한 범행 경위를 자세하게 밝혔는데요.

자신이 주범으로 몰리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납치와 감금, 협박을 한 건 사실이지만 폭력과 절도는 공범인 다른 정모 씨가 했을 뿐 자신은 가담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 씨의 자살로 미궁에 빠진 여대생 납치사건.

납치 사건은 지난 5일 밤 순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시작했습니다.

군대에 있는 고교 동창생의 여자 친구인 윤 모 씨를 범행 대상으로 점찍은 정 씨 일당이 남자친구가 휴가를 나왔다며 윤 씨를 초등학교 앞으로 불러낸 건데요.

<녹취> 순천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3일 정도는 따라다녔어요. 납치하려고 미행을 했는데 그게 이제 안 되니까 유인을 한 거죠. 군대 간 남자친구가 이벤트 해준다니까 만나자, 그 장소로 가자 이렇게 유인을 한 겁니다.”

남자친구의 동창이었던 정 씨와는 이전에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던 터라 아무런 의심 없이 약속 장소에 나간 윤 씨.

하지만 정 씨 일당은 미리 준비한 렌터카에 윤 씨를 태운 뒤 납치범으로 돌변했습니다.

흉기로 위협당하며 7시간을 끌려 다닌 윤 씨는 다음날 새벽 3시쯤 볼 일이 급하다며 차에서 내려 공원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녹취> 순천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같은 원룸에 있는 친구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낸 거죠. 납치 됐다. ”

윤 씨 친구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공원에 들이닥치자 두 납치범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도주했고,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나 했는데요.

범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피해자 윤 씨가 당일 오전 7시까지 경찰 조사를 받는 사이에 정 씨의 공범이 윤 씨 집을 찾아가 금품을 훔쳐 달아난 겁니다.

<녹취> 순천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피해자가 원룸에 없는 사이에 가스 배관으로 올라가서 금고를 손괴하고 현금 2천 3백만 원 상당을 절취한 사건입니다.”

2천만 원이 넘는 거액이 든 금고가 피해여대생의 원룸에 보관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는데요.

수년간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윤 씨의 돈을 훔쳐 전주버스터미널 사물함에 숨긴 공범은 범행 하루 만에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그리고 숨진 정 씨를 주범으로 지목했는데요.

하지만 정 씨가 자살을 하면서 이번 사건은 많은 의문점을 남기게 됐습니다.

먼저 숨진 정 씨가 공범인 또 다른 정 씨와는 안면이 없던 사이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어떻게 납치를 모의하게 됐을까요?

<녹취> 순천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한 사람은 돈이 필요해서 신장을 팔려고 하는 사람이고요. 한 사람은 신장을 사겠다고 인터넷에다 글을 띄워놓고 연락처를 남긴 사람이고 그래서 만나게 됩니다. ”

숨진 정 씨는 6개월 전쯤, 장난삼아 인터넷에 장기 매매를 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또 다른 정 씨가 이 글을 보고 신장을 팔겠다며 연락을 해 왔다고 합니다.

<녹취> 순천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검거된 정 씨는) 직업도 없고요, 벌이가 없어요. 그러니까 아무 생활 여력이 없는 거에요. 월세도 못 냈고 이런 상황이죠.”

때문에 숨진 정 씨의 가족들은 이 두 사람이 납치극을 벌이게 된 이유가 장기를 팔려고 했던 정 씨의 협박 때문이었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녹취> 유가족(음성변조) : “우리 아들 소유의 건물이 있는 것까지 다 조회를 했어요, 돈 내놔라.. 이런 상황을 우리 아들이 (유서에) 자세히 써 놨어요.”

돈을 요구하는 정 씨의 협박 때문에 현금을 많이 가진 윤 씨를 상대로 범행을 모의하게 됐을 거라는 추측입니다.

<녹취> 순천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속속들이 알고 있죠, 속속들이. (원룸) 금고에다 돈을 묻어놨는데 그걸 모르겠어요?”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은 또 있습니다.

납치된 여대생이 비교적 손쉽게 탈출했고 납치범들의 도주 행각 역시 주도면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순천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도망가는 과정에 렌터카를 그대로 놓고 갔어요, 경찰이 들이닥치니까. 그 안에 자기 신분증이랑 다 놓고 간 거죠. 자기들 지갑이 다 거기 있는 상태(였습니다). ”

그리고 또 하나, 도주한 정 씨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 역시 풀리지 않는 의문입니다.

대체 왜 자수가 아닌 자살을 택했을까?

정 씨는 유서에서 자신의 전과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유가족(음성변조) : “억압을 주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과거 싹 다 신상 털어서 알리겠다….”

성범죄 전과를 빌미로 공범으로부터 협박을 당하던 정 씨가 공개수배까지 받자 압박으로 자살을 택한 것이라고 유족들은 주장하는데요.

하지만 경찰은 공개수배 이전에 정 씨가 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순천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그날 죽은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 공식적으로 전문가들 감정 나와서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사건의 내막을 밝혀줄 거라 여겼던 정 씨가 숨진 채 발견되자 경찰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경찰은 숨진 정씨가 남긴 유서와 이미 검거된 정 씨의 진술을 대조해 보강 수사를 펼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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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여대생 납치범 자살…남은 의혹은?
    • 입력 2013-06-12 08:37:52
    • 수정2013-06-12 0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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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여대생납치 사건의 용의자 중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죠.

그런데 숨진 용의자가 남긴 유서에는 억울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의문점들이 많은데요.

김기흥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이 사건의 내막이 궁금한데요.

일단 유서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었습니까?

<기자 멘트>

유족들이 처음으로 저희 취재진에게 유서를 공개했습니다.

쇼핑 백에 깨알 같은 글자로 빼곡히 적은 유서는 모두 3장인데요.

가족과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과 범행 과정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유서에도 불구하고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는지, 그리고 여대생은 왜 납치하게 됐는지, 여전히 의혹은 남아있는데요.

그래서 납치부터 자살까지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그제 오후 2시 반 쯤, 전남 순천시의 한 야산에서 20대 남성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시신이 밑에 누워있는 상태고 형사들 왔었고 그 다음에 부모 내외가 오셨고요.”

발견된 남성은 순천여대생 납치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24살 정 모 씨로 밝혀졌는데요.

여대생을 납치하고 도주한 지 4일 째, 경찰이 공개 수배 한 지 3시간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겁니다.

정 씨가 쇼핑 백에 자필로 빼곡하게 적은 유서에는 부모님과 누나에게 미안하다, 이렇게는 살 수가 없다는 말이 담겨 있습니다.

<녹취> 유가족(음성변조) : “죽어서 지옥에 가서 자기가 지옥에 가서 벌을 받겠다 그렇게 유서를 써 놨더라고요.”

그리고 유서를 통해 자세한 범행 경위를 자세하게 밝혔는데요.

자신이 주범으로 몰리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납치와 감금, 협박을 한 건 사실이지만 폭력과 절도는 공범인 다른 정모 씨가 했을 뿐 자신은 가담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 씨의 자살로 미궁에 빠진 여대생 납치사건.

납치 사건은 지난 5일 밤 순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시작했습니다.

군대에 있는 고교 동창생의 여자 친구인 윤 모 씨를 범행 대상으로 점찍은 정 씨 일당이 남자친구가 휴가를 나왔다며 윤 씨를 초등학교 앞으로 불러낸 건데요.

<녹취> 순천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3일 정도는 따라다녔어요. 납치하려고 미행을 했는데 그게 이제 안 되니까 유인을 한 거죠. 군대 간 남자친구가 이벤트 해준다니까 만나자, 그 장소로 가자 이렇게 유인을 한 겁니다.”

남자친구의 동창이었던 정 씨와는 이전에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던 터라 아무런 의심 없이 약속 장소에 나간 윤 씨.

하지만 정 씨 일당은 미리 준비한 렌터카에 윤 씨를 태운 뒤 납치범으로 돌변했습니다.

흉기로 위협당하며 7시간을 끌려 다닌 윤 씨는 다음날 새벽 3시쯤 볼 일이 급하다며 차에서 내려 공원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녹취> 순천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같은 원룸에 있는 친구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낸 거죠. 납치 됐다. ”

윤 씨 친구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공원에 들이닥치자 두 납치범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도주했고,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나 했는데요.

범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피해자 윤 씨가 당일 오전 7시까지 경찰 조사를 받는 사이에 정 씨의 공범이 윤 씨 집을 찾아가 금품을 훔쳐 달아난 겁니다.

<녹취> 순천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피해자가 원룸에 없는 사이에 가스 배관으로 올라가서 금고를 손괴하고 현금 2천 3백만 원 상당을 절취한 사건입니다.”

2천만 원이 넘는 거액이 든 금고가 피해여대생의 원룸에 보관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는데요.

수년간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윤 씨의 돈을 훔쳐 전주버스터미널 사물함에 숨긴 공범은 범행 하루 만에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그리고 숨진 정 씨를 주범으로 지목했는데요.

하지만 정 씨가 자살을 하면서 이번 사건은 많은 의문점을 남기게 됐습니다.

먼저 숨진 정 씨가 공범인 또 다른 정 씨와는 안면이 없던 사이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어떻게 납치를 모의하게 됐을까요?

<녹취> 순천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한 사람은 돈이 필요해서 신장을 팔려고 하는 사람이고요. 한 사람은 신장을 사겠다고 인터넷에다 글을 띄워놓고 연락처를 남긴 사람이고 그래서 만나게 됩니다. ”

숨진 정 씨는 6개월 전쯤, 장난삼아 인터넷에 장기 매매를 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또 다른 정 씨가 이 글을 보고 신장을 팔겠다며 연락을 해 왔다고 합니다.

<녹취> 순천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검거된 정 씨는) 직업도 없고요, 벌이가 없어요. 그러니까 아무 생활 여력이 없는 거에요. 월세도 못 냈고 이런 상황이죠.”

때문에 숨진 정 씨의 가족들은 이 두 사람이 납치극을 벌이게 된 이유가 장기를 팔려고 했던 정 씨의 협박 때문이었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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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유가족(음성변조) : “우리 아들 소유의 건물이 있는 것까지 다 조회를 했어요, 돈 내놔라.. 이런 상황을 우리 아들이 (유서에) 자세히 써 놨어요.”

돈을 요구하는 정 씨의 협박 때문에 현금을 많이 가진 윤 씨를 상대로 범행을 모의하게 됐을 거라는 추측입니다.

<녹취> 순천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속속들이 알고 있죠, 속속들이. (원룸) 금고에다 돈을 묻어놨는데 그걸 모르겠어요?”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은 또 있습니다.

납치된 여대생이 비교적 손쉽게 탈출했고 납치범들의 도주 행각 역시 주도면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순천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도망가는 과정에 렌터카를 그대로 놓고 갔어요, 경찰이 들이닥치니까. 그 안에 자기 신분증이랑 다 놓고 간 거죠. 자기들 지갑이 다 거기 있는 상태(였습니다). ”

그리고 또 하나, 도주한 정 씨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 역시 풀리지 않는 의문입니다.

대체 왜 자수가 아닌 자살을 택했을까?

정 씨는 유서에서 자신의 전과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유가족(음성변조) : “억압을 주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과거 싹 다 신상 털어서 알리겠다….”

성범죄 전과를 빌미로 공범으로부터 협박을 당하던 정 씨가 공개수배까지 받자 압박으로 자살을 택한 것이라고 유족들은 주장하는데요.

하지만 경찰은 공개수배 이전에 정 씨가 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순천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그날 죽은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 공식적으로 전문가들 감정 나와서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사건의 내막을 밝혀줄 거라 여겼던 정 씨가 숨진 채 발견되자 경찰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경찰은 숨진 정씨가 남긴 유서와 이미 검거된 정 씨의 진술을 대조해 보강 수사를 펼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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