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케네디’를 연상케 한 오바마의 베를린 연설

입력 2013.06.20 (08:30) 수정 2013.06.2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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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의 `자유' 넘어 `정의로운 평화' 비전 제시
연설 중 양복 상의 벗는 등 소탈한 면모에 `환호'

"헬로 베를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브란덴부르크문에 서서 베를린 시민에게 던진 첫 인사말이다.

2008년 11월 4일 밤 미국 대통령에 처음으로 당선된 후 자신의 정치적인 고향인 시카고의 그랜트파크 연단에 올라 "헬로 시카고"라고 외친 첫 일성을 떠올리게 한다.

오바마의 베를린 연설은 여러 가지 극적인 스토리가 어우러져 큰 기대감 속에서 이뤄졌다.

우선 그가 취임 후 4년 반 만에 독일을 처음으로 공식 방문한 것부터 그렇다. 2008년 7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베를린을 찾았을 때는 브란덴부르크문 대신 승전탑에서 연설했다.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로 역사적인 장소를 빌려줄 수 없다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불허했기 때문이다.

브란덴부르크문은 냉전 종식과 동서화해, 독일 통일의 상징으로 존 F. 케네디,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등 그의 전임자들이 역사적인 연설을 한 곳이다. 오바마에게는 이번 연설이 남다른 감회가 있는 듯 보였다.

이번 연설에서 눈에 띄는 것은 그가 브란덴부르크문 동쪽에 자리를 잡았다는 사사실이다. 옛 소련 관할 지역에서 연설한 첫 미국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상징성을 더하는 것은 1963년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라는 명연설을 남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독일 방문 50주년과 시기가 맞물린다는 점이다.

실제로 오바마의 연설에는 케네디의 후광 효과를 노린 듯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가 이번 연설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한 표현은 `정의로운 평화'(Peace with Justice)다.

케네디가 냉전의 절정기에 `자유'를 주창해 베를린 시민의 가슴을 뛰게 한 것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오바마는 "케네디가 `나는 베를린 시민'이라고 강한 연대를 표현한 것은 베를린 시민에게 눈을 들어 현재의 위험과 단순한 도시의 자유를 넘어 저 멀리 `정의로운 평화'를 바라보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바마는 `정의로운 평화'를 케네디의 유산이자 아직 완수하지 못한 현시대의 과제로 규정한 것이다.

그는 케네디의 숙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핵무기, 불평등, 환경파괴, 빈곤, 중동분쟁 등과 맞서 투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바마는 이번 연설을 통해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 여러 차례 박수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자신을 소개한 앙겔라 메르켈과 양 볼을 맞대는 정감 어린 인사를 나누고 연단에 오른 오바마는 "5년 전 이 도시에서 상원의원으로 연설하는 특권을 누렸는데 지금은 미국 대통령으로 돌아와서 자랑스럽다"고 말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5년 전 연설 장소를 놓고 메르켈과 원치않은 갈등을 빚은 것을 털어버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는 이어 "지속적인 미국인의 우정을 가지고 돌아왔고 (아내) 미셸, (딸) 말리아와 사샤도 데리고 왔다"면서 "여러분이 그들을 보지는 못하는 것은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이 내 연설을 듣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바마는 연설을 시작하고 "사실 매우 덥다. 나는 아주 기분이 좋아서 재킷을 벗으려 한다"며 양복 상의를 벗고 셔츠 소매를 걷어올렸다.

그는 연설 끝 부분에 "베를린 장벽은 역사로 남았으나 우리가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직업을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과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소녀들을 돌보는 것, 우리 자신의 자유를 스스로 경계하는데 소홀하지 않은 것,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베를린의 정신"이라며 연설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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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인 케네디’를 연상케 한 오바마의 베를린 연설
    • 입력 2013-06-20 08:30:20
    • 수정2013-06-20 08:41:53
    연합뉴스
케네디의 `자유' 넘어 `정의로운 평화' 비전 제시 연설 중 양복 상의 벗는 등 소탈한 면모에 `환호' "헬로 베를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브란덴부르크문에 서서 베를린 시민에게 던진 첫 인사말이다. 2008년 11월 4일 밤 미국 대통령에 처음으로 당선된 후 자신의 정치적인 고향인 시카고의 그랜트파크 연단에 올라 "헬로 시카고"라고 외친 첫 일성을 떠올리게 한다. 오바마의 베를린 연설은 여러 가지 극적인 스토리가 어우러져 큰 기대감 속에서 이뤄졌다. 우선 그가 취임 후 4년 반 만에 독일을 처음으로 공식 방문한 것부터 그렇다. 2008년 7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베를린을 찾았을 때는 브란덴부르크문 대신 승전탑에서 연설했다.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로 역사적인 장소를 빌려줄 수 없다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불허했기 때문이다. 브란덴부르크문은 냉전 종식과 동서화해, 독일 통일의 상징으로 존 F. 케네디,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등 그의 전임자들이 역사적인 연설을 한 곳이다. 오바마에게는 이번 연설이 남다른 감회가 있는 듯 보였다. 이번 연설에서 눈에 띄는 것은 그가 브란덴부르크문 동쪽에 자리를 잡았다는 사사실이다. 옛 소련 관할 지역에서 연설한 첫 미국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상징성을 더하는 것은 1963년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라는 명연설을 남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독일 방문 50주년과 시기가 맞물린다는 점이다. 실제로 오바마의 연설에는 케네디의 후광 효과를 노린 듯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가 이번 연설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한 표현은 `정의로운 평화'(Peace with Justice)다. 케네디가 냉전의 절정기에 `자유'를 주창해 베를린 시민의 가슴을 뛰게 한 것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오바마는 "케네디가 `나는 베를린 시민'이라고 강한 연대를 표현한 것은 베를린 시민에게 눈을 들어 현재의 위험과 단순한 도시의 자유를 넘어 저 멀리 `정의로운 평화'를 바라보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바마는 `정의로운 평화'를 케네디의 유산이자 아직 완수하지 못한 현시대의 과제로 규정한 것이다. 그는 케네디의 숙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핵무기, 불평등, 환경파괴, 빈곤, 중동분쟁 등과 맞서 투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바마는 이번 연설을 통해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 여러 차례 박수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자신을 소개한 앙겔라 메르켈과 양 볼을 맞대는 정감 어린 인사를 나누고 연단에 오른 오바마는 "5년 전 이 도시에서 상원의원으로 연설하는 특권을 누렸는데 지금은 미국 대통령으로 돌아와서 자랑스럽다"고 말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5년 전 연설 장소를 놓고 메르켈과 원치않은 갈등을 빚은 것을 털어버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는 이어 "지속적인 미국인의 우정을 가지고 돌아왔고 (아내) 미셸, (딸) 말리아와 사샤도 데리고 왔다"면서 "여러분이 그들을 보지는 못하는 것은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이 내 연설을 듣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바마는 연설을 시작하고 "사실 매우 덥다. 나는 아주 기분이 좋아서 재킷을 벗으려 한다"며 양복 상의를 벗고 셔츠 소매를 걷어올렸다. 그는 연설 끝 부분에 "베를린 장벽은 역사로 남았으나 우리가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직업을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과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소녀들을 돌보는 것, 우리 자신의 자유를 스스로 경계하는데 소홀하지 않은 것,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베를린의 정신"이라며 연설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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