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보증 악순환 언제까지?

입력 2001.12.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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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만약에 제가 보증 좀 서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앵커: 무슨 보증인지 좀 알아야 될 테니까 방송 끝난 다음에 말씀하시죠.
⊙앵커: 네, 차라리 돈을 주면 줬지, 형제끼리도 보증을 서지 말라는 말 아시죠?
보증이 그만큼 무섭다는 의미일텐데요.
⊙앵커: 보증인으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연대보증은 대물림까지 돼서 심지어 10살도 안 된 어린아이한테까지 수천만원의 빚이 넘어가기도 한다고 합니다.
⊙앵커: 뉴스7 초점 오늘은 임현진 프로듀서가 대물림되는 연대보증의 문제점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은지 3남매가 고모와 함께 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부터입니다.
그런데 지난 9월 말 법원으로부터 아이들 앞으로 소장이 날아왔습니다.
3년 전 사망한 아버지를 대신해 연대보증 빚 6000만원을 갚으라는 것입니다.
⊙최향숙(고모): (보증선지)몰랐죠.
모르다가 이걸 받으니까 일을 못 나갔어요.
손발이 떨려서요.
벼락맞은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인가.
⊙기자: 사망 후 아버지가 아이들 앞으로 넘긴 보험금 때문에 상속은 이미 개시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채무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상속포기도 불가능합니다.
하루 12시간을 봉제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고모 역시 이 엄청난 돈을 갚을 방법은 없습니다.
⊙인터뷰: 기가 막히고 갚을 수가 도저히 없어요.
하루하루 제가 벌어서, 식구를 다 책임지고 애들 그나마...
⊙기자: 결국 10살도 안 된 이들 3남매는 파산선고를 받기 전까지 평생 빚더미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 8월 충북 진천에서는 한 농민이 빚 때문에 자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박은숙(故 김 씨 부인/가명): 남편이 고통이 심했나봐요.
빚을 갚아야 되는데 이자에 치여서...
⊙기자: 채권자들은 김 씨의 비닐하우스와 철근까지 돈이 될만한 것들은 대부분 거둬가 버렸습니다.
남아 있는 하우스도 돌보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이 비닐하우스는 주인이 지난 8월 빚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부터 방치되고 있습니다.
그런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수천만원의 빚은 연대보증을 선 다른 농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어 있습니다.
이번 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김시환 씨.
물려받은 빚이 모두 8000만원을 넘습니다.
함께 보증을 선 사람도 있었지만 빚은 김 씨에게만 집중적으로 청구됐습니다.
⊙김시환(연대보증인): 둘이 (보증을) 섰는데, 한 사람은 저보다 힘들어요.
조금 나은 사람한테 받는데요.
보증인이 둘이라도...
⊙기자: 연대보증은 주채무자의 변제능력에 관계없이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가장 받기 쉬운 한 사람에게 빚을 모두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연대보증은 채권자가 빌려준 돈을 받기에 아주 유리한 제도입니다.
결국 만져보지도 못한 돈을 갚기 위해 김 씨는 땅을 팔고 대출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김대순(김시환 씨 부인): 다 감당하면서 살아야죠.
죽는 것보다 낫겠지 싶어서...
⊙기자: 이런 피해가 줄지 않는 이유는 금융기관들의 대출 관행 때문입니다.
⊙금융기관 관계자: 대출 안 해줘요.
연대보증이 아니면 안 해줘요.
그건 금융기관의 오랜 관행이에요.
⊙김남근(변호사): 한 개인의 파산을 보증을 매개로 해서 사회 여러 사람들의 파산, 사회 전체적인 위기를 몰고 가는 그런 제도이기 때문에 선진 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폐지해야 될 법이다...
⊙기자: 자식에게까지 대물림되는 연대보증.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은 보증이 아닌 개인의 신용평가를 통한 대출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KBS뉴스 임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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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대보증 악순환 언제까지?
    • 입력 2001-12-05 19:00:00
    뉴스 7
⊙앵커: 만약에 제가 보증 좀 서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앵커: 무슨 보증인지 좀 알아야 될 테니까 방송 끝난 다음에 말씀하시죠. ⊙앵커: 네, 차라리 돈을 주면 줬지, 형제끼리도 보증을 서지 말라는 말 아시죠? 보증이 그만큼 무섭다는 의미일텐데요. ⊙앵커: 보증인으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연대보증은 대물림까지 돼서 심지어 10살도 안 된 어린아이한테까지 수천만원의 빚이 넘어가기도 한다고 합니다. ⊙앵커: 뉴스7 초점 오늘은 임현진 프로듀서가 대물림되는 연대보증의 문제점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은지 3남매가 고모와 함께 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부터입니다. 그런데 지난 9월 말 법원으로부터 아이들 앞으로 소장이 날아왔습니다. 3년 전 사망한 아버지를 대신해 연대보증 빚 6000만원을 갚으라는 것입니다. ⊙최향숙(고모): (보증선지)몰랐죠. 모르다가 이걸 받으니까 일을 못 나갔어요. 손발이 떨려서요. 벼락맞은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인가. ⊙기자: 사망 후 아버지가 아이들 앞으로 넘긴 보험금 때문에 상속은 이미 개시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채무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상속포기도 불가능합니다. 하루 12시간을 봉제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고모 역시 이 엄청난 돈을 갚을 방법은 없습니다. ⊙인터뷰: 기가 막히고 갚을 수가 도저히 없어요. 하루하루 제가 벌어서, 식구를 다 책임지고 애들 그나마... ⊙기자: 결국 10살도 안 된 이들 3남매는 파산선고를 받기 전까지 평생 빚더미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 8월 충북 진천에서는 한 농민이 빚 때문에 자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박은숙(故 김 씨 부인/가명): 남편이 고통이 심했나봐요. 빚을 갚아야 되는데 이자에 치여서... ⊙기자: 채권자들은 김 씨의 비닐하우스와 철근까지 돈이 될만한 것들은 대부분 거둬가 버렸습니다. 남아 있는 하우스도 돌보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이 비닐하우스는 주인이 지난 8월 빚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부터 방치되고 있습니다. 그런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수천만원의 빚은 연대보증을 선 다른 농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어 있습니다. 이번 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김시환 씨. 물려받은 빚이 모두 8000만원을 넘습니다. 함께 보증을 선 사람도 있었지만 빚은 김 씨에게만 집중적으로 청구됐습니다. ⊙김시환(연대보증인): 둘이 (보증을) 섰는데, 한 사람은 저보다 힘들어요. 조금 나은 사람한테 받는데요. 보증인이 둘이라도... ⊙기자: 연대보증은 주채무자의 변제능력에 관계없이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가장 받기 쉬운 한 사람에게 빚을 모두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연대보증은 채권자가 빌려준 돈을 받기에 아주 유리한 제도입니다. 결국 만져보지도 못한 돈을 갚기 위해 김 씨는 땅을 팔고 대출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김대순(김시환 씨 부인): 다 감당하면서 살아야죠. 죽는 것보다 낫겠지 싶어서... ⊙기자: 이런 피해가 줄지 않는 이유는 금융기관들의 대출 관행 때문입니다. ⊙금융기관 관계자: 대출 안 해줘요. 연대보증이 아니면 안 해줘요. 그건 금융기관의 오랜 관행이에요. ⊙김남근(변호사): 한 개인의 파산을 보증을 매개로 해서 사회 여러 사람들의 파산, 사회 전체적인 위기를 몰고 가는 그런 제도이기 때문에 선진 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폐지해야 될 법이다... ⊙기자: 자식에게까지 대물림되는 연대보증.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은 보증이 아닌 개인의 신용평가를 통한 대출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KBS뉴스 임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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