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청소년 ‘빈약한 역사 인식’ 심각

입력 2013.06.21 (21:22) 수정 2013.06.2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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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6.25 전쟁터에서 적으로 만난 이 형제의 모습.

과거에 일어난 비극적 사건을 넘어, 남북이 갈라져 사는, 우리의 현실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과거의 역사는 오늘과 이어져 있지만, 청소년들, 과연 얼마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요?

구영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6.25전쟁의 발발 연도를 물었습니다.

<인터뷰> "(6.25 전쟁이 몇년에 일어났어요?) 정확한 연도는 잘 모르겠는데..."

3.1절에 대해선 뭐라고 말할까요?

<인터뷰> 고교생 : "공휴일이요. 공휴일인 것 밖에 모르겠어요."

임시정부 주석 김구 선생은 이미지만 떠올리거나 엉뚱한 대답을 합니다.

<인터뷰> 중학생 : "그 안경 쓰고...아는데..."

<인터뷰> 중학생 : "시인...시인이요. (시인?) 네."

황당한 답변도 나옵니다.

<인터뷰> 고등학생 : "(야스쿠니신사가 뭔지 알아요?) 그거 우리나라 건물 어디 부수고 지은 거 아닌가...잘 모르겠어요"

<인터뷰> 고등학생 : "강남..강남쪽에서 일어난 걸로 알고 있는데..."

KBS가 중고생 6백여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해보니 일제에서 해방된 연도를 모르는 학생이 20%가 넘었습니다.

소수였지만 김구 선생이나, 윤봉길, 안중근 의사가 독립운동가가 아니라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서도 14%가 틀린 답을 택했습니다.

6.25전쟁을 일으킨 국가가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라고 답한 경우가 10% 이상었으며 열명 중 한명은 임진왜란이 조선시대에 일어났는지 몰랐습니다.

보기까지 주고 질문했는데도, 기초적인 사실을 맞추지 못한 학생들이 상당수 있다는 점은 미래를 이끌 청소년들의 역사 지식 수준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기자 멘트>

한 고등학교 3학년 수업 시간푭니다.

영어가 6시간, 수학도 5시간 있지만, 한국사 수업은 없습니다.

전국 대부분의 고등학교 3학년은 한국사를 배우지 않습니다.

수능시험에서 한국사를 택하는 학생이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2005년에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줄여준다는 이유로 한국사가 수능에서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이 됐습니다.

당시 28%에 달하던 한국사 응시율은 지난해 6%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웃 일본에서 일본사 응시율이 40%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시험보는 학생이 적으니 수업도 소홀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모두 85시간의 한국사 수업을 하도록 돼 있는데, 주로 1학년 때 몰아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수능에서 한국사 선택이 저조한 이유가 뭘까요?

대입전형에서 한국사를 필수로 요구하는 학교는 서울대 한 곳 뿐입니다.

한국사 응시자가 대부분 서울대 지망자들이다 보니 다른 학생들은 한국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인터뷰> 김규민(고3) : "실력있는 학생들이 보는 과목이니까 자기가 좋아한다고 해도 그걸 공부해서 시험보게되면 걔들한테 밀린다..."

KBS 설문조사에선 한국사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학생들 가운데 지망 대학에서 요구하지 않기때문이라는 응답이 43%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밖에 암기할 게 많은 과목이라는 인식도 적지않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사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찾아 봤습니다.

<리포트>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이 한창입니다.

대학입시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현실에서 수능 과목에 포함돼야 한국사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서경덕(성신여대 교수) :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된다고 하면 우리 스스로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교육당국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들어 균형적인 역사 학습을 위해 한국사를 한두 학기에 몰아서 수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단순한 수업 시기 조정보다는 체험적 요소를 늘리는 등 수업 방식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두형(우리역사교육연구회) : "문화에 대한 우리의 삶에 대한 이런 것들을 스스로 터득을 하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그걸 가지고 살아갈 것이냐를 배우는 것이 한국사"

교과서의 내용과 방향에서 치우침 없이 명확한 사실을 기술해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같은 제도의 정비를 통해 학생들이 우리 역사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KBS 뉴스 이승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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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청소년 ‘빈약한 역사 인식’ 심각
    • 입력 2013-06-21 21:25:00
    • 수정2013-06-21 21:46:08
    뉴스 9
<앵커 멘트>

6.25 전쟁터에서 적으로 만난 이 형제의 모습.

과거에 일어난 비극적 사건을 넘어, 남북이 갈라져 사는, 우리의 현실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과거의 역사는 오늘과 이어져 있지만, 청소년들, 과연 얼마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요?

구영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6.25전쟁의 발발 연도를 물었습니다.

<인터뷰> "(6.25 전쟁이 몇년에 일어났어요?) 정확한 연도는 잘 모르겠는데..."

3.1절에 대해선 뭐라고 말할까요?

<인터뷰> 고교생 : "공휴일이요. 공휴일인 것 밖에 모르겠어요."

임시정부 주석 김구 선생은 이미지만 떠올리거나 엉뚱한 대답을 합니다.

<인터뷰> 중학생 : "그 안경 쓰고...아는데..."

<인터뷰> 중학생 : "시인...시인이요. (시인?) 네."

황당한 답변도 나옵니다.

<인터뷰> 고등학생 : "(야스쿠니신사가 뭔지 알아요?) 그거 우리나라 건물 어디 부수고 지은 거 아닌가...잘 모르겠어요"

<인터뷰> 고등학생 : "강남..강남쪽에서 일어난 걸로 알고 있는데..."

KBS가 중고생 6백여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해보니 일제에서 해방된 연도를 모르는 학생이 20%가 넘었습니다.

소수였지만 김구 선생이나, 윤봉길, 안중근 의사가 독립운동가가 아니라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서도 14%가 틀린 답을 택했습니다.

6.25전쟁을 일으킨 국가가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라고 답한 경우가 10% 이상었으며 열명 중 한명은 임진왜란이 조선시대에 일어났는지 몰랐습니다.

보기까지 주고 질문했는데도, 기초적인 사실을 맞추지 못한 학생들이 상당수 있다는 점은 미래를 이끌 청소년들의 역사 지식 수준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기자 멘트>

한 고등학교 3학년 수업 시간푭니다.

영어가 6시간, 수학도 5시간 있지만, 한국사 수업은 없습니다.

전국 대부분의 고등학교 3학년은 한국사를 배우지 않습니다.

수능시험에서 한국사를 택하는 학생이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2005년에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줄여준다는 이유로 한국사가 수능에서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이 됐습니다.

당시 28%에 달하던 한국사 응시율은 지난해 6%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웃 일본에서 일본사 응시율이 40%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시험보는 학생이 적으니 수업도 소홀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모두 85시간의 한국사 수업을 하도록 돼 있는데, 주로 1학년 때 몰아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수능에서 한국사 선택이 저조한 이유가 뭘까요?

대입전형에서 한국사를 필수로 요구하는 학교는 서울대 한 곳 뿐입니다.

한국사 응시자가 대부분 서울대 지망자들이다 보니 다른 학생들은 한국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인터뷰> 김규민(고3) : "실력있는 학생들이 보는 과목이니까 자기가 좋아한다고 해도 그걸 공부해서 시험보게되면 걔들한테 밀린다..."

KBS 설문조사에선 한국사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학생들 가운데 지망 대학에서 요구하지 않기때문이라는 응답이 43%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밖에 암기할 게 많은 과목이라는 인식도 적지않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사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찾아 봤습니다.

<리포트>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이 한창입니다.

대학입시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현실에서 수능 과목에 포함돼야 한국사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서경덕(성신여대 교수) :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된다고 하면 우리 스스로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교육당국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들어 균형적인 역사 학습을 위해 한국사를 한두 학기에 몰아서 수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단순한 수업 시기 조정보다는 체험적 요소를 늘리는 등 수업 방식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두형(우리역사교육연구회) : "문화에 대한 우리의 삶에 대한 이런 것들을 스스로 터득을 하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그걸 가지고 살아갈 것이냐를 배우는 것이 한국사"

교과서의 내용과 방향에서 치우침 없이 명확한 사실을 기술해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같은 제도의 정비를 통해 학생들이 우리 역사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KBS 뉴스 이승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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