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판결에 샌프란시스코 축제 분위기

입력 2013.06.27 (07:25) 수정 2013.06.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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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동성애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샌프란시스코가 26일(현지시간) 이른 아침부터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날 동성결혼 커플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규정한 연방결혼보호법(DOMA)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고 동성결혼 금지한 캘리포니아주 법 조항도 위헌으로 판결하자 시내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동성애자 연구센터의 게리 게이츠 연구원은 "샌프란시스코는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양성애자의 비율이 전체의 18% 수준으로 미국 전체 평균보다 3∼4배 높다"고 말했다.

동성애자의 거리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카스트로 거리와 인근 시청 홀에 모여 있던 동성결혼 지지자 수백명은 연방 대법원의 판결 결과를 숨죽이며 지켜보다 이날 오전 7시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카스트로 거리에서는 동성 커플들이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동성애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흔들기도 했다.

이들은 동성결혼 자체에 대한 합법성 판단이 유보돼 완벽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일단은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무지개색 모자를 쓰고 거리에 나온 카린 재피(47·여)는 "아내와 결혼한 지 18년이 됐지만 법적으로 부부가 될 수 없었다"며 "아내가 회사에 가는 길에 이곳에 내려주면서 자신의 몫까지 기뻐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마켓과 카스트로 거리에는 "샌프란시스코가 역사를 만들다"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카스트로에 거주하는 하워드 에델스타인(57)은 "미국이 드디어 다른 나라와 같은 수준에 올라서게 됐다"며 "(이번 판결은) 신과 성경을 무기로 이용하는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역에 있는 카페 '코브'는 판결을 환영하는 뜻에서 메뉴에 '안녕 DOMA'라는 스크램블 계란 요리 등을 즉석에서 추가했다.

이날 시청에서는 판결소식이 전해진 후 샌프란시스코 시장 출신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부주지사, 에디 리 시장 등이 등장해 시민과 함께 축하했다.

뉴섬 부주지사는 "실제 삶과 인생이 인정되는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 동성결혼 금지법이 주민투표로 채택됐으나 2004년 동성커플에 결혼인증서를 발급하라고 지시해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를 공론화한 인물이다.

리 시장도 "우리 모두에게 역사적인 날"이라며 "우리는 오랫동안 투쟁해 왔으며 무지와 차별에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7일부터 나흘간 미국 최대 동성애자 축제가 열린다.

특히 마지막날인 오는 30일에는 100만명 정도의 참가자와 관광객이 몰리는 제43회 연례 동성애자 퍼레이드가 펼쳐질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에서도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글리'(Glee) 제작으로 유명한 라이어 머피는 할리우드 리포트에 "오늘은 나의 결혼이 고향인 캘리포니아주 뿐 아니라 미국 전체에서 인정받게 된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가수이자 동성애 지지자인 신디 로퍼는 "캘리포니아주에 결혼평등이 회복되는 등 정의가 실현됐다"며 "수년간 아니 평생을 기다려온 여러분에게 오늘은 의미 있는 날"이라고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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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성결혼 판결에 샌프란시스코 축제 분위기
    • 입력 2013-06-27 07:25:12
    • 수정2013-06-27 16:48:09
    연합뉴스
미국에서 '동성애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샌프란시스코가 26일(현지시간) 이른 아침부터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날 동성결혼 커플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규정한 연방결혼보호법(DOMA)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고 동성결혼 금지한 캘리포니아주 법 조항도 위헌으로 판결하자 시내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동성애자 연구센터의 게리 게이츠 연구원은 "샌프란시스코는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양성애자의 비율이 전체의 18% 수준으로 미국 전체 평균보다 3∼4배 높다"고 말했다.

동성애자의 거리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카스트로 거리와 인근 시청 홀에 모여 있던 동성결혼 지지자 수백명은 연방 대법원의 판결 결과를 숨죽이며 지켜보다 이날 오전 7시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카스트로 거리에서는 동성 커플들이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동성애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흔들기도 했다.

이들은 동성결혼 자체에 대한 합법성 판단이 유보돼 완벽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일단은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무지개색 모자를 쓰고 거리에 나온 카린 재피(47·여)는 "아내와 결혼한 지 18년이 됐지만 법적으로 부부가 될 수 없었다"며 "아내가 회사에 가는 길에 이곳에 내려주면서 자신의 몫까지 기뻐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마켓과 카스트로 거리에는 "샌프란시스코가 역사를 만들다"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카스트로에 거주하는 하워드 에델스타인(57)은 "미국이 드디어 다른 나라와 같은 수준에 올라서게 됐다"며 "(이번 판결은) 신과 성경을 무기로 이용하는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역에 있는 카페 '코브'는 판결을 환영하는 뜻에서 메뉴에 '안녕 DOMA'라는 스크램블 계란 요리 등을 즉석에서 추가했다.

이날 시청에서는 판결소식이 전해진 후 샌프란시스코 시장 출신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부주지사, 에디 리 시장 등이 등장해 시민과 함께 축하했다.

뉴섬 부주지사는 "실제 삶과 인생이 인정되는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 동성결혼 금지법이 주민투표로 채택됐으나 2004년 동성커플에 결혼인증서를 발급하라고 지시해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를 공론화한 인물이다.

리 시장도 "우리 모두에게 역사적인 날"이라며 "우리는 오랫동안 투쟁해 왔으며 무지와 차별에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7일부터 나흘간 미국 최대 동성애자 축제가 열린다.

특히 마지막날인 오는 30일에는 100만명 정도의 참가자와 관광객이 몰리는 제43회 연례 동성애자 퍼레이드가 펼쳐질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에서도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글리'(Glee) 제작으로 유명한 라이어 머피는 할리우드 리포트에 "오늘은 나의 결혼이 고향인 캘리포니아주 뿐 아니라 미국 전체에서 인정받게 된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가수이자 동성애 지지자인 신디 로퍼는 "캘리포니아주에 결혼평등이 회복되는 등 정의가 실현됐다"며 "수년간 아니 평생을 기다려온 여러분에게 오늘은 의미 있는 날"이라고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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