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알코올 중독 부부의 비극

입력 2013.07.02 (08:34) 수정 2013.07.02 (09:1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알코올 중독인 부인이 집안일에 소홀하다며 남편이 폭력을 휘둘렀는데요.

남편의 폭력 때문에 결국 부인은 숨지고 말았습니다.

김기흥 기자가 취재했는데요.

그런데 폭력을 휘두른 남편도 알코올 중독자였다면서요?

<기자 멘트>

폭력 때문에 아내가 결국 숨지게 됐지만, 남편은 그 옆에서 계속 술을 마셨다고 하는데요.

술이 깬 상태에서는 진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알코올 중독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5년 전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 처음 만나 결혼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남편은 뒤늦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술만 마시면 변하는 당신 깨어나면 늦습니다"라는 말이 이 사건에 딱 맞는 것 같은데요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중랑구의 한 장례식장.

일주일전,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54살 최모씨가 안치된 곳입니다.

분향소조차 차려지지 못한 채, 오늘 장지로 향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녹취> 장례식장 관계자 (음성변조) : "분향소를 차리지 않고 아침에 바로 나간다고 (합니다.)"

최씨의 남편, 45살 김모씨는 아내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현재 검찰에 송치돼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이 부부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30분쯤, 경찰에 사망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인터뷰> 김창수(경사/서울중랑경찰서 강력형사팀) : "119가 출동을 했는데 사람이 사망한 사실을 알고 경찰에, 다시 112에 신고가 (됐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방안에는 이상한 냄새가 진동했는데요"

최씨가 숨진지 한참 지났기 때문이었는데요.

<인터뷰> 김창수(경사/서울중랑경찰서 강력형사팀) : "시신이 부어있었죠. 시신이 부패하기 시작하니까. 또 보일러를 뜨끈뜨끈하게 틀어놓고 있었죠."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니었습니다.

무더위에 난방을 해놨고 숨진 최씨의 몸엔 알코올로 닦은 흔적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창수(경사/서울중랑경찰서 강력형사팀) : "사망한 사실을 알고 알코올로 소독해주고 티셔츠를 입혀주려고 했는데 사망한 지 며칠 되니까 빳빳하게 굳을 거 아닙니까. 완벽하게 입히지도 못하고 (옷을) 딱 걸쳐있는 상태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남편 김씨는 하루 전날, 아내가 숨졌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시신 부패 상태로 보아 숨진지 2~일은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창수(경사/서울중랑경찰서 강력형사팀) : "왜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본인 얘기로는 갑자기 당한 일이라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김씨는 아내가 알코올성 간질환을 앓아 평소 자주 아팠다며 아내는 이 때문에 숨진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경찰은 며칠 전, 아내가 남편에게 맞아 응급실에 실려 갔던 기록을 찾아냈습니다.

김씨 부부는 집안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싸운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원인은 술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창수(경사/서울중랑경찰서 강력형사팀) : "술을 그만 마셔라 왜 주부가 가정 살림을 잘해야지 매일같이 술을 마시느냐. 그것 때문에 말다툼이 시작된 것입니다."

말다툼 끝에 남편은 주먹을 휘둘렀고 급기야 아내가 쓰러지자 119에 신고하였습니다.

<인터뷰> 조진환(소방교/중랑소방서 면목 119안전센터) : "현장에 도착해보니까 아내분이 온몸에 머리부터 다리, 팔(에) 피를 흘렸던 흔적(이 있어서) 병원으로 후송했습니다."

그런데 술에 취한 아내는 병원비 걱정에 입원을 거부한 채,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응급처치만 하고 모셔갔다고 하더라고요."

아내가 자주 술을 마신다며 주먹을 휘두른 남편.

하지만 아파 누워있는 아내를 돌보지 않고 옆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알려졌는데요.

정작 남편 김씨도 심한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창수(경사/서울중랑경찰서 강력형사팀) : "금단현상이 상당히 심하더라고요. 술에 취했을 때가 정상이고 술이 깨면 비정상으로 가고. (조사받는 동안) 술이 계속 깨니까 상당히 심리적으로 불안해(했습니다.) "

생활고 때문에 자주 이사를 다녔던 김씨 부부.

이사 온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웃들에게 남편 김씨는 늘 취해있는 사람으로 각인돼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술 마시고 여기 앞에 앉아 계셨거든요. 술 냄새가 (심했어요.) 술통에 빠진 것처럼…"

<녹취> 주민 센터 관계자 (음성변조) : "(남편이) 술을 많이 드시고 오셨더라고요. 낮인데도, 거의 만취인데도 (왔습니다)"

김씨 부부는 5년 전, 용인시의 한 알코올 중독치료 병원에서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사업 실패로 전처에게 이혼을 당한 뒤 술에 빠진 김씨는 가족의 권유로 병원에 입원했다는데요.

그즈음, 최씨 역시 알코올중독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첫 결혼에 실패하고, 그때 충격이 너무 커서 그것 때문에 술을 마시게 된 거예요."

6개월의 치료를 받는 동안 정이 쌓인 두 사람은 퇴원 후 함께 살기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녹취>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그 전에 폭행이나 이런 것 때문에 저희가 갔는데 못 알아볼 정도로 얼굴이 다 망가져 있었어요. "

실제로 김씨는 지난 해 5월에도 아내를 때린 혐의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진짜 제가 화가 나고 억울한 것이 우리한테 연락을 줬으면 우리가 병원으로 옮기고 했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21일부터 26일까지 방치를 했다는 것이죠. 사람 굶겨가면서… "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진행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끊을 수 없었던 술, 그리고 가정폭력이 불러온 끔찍한 참극.

<인터뷰> 박애란(센터장/마포 알코올 상담센터) : "대검찰청의 자료들을 보면 (범죄자의) 전체 18.1%가 음주 후에 범죄와 연결돼 있다고 하고요. 국가가 적극적으로 알코올 중독, 알코올 의존에 대해 잘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알코올 중독을 한 개인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사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알코올 중독 부부의 비극
    • 입력 2013-07-02 08:36:05
    • 수정2013-07-02 09:16:20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알코올 중독인 부인이 집안일에 소홀하다며 남편이 폭력을 휘둘렀는데요.

남편의 폭력 때문에 결국 부인은 숨지고 말았습니다.

김기흥 기자가 취재했는데요.

그런데 폭력을 휘두른 남편도 알코올 중독자였다면서요?

<기자 멘트>

폭력 때문에 아내가 결국 숨지게 됐지만, 남편은 그 옆에서 계속 술을 마셨다고 하는데요.

술이 깬 상태에서는 진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알코올 중독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5년 전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 처음 만나 결혼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남편은 뒤늦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술만 마시면 변하는 당신 깨어나면 늦습니다"라는 말이 이 사건에 딱 맞는 것 같은데요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중랑구의 한 장례식장.

일주일전,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54살 최모씨가 안치된 곳입니다.

분향소조차 차려지지 못한 채, 오늘 장지로 향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녹취> 장례식장 관계자 (음성변조) : "분향소를 차리지 않고 아침에 바로 나간다고 (합니다.)"

최씨의 남편, 45살 김모씨는 아내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현재 검찰에 송치돼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이 부부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30분쯤, 경찰에 사망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인터뷰> 김창수(경사/서울중랑경찰서 강력형사팀) : "119가 출동을 했는데 사람이 사망한 사실을 알고 경찰에, 다시 112에 신고가 (됐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방안에는 이상한 냄새가 진동했는데요"

최씨가 숨진지 한참 지났기 때문이었는데요.

<인터뷰> 김창수(경사/서울중랑경찰서 강력형사팀) : "시신이 부어있었죠. 시신이 부패하기 시작하니까. 또 보일러를 뜨끈뜨끈하게 틀어놓고 있었죠."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니었습니다.

무더위에 난방을 해놨고 숨진 최씨의 몸엔 알코올로 닦은 흔적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창수(경사/서울중랑경찰서 강력형사팀) : "사망한 사실을 알고 알코올로 소독해주고 티셔츠를 입혀주려고 했는데 사망한 지 며칠 되니까 빳빳하게 굳을 거 아닙니까. 완벽하게 입히지도 못하고 (옷을) 딱 걸쳐있는 상태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남편 김씨는 하루 전날, 아내가 숨졌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시신 부패 상태로 보아 숨진지 2~일은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창수(경사/서울중랑경찰서 강력형사팀) : "왜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본인 얘기로는 갑자기 당한 일이라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김씨는 아내가 알코올성 간질환을 앓아 평소 자주 아팠다며 아내는 이 때문에 숨진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경찰은 며칠 전, 아내가 남편에게 맞아 응급실에 실려 갔던 기록을 찾아냈습니다.

김씨 부부는 집안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싸운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원인은 술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창수(경사/서울중랑경찰서 강력형사팀) : "술을 그만 마셔라 왜 주부가 가정 살림을 잘해야지 매일같이 술을 마시느냐. 그것 때문에 말다툼이 시작된 것입니다."

말다툼 끝에 남편은 주먹을 휘둘렀고 급기야 아내가 쓰러지자 119에 신고하였습니다.

<인터뷰> 조진환(소방교/중랑소방서 면목 119안전센터) : "현장에 도착해보니까 아내분이 온몸에 머리부터 다리, 팔(에) 피를 흘렸던 흔적(이 있어서) 병원으로 후송했습니다."

그런데 술에 취한 아내는 병원비 걱정에 입원을 거부한 채,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응급처치만 하고 모셔갔다고 하더라고요."

아내가 자주 술을 마신다며 주먹을 휘두른 남편.

하지만 아파 누워있는 아내를 돌보지 않고 옆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알려졌는데요.

정작 남편 김씨도 심한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창수(경사/서울중랑경찰서 강력형사팀) : "금단현상이 상당히 심하더라고요. 술에 취했을 때가 정상이고 술이 깨면 비정상으로 가고. (조사받는 동안) 술이 계속 깨니까 상당히 심리적으로 불안해(했습니다.) "

생활고 때문에 자주 이사를 다녔던 김씨 부부.

이사 온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웃들에게 남편 김씨는 늘 취해있는 사람으로 각인돼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술 마시고 여기 앞에 앉아 계셨거든요. 술 냄새가 (심했어요.) 술통에 빠진 것처럼…"

<녹취> 주민 센터 관계자 (음성변조) : "(남편이) 술을 많이 드시고 오셨더라고요. 낮인데도, 거의 만취인데도 (왔습니다)"

김씨 부부는 5년 전, 용인시의 한 알코올 중독치료 병원에서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사업 실패로 전처에게 이혼을 당한 뒤 술에 빠진 김씨는 가족의 권유로 병원에 입원했다는데요.

그즈음, 최씨 역시 알코올중독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첫 결혼에 실패하고, 그때 충격이 너무 커서 그것 때문에 술을 마시게 된 거예요."

6개월의 치료를 받는 동안 정이 쌓인 두 사람은 퇴원 후 함께 살기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녹취>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그 전에 폭행이나 이런 것 때문에 저희가 갔는데 못 알아볼 정도로 얼굴이 다 망가져 있었어요. "

실제로 김씨는 지난 해 5월에도 아내를 때린 혐의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진짜 제가 화가 나고 억울한 것이 우리한테 연락을 줬으면 우리가 병원으로 옮기고 했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21일부터 26일까지 방치를 했다는 것이죠. 사람 굶겨가면서… "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진행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끊을 수 없었던 술, 그리고 가정폭력이 불러온 끔찍한 참극.

<인터뷰> 박애란(센터장/마포 알코올 상담센터) : "대검찰청의 자료들을 보면 (범죄자의) 전체 18.1%가 음주 후에 범죄와 연결돼 있다고 하고요. 국가가 적극적으로 알코올 중독, 알코올 의존에 대해 잘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알코올 중독을 한 개인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사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