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피해’ 손배소 원고 대부분 패소취지 파기환송

입력 2013.07.12 (11:36) 수정 2013.07.1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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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염소성여드름 환자 39명만 피해 인정…세계 첫 제조사 책임 확정
고엽제 전우회 "착잡하고 참담한 심정…국민적 관심에 감사"


월남전 파병 장병들이 고엽제의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돼 후유증을 입었다며 미국 제조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청구 14년 만에 대법원에서 일단락됐다.

대법원은 파병 장병들이 겪은 후유증 중 염소성여드름 질병은 고엽제 노출이 원인이 됐다며 제조사 책임을 세계 처음으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당뇨병과 폐암, 비호지킨임파선암, 말초신경병, 버거병 등 다른 파월 군인들에게 나타난 대부분의 질병은 고엽제 노출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2일 "고엽제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돼 후유증을 입었다"며 파월군인 김모(70)씨 등 1만6천579명이 고엽제 제조사인 미국 다우케미컬과 몬산토 등 2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우선 "피고들은 고엽제 다이옥신 성분이 인체에 미칠 유해성에 관해 충분히 조사·연구하고 고도의 위험방지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면서 "제조물인 고엽제의 설계상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우리나라 참전군인이고 실제 '손해'가 발생한 장소가 국내라는 점 등을 근거로 국제재판 관할권이 국내 법원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인 베트남 참전 군인들에게 발병한 질병과 고엽제 노출 사이의 인과관계는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당뇨병, 폐암, 비호지킨임파선암, 전립선암, 호지킨병 등 원고들에게서 나타난 거의 모든 질병은 고엽제 노출에 따른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보고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이들 질병은 발생원인 등이 복잡다기하고 유전·체질 등의 선천적 요인, 음주·흡연·식생활습관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비특이성 질환'"이라며 "원고들의 각종 질병이 베트남전에서 살포된 고엽제 노출에 따른 것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증거들이 필요한데 그러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심에서 일부 승소한 5천227명 중 시효가 소멸되지 않은 염소성여드름 피해자 39명에 대해서는 고엽제 노출과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염소성여드름은 고엽제에 함유된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될 경우 발병되는 특이성 질환으로 다른 원인에 의해서는 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체 1만6천여명 원고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고엽제 노출과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제조사 측 책임을 물은 판결이 확정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라고 대법원 측은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가장 어려운 쟁점은 의학적·과학적 성과에 근거한 법적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이었다"며 "고엽제 피해에 대해 국가가 아닌 사기업에 배상 책임을 물을 만큼 고엽제와 질병 사이의 법적 인과관계가 대부분 증명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인용한 미국 국립과학연구소의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보훈 정책상 작성한 것으로 참전 군인을 상대로 충분한 역학 조사를 통해 작성된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치열하게 변론해 온 쌍방 당사자에게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고엽제 피해자들의 딱한 사정만으로 판결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고엽제 전우회 회원 등으로 구성된 원고들은 유해물질인 고엽제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부대 작전지역에 뿌려져 후유증 등의 피해를 봤다며 1999년 9월 5조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베트남에서 살포된 고엽제로 인해 원고들의 질병이 발병했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고, 이미 손해배상 소멸시효인 10년이 완성됐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06년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은 피고측의 제조물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뒤 비호지킨임파선암과 후두암 등 11개 질병에 대해 고엽제와의 역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소송을 제기한 2만615명 중 6천795명에게 상이등급에 따라 1인당 600만∼4천600만원, 총 630억7천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판결이 나오자 김성욱 고엽제전우회 사무총장은 법정 밖에서 취재진과 만나 "상당히 착잡하고 참담한 심정이다. 피해자 입장에서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 사무총장은 "판결문을 받아본 뒤 변호사와 상의해서 향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며 "사건에 관심을 갖고 도와준 국민과 15만 고엽제 피해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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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7-12 11:36:40
    • 수정2013-07-12 13:06:1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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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전우회 "착잡하고 참담한 심정…국민적 관심에 감사"


월남전 파병 장병들이 고엽제의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돼 후유증을 입었다며 미국 제조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청구 14년 만에 대법원에서 일단락됐다.

대법원은 파병 장병들이 겪은 후유증 중 염소성여드름 질병은 고엽제 노출이 원인이 됐다며 제조사 책임을 세계 처음으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당뇨병과 폐암, 비호지킨임파선암, 말초신경병, 버거병 등 다른 파월 군인들에게 나타난 대부분의 질병은 고엽제 노출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2일 "고엽제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돼 후유증을 입었다"며 파월군인 김모(70)씨 등 1만6천579명이 고엽제 제조사인 미국 다우케미컬과 몬산토 등 2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우선 "피고들은 고엽제 다이옥신 성분이 인체에 미칠 유해성에 관해 충분히 조사·연구하고 고도의 위험방지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면서 "제조물인 고엽제의 설계상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우리나라 참전군인이고 실제 '손해'가 발생한 장소가 국내라는 점 등을 근거로 국제재판 관할권이 국내 법원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인 베트남 참전 군인들에게 발병한 질병과 고엽제 노출 사이의 인과관계는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당뇨병, 폐암, 비호지킨임파선암, 전립선암, 호지킨병 등 원고들에게서 나타난 거의 모든 질병은 고엽제 노출에 따른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보고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이들 질병은 발생원인 등이 복잡다기하고 유전·체질 등의 선천적 요인, 음주·흡연·식생활습관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비특이성 질환'"이라며 "원고들의 각종 질병이 베트남전에서 살포된 고엽제 노출에 따른 것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증거들이 필요한데 그러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심에서 일부 승소한 5천227명 중 시효가 소멸되지 않은 염소성여드름 피해자 39명에 대해서는 고엽제 노출과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염소성여드름은 고엽제에 함유된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될 경우 발병되는 특이성 질환으로 다른 원인에 의해서는 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체 1만6천여명 원고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고엽제 노출과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제조사 측 책임을 물은 판결이 확정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라고 대법원 측은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가장 어려운 쟁점은 의학적·과학적 성과에 근거한 법적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이었다"며 "고엽제 피해에 대해 국가가 아닌 사기업에 배상 책임을 물을 만큼 고엽제와 질병 사이의 법적 인과관계가 대부분 증명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인용한 미국 국립과학연구소의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보훈 정책상 작성한 것으로 참전 군인을 상대로 충분한 역학 조사를 통해 작성된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치열하게 변론해 온 쌍방 당사자에게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고엽제 피해자들의 딱한 사정만으로 판결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고엽제 전우회 회원 등으로 구성된 원고들은 유해물질인 고엽제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부대 작전지역에 뿌려져 후유증 등의 피해를 봤다며 1999년 9월 5조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베트남에서 살포된 고엽제로 인해 원고들의 질병이 발병했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고, 이미 손해배상 소멸시효인 10년이 완성됐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06년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은 피고측의 제조물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뒤 비호지킨임파선암과 후두암 등 11개 질병에 대해 고엽제와의 역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소송을 제기한 2만615명 중 6천795명에게 상이등급에 따라 1인당 600만∼4천600만원, 총 630억7천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판결이 나오자 김성욱 고엽제전우회 사무총장은 법정 밖에서 취재진과 만나 "상당히 착잡하고 참담한 심정이다. 피해자 입장에서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 사무총장은 "판결문을 받아본 뒤 변호사와 상의해서 향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며 "사건에 관심을 갖고 도와준 국민과 15만 고엽제 피해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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