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구 “젊은이들과 가까워져서 너무 좋아”

입력 2013.07.2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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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여행 버라이어티 '꽃보다 할배' 활약


"내가 비교적 근엄하고 엄격한 아버지 역할을 많이 해서 젊은 사람들이 좀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예전에 시트콤에 출연한 다음부터는 조금 다가온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이번 '꽃보다 할배'를 통해서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나는 그런 부분이 정말 너무 좋아요."

연륜이 뚝뚝 흐르던 원로 배우의 표정이 젊은 팬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 환한 미소와 함께 천진하게 변한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버라이어티에 출연해 폭발적 인기를 구가하는 배우 신구의 이야기다. tvN '꽃보다 할배'의 둘째 형으로 활약하는 그를 지난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근 작품에서와 달리 멋지게 수염이 자란 모습에 따로 관리하셨냐고 묻자 "최근 여행하고 드라마도 끝나서 깎을 이유가 없어서 그냥 둔 거다"라며 무심하게 대답하는 모습에서 배우 생활 50여년의 내공이 느껴졌다.

'꽃보다 할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원로 배우인 이순재(78), 신구(77), 박근형(73), 백일섭(69)과 '젊은' 배우 이서진이 외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나 겪는 일을 담은 여행 버라이어티.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폭발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 카페 안의 손님들이 연령대와 상관없이 다가와서 사인과 사진을 요청하고, 밖을 지나던 행인들도 멍하니 서서 한참 지켜보는 모습에 그의 인기가 실감났다.

하지만 오히려 '시청률이 얼마나 나왔어?'라고 되묻는 그는 인기를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인기가 많다고들 하는데 우리는 사실 시청률이 얼마나 나오고 그런 것은 잘 몰라요. 인기를 예상하지도 못했어요. 다만 연출자인 나영석 PD가 출중한 기획력과 반짝반짝하는 아이디어를 지녔다는 얘기를 들어서 기대감은 있었죠. '쓸모없는' 노인네들 모아서 젊은이들 하는 배낭여행을 떠난다니 새롭고 기발하다고 생각했죠."

연기라면 수식어가 필요 없을 대가이지만 스물 네시간 카메라가 따르는 리얼 버라이어티 출연은 그에게도 부담스러운 결정이었을 법하다. 젊은 사람들도 적응하지 못하고 곧잘 어려움을 토로하지 않았던가.

"부담스러웠어요. 카메라가 잠에서 깨면서부터 바로 옆에 따라다니니까요. 마이크도 계속 달고 있고. 갑갑하고 감시당하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그냥 하루 지나니까 신경쓰지 않게 됐어요."

그는 "사실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 섭외돼도 나가지 않았다. 재치있는 말을 순발력있게 해야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번에는 '진솔하게 있는 그대로 하자'고 생각하며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네 '할배'의 평균 연령은 74세가 넘는다. 출연하는 작품에서 모두가 어려워하는 최고령 선배이지만 '꽃보다 할배'에서는 민박의 작은 방을 둘이 함께 쓴다. 아픈 무릎을 부여쥐고 지하철을 타고 하염없이 걷는 것은 기본이다.

"현실적으로 힘들기야 하죠. 그래서 제작진도 우리 건강을 자세히 살피는 것 같아요. 힘들긴 한데 색다른 경험이기도 해요. 우리도 이제 정리해야 할 나이인데..이런 기회가 주어지니 고맙죠. 평소에 이렇게 모이기 어렵거든요."

방송에서 박근형 씨가 그를 '구야형'이라고 부르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화제가 됐다. 평소에도 그렇게 불러왔다는 이야기에서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내 이름이 신구잖아요. 친구라면 '구야'라고 불렀을텐데 내가 그보다 형이니까 '형'을 붙인거죠. 원래 그렇게 불러왔어요."

1962년 연극으로 데뷔해 연기자 생활이 50여년이다. 그런 그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느낀 부분이 있을까.

"장르를 막론하고 연예 프로그램은 재미있어야 해요. 순간적인 기지나 유머가 합쳐져서 재미를 줘야 하는데 나는 그런게 부족했구나 생각했죠. 하지만 '진실'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은 예능이나 연기나 일맥상통한다는 생각도 들었죠."

원로 배우들이 주연이지만, 방송 초반 이서진(42)이 많은 웃음을 줬다. 아이돌 여가수와 동행하는 줄 알고 참여한 그는 기대와 달리 대선배의 '짐꾼' 노릇을 묵묵히 수행해야 했다.

"젊은 친구가 너무 고맙죠. 처음 참가할 때는 (걸그룹 멤버 생각에) 기대가 나름 컸을 텐데, 그게 한순간에 거품이 돼서 실망했을 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뒤치다꺼리를 잘 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이번에도 같이 간다니까 서진이에게 잘 해줘야겠어요.(웃음)"

이날 인터뷰가 끝나고 같은 자리에서 '꽃보다 할배' 팀은 다음 대만 여행을 앞두고 모임이 예정돼 있었다. 제작진으로부터 여행지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를 받고 출연진이 여행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두 번째 여행인 만큼 다른 '할배'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순재 형한테 할 말이 있어요. 형은 빨리빨리 이곳저곳을 잘 다녀요. 목표를 정해놓고 가는 것은 또 아닌데(웃음). 너무 빨리 가니까 일섭이가 따라가기 힘들어해요. 순재 형한테 '보조를 좀 맞춰서 같이 가십시다'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신구는 9월부터 새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공연을 시작한다. 예능에 드라마에 연극까지. 젊은 사람들도 견디기 어려운 일정을 소화하는 셈이다. 건강상 문제가 없을까 걱정됐다.

"체력 유지를 위해서 신경써요. 꾸준히 하루 한시간 빨리 걷기를 해서 건강을 유지하죠. 그런데 좋아하는 술이 다 깎아먹는 것 같네요(웃음)."

인터뷰를 위해 미리 모임 장소에 왔던 신구는 약속된 시간까지 잠시 다른 출연자를 기다렸다. 이내 도착한 이서진이 그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다른 '할배'가 도착할 때마다 카페 입구까지 나가서 마중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가벼운 비가 그치고 환한 햇살 아래 네 원로 배우와 '어린' 막내가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같았다. 지나던 이서진에게 선배 신구에 대해 묻자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선생님께서 항상 챙겨주세요. 저는 그저 보필하는 입장에서 특별히 해드린 것도 없는데 고맙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지금은 이번 여행이 지난번보다 선생님들께 조금 환경이 열악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이서진)

인터뷰를 정리하는 동안 신구가 팬에게 전한 인사가 귓가에 아른거렸다. 마치 신인 배우처럼 최선을 약속하는 언어가 드러내는 겸손함이 한결같은 모습의 대배우를 만든 것이 아닐까.

"이런 뜨거운 관심은 시작할 때 감히 생각도 못했고, 그저 동료 선후배가 만나서 다정하게 여행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사랑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매사에 열심히 살아서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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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신구 “젊은이들과 가까워져서 너무 좋아”
    • 입력 2013-07-21 09:23:05
    연합뉴스
tvN 여행 버라이어티 '꽃보다 할배' 활약 "내가 비교적 근엄하고 엄격한 아버지 역할을 많이 해서 젊은 사람들이 좀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예전에 시트콤에 출연한 다음부터는 조금 다가온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이번 '꽃보다 할배'를 통해서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나는 그런 부분이 정말 너무 좋아요." 연륜이 뚝뚝 흐르던 원로 배우의 표정이 젊은 팬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 환한 미소와 함께 천진하게 변한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버라이어티에 출연해 폭발적 인기를 구가하는 배우 신구의 이야기다. tvN '꽃보다 할배'의 둘째 형으로 활약하는 그를 지난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근 작품에서와 달리 멋지게 수염이 자란 모습에 따로 관리하셨냐고 묻자 "최근 여행하고 드라마도 끝나서 깎을 이유가 없어서 그냥 둔 거다"라며 무심하게 대답하는 모습에서 배우 생활 50여년의 내공이 느껴졌다. '꽃보다 할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원로 배우인 이순재(78), 신구(77), 박근형(73), 백일섭(69)과 '젊은' 배우 이서진이 외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나 겪는 일을 담은 여행 버라이어티.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폭발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 카페 안의 손님들이 연령대와 상관없이 다가와서 사인과 사진을 요청하고, 밖을 지나던 행인들도 멍하니 서서 한참 지켜보는 모습에 그의 인기가 실감났다. 하지만 오히려 '시청률이 얼마나 나왔어?'라고 되묻는 그는 인기를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인기가 많다고들 하는데 우리는 사실 시청률이 얼마나 나오고 그런 것은 잘 몰라요. 인기를 예상하지도 못했어요. 다만 연출자인 나영석 PD가 출중한 기획력과 반짝반짝하는 아이디어를 지녔다는 얘기를 들어서 기대감은 있었죠. '쓸모없는' 노인네들 모아서 젊은이들 하는 배낭여행을 떠난다니 새롭고 기발하다고 생각했죠." 연기라면 수식어가 필요 없을 대가이지만 스물 네시간 카메라가 따르는 리얼 버라이어티 출연은 그에게도 부담스러운 결정이었을 법하다. 젊은 사람들도 적응하지 못하고 곧잘 어려움을 토로하지 않았던가. "부담스러웠어요. 카메라가 잠에서 깨면서부터 바로 옆에 따라다니니까요. 마이크도 계속 달고 있고. 갑갑하고 감시당하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그냥 하루 지나니까 신경쓰지 않게 됐어요." 그는 "사실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 섭외돼도 나가지 않았다. 재치있는 말을 순발력있게 해야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번에는 '진솔하게 있는 그대로 하자'고 생각하며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네 '할배'의 평균 연령은 74세가 넘는다. 출연하는 작품에서 모두가 어려워하는 최고령 선배이지만 '꽃보다 할배'에서는 민박의 작은 방을 둘이 함께 쓴다. 아픈 무릎을 부여쥐고 지하철을 타고 하염없이 걷는 것은 기본이다. "현실적으로 힘들기야 하죠. 그래서 제작진도 우리 건강을 자세히 살피는 것 같아요. 힘들긴 한데 색다른 경험이기도 해요. 우리도 이제 정리해야 할 나이인데..이런 기회가 주어지니 고맙죠. 평소에 이렇게 모이기 어렵거든요." 방송에서 박근형 씨가 그를 '구야형'이라고 부르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화제가 됐다. 평소에도 그렇게 불러왔다는 이야기에서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내 이름이 신구잖아요. 친구라면 '구야'라고 불렀을텐데 내가 그보다 형이니까 '형'을 붙인거죠. 원래 그렇게 불러왔어요." 1962년 연극으로 데뷔해 연기자 생활이 50여년이다. 그런 그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느낀 부분이 있을까. "장르를 막론하고 연예 프로그램은 재미있어야 해요. 순간적인 기지나 유머가 합쳐져서 재미를 줘야 하는데 나는 그런게 부족했구나 생각했죠. 하지만 '진실'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은 예능이나 연기나 일맥상통한다는 생각도 들었죠." 원로 배우들이 주연이지만, 방송 초반 이서진(42)이 많은 웃음을 줬다. 아이돌 여가수와 동행하는 줄 알고 참여한 그는 기대와 달리 대선배의 '짐꾼' 노릇을 묵묵히 수행해야 했다. "젊은 친구가 너무 고맙죠. 처음 참가할 때는 (걸그룹 멤버 생각에) 기대가 나름 컸을 텐데, 그게 한순간에 거품이 돼서 실망했을 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뒤치다꺼리를 잘 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이번에도 같이 간다니까 서진이에게 잘 해줘야겠어요.(웃음)" 이날 인터뷰가 끝나고 같은 자리에서 '꽃보다 할배' 팀은 다음 대만 여행을 앞두고 모임이 예정돼 있었다. 제작진으로부터 여행지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를 받고 출연진이 여행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두 번째 여행인 만큼 다른 '할배'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순재 형한테 할 말이 있어요. 형은 빨리빨리 이곳저곳을 잘 다녀요. 목표를 정해놓고 가는 것은 또 아닌데(웃음). 너무 빨리 가니까 일섭이가 따라가기 힘들어해요. 순재 형한테 '보조를 좀 맞춰서 같이 가십시다'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신구는 9월부터 새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공연을 시작한다. 예능에 드라마에 연극까지. 젊은 사람들도 견디기 어려운 일정을 소화하는 셈이다. 건강상 문제가 없을까 걱정됐다. "체력 유지를 위해서 신경써요. 꾸준히 하루 한시간 빨리 걷기를 해서 건강을 유지하죠. 그런데 좋아하는 술이 다 깎아먹는 것 같네요(웃음)." 인터뷰를 위해 미리 모임 장소에 왔던 신구는 약속된 시간까지 잠시 다른 출연자를 기다렸다. 이내 도착한 이서진이 그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다른 '할배'가 도착할 때마다 카페 입구까지 나가서 마중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가벼운 비가 그치고 환한 햇살 아래 네 원로 배우와 '어린' 막내가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같았다. 지나던 이서진에게 선배 신구에 대해 묻자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선생님께서 항상 챙겨주세요. 저는 그저 보필하는 입장에서 특별히 해드린 것도 없는데 고맙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지금은 이번 여행이 지난번보다 선생님들께 조금 환경이 열악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이서진) 인터뷰를 정리하는 동안 신구가 팬에게 전한 인사가 귓가에 아른거렸다. 마치 신인 배우처럼 최선을 약속하는 언어가 드러내는 겸손함이 한결같은 모습의 대배우를 만든 것이 아닐까. "이런 뜨거운 관심은 시작할 때 감히 생각도 못했고, 그저 동료 선후배가 만나서 다정하게 여행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사랑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매사에 열심히 살아서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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