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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 낮추니’ 태권도 종주국 자존심 회복
입력 2013.07.22 (15:23) 수정 2013.07.22 (22:27) 연합뉴스
한국 태권도가 22일(한국시간)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막을 내린 2013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남녀 모두 종합우승을 이루고 종주국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남녀 8체급씩 총 16개 체급에서 기량을 겨루는 세계대회에서 한국은 남자부에서 금 3개·은 1개·동 1개를 수확하고 여자부에서 금 3개에 은 2개를 보탰다. 2001년 제주 대회 이후 최고 성적이다.

한국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연이어 체면을 구겼다. 세계 태권도 평준화에 가속이 붙었는데 한국은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

2009년 코펜하겐 대회에서 한국은 5개(남자 3, 여자 2)의 금메달을 땄지만 여자부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종합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

안방인 경주에서 열린 2011년 대회에서는 20회 연속 종합우승을 노린 남자부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따 이란(금3, 은1, 동2)에 역시 처음으로 종합 1위 자리를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여자부에서는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해 겨우 종합 1위를 되찾았지만 금메달 수에서는 중국(금2, 은2)에 뒤졌다.

남녀부 모두 종합 우승한 것은 이번이 2007년 베이징 대회 이후 6년 만이다.

◇자세 낮춘 한국태권도…'도전자의 마음으로'

한국은 명예회복을 위해 도전자의 마음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지난 2월 국가대표선발전 및 4∼5월 세 차례 평가전을 통해 16명의 태극전사를 뽑고서 태릉선수촌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해왔다.

태극전사들은 또 지난달 27일 출국, 멕시코시티에 캠프를 차리고 훈련하다가 대회 개막 일주 전인 8일 푸에블라로 이동하는 등 20일 가까이 현지적응 시간도 가졌다. 대회를 앞두고 개최국을 찾아 전례 없이 진 현지 적응훈련을 한 것은 푸에블라가 해발 2천100m가 넘는 곳이라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고지 적응'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출국 전에도 태백선수촌과 국내 유일하게 저산소환경 훈련 시설을 갖춘 경희대를 찾아 훈련하며 낯선 고지 환경에 적응하려 애썼다.

선수들은 이런 준비 덕에 체력적인 면에서 수월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최영석 감독 지도 아래 이미 기술적인 면에서는 한국 선수들과 견줘도 손색없을 만큼 성장한 태국 선수들이 개막 이틀 전에야 멕시코에 도착해 고전한 것을 보면 고지 적응 훈련의 효과는 긍정적이라 할만했다.

대표팀에는 런던올림픽 때 심리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임태희 용인대 태권도경기지도학과 교수도 다시 합류해 '심리기술훈련'도 병행했다.

심리기술훈련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 요소들을 극복하고 선수 개개인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찾아 미리 적응시키려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준비가 없었더라면 이번 대회에서도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기란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체급 간 불균형…전자호구 딜레마는 여전

한국 태권도가 최근 국제무대에서 고전하는 상황은 전자호구시스템 및 차등점수제 등 새로운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한국은 득점 체계가 불안정성하고 무엇보다 태권도 경기의 기술적 발전을 저해한다면서 전자호구를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이었다.

전자호구시스템에서는 한쪽 발을 상대 쪽으로 들고 서서 수비하다가 틈이 보이면 몸통 밀어차기나 머리 공격으로 점수를 내는 식의 경기 운영이 대세가 됐다. 양 선수가 서로 한 발을 앞으로 들고 서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은 '발 펜싱'이라는 비아냥거림과 함께 태권도 경기를 재미없게 만든다는 비판이 일게 했다.

여기에 차등점수제까지 적용돼 몸통보다는 단번에 3∼4점을 뽑을 수 있는 머리 공격에 치중하느라 이 같은 경기 스타일은 점점 굳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새로운 시스템과 룰에 적응하려는 노력보다는 "기본을 벗어나더라도 점수만 내면 되는 결과 지향적인 경기를 유도한다"는 불만이 앞섰다.

그러나 일단 이번에는 자세를 낮췄다.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새 얼굴들이 많지만 전자호구 시스템에 최적화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선수들이 대표팀에 채워졌다.

남자 54㎏급의 김태훈(동아대)이나 58㎏급의 차태문(나사렛대), 여자 53㎏급의 김유진(경희대) 등 이번 대회 금메달리스트 대부분은 이름값보다는 전자호구시스템의 특성을 잘 활용한 선수들이다. 54㎏급의 김태훈은 키가 183㎝나 돼 더욱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다만 전자호구에 대한 불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딴 금메달 6개는 모두 경량급에서 나왔다. 반면 상대가 체격 조건에서 월등히 앞선 중량급에서는 맥을 못 췄다.

그동안은 체격의 열세도 기술로 극복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전력 평준화로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기량 차는 그리 크지 않다.

현행 시스템에서는 기술이 나은 선수보다는 체격 조건이 좋은 선수들이 점점 유리해지고 있다는 지적은 세계연맹도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 ‘자세 낮추니’ 태권도 종주국 자존심 회복
    • 입력 2013-07-22 15:23:50
    • 수정2013-07-22 22:27:46
    연합뉴스
한국 태권도가 22일(한국시간)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막을 내린 2013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남녀 모두 종합우승을 이루고 종주국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남녀 8체급씩 총 16개 체급에서 기량을 겨루는 세계대회에서 한국은 남자부에서 금 3개·은 1개·동 1개를 수확하고 여자부에서 금 3개에 은 2개를 보탰다. 2001년 제주 대회 이후 최고 성적이다.

한국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연이어 체면을 구겼다. 세계 태권도 평준화에 가속이 붙었는데 한국은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

2009년 코펜하겐 대회에서 한국은 5개(남자 3, 여자 2)의 금메달을 땄지만 여자부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종합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

안방인 경주에서 열린 2011년 대회에서는 20회 연속 종합우승을 노린 남자부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따 이란(금3, 은1, 동2)에 역시 처음으로 종합 1위 자리를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여자부에서는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해 겨우 종합 1위를 되찾았지만 금메달 수에서는 중국(금2, 은2)에 뒤졌다.

남녀부 모두 종합 우승한 것은 이번이 2007년 베이징 대회 이후 6년 만이다.

◇자세 낮춘 한국태권도…'도전자의 마음으로'

한국은 명예회복을 위해 도전자의 마음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지난 2월 국가대표선발전 및 4∼5월 세 차례 평가전을 통해 16명의 태극전사를 뽑고서 태릉선수촌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해왔다.

태극전사들은 또 지난달 27일 출국, 멕시코시티에 캠프를 차리고 훈련하다가 대회 개막 일주 전인 8일 푸에블라로 이동하는 등 20일 가까이 현지적응 시간도 가졌다. 대회를 앞두고 개최국을 찾아 전례 없이 진 현지 적응훈련을 한 것은 푸에블라가 해발 2천100m가 넘는 곳이라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고지 적응'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출국 전에도 태백선수촌과 국내 유일하게 저산소환경 훈련 시설을 갖춘 경희대를 찾아 훈련하며 낯선 고지 환경에 적응하려 애썼다.

선수들은 이런 준비 덕에 체력적인 면에서 수월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최영석 감독 지도 아래 이미 기술적인 면에서는 한국 선수들과 견줘도 손색없을 만큼 성장한 태국 선수들이 개막 이틀 전에야 멕시코에 도착해 고전한 것을 보면 고지 적응 훈련의 효과는 긍정적이라 할만했다.

대표팀에는 런던올림픽 때 심리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임태희 용인대 태권도경기지도학과 교수도 다시 합류해 '심리기술훈련'도 병행했다.

심리기술훈련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 요소들을 극복하고 선수 개개인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찾아 미리 적응시키려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준비가 없었더라면 이번 대회에서도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기란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체급 간 불균형…전자호구 딜레마는 여전

한국 태권도가 최근 국제무대에서 고전하는 상황은 전자호구시스템 및 차등점수제 등 새로운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한국은 득점 체계가 불안정성하고 무엇보다 태권도 경기의 기술적 발전을 저해한다면서 전자호구를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이었다.

전자호구시스템에서는 한쪽 발을 상대 쪽으로 들고 서서 수비하다가 틈이 보이면 몸통 밀어차기나 머리 공격으로 점수를 내는 식의 경기 운영이 대세가 됐다. 양 선수가 서로 한 발을 앞으로 들고 서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은 '발 펜싱'이라는 비아냥거림과 함께 태권도 경기를 재미없게 만든다는 비판이 일게 했다.

여기에 차등점수제까지 적용돼 몸통보다는 단번에 3∼4점을 뽑을 수 있는 머리 공격에 치중하느라 이 같은 경기 스타일은 점점 굳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새로운 시스템과 룰에 적응하려는 노력보다는 "기본을 벗어나더라도 점수만 내면 되는 결과 지향적인 경기를 유도한다"는 불만이 앞섰다.

그러나 일단 이번에는 자세를 낮췄다.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새 얼굴들이 많지만 전자호구 시스템에 최적화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선수들이 대표팀에 채워졌다.

남자 54㎏급의 김태훈(동아대)이나 58㎏급의 차태문(나사렛대), 여자 53㎏급의 김유진(경희대) 등 이번 대회 금메달리스트 대부분은 이름값보다는 전자호구시스템의 특성을 잘 활용한 선수들이다. 54㎏급의 김태훈은 키가 183㎝나 돼 더욱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다만 전자호구에 대한 불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딴 금메달 6개는 모두 경량급에서 나왔다. 반면 상대가 체격 조건에서 월등히 앞선 중량급에서는 맥을 못 췄다.

그동안은 체격의 열세도 기술로 극복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전력 평준화로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기량 차는 그리 크지 않다.

현행 시스템에서는 기술이 나은 선수보다는 체격 조건이 좋은 선수들이 점점 유리해지고 있다는 지적은 세계연맹도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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