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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강요된 질서의 세계를 부숴라 ‘설국열차’
입력 2013.07.22 (19:38)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이 만들어낸 '설국열차'의 세계에는 절망과 희망, 비관과 낙관이 교차한다.

감독은 멸망한 세계, 생존자들만이 남은 '노아의 방주'인 열차 안에 세계의 축소판을 그려놓고 이 열차가 어디로 가야할지를 묻는다.

강요된 질서에 순응하며 영원히 순환할 것인가, 아니면 닫힌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기획 의도답게 영화에는 한국적인 드라마나 소소한 잔재미가 별로 없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바깥 세상과 숨막히는 질서를 강요하는 기차 안의 잿빛 꼬리칸, 그 경계를 뛰어넘으려는 사람들의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눈빛이 이 영화의 색채를 압도한다.

관객은 이 세계 안에서 꼬리칸의 사람들과 앞으로 나아가며 전복의 쾌감을 맛보다가 마지막에 맞닥뜨리는 묵직한 질문에 스스로의 자리를 돌아보게 된다.

영화는 2014년 빙하기를 맞은 인류의 위기에서 출발한다.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국가들이 특수 화학성분을 살포하면서 대기에 이상 반응을 일으켜 지구가 얼어붙는다.

대부분의 인류가 죽고 남은 사람들이 엔진이 영원히 멈추지 않는 유일한 생존공간인 설국열차에 올라탄다.

하지만, 이 세계는 엄격한 계급과 질서로 움직인다.

꼬리칸에 사는 가장 낮은 계급의 사람들은 군인들의 강한 통제 속에 매일 자기 전에 '점호'를 해야 한다.

이들이 하루 세 끼 먹는 음식은 단백질 덩어리로 불리는 어두운 색깔의 네모난 젤리가 전부다.

군인들은 갑자기 나타나 바이올린을 연주할 줄 아는 사람을 데려가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을 데려가기도 한다.

아이를 뺏기지 않으려고 부모들이 반발하자, 총리 역할을 하는 '메이슨'(틸다 스윈튼 분)이 나타나 일장 연설을 한다.

설국열차 안에서는 질서와 균형이 가장 중요하며 각자 기차에 올라탄 위치대로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 질서에 따르지 않는 자에 대한 보복은 가혹하다.

이런 삶에 진저리가 난 '커티스'(크리스 에번스)는 정신적 지주인 '길리엄'(존 허트), 친동생 같은 '에드가'(제이미 벨), 아이를 잃은 엄마 '타냐'(옥타비아 스펜서) 등과 함께 반란을 준비한다.

그리고 때가 됐다고 느꼈을 때 군인들을 제압하고 앞 칸으로 나아가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열차의 설계자인 남궁민수(송강호)와 그 딸 요나(고아성)를 감옥에서 꺼내 닫힌 문을 더 열어젖힌다.

진압군과 싸우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다.

하지만,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 커티스를 기다리는 것은 고통스러운 진실과 두려운 선택의 순간이다.

영화는 앞으로 나아가는 커티스의 눈을 통해 관객이 함께 설국열차의 세계를 탐험하게 한다.

봉 감독이 설계한 설국열차의 세계는 원작보다 훨씬 다채로운 풍경이며, 때로는 약간의 위트까지 더해져 있다.

천의 얼굴을 지닌 듯한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할리우드 명배우들의 연기 열전은 이 영화를 '글로벌 영화'답게 만든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초·중반부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도 큰 볼거리다.

도끼를 들고 뒤엉켜 싸우는 장면은 설국열차 안의 처절한 정서를 극대화한다.

또 열차의 1인자인 '윌포드'(에드 해리스)가 등장하는 클라이맥스 부분은 예상치 못한 반전의 드라마로 보는 사람을 빨아들인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자 주제와 메시지를 분명하게 함축하고 있는 부분이다.

다만,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때문에 높은 기대치를 가진 관객에게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괴물'에서 맛봤던 그 숨막히는 긴장감과 생생한 캐릭터들의 향연이 이번 영화에서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열차라는 좁은 공간이 주는 답답함도 극복되지 못한 느낌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개성 있게 담아낸 봉 감독이 할리우드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낸, 보다 보편성을 담은 이 영화가 세계 관객들의 얼마나 마음을 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월 1일 개봉.

상영시간 125분.

15세 이상 관람가.
  • [새영화] 강요된 질서의 세계를 부숴라 ‘설국열차’
    • 입력 2013-07-22 19:38:37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이 만들어낸 '설국열차'의 세계에는 절망과 희망, 비관과 낙관이 교차한다.

감독은 멸망한 세계, 생존자들만이 남은 '노아의 방주'인 열차 안에 세계의 축소판을 그려놓고 이 열차가 어디로 가야할지를 묻는다.

강요된 질서에 순응하며 영원히 순환할 것인가, 아니면 닫힌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기획 의도답게 영화에는 한국적인 드라마나 소소한 잔재미가 별로 없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바깥 세상과 숨막히는 질서를 강요하는 기차 안의 잿빛 꼬리칸, 그 경계를 뛰어넘으려는 사람들의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눈빛이 이 영화의 색채를 압도한다.

관객은 이 세계 안에서 꼬리칸의 사람들과 앞으로 나아가며 전복의 쾌감을 맛보다가 마지막에 맞닥뜨리는 묵직한 질문에 스스로의 자리를 돌아보게 된다.

영화는 2014년 빙하기를 맞은 인류의 위기에서 출발한다.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국가들이 특수 화학성분을 살포하면서 대기에 이상 반응을 일으켜 지구가 얼어붙는다.

대부분의 인류가 죽고 남은 사람들이 엔진이 영원히 멈추지 않는 유일한 생존공간인 설국열차에 올라탄다.

하지만, 이 세계는 엄격한 계급과 질서로 움직인다.

꼬리칸에 사는 가장 낮은 계급의 사람들은 군인들의 강한 통제 속에 매일 자기 전에 '점호'를 해야 한다.

이들이 하루 세 끼 먹는 음식은 단백질 덩어리로 불리는 어두운 색깔의 네모난 젤리가 전부다.

군인들은 갑자기 나타나 바이올린을 연주할 줄 아는 사람을 데려가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을 데려가기도 한다.

아이를 뺏기지 않으려고 부모들이 반발하자, 총리 역할을 하는 '메이슨'(틸다 스윈튼 분)이 나타나 일장 연설을 한다.

설국열차 안에서는 질서와 균형이 가장 중요하며 각자 기차에 올라탄 위치대로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 질서에 따르지 않는 자에 대한 보복은 가혹하다.

이런 삶에 진저리가 난 '커티스'(크리스 에번스)는 정신적 지주인 '길리엄'(존 허트), 친동생 같은 '에드가'(제이미 벨), 아이를 잃은 엄마 '타냐'(옥타비아 스펜서) 등과 함께 반란을 준비한다.

그리고 때가 됐다고 느꼈을 때 군인들을 제압하고 앞 칸으로 나아가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열차의 설계자인 남궁민수(송강호)와 그 딸 요나(고아성)를 감옥에서 꺼내 닫힌 문을 더 열어젖힌다.

진압군과 싸우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다.

하지만,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 커티스를 기다리는 것은 고통스러운 진실과 두려운 선택의 순간이다.

영화는 앞으로 나아가는 커티스의 눈을 통해 관객이 함께 설국열차의 세계를 탐험하게 한다.

봉 감독이 설계한 설국열차의 세계는 원작보다 훨씬 다채로운 풍경이며, 때로는 약간의 위트까지 더해져 있다.

천의 얼굴을 지닌 듯한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할리우드 명배우들의 연기 열전은 이 영화를 '글로벌 영화'답게 만든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초·중반부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도 큰 볼거리다.

도끼를 들고 뒤엉켜 싸우는 장면은 설국열차 안의 처절한 정서를 극대화한다.

또 열차의 1인자인 '윌포드'(에드 해리스)가 등장하는 클라이맥스 부분은 예상치 못한 반전의 드라마로 보는 사람을 빨아들인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자 주제와 메시지를 분명하게 함축하고 있는 부분이다.

다만,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때문에 높은 기대치를 가진 관객에게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괴물'에서 맛봤던 그 숨막히는 긴장감과 생생한 캐릭터들의 향연이 이번 영화에서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열차라는 좁은 공간이 주는 답답함도 극복되지 못한 느낌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개성 있게 담아낸 봉 감독이 할리우드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낸, 보다 보편성을 담은 이 영화가 세계 관객들의 얼마나 마음을 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월 1일 개봉.

상영시간 125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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