뎅기열 등 열대 감염병,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입력 2013.07.28 (09:04) 수정 2013.07.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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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기열, 황열, 웨스트나일열 등 이름도 생소한 곤충 매개 감염병들이 한반도까지 위협하고 있다.

원래 이들 감염병은 주로 열대·아열대에서 흔하지만, 다른 나라와의 교류가 늘면서 항만·공항을 통해 유행 지역 매개 곤충이 끊임없이 유입될 뿐 아니라 기후변화(온난화) 때문에 이들 매개 곤충이 우리나라에 토착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근화 제주의대 교수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기후변화·세계화가 모기 매개체에 미치는 영향' 논문은 이처럼 우리나라가 더 이상 뎅기열 등 열대 감염병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진이 2010~2011년 제주지역에서 감염병 매개 모기를 채집해 분석해 보니, 유전자 염기서열이 베트남 서식 흰줄숲모기와 똑같은 흰줄숲모기가 발견됐다. 이번에 발견된 모기는 한국 남부에서 자생하는 종류와는 유전자 계통분류상 다른 것으로, 베트남의 흰줄숲모기가 공항이나 항구를 통해 제주에 들어와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완전 토착화 여부는 추가 연구를 통해 밝혀야할 부분이지만, 일단 질병 매개체가 외부로부터 유입돼 자리를 잡으면 해당 감염병도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때문에 경계를 늦추지 말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본부(CDC) 자료에 따르면 1985년 미국 휴스턴에서 처음 발견된 뒤 26개주로 빠르게 퍼져나간 흰줄숲모기의 최초 유입 통로는 일본 국적의 폐타이어를 실은 배였다.

역시 모기가 옮기는 사람·동물 공통전염병 웨스트나일열의 경우, 1999년 뉴욕시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조류·사람 감염 등을 통해 미국 전역 뿐 아니라 캐나다·멕시코·중앙아메리카 등으로 확산했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웨스트나일열 환자는 4천700명(지난해 10월 기준)을 넘었고, 이 가운데 219명이 목숨을 잃었다.

더구나 전 지구적 온난화가 매개체를 통한 감염병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

앞서 2008년 세계 건강의 날 행사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마가렛 첸 박사는 "기온과 강수의 변화로 감염성 질환을 전파하는 매개체 곤충(주로 모기)의 지역적 분포가 바뀌어 뎅기열·말라리아 등에 대해 공중 보건학적으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는 21세기말 지구 평균 기온가 지금보다 최대 6.4도 오르고, 해수면도 59cm나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당국도 국내 기후 변화, 세계화 등의 요인에 주목하고 열대성 매개체 감염병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 41년동안(1970~2012년) 제주도의 기온이 평균 1.7℃ 높아져 이미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등 한반도가 계속 더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모기의 국내 서식기간과 서식지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웨스트나일열 환자 유입이 확인되자 '토착화'를 우려하며 "상시 모기 개체검사의 채집 개체 수를 늘려 바이러스 매개체인 빨간집모기와 금빛숲모기 등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근화 교수는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대응, 열대·아열대 감염병 매개체를 체계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국민 건강 보호 차원에서 열대성 감염병을 전문적으로 연구·조사하고 대유행을 예측할 수 있는 '아열대 질환 감시센터(가칭)'를 세우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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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뎅기열 등 열대 감염병,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 입력 2013-07-28 09:04:28
    • 수정2013-07-28 15:00:15
    연합뉴스
뎅기열, 황열, 웨스트나일열 등 이름도 생소한 곤충 매개 감염병들이 한반도까지 위협하고 있다.

원래 이들 감염병은 주로 열대·아열대에서 흔하지만, 다른 나라와의 교류가 늘면서 항만·공항을 통해 유행 지역 매개 곤충이 끊임없이 유입될 뿐 아니라 기후변화(온난화) 때문에 이들 매개 곤충이 우리나라에 토착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근화 제주의대 교수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기후변화·세계화가 모기 매개체에 미치는 영향' 논문은 이처럼 우리나라가 더 이상 뎅기열 등 열대 감염병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진이 2010~2011년 제주지역에서 감염병 매개 모기를 채집해 분석해 보니, 유전자 염기서열이 베트남 서식 흰줄숲모기와 똑같은 흰줄숲모기가 발견됐다. 이번에 발견된 모기는 한국 남부에서 자생하는 종류와는 유전자 계통분류상 다른 것으로, 베트남의 흰줄숲모기가 공항이나 항구를 통해 제주에 들어와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완전 토착화 여부는 추가 연구를 통해 밝혀야할 부분이지만, 일단 질병 매개체가 외부로부터 유입돼 자리를 잡으면 해당 감염병도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때문에 경계를 늦추지 말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본부(CDC) 자료에 따르면 1985년 미국 휴스턴에서 처음 발견된 뒤 26개주로 빠르게 퍼져나간 흰줄숲모기의 최초 유입 통로는 일본 국적의 폐타이어를 실은 배였다.

역시 모기가 옮기는 사람·동물 공통전염병 웨스트나일열의 경우, 1999년 뉴욕시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조류·사람 감염 등을 통해 미국 전역 뿐 아니라 캐나다·멕시코·중앙아메리카 등으로 확산했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웨스트나일열 환자는 4천700명(지난해 10월 기준)을 넘었고, 이 가운데 219명이 목숨을 잃었다.

더구나 전 지구적 온난화가 매개체를 통한 감염병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

앞서 2008년 세계 건강의 날 행사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마가렛 첸 박사는 "기온과 강수의 변화로 감염성 질환을 전파하는 매개체 곤충(주로 모기)의 지역적 분포가 바뀌어 뎅기열·말라리아 등에 대해 공중 보건학적으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는 21세기말 지구 평균 기온가 지금보다 최대 6.4도 오르고, 해수면도 59cm나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당국도 국내 기후 변화, 세계화 등의 요인에 주목하고 열대성 매개체 감염병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 41년동안(1970~2012년) 제주도의 기온이 평균 1.7℃ 높아져 이미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등 한반도가 계속 더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모기의 국내 서식기간과 서식지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웨스트나일열 환자 유입이 확인되자 '토착화'를 우려하며 "상시 모기 개체검사의 채집 개체 수를 늘려 바이러스 매개체인 빨간집모기와 금빛숲모기 등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근화 교수는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대응, 열대·아열대 감염병 매개체를 체계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국민 건강 보호 차원에서 열대성 감염병을 전문적으로 연구·조사하고 대유행을 예측할 수 있는 '아열대 질환 감시센터(가칭)'를 세우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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