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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함 놓았어도 난 지구서 가장 행복한 사람”
입력 2013.07.28 (14:14) 수정 2013.07.28 (15:16) 연합뉴스
제10회 대관령음악제의 두 번째 저명연주가시리즈 무대가 열린 지난 26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

마지막 순서로 무대 위에 선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관객은 기립으로 그녀의 연주에 화답했다.

나이 예순다섯. 공기를 베어버릴 듯한 예리함과 관중을 압도하는 강렬한 사운드로 '동양의 마녀', '아시아의 암호랑이'로 불리던 전성기 시절 때와 요즘 연주가 똑같을 수는 없다. 2005년 갑작스러운 손가락 부상으로 5년 동안 활을 놓기도 했다.

대신 요즘 연주에서는 여유와 너그러움 같은 것이 생겼다. 그는 부상에서 회복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된 것을 '기적'이라 부른다.

지난 27일 만난 그는 "그냥 행복한 정도가 아니라, 이 지구 위에 선 인간 중 나처럼 행복한 사람을 한 손에 꼽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무엇이 그리 행복한가요.

▲ 제가 바이올린을 6살 때 시작했으니까 한 60년 연주해온 거네요. 그런데 지금도 눈을 딱 뜨면 내가 하는 일이 너무도 기쁘고 감사해요.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 헌신이 어디에 그냥 저장된 게 아니고 매일 이 안에서 살아 숨 쉽니다. 정말 신비스럽고 행복하죠.

-- 어제 연주 소감은 어떤가요.

▲ 물론 몸은 떨어진 게 맞죠. 나이가 들다 보니 반사신경도 느려지고, 힘도 모자란 게 사실입니다. 사실 어제 연주도 스스로 만족스럽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 이 몸으로 예전과 같은 연주를 하려 한다면, 그게 바보죠. 대신 다른 모든 것을 감쌀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 어떻게 그런 여유가 가능해졌나요.

▲ 욕심을 다 버렸거든요. 누구보다 지독스럽게 많은 욕심이 있지만 그건 하늘의 영역에 달린 것들이고,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욕심은 거의 다 내려놓은 것 같아요.

-- 너그러워졌다고 하지만, 온종일 연습시간이 잡혀 있던걸요.

▲ 연습으로 모든 걸 해소하는 사람이니까요. 난 공장에서 착착 나오는 기성복 같은 사람이 못 됩니다. 옛날 어머니들이 풀을 먹이고, 다듬이질을 하고, 기가 막히게 손질을 해야만 하는 명주 저고리 쪽이죠. 원하는 색채에 도달하려면 난 어쩔 수 없어요. 죽을 때까지 이런 식으로 계속 연습할 수밖에 없어요.

그는 전날 늦게 공연을 마치고서도 오전 9시 연습실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정경화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의 연습실 303호는 연습시간이 '종일'로 표기돼 있다. 정경화가 언제든 호흡을 맞춰볼 수 있도록 요청한 사항이다.

--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으로 부임하고 벌써 세번째 축제네요.

▲ 마음이 정말 흐뭇해요. 떠오르는 신예들과 원숙한 노장들이 한 무대에서 만나는 게 우리 축제의 특징 중 하나죠.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하는 꼬맹이들의 재주도 얼마나 기막힌데요. 거장들이 미래 세대에 소리를 심어주는 거죠. 약보다 주사를 맞는 게 더 효과적이듯, 음반을 백번 듣는 것보다 실연 한 번이 더 도움되기도 하죠. 미래의 연주자들에겐 자극을, 관중에겐 다양한 작품을 선사하려 합니다. 그동안 받았
던 많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사회에 돌려주는 것 같아요.

-- 이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 정트리오 연주 계획을 묻는 사람이 많지만, 지금으로서는 동생(정명훈)이 너무 바빠서 어려워요. 기적적으로 다시 바이올린을 켤 수 있게 됐으니까 무반주 바이올린 연주를 우선입니다. 또 평생 피아니스트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케빈 케너와는 너무도 잘 맞거든요. 그와 함께 레퍼토리를 확장해나가는 작업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11월 8일 그와 함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도 열기로 했어요. 계속 관
객과 음악을 나누며 살 겁니다.
  • “완벽함 놓았어도 난 지구서 가장 행복한 사람”
    • 입력 2013-07-28 14:14:28
    • 수정2013-07-28 15:16:00
    연합뉴스
제10회 대관령음악제의 두 번째 저명연주가시리즈 무대가 열린 지난 26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

마지막 순서로 무대 위에 선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관객은 기립으로 그녀의 연주에 화답했다.

나이 예순다섯. 공기를 베어버릴 듯한 예리함과 관중을 압도하는 강렬한 사운드로 '동양의 마녀', '아시아의 암호랑이'로 불리던 전성기 시절 때와 요즘 연주가 똑같을 수는 없다. 2005년 갑작스러운 손가락 부상으로 5년 동안 활을 놓기도 했다.

대신 요즘 연주에서는 여유와 너그러움 같은 것이 생겼다. 그는 부상에서 회복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된 것을 '기적'이라 부른다.

지난 27일 만난 그는 "그냥 행복한 정도가 아니라, 이 지구 위에 선 인간 중 나처럼 행복한 사람을 한 손에 꼽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무엇이 그리 행복한가요.

▲ 제가 바이올린을 6살 때 시작했으니까 한 60년 연주해온 거네요. 그런데 지금도 눈을 딱 뜨면 내가 하는 일이 너무도 기쁘고 감사해요.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 헌신이 어디에 그냥 저장된 게 아니고 매일 이 안에서 살아 숨 쉽니다. 정말 신비스럽고 행복하죠.

-- 어제 연주 소감은 어떤가요.

▲ 물론 몸은 떨어진 게 맞죠. 나이가 들다 보니 반사신경도 느려지고, 힘도 모자란 게 사실입니다. 사실 어제 연주도 스스로 만족스럽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 이 몸으로 예전과 같은 연주를 하려 한다면, 그게 바보죠. 대신 다른 모든 것을 감쌀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 어떻게 그런 여유가 가능해졌나요.

▲ 욕심을 다 버렸거든요. 누구보다 지독스럽게 많은 욕심이 있지만 그건 하늘의 영역에 달린 것들이고,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욕심은 거의 다 내려놓은 것 같아요.

-- 너그러워졌다고 하지만, 온종일 연습시간이 잡혀 있던걸요.

▲ 연습으로 모든 걸 해소하는 사람이니까요. 난 공장에서 착착 나오는 기성복 같은 사람이 못 됩니다. 옛날 어머니들이 풀을 먹이고, 다듬이질을 하고, 기가 막히게 손질을 해야만 하는 명주 저고리 쪽이죠. 원하는 색채에 도달하려면 난 어쩔 수 없어요. 죽을 때까지 이런 식으로 계속 연습할 수밖에 없어요.

그는 전날 늦게 공연을 마치고서도 오전 9시 연습실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정경화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의 연습실 303호는 연습시간이 '종일'로 표기돼 있다. 정경화가 언제든 호흡을 맞춰볼 수 있도록 요청한 사항이다.

--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으로 부임하고 벌써 세번째 축제네요.

▲ 마음이 정말 흐뭇해요. 떠오르는 신예들과 원숙한 노장들이 한 무대에서 만나는 게 우리 축제의 특징 중 하나죠.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하는 꼬맹이들의 재주도 얼마나 기막힌데요. 거장들이 미래 세대에 소리를 심어주는 거죠. 약보다 주사를 맞는 게 더 효과적이듯, 음반을 백번 듣는 것보다 실연 한 번이 더 도움되기도 하죠. 미래의 연주자들에겐 자극을, 관중에겐 다양한 작품을 선사하려 합니다. 그동안 받았
던 많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사회에 돌려주는 것 같아요.

-- 이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 정트리오 연주 계획을 묻는 사람이 많지만, 지금으로서는 동생(정명훈)이 너무 바빠서 어려워요. 기적적으로 다시 바이올린을 켤 수 있게 됐으니까 무반주 바이올린 연주를 우선입니다. 또 평생 피아니스트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케빈 케너와는 너무도 잘 맞거든요. 그와 함께 레퍼토리를 확장해나가는 작업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11월 8일 그와 함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도 열기로 했어요. 계속 관
객과 음악을 나누며 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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