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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들’ 남녀노소 다 좋아할 줄 몰랐죠”
입력 2013.07.28 (14:14) 수정 2013.07.28 (15:16) 연합뉴스
"젊은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관객층이 다양할지 몰랐어요. 무대 인사 다니다 보니까 노부부나 가족 관객이 많더라고요. 감사할 따름이죠."

영화 '감시자들'이 27일 누적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며칠 전 논현동에 있는 제작사 '영화사 집' 사무실에서 만난 조의석(37)·김병서(35) 감독은 "이렇게 흥행할지는 몰랐다"며 "얼떨떨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특이하게도 이 영화를 공동 연출했다.

원작인 홍콩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를 처음 본 사람은 김병서 감독이었고 절친한 조의석 감독에게 리메이크 아이디어를 냈다. 다른 영화를 준비하고 있던 조 감독은 함께 일하던 '영화사 집' 이유진 대표에게 얘기했고 이 대표가 즉시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했다.

그동안 촬영감독으로 '위험한 관계' '푸른소금' '김씨표류기' '호우시절' 등 10여 편의 영화를 했던 김 감독은 직접 연출에 데뷔하고 싶어하던 참이었다. 기회를 주자는 이유진 대표의 결정으로 두 사람의 공동 연출이 이뤄질 수 있었다. 시나리오는 조의석 감독이 각색했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 영화계에서도 형제가 영화를 같이 만드는 경우는 많지만, 피 한 방울 안 섞인 두 사람이 만나 공동 연출을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빠른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영화 현장에서 두 사람이 마음을 맞추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두 감독은 "우리도 많이 싸웠다"며 웃었다. 하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촬영 전공 선후배로 만나 15년 넘게 키워온 우정과 신뢰는 형제 이상으로 단단했다.

"현장에서 제가 모니터를 지키고 전체를 끌고 가는 역할을 맡았지만, 김 감독이 더 깊숙이 파고드는 부분이 있었어요. 적당히 넘어가려고 할 때마다 한 번씩 잡아줬죠. 현실과 타협하려 할 때마다 옆에서 채찍질을 해주니까 더 긴장하며 좋은 컷을 뽑아낼 수 있었죠."(조의석)

"저는 연출이 처음이지만, 형(조 감독)은 장편 연출을 두 번이나 했기 때문에 한정된 예산과 시간 안에서 빠른 결정을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했죠. 제가 더 나은 것을 원하며 고집을 부려도 형이 선택과 집중을 할 줄 알았기 때문에 영화가 빨리 완성될 수 있었어요."(김병서)

두 사람은 서로 장점을 칭찬하고 본인의 단점을 꼬집으며 웃었다.

"매일 매일 얘기하며 서로 토닥거리고 그날 성취가 잘 안 된 부분은 앞으로 어디서 채워야 할지 의논했다"며 "촬영이 힘들었지만, 늘 외롭지 않은 느낌었다"고 입을 모았다.

원작은 조니 토(杜琪峰·두기봉) 감독이 제작하고 그의 작품 시나리오를 여러 편 써온 야우나이회이(游乃海·유내해) 감독이 2007년 연출했다. 감시반에 들어온 신참 여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 구조는 '감시자들'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액션 스케일이 훨씬 더 큰 결말을 비롯해 감시 과정이 훨씬 더 섬세하고 짜임새 있게 묘사된 점이나 감시반원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그려진 점 등은 '감시자들'이 원작보다 뛰어나다.

"홍콩과 서울은 도시 자체가 다르고 밀도 차이가 있으니까 우리 영화의 규모도 더 넓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액션 규모도 커져야 하고 서울이란 큰 도시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었죠. 그래서 처음부터 아예 서울시 전도를 사다가 붙여놓고 시나리오를 썼어요. 또 원작에서는 감시반 캐릭터들이 목표를 위해 도구화되어 있는데, 각 캐릭터를 조금 더 명확하게 만들어서 팀플레이를 살리고 싶었죠."(조의석)

"원작에선 감시라는 상황이 그렇게 디테일하게 묘사돼 있지 않거든요. 우리는 디테일을 살리고 싶었습니다."(김병서)

김 감독은 촬영감독 출신답게 직접 카메라를 들고 '핸드 헬드' 기법으로 감시 현장을 전부 찍었다. 고정된 스테디캠 촬영과 동시에 이뤄진 핸드 헬드 촬영분을 나중에 효과적으로 편집해 긴장감 넘치는 감시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스테디캠은 전체 상황을 보여주는 숏을 찍었고 그 안에 파고들어 감정이나 역동성을 보여준 건 헨드헬드였죠. 스테디캠의 유려한 움직임과 헨드헬드의 거친 느낌이 충돌하니까 그 충돌이 주는 에너지가 살아났어요. 한쪽이 메인으로 찍으면 다른 한쪽은 도둑촬영처럼 뒤에서 찍었는데, 이게 뒤섞여 묘한 시선의 긴장감 같은 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감시라는 행위의 은밀함을 잘 살려낸 것도 장르영화로서의 쾌감을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여러 사람의 시선이 겹겹이 중첩된 점을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경찰이 도둑을 잡지는 못하고 쫓아야만 하는 이야기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설정이 됐어요. '제임스'(정우성 분)가 옥상에서 내려다보니까 주변이 뚫려 있잖아요. 보통 영화에서 범죄자는 숨어 있고 가려져 있는데, 반대로 열린 공간에서 관조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오히려 그를 잡아야 하는 경찰 감시반은 존재를 숨기고 가려지도록 시선을 역으로 쌓아준 게 재미있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언론과 평단에서도 '웰메이드 상업영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또 북미 최고 권위의 영화제인 토론토국제영화제 공식 부문에 한국영화로는 세 번째로 초청됐다. 원작 판권을 판 홍콩 회사가 '감시자들'의 배급 판권을 다시 사가는 일까지 있었다.

조의석 감독은 '일단 뛰어'(2002)로 스물여섯 살에 일찍 데뷔했지만, 두 번째 작품 '조용한 세상'(2006)까지 잇달아 흥행에서 쓴맛을 봤다. 김병서 감독 역시 2003년 영화계에 발을 들여 촬영감독으로 10년간 일했지만, 흥행과는 인연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10년 동안 꿈꿔왔던 일이 한꺼번에 이뤄진 것 같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저희를 믿어준 이유진 대표와 배우들, 스태프에게 고맙다"며 조 감독은 김 감독에게, 김 감독은 조 감독에게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수줍게 인사했다.
  • “‘감시자들’ 남녀노소 다 좋아할 줄 몰랐죠”
    • 입력 2013-07-28 14:14:28
    • 수정2013-07-28 15:16:00
    연합뉴스
"젊은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관객층이 다양할지 몰랐어요. 무대 인사 다니다 보니까 노부부나 가족 관객이 많더라고요. 감사할 따름이죠."

영화 '감시자들'이 27일 누적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며칠 전 논현동에 있는 제작사 '영화사 집' 사무실에서 만난 조의석(37)·김병서(35) 감독은 "이렇게 흥행할지는 몰랐다"며 "얼떨떨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특이하게도 이 영화를 공동 연출했다.

원작인 홍콩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를 처음 본 사람은 김병서 감독이었고 절친한 조의석 감독에게 리메이크 아이디어를 냈다. 다른 영화를 준비하고 있던 조 감독은 함께 일하던 '영화사 집' 이유진 대표에게 얘기했고 이 대표가 즉시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했다.

그동안 촬영감독으로 '위험한 관계' '푸른소금' '김씨표류기' '호우시절' 등 10여 편의 영화를 했던 김 감독은 직접 연출에 데뷔하고 싶어하던 참이었다. 기회를 주자는 이유진 대표의 결정으로 두 사람의 공동 연출이 이뤄질 수 있었다. 시나리오는 조의석 감독이 각색했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 영화계에서도 형제가 영화를 같이 만드는 경우는 많지만, 피 한 방울 안 섞인 두 사람이 만나 공동 연출을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빠른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영화 현장에서 두 사람이 마음을 맞추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두 감독은 "우리도 많이 싸웠다"며 웃었다. 하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촬영 전공 선후배로 만나 15년 넘게 키워온 우정과 신뢰는 형제 이상으로 단단했다.

"현장에서 제가 모니터를 지키고 전체를 끌고 가는 역할을 맡았지만, 김 감독이 더 깊숙이 파고드는 부분이 있었어요. 적당히 넘어가려고 할 때마다 한 번씩 잡아줬죠. 현실과 타협하려 할 때마다 옆에서 채찍질을 해주니까 더 긴장하며 좋은 컷을 뽑아낼 수 있었죠."(조의석)

"저는 연출이 처음이지만, 형(조 감독)은 장편 연출을 두 번이나 했기 때문에 한정된 예산과 시간 안에서 빠른 결정을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했죠. 제가 더 나은 것을 원하며 고집을 부려도 형이 선택과 집중을 할 줄 알았기 때문에 영화가 빨리 완성될 수 있었어요."(김병서)

두 사람은 서로 장점을 칭찬하고 본인의 단점을 꼬집으며 웃었다.

"매일 매일 얘기하며 서로 토닥거리고 그날 성취가 잘 안 된 부분은 앞으로 어디서 채워야 할지 의논했다"며 "촬영이 힘들었지만, 늘 외롭지 않은 느낌었다"고 입을 모았다.

원작은 조니 토(杜琪峰·두기봉) 감독이 제작하고 그의 작품 시나리오를 여러 편 써온 야우나이회이(游乃海·유내해) 감독이 2007년 연출했다. 감시반에 들어온 신참 여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 구조는 '감시자들'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액션 스케일이 훨씬 더 큰 결말을 비롯해 감시 과정이 훨씬 더 섬세하고 짜임새 있게 묘사된 점이나 감시반원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그려진 점 등은 '감시자들'이 원작보다 뛰어나다.

"홍콩과 서울은 도시 자체가 다르고 밀도 차이가 있으니까 우리 영화의 규모도 더 넓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액션 규모도 커져야 하고 서울이란 큰 도시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었죠. 그래서 처음부터 아예 서울시 전도를 사다가 붙여놓고 시나리오를 썼어요. 또 원작에서는 감시반 캐릭터들이 목표를 위해 도구화되어 있는데, 각 캐릭터를 조금 더 명확하게 만들어서 팀플레이를 살리고 싶었죠."(조의석)

"원작에선 감시라는 상황이 그렇게 디테일하게 묘사돼 있지 않거든요. 우리는 디테일을 살리고 싶었습니다."(김병서)

김 감독은 촬영감독 출신답게 직접 카메라를 들고 '핸드 헬드' 기법으로 감시 현장을 전부 찍었다. 고정된 스테디캠 촬영과 동시에 이뤄진 핸드 헬드 촬영분을 나중에 효과적으로 편집해 긴장감 넘치는 감시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스테디캠은 전체 상황을 보여주는 숏을 찍었고 그 안에 파고들어 감정이나 역동성을 보여준 건 헨드헬드였죠. 스테디캠의 유려한 움직임과 헨드헬드의 거친 느낌이 충돌하니까 그 충돌이 주는 에너지가 살아났어요. 한쪽이 메인으로 찍으면 다른 한쪽은 도둑촬영처럼 뒤에서 찍었는데, 이게 뒤섞여 묘한 시선의 긴장감 같은 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감시라는 행위의 은밀함을 잘 살려낸 것도 장르영화로서의 쾌감을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여러 사람의 시선이 겹겹이 중첩된 점을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경찰이 도둑을 잡지는 못하고 쫓아야만 하는 이야기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설정이 됐어요. '제임스'(정우성 분)가 옥상에서 내려다보니까 주변이 뚫려 있잖아요. 보통 영화에서 범죄자는 숨어 있고 가려져 있는데, 반대로 열린 공간에서 관조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오히려 그를 잡아야 하는 경찰 감시반은 존재를 숨기고 가려지도록 시선을 역으로 쌓아준 게 재미있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언론과 평단에서도 '웰메이드 상업영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또 북미 최고 권위의 영화제인 토론토국제영화제 공식 부문에 한국영화로는 세 번째로 초청됐다. 원작 판권을 판 홍콩 회사가 '감시자들'의 배급 판권을 다시 사가는 일까지 있었다.

조의석 감독은 '일단 뛰어'(2002)로 스물여섯 살에 일찍 데뷔했지만, 두 번째 작품 '조용한 세상'(2006)까지 잇달아 흥행에서 쓴맛을 봤다. 김병서 감독 역시 2003년 영화계에 발을 들여 촬영감독으로 10년간 일했지만, 흥행과는 인연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10년 동안 꿈꿔왔던 일이 한꺼번에 이뤄진 것 같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저희를 믿어준 이유진 대표와 배우들, 스태프에게 고맙다"며 조 감독은 김 감독에게, 김 감독은 조 감독에게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수줍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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