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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틸다 스윈턴 “광대 같은 독재자 연기”
입력 2013.07.30 (13:34) 수정 2013.07.30 (13:43) 연합뉴스
봉준호 영화 '설국열차'서 메이슨 총리 역.."'설국열차'는 걸작"


"야만적인 독재자일수록 웃기는 광대처럼, 미치광이처럼 보입니다. 나는 '설국열차'에서 그런 광대 같은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영국 출신 배우 틸다 스윈턴(53)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서 자신이 보여준 '메이슨 총리' 연기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며 "봉준호 감독이 내 안의 광대 기질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영화 개봉(31일)을 앞두고 내한한 그는 30일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설국열차' 출연 소감과 봉준호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 등에 대해 얘기했다.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같은 상업영화와 데릭 저먼, 벨라 타르 같은 작가주의 감독의 예술영화를 넘나들며 팔색조 연기를 선보인 그는 '마이클 클레이튼'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명배우다.

최근 2년간 국내 개봉작 '아이 엠 러브' '케빈에 대하여' '문라이즈 킹덤' 등 예술영화로 국내에도 두터운 마니아팬을 보유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과는 어떤 영화든 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하는 그는 '설국열차'에서 열차 안 계급의 질서를 유지하는 '메이슨 총리' 역할을 맡아 들창코와 틀니, 노인 분장으로 완벽하게 변신,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나는 늘 마지막 영화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문답.

--'설국열차'의 완성본을 본 소감이 어떤가.

▲엊그저께 서울에 와서 봤다. 분명히 걸작(absolutely masterpiece)이다. 내가 원래 기대치가 엄청 높은데, '설국열차'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우리 딸이 같이 보고 나서 '언제 또 볼 수 있느냐'고 물어봤을 정도다.


--'설국열차'의 시나리오에서 가장 마음을 끈 점은 어떤 부분인가.

▲봉준호 감독이라면 어떤 작품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달인들끼리는 서로 알아보지 않나. 부산영화제(2009년)에서 만났을 때 전화번호만 주면 무슨 역할이든 하겠다고 말했었고 2년 뒤 칸에서 다시 만났다. '설국열차'의 이야기는 기차의 알레고리와 분위기가 먼저 압도적이었다. 영화 자체가 '노아의 방주' 같은 하나의 우화이다. 시나리오를 보고 나니 봉 감독이 왜 서점에서 원작을 처음 봤을 때 한 번에 다 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를 찍고 나서 늘 은퇴 얘기를 하는데, '설국열차'와 짐 자무시 감독의 신작 '온리 러버스 레프트 얼라이브(Only Lovers Left Alive)'까지 찍었다. 정말 은퇴할 건가.

▲영화를 찍을 때마다 마지막이라고 말해왔는데, 봉 감독이라면 다시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자무시와도 7년 동안 얘기해서 찍은 결과물이다. 두 사람이 배우로서 날 다시 살아나게(revive) 한 느낌이 있다. 두 영화 모두 세계의 끝을 보여주는데, 오히려 멸망한다니까 내가 다시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다.


--평소엔 지성적인 연기를 보여준 느낌이었는데, '메이슨 총리' 연기는 야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스스로를 어떤 배우로 생각하나.

▲메이슨은 지성이나 야성으로 묘사하기보다는 '광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내 안에 광대 기질이 있다. 연기를 할 때나 평소 생활에서나 존재하는 부분인데, 이번에 봉 감독이 내 안에 있는 광대 기질을 끌어내줬다. 두 갈래로 나를 표현하라면 예술인 모델이면서 광대라고 말하고 싶다.


--메이슨 연기를 어떻게 구상했나.

▲처음 봉 감독이 제안할 때는 정신이 온건한 남자 역할이었는데, 내가 맡게 된 다음에도 대본에서 끝까지 남자라는 표현을 바꾸지 않았다. 봉 감독이 스코틀랜드에 있는 우리 집에 왔을 때 들창코 분장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더니 그 역시 좋아했다. 생선 파이를 오븐에 넣어놓고 캐릭터에 대해 얘기했는데, 파이가 다 됐을 때 내 안에 메이슨이란 인물이 창조됐다. 2시간 만에 뚝딱 만들었다.


--메이슨을 어떻게 해석했나.

▲지도자라고 하면 우리는 전통적으로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찾으려고 하는데, 난 그런 데 관심 없다. 늘 지도자를 볼 때 저런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떤 가면을 쓰고 있을까 궁금했다. 자기 스스로 만든 메달을 걸고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장황한 몸짓으로 거들먹거리는데, 야만적일수록 더 미치광이 같은 광대의 모습을 보여주더라.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나 스탠리 큐브릭의 '스트레인지 러브'에서도 그런 모습이 드러나지 않나. 심지어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당선된 조시 부시 대통령이나 카다피 같은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그들이 부드럽고 인간적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데, 나는 그들이 얼마나 미치광이인지 보여주는 게 재미있었다.


--봉 감독의 전작 중에는 어떤 것을 좋아하나.

▲첫 작품('플란다스의 개') 빼고는 다 봤고 다 좋아한다. 스코틀랜드에 있는 우리 집에 개가 네 마리 있고 가족들도 다 개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봉 감독을 초대했을 때 첫 영화를 보여달라고 강아지처럼 졸라댔는데, 봉 감독이 "강아지 도착증을 갖고 있는 당신들에게 못 보여주겠다"고 했다.(웃음)


--최근 뉴욕현대미술관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도 화제가 됐는데.

▲이 공연은 1995년 내가 임신 중일 때 런던에서 처음 했고 다음해인 1996년 로마에서도 했다. 난 이 공연을 90세가 될 때까지 계속 할 생각이다. 내가 임신했을 때 특히 그 공연을 하고 싶었던 건 두 인물이 내 안에 내재했을 때 멋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 공연이 중요했던 건 내 명상의 결과물이었다는 점이다. 주로 죽음을 애도하는 뜻을 지니고 있었다. 데릭 저먼 같은 내 곁의 소중한 친구들을 잃었고 지난해에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들을 잃은 슬픔을 표현하고 싶었다.
  • ‘설국열차’ 틸다 스윈턴 “광대 같은 독재자 연기”
    • 입력 2013-07-30 13:34:02
    • 수정2013-07-30 13:43:29
    연합뉴스
봉준호 영화 '설국열차'서 메이슨 총리 역.."'설국열차'는 걸작"


"야만적인 독재자일수록 웃기는 광대처럼, 미치광이처럼 보입니다. 나는 '설국열차'에서 그런 광대 같은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영국 출신 배우 틸다 스윈턴(53)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서 자신이 보여준 '메이슨 총리' 연기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며 "봉준호 감독이 내 안의 광대 기질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영화 개봉(31일)을 앞두고 내한한 그는 30일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설국열차' 출연 소감과 봉준호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 등에 대해 얘기했다.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같은 상업영화와 데릭 저먼, 벨라 타르 같은 작가주의 감독의 예술영화를 넘나들며 팔색조 연기를 선보인 그는 '마이클 클레이튼'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명배우다.

최근 2년간 국내 개봉작 '아이 엠 러브' '케빈에 대하여' '문라이즈 킹덤' 등 예술영화로 국내에도 두터운 마니아팬을 보유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과는 어떤 영화든 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하는 그는 '설국열차'에서 열차 안 계급의 질서를 유지하는 '메이슨 총리' 역할을 맡아 들창코와 틀니, 노인 분장으로 완벽하게 변신,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나는 늘 마지막 영화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문답.

--'설국열차'의 완성본을 본 소감이 어떤가.

▲엊그저께 서울에 와서 봤다. 분명히 걸작(absolutely masterpiece)이다. 내가 원래 기대치가 엄청 높은데, '설국열차'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우리 딸이 같이 보고 나서 '언제 또 볼 수 있느냐'고 물어봤을 정도다.


--'설국열차'의 시나리오에서 가장 마음을 끈 점은 어떤 부분인가.

▲봉준호 감독이라면 어떤 작품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달인들끼리는 서로 알아보지 않나. 부산영화제(2009년)에서 만났을 때 전화번호만 주면 무슨 역할이든 하겠다고 말했었고 2년 뒤 칸에서 다시 만났다. '설국열차'의 이야기는 기차의 알레고리와 분위기가 먼저 압도적이었다. 영화 자체가 '노아의 방주' 같은 하나의 우화이다. 시나리오를 보고 나니 봉 감독이 왜 서점에서 원작을 처음 봤을 때 한 번에 다 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를 찍고 나서 늘 은퇴 얘기를 하는데, '설국열차'와 짐 자무시 감독의 신작 '온리 러버스 레프트 얼라이브(Only Lovers Left Alive)'까지 찍었다. 정말 은퇴할 건가.

▲영화를 찍을 때마다 마지막이라고 말해왔는데, 봉 감독이라면 다시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자무시와도 7년 동안 얘기해서 찍은 결과물이다. 두 사람이 배우로서 날 다시 살아나게(revive) 한 느낌이 있다. 두 영화 모두 세계의 끝을 보여주는데, 오히려 멸망한다니까 내가 다시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다.


--평소엔 지성적인 연기를 보여준 느낌이었는데, '메이슨 총리' 연기는 야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스스로를 어떤 배우로 생각하나.

▲메이슨은 지성이나 야성으로 묘사하기보다는 '광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내 안에 광대 기질이 있다. 연기를 할 때나 평소 생활에서나 존재하는 부분인데, 이번에 봉 감독이 내 안에 있는 광대 기질을 끌어내줬다. 두 갈래로 나를 표현하라면 예술인 모델이면서 광대라고 말하고 싶다.


--메이슨 연기를 어떻게 구상했나.

▲처음 봉 감독이 제안할 때는 정신이 온건한 남자 역할이었는데, 내가 맡게 된 다음에도 대본에서 끝까지 남자라는 표현을 바꾸지 않았다. 봉 감독이 스코틀랜드에 있는 우리 집에 왔을 때 들창코 분장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더니 그 역시 좋아했다. 생선 파이를 오븐에 넣어놓고 캐릭터에 대해 얘기했는데, 파이가 다 됐을 때 내 안에 메이슨이란 인물이 창조됐다. 2시간 만에 뚝딱 만들었다.


--메이슨을 어떻게 해석했나.

▲지도자라고 하면 우리는 전통적으로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찾으려고 하는데, 난 그런 데 관심 없다. 늘 지도자를 볼 때 저런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떤 가면을 쓰고 있을까 궁금했다. 자기 스스로 만든 메달을 걸고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장황한 몸짓으로 거들먹거리는데, 야만적일수록 더 미치광이 같은 광대의 모습을 보여주더라.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나 스탠리 큐브릭의 '스트레인지 러브'에서도 그런 모습이 드러나지 않나. 심지어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당선된 조시 부시 대통령이나 카다피 같은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그들이 부드럽고 인간적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데, 나는 그들이 얼마나 미치광이인지 보여주는 게 재미있었다.


--봉 감독의 전작 중에는 어떤 것을 좋아하나.

▲첫 작품('플란다스의 개') 빼고는 다 봤고 다 좋아한다. 스코틀랜드에 있는 우리 집에 개가 네 마리 있고 가족들도 다 개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봉 감독을 초대했을 때 첫 영화를 보여달라고 강아지처럼 졸라댔는데, 봉 감독이 "강아지 도착증을 갖고 있는 당신들에게 못 보여주겠다"고 했다.(웃음)


--최근 뉴욕현대미술관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도 화제가 됐는데.

▲이 공연은 1995년 내가 임신 중일 때 런던에서 처음 했고 다음해인 1996년 로마에서도 했다. 난 이 공연을 90세가 될 때까지 계속 할 생각이다. 내가 임신했을 때 특히 그 공연을 하고 싶었던 건 두 인물이 내 안에 내재했을 때 멋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 공연이 중요했던 건 내 명상의 결과물이었다는 점이다. 주로 죽음을 애도하는 뜻을 지니고 있었다. 데릭 저먼 같은 내 곁의 소중한 친구들을 잃었고 지난해에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들을 잃은 슬픔을 표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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