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사라지는 ‘손글씨’

입력 2013.08.01 (00:10) 수정 2013.08.0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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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요즘 편지 써보신 적 있으십니까.

아니면 오늘 종이에 메모를 해보셨나요.

점점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은 줄어들고 있지요.

이제 손으로 쥐고 쓰는 펜의 자리를 스마트 기기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꾹꾹 눌러 쓴 글씨는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팽개치기에는 유익한 점이 많다고 하는군요.

국제부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김혜송 기자!

<질문> 생활 속에서 글씨 쓸 일이 정말 많이 줄어들었죠?

<답변>

네 컴퓨터와 각종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손으로 문서를 쓰거나 메모를 적는 일은 상당히 줄어들었죠.

CNN 인터넷 판에서는 손글씨와 관련해서 영국에서의 설문 조사 결과를 전했는데요.

응답자의 33%는 자신이 쓴 글씨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찬가지로 3분의 1은 최근 반년 동안 손글씨를 반드시 써야하는 일이 없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겠죠.

<질문> 필기하는 법을 배우고 가장 많이 쓰는 곳이 학교 아닙니까?

그런데 요즘은 어린이들도 학교에서 글씨 쓸 일이 점점 줄고 있다구요?

<답변>

네, IT의 발달로 학교 풍경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중인 미국의 교실을 볼까요.

학생들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태블릿 PC입니다.

공부 안하고 무슨 짓인가 싶어보입니다만 태블릿 PC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종이책 대신 텍스트를 읽는 데서 태블릿PC는 한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음악 시간에 피아노 치는 법을 배우고요,

체육 수업에서는 화면으로 자기 운동 자세를 확인하며 동작을 교정하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펜으로 글씨 쓰는 것을 학생들은 오히려 특별하게까지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터뷰> 샌디 베어포어(초등학교 교장) : "요즘 필기체를 하나의 기술로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자로서는 필기가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6%에 불과했던 디지털 교과서가 4년 후에는 40% 이상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이미 교과서의 4분의 1 이상이 전자책으로 보급됐을 만큼 상급학교로 갈수록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질문> 필기가 사라지는데 대해서는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나요?

<답변>

미국의 경우 45개 주에는 공립학교 공통수업기준에 '필기체 쓰기' 교육이 포함돼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필기'가 실종되는 것을 우려한 노스캐롤라이나주 의회는 최근 학교에서의 필기체 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인터뷰> 팻 헐리(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회의원) : "디지털 시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필기가 필요 없다고 한다면 이는 '쓸 수 없으면 읽을 수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손글씨를 의무적으로 가르치도록 한 주는 앨라배마 등 모두 6개 주입니다.

반면에 인디애나 주는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가 일상화됐다며 손글씨를 선택으로 전환하고 대신 키보드 타이핑을 필수로 정했습니다.

손글씨는 디지털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반론도 상당합니다.

<인터뷰> 제프리 리저(언어학 교수) : "타이핑을 해서 프린트 할 수 있는데, 왜 필기체로 글씨를 써야 합니까? 지금은 학생들이 스스로 읽고 컴퓨터 언어로 배우는 것을 추구하는 시대입니다."

<질문>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글씨를 계속 써야할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사실인데 왜 손으로 필기를 해야한다는 건가요?

<답변>

필기에는 기록이나 전달의 수단 외에 또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손을 쓰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들어보시지 않았나요?

키보드를 누를 때보다 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공부할 때 이해력이 향상되고 기억도 잘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잠시 영상을 함께 보실까요.

왼쪽은 키보드를 치는 어린이의 뇌입니다.

그런데 오른쪽의 손으로 글씨를 쓰는 어린이의 뇌에서 밝은 부분이 더 많이 보이죠?

활성화된 부분입니다.

손으로 글씨를 쓰면 종이와 펜의 촉감을 느끼며 손가락을 움직이게 되는데 이런 활동이 뇌세포 사이의 연결부분에 활력을 준다는 것입니다.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 연구팀은 "글씨를 직접 쓰면 키보드로 입력할 때 보다 뇌 발달과 기억력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인터뷰> 카린 할만 제임스(미국 인디애나주립대교수) : "소근육운동(fine motor skills)이 인지 발달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여러 연구가 있습니다. (키보드로 입력하고) 출력하는 것은 이와 다른 결과를 낳는 것 같습니다."

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문 시험 결과 손글씨가 키보드를 사용할 때 보다 표현력이 풍부했고 속도도 빨랐다고 합니다.

<질문> 그러고 보니까, 예전에는 글씨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었죠.

<답변>

필체 전문가들은 글씨체로 성격도 어느정도 진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영국의 신문 데일리메일은 미국의 대형 필기구 회사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필체별 성격 특징을 전했는데요.

서명을 하나 예로 들어볼까요.

두가지 서명 모두 '존 행콕'이라는 같은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또박또박 쓰는 사람은 자기 확신이 강하다고 합니다.

반면에 알아보기 어렵게 서명한 사람은 매우 개인적인 성향이라고 하는군요.

이 밖에도 글자가 큰 사람은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하고 글자를 작게 쓰면 다소 내성적이고 세심하다고 합니다.

글자를 둥글게 쓰면 창의적이고 예술적이고, 형태가 뾰족한 사람은 공격적이고 호기심이 많다고 합니다.

글자를 이어 쓰면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금도 프랑스의 다소 보수적인 기업 가운데는 필체를 전형 요소로 삼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런 필적을 통한 성격 판단도 이제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질문> 이렇게 장점이 많은 손글씨가 추억이 돼가는 것은 아쉽지만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답변>

키보드 입력과 더불어 필기가 갖는 잇점을 절충해보려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기는 합니다.

앞서 필기 교육을 의무화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도 일부 학교는 아이패드를 가지고 글씨 쓰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 기기 업계에서도 터치스크린의 필기 인식 기능을 더 발전시켜 손글씨의 장점을 수용하는, 절충적인 방법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인류의 위대한 발명이었던 종이와 펜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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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사라지는 ‘손글씨’
    • 입력 2013-08-01 07:32:25
    • 수정2013-08-01 08:24:36
    글로벌24
<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요즘 편지 써보신 적 있으십니까.

아니면 오늘 종이에 메모를 해보셨나요.

점점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은 줄어들고 있지요.

이제 손으로 쥐고 쓰는 펜의 자리를 스마트 기기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꾹꾹 눌러 쓴 글씨는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팽개치기에는 유익한 점이 많다고 하는군요.

국제부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김혜송 기자!

<질문> 생활 속에서 글씨 쓸 일이 정말 많이 줄어들었죠?

<답변>

네 컴퓨터와 각종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손으로 문서를 쓰거나 메모를 적는 일은 상당히 줄어들었죠.

CNN 인터넷 판에서는 손글씨와 관련해서 영국에서의 설문 조사 결과를 전했는데요.

응답자의 33%는 자신이 쓴 글씨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찬가지로 3분의 1은 최근 반년 동안 손글씨를 반드시 써야하는 일이 없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겠죠.

<질문> 필기하는 법을 배우고 가장 많이 쓰는 곳이 학교 아닙니까?

그런데 요즘은 어린이들도 학교에서 글씨 쓸 일이 점점 줄고 있다구요?

<답변>

네, IT의 발달로 학교 풍경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중인 미국의 교실을 볼까요.

학생들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태블릿 PC입니다.

공부 안하고 무슨 짓인가 싶어보입니다만 태블릿 PC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종이책 대신 텍스트를 읽는 데서 태블릿PC는 한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음악 시간에 피아노 치는 법을 배우고요,

체육 수업에서는 화면으로 자기 운동 자세를 확인하며 동작을 교정하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펜으로 글씨 쓰는 것을 학생들은 오히려 특별하게까지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터뷰> 샌디 베어포어(초등학교 교장) : "요즘 필기체를 하나의 기술로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자로서는 필기가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6%에 불과했던 디지털 교과서가 4년 후에는 40% 이상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이미 교과서의 4분의 1 이상이 전자책으로 보급됐을 만큼 상급학교로 갈수록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질문> 필기가 사라지는데 대해서는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나요?

<답변>

미국의 경우 45개 주에는 공립학교 공통수업기준에 '필기체 쓰기' 교육이 포함돼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필기'가 실종되는 것을 우려한 노스캐롤라이나주 의회는 최근 학교에서의 필기체 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인터뷰> 팻 헐리(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회의원) : "디지털 시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필기가 필요 없다고 한다면 이는 '쓸 수 없으면 읽을 수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손글씨를 의무적으로 가르치도록 한 주는 앨라배마 등 모두 6개 주입니다.

반면에 인디애나 주는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가 일상화됐다며 손글씨를 선택으로 전환하고 대신 키보드 타이핑을 필수로 정했습니다.

손글씨는 디지털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반론도 상당합니다.

<인터뷰> 제프리 리저(언어학 교수) : "타이핑을 해서 프린트 할 수 있는데, 왜 필기체로 글씨를 써야 합니까? 지금은 학생들이 스스로 읽고 컴퓨터 언어로 배우는 것을 추구하는 시대입니다."

<질문>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글씨를 계속 써야할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사실인데 왜 손으로 필기를 해야한다는 건가요?

<답변>

필기에는 기록이나 전달의 수단 외에 또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손을 쓰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들어보시지 않았나요?

키보드를 누를 때보다 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공부할 때 이해력이 향상되고 기억도 잘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잠시 영상을 함께 보실까요.

왼쪽은 키보드를 치는 어린이의 뇌입니다.

그런데 오른쪽의 손으로 글씨를 쓰는 어린이의 뇌에서 밝은 부분이 더 많이 보이죠?

활성화된 부분입니다.

손으로 글씨를 쓰면 종이와 펜의 촉감을 느끼며 손가락을 움직이게 되는데 이런 활동이 뇌세포 사이의 연결부분에 활력을 준다는 것입니다.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 연구팀은 "글씨를 직접 쓰면 키보드로 입력할 때 보다 뇌 발달과 기억력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인터뷰> 카린 할만 제임스(미국 인디애나주립대교수) : "소근육운동(fine motor skills)이 인지 발달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여러 연구가 있습니다. (키보드로 입력하고) 출력하는 것은 이와 다른 결과를 낳는 것 같습니다."

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문 시험 결과 손글씨가 키보드를 사용할 때 보다 표현력이 풍부했고 속도도 빨랐다고 합니다.

<질문> 그러고 보니까, 예전에는 글씨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었죠.

<답변>

필체 전문가들은 글씨체로 성격도 어느정도 진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영국의 신문 데일리메일은 미국의 대형 필기구 회사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필체별 성격 특징을 전했는데요.

서명을 하나 예로 들어볼까요.

두가지 서명 모두 '존 행콕'이라는 같은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또박또박 쓰는 사람은 자기 확신이 강하다고 합니다.

반면에 알아보기 어렵게 서명한 사람은 매우 개인적인 성향이라고 하는군요.

이 밖에도 글자가 큰 사람은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하고 글자를 작게 쓰면 다소 내성적이고 세심하다고 합니다.

글자를 둥글게 쓰면 창의적이고 예술적이고, 형태가 뾰족한 사람은 공격적이고 호기심이 많다고 합니다.

글자를 이어 쓰면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금도 프랑스의 다소 보수적인 기업 가운데는 필체를 전형 요소로 삼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런 필적을 통한 성격 판단도 이제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질문> 이렇게 장점이 많은 손글씨가 추억이 돼가는 것은 아쉽지만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답변>

키보드 입력과 더불어 필기가 갖는 잇점을 절충해보려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기는 합니다.

앞서 필기 교육을 의무화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도 일부 학교는 아이패드를 가지고 글씨 쓰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 기기 업계에서도 터치스크린의 필기 인식 기능을 더 발전시켜 손글씨의 장점을 수용하는, 절충적인 방법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인류의 위대한 발명이었던 종이와 펜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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