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버티기’ 두산, 불펜에 순위 달렸다

입력 2013.08.07 (13:28) 수정 2013.08.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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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김진욱(53) 감독은 6일 넥센과의 잠실 경기를 5-4 승리로 이끌어 3위로 올라서고는 "중요한 경기에 승리는 했으나 오늘같은 경기는 두 번 다시 나오면 안 된다"며 승장답지 않은 소감을 남겼다.

5-1로 앞서다가 마지막 회에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해 끝까지 진땀을 흘리게 만든 계투진을 바라보는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난 표현으로 읽힌다.

이날 두산은 이재우가 5회 강판하자 윤명준-오현택-홍상삼-정재훈으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조를 총동원해 3위 자리가 걸린 첫 혈투의 승자가 됐다.

어쨌든 4이닝을 막아내 승리를 지켰다는 점에서는 계투진이 제 몫을 했지만, 내용은 썩 반갑지 않았다.

4점의 리드를 잡은 채 9회 등판한 홍상삼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내는 동안 볼넷 2개를 허용해 세이브 상황을 만들고는 정재훈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정재훈은 첫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하는 등 3점을 빼앗긴 뒤에야 우익수 민병헌의 '질주 캐치'에 힘입어 마지막 타자를 파울플라이로 잡아내고 경기를 매조졌다.

두산은 후반기 들어 이와 비슷한 장면을 여러 차례 겪었다.

2일 SK와의 문학경기에서는 1점 차로 앞선 가운데 홍상삼이 8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내고도 9회 첫 타자에게 솔로포를 허용해 경기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홍상삼은 지난달 24일 넥센전 6-6으로 맞선 8회 폭투와 희생플라이로 2점을 내줘 패전하고 28일 LG와의 경기에서는 7-3으로 앞선 8회 추격점을 허용해 마무리 정재훈을 투입하게 만드는 등 잘 던지다가도 한 번씩 흔들리는 '롤러코스터 투구'를 거듭하고 있다.

오현택 역시 지난달 24일 홍상삼에 앞서 7회 1실점해 동점을 허용했고 26일 LG전에서는 15-9로 앞선 8회 ⅓이닝 만에 3실점해 다시 정재훈을 등판케 만든 바 있다.

물론 두산 불펜이 마냥 불안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6일 데뷔 첫 승을 올린 윤명준이 7∼8월 내내 무실점 역투를 이어가고 있고 마무리 정재훈도 6일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약간 흔들리기 전까지는 후반기 내내 뒷문을 꽁꽁 잠가 왔다.

홍상삼과 오현택도 한 번씩 흐름이 요동칠 때만 피하면 안정적으로 제 몫을 한다.

무엇보다도 팀의 승리만큼은 빼앗기지 않는 최소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후반기 들어 네 명의 필승 계투조 가운데 한 명이라도 투입한 경기에서 두산은 8승 2패를 기록했다. 23∼24일 넥센전 두 차례 패배 이후 8연승이다.

추격을 허용하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해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더라도 끝내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버텨내 타선이 전세를 다시 뒤집을 발판만큼은 남겨놓는다는 뜻이다.

경기를 보는 입장에서는 불안하지만 최후의 보루만큼은 지켜내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터다.

어쨌든 올봄 마운드가 도미노처럼 붕괴해 가라앉던 두산이 7월부터 상승세를 탈 수 있던 원인 가운데 네 명의 필승조가 꾸려져 안정을 찾은 불펜을 빼놓을 수는 없다.

특히 올 시즌에는 불펜이 이나마도 버텨주지 못하는 팀이 많은 터라 두산 불펜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등판이 잦아질수록 흔들림도 많아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두 얼굴의 불펜'이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어느 쪽 모습을 많이 보여주느냐에 따라 두산의 순위 쟁탈전 성적표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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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한 버티기’ 두산, 불펜에 순위 달렸다
    • 입력 2013-08-07 13:28:55
    • 수정2013-08-07 22:30:26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김진욱(53) 감독은 6일 넥센과의 잠실 경기를 5-4 승리로 이끌어 3위로 올라서고는 "중요한 경기에 승리는 했으나 오늘같은 경기는 두 번 다시 나오면 안 된다"며 승장답지 않은 소감을 남겼다. 5-1로 앞서다가 마지막 회에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해 끝까지 진땀을 흘리게 만든 계투진을 바라보는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난 표현으로 읽힌다. 이날 두산은 이재우가 5회 강판하자 윤명준-오현택-홍상삼-정재훈으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조를 총동원해 3위 자리가 걸린 첫 혈투의 승자가 됐다. 어쨌든 4이닝을 막아내 승리를 지켰다는 점에서는 계투진이 제 몫을 했지만, 내용은 썩 반갑지 않았다. 4점의 리드를 잡은 채 9회 등판한 홍상삼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내는 동안 볼넷 2개를 허용해 세이브 상황을 만들고는 정재훈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정재훈은 첫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하는 등 3점을 빼앗긴 뒤에야 우익수 민병헌의 '질주 캐치'에 힘입어 마지막 타자를 파울플라이로 잡아내고 경기를 매조졌다. 두산은 후반기 들어 이와 비슷한 장면을 여러 차례 겪었다. 2일 SK와의 문학경기에서는 1점 차로 앞선 가운데 홍상삼이 8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내고도 9회 첫 타자에게 솔로포를 허용해 경기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홍상삼은 지난달 24일 넥센전 6-6으로 맞선 8회 폭투와 희생플라이로 2점을 내줘 패전하고 28일 LG와의 경기에서는 7-3으로 앞선 8회 추격점을 허용해 마무리 정재훈을 투입하게 만드는 등 잘 던지다가도 한 번씩 흔들리는 '롤러코스터 투구'를 거듭하고 있다. 오현택 역시 지난달 24일 홍상삼에 앞서 7회 1실점해 동점을 허용했고 26일 LG전에서는 15-9로 앞선 8회 ⅓이닝 만에 3실점해 다시 정재훈을 등판케 만든 바 있다. 물론 두산 불펜이 마냥 불안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6일 데뷔 첫 승을 올린 윤명준이 7∼8월 내내 무실점 역투를 이어가고 있고 마무리 정재훈도 6일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약간 흔들리기 전까지는 후반기 내내 뒷문을 꽁꽁 잠가 왔다. 홍상삼과 오현택도 한 번씩 흐름이 요동칠 때만 피하면 안정적으로 제 몫을 한다. 무엇보다도 팀의 승리만큼은 빼앗기지 않는 최소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후반기 들어 네 명의 필승 계투조 가운데 한 명이라도 투입한 경기에서 두산은 8승 2패를 기록했다. 23∼24일 넥센전 두 차례 패배 이후 8연승이다. 추격을 허용하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해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더라도 끝내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버텨내 타선이 전세를 다시 뒤집을 발판만큼은 남겨놓는다는 뜻이다. 경기를 보는 입장에서는 불안하지만 최후의 보루만큼은 지켜내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터다. 어쨌든 올봄 마운드가 도미노처럼 붕괴해 가라앉던 두산이 7월부터 상승세를 탈 수 있던 원인 가운데 네 명의 필승조가 꾸려져 안정을 찾은 불펜을 빼놓을 수는 없다. 특히 올 시즌에는 불펜이 이나마도 버텨주지 못하는 팀이 많은 터라 두산 불펜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등판이 잦아질수록 흔들림도 많아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두 얼굴의 불펜'이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어느 쪽 모습을 많이 보여주느냐에 따라 두산의 순위 쟁탈전 성적표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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