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슬로시티 ‘흔들’…1곳 탈락·1곳 보류

입력 2013.08.09 (21:30) 수정 2013.08.09 (22: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슬로시티, 빠르고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느리지만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뤄 살아가는 지역을 이르는 말입니다.

지난 2천7년 말 전남 신안 등 4곳이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됐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5년마다 열리는 재인증 심사 결과 한 곳은 탈락하고 한 곳은 인증이 보류됐습니다.

그동안 '슬로시티'라는 브랜드 덕을 톡톡이 본 자치단체와 주민들은 충격에 빠졌는데요

증도와 장흥 현지에 임병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이 산골마을 한옥촌은 슬로시티 지정 이후 평일에도 방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관광명소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아시아 첫 슬로시티라는 명예를 반납하게 되면서 마을 전체가 허탈감에 휩싸였습니다.

<인터뷰> 장흥군(유치면 주민) : "자연 벗삼아 살았는데 어떤기준에서 탈락했는지 그 점이.."

관광객이 8배나 늘었던 느림의 섬 '증도'도 재인증이 보류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장흥군은 슬로시티가 이윤을 챙기는 상업성에 빠졌다는 지적이, 신안군은 연륙교가 놓이면서 인파가 몰리고 쓰레기 몸살에 따른 환경파괴가 재인증을 받지 못한 이유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슬로시티 본부 : "관광객을 얼마나 유치할지 국비를 얼마나 끌어들일지에 너무치우치다 보니까..."

두 자치단체는 현장 실사 없이 서류만으로 이뤄진 재심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안군 슬로시티 단체 : "슬로시티 지정 땐 현장 방문하고 재인증 때는 절차 생략 문제 있다"

다음달부터 슬로시티 지위를 잃게 된 장흥군은 슬로시티와 연계한 각종 축제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안군도 슬로시티 관련 국비 지원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내후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슬로시티 '차 없는 섬' 주차장 조성사업의 경우 국비 10억원을 추가로 확보해야하지만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기자 멘트>

두 곳이 재인증을 받지 못했지만 국내 슬로시티는 이미 10곳에 달합니다.

지난해 10월 충북 제천이 가입하면서 서울, 부산, 인천 등 대도시권을 뺀 전국 8개 도 단위 지자체가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밖에 지리산을 품은 구례 오미와 경북 구미 등 20여 곳이 슬로시티 가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국내 슬로시티는 슬로시티 발상지인 이탈리아와 독일에 이어 폴란드와 함께 세계 세번째 규몹니다.

미국은 3곳 중국과 일본은 한 곳에 불과합니다.

슬로시티 가입은 이탈리아에 본부를 둔 국제 슬로시티 연맹이 주관을 하는데요

가입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변형 물질 사용 금지, 소멸 위기 전통 예술품 보호 프로그램, 유기농 재배 개발 계획 등 무려 52가지의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문제는 이같은 조건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슬로시티가 되면 지역이 발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지 않느냐는 겁니다.

느림의 정체성부터 회복이 필요한 슬로시티의 현주소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전남 완도 청산도에는 자치단체가 숙박시설 신축을 지원하고 나서면서 현대식 숙박시설이 3년 동안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인터뷰> 슬로시티 관광객 : "지역 특성이 사라진 것 같고 건물이 들어서니까 인위적인 느낌..."

느림마을이 점점 많아지면서 해마다 일정액을 쪼개 나눠주는 국비지원이 점점 줄어드는 등 관광 인프라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입니다.

전남 4개 슬로시티의 경우 지난해 슬로시티 지정 이후 처음으로 관광객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슬로시티들의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결국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곳곳에 관광객 편의시설과 인공 조형물, 현대적 숙박시설을 들여놓게 된 것입니다.

이같은 모습이 불편하더라도 본래의 모습을 지키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자는 원래 취지와 맞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훈(한양대 교수) : "슬로시티 이해하는 방식이 원래 취지와 다르게 이해해는 방식이 있어서..."

슬로시티 가입을 단체장의 치적으로 보는 자치단체들의 시각도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내년 경남 하동과 충남 예산이 재인증 심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체성 유지라는 과제에 부딪친 슬로시티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송현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슬로시티 ‘흔들’…1곳 탈락·1곳 보류
    • 입력 2013-08-09 21:30:21
    • 수정2013-08-09 22:01:24
    뉴스 9
<앵커 멘트>

슬로시티, 빠르고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느리지만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뤄 살아가는 지역을 이르는 말입니다.

지난 2천7년 말 전남 신안 등 4곳이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됐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5년마다 열리는 재인증 심사 결과 한 곳은 탈락하고 한 곳은 인증이 보류됐습니다.

그동안 '슬로시티'라는 브랜드 덕을 톡톡이 본 자치단체와 주민들은 충격에 빠졌는데요

증도와 장흥 현지에 임병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이 산골마을 한옥촌은 슬로시티 지정 이후 평일에도 방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관광명소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아시아 첫 슬로시티라는 명예를 반납하게 되면서 마을 전체가 허탈감에 휩싸였습니다.

<인터뷰> 장흥군(유치면 주민) : "자연 벗삼아 살았는데 어떤기준에서 탈락했는지 그 점이.."

관광객이 8배나 늘었던 느림의 섬 '증도'도 재인증이 보류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장흥군은 슬로시티가 이윤을 챙기는 상업성에 빠졌다는 지적이, 신안군은 연륙교가 놓이면서 인파가 몰리고 쓰레기 몸살에 따른 환경파괴가 재인증을 받지 못한 이유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슬로시티 본부 : "관광객을 얼마나 유치할지 국비를 얼마나 끌어들일지에 너무치우치다 보니까..."

두 자치단체는 현장 실사 없이 서류만으로 이뤄진 재심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안군 슬로시티 단체 : "슬로시티 지정 땐 현장 방문하고 재인증 때는 절차 생략 문제 있다"

다음달부터 슬로시티 지위를 잃게 된 장흥군은 슬로시티와 연계한 각종 축제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안군도 슬로시티 관련 국비 지원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내후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슬로시티 '차 없는 섬' 주차장 조성사업의 경우 국비 10억원을 추가로 확보해야하지만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기자 멘트>

두 곳이 재인증을 받지 못했지만 국내 슬로시티는 이미 10곳에 달합니다.

지난해 10월 충북 제천이 가입하면서 서울, 부산, 인천 등 대도시권을 뺀 전국 8개 도 단위 지자체가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밖에 지리산을 품은 구례 오미와 경북 구미 등 20여 곳이 슬로시티 가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국내 슬로시티는 슬로시티 발상지인 이탈리아와 독일에 이어 폴란드와 함께 세계 세번째 규몹니다.

미국은 3곳 중국과 일본은 한 곳에 불과합니다.

슬로시티 가입은 이탈리아에 본부를 둔 국제 슬로시티 연맹이 주관을 하는데요

가입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변형 물질 사용 금지, 소멸 위기 전통 예술품 보호 프로그램, 유기농 재배 개발 계획 등 무려 52가지의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문제는 이같은 조건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슬로시티가 되면 지역이 발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지 않느냐는 겁니다.

느림의 정체성부터 회복이 필요한 슬로시티의 현주소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전남 완도 청산도에는 자치단체가 숙박시설 신축을 지원하고 나서면서 현대식 숙박시설이 3년 동안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인터뷰> 슬로시티 관광객 : "지역 특성이 사라진 것 같고 건물이 들어서니까 인위적인 느낌..."

느림마을이 점점 많아지면서 해마다 일정액을 쪼개 나눠주는 국비지원이 점점 줄어드는 등 관광 인프라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입니다.

전남 4개 슬로시티의 경우 지난해 슬로시티 지정 이후 처음으로 관광객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슬로시티들의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결국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곳곳에 관광객 편의시설과 인공 조형물, 현대적 숙박시설을 들여놓게 된 것입니다.

이같은 모습이 불편하더라도 본래의 모습을 지키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자는 원래 취지와 맞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훈(한양대 교수) : "슬로시티 이해하는 방식이 원래 취지와 다르게 이해해는 방식이 있어서..."

슬로시티 가입을 단체장의 치적으로 보는 자치단체들의 시각도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내년 경남 하동과 충남 예산이 재인증 심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체성 유지라는 과제에 부딪친 슬로시티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송현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